보고 끄적 끄적...2015. 1. 27. 07:51

<주홍글씨>

일시 : 2015.01.17. ~ 2015.01.25.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원작 :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 "주홍글씨"

대본, 작사 : 한아름

작곡 : 박정아

편곡 : 황호준

음악감독 : 성재

연출 : 서재형

출연 : 오진영(헤스터 프린), 박인배 (아서 딤즈데일),

        박은석 (로저 칠링워스), 김보현, 오찬우, 박지희, 김혜인, 박진아 외

기획 : 극단 죽도록 달린다

 

서재형 연출, 한아름 작가의 두번째 창작뮤지컬 <주홍글씨>

두 사람은 콤비플레이는 확실히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 없다.

 

첫번째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참 독특한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 세계가 다행히 나와는 정말 잘 맞는다.

놀랐다.

내가 알고 있는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가 맞기도 하고, 전혀 아니기도 했다,

황호준의 국악 느낌을 가미한 편곡도 아주 독특하고 특별했고

서재형 한아름 콤비 작품에서 늘 듣게 되는 바람 지나가는 소리도 이 작품에선 유독 더 묘하게 다가왔다.

사실 원작의 드라마가 너무 강해서 이걸 어떻게 무대 위에서 뮤지컬로 풀어갈까 걱정했는데 내 예상을 뛰어넘었다.

마치 영화의 클로즈업 기법처럼 한 명에게 감정의 극한대를 포커싱한 연출 방식은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무대에 너무 휑하다는 평도 있긴 했는데 나는 오히려 그런 텅비어 있는 무대가 훨씬 좋았다.

셋트로 가득찼다면 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에 이렇게까지 집중하지는 못했을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만으로도 아주 충만하게 채워진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우울함이 느껴지던 조명도 그런 감정을 한층 더 배가시켜서

관람이 끝난 후 가혹함이 느껴질만큼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나를 놀라게 만들었던 배우 박인배.

워낙 좋아하는 배우라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일부러라도 다 찾아보는 편이다.

지금껏 본 작품 중에 실망감을 느꼈던 작품도 거의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서'라는 말을 듣고는 좀 의아했다.

개인적으로 로저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기에...

그랬는데... 박인배 아서가 나를 결국 울게 만들었다.

"그 악마가 나입니다..."

아서가 된 박인배는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었을까!

그가 무대 이에서 보여준 모습은

배우가 보여주는 연기 그 이상의 것이었다.

자의든 타의든 무언가를 지켜내기 위해서

일생동안 비난을, 비밀을 견뎌내야 한다는 건...

사람을 이렇게까지 참혹하게 만드는 일이구나.

그 뼈를 갂는 참혹한 고통 때문에 아서의 교수형 장면이 나는 오히려 편안했다.

원하던 자유...

정말 그렇더라.

그래서 다행이었고 안도했다.

배우 박인배는 이 작품에서 아서라는 인물을 통해 내게 엄청난 무게와 감정의 서사를 보여줬다.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더라.

박인배뿐만 아니라 오진영, 박은석, 그리고 모든 배우들이 다 한결같이 진심이었다.

그들 모두에게 받은 감동을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게 미안할 뿐이다.

(그러기엔 박인배 배우가 내게 너무 깊게 들어왔다.)

 

인간의 삶이...

자신이 원하는 결말대로 가는건 참 어렵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에 용기를 낸다면, 진실을 놓지 않는다면,

적어도 비겁해지지 않을 순 있다.

그게 마지막까지 끝끝내 지켜주고 싶었던 무언가를, 누군가를 위한 최선의 결말이 될수도 있기에...

삶이 끝났다고 모두 비극으로 돌아서는 건 아니다.

비극 속에서 다시 부활하는 삶도 있다.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가 보여주지 못한 결말을

서재형, 한아름 콤비의 "주홍글씨"가 내게 보여줬다.

그리고 "박인배 아서"가 그걸 느끼게 했다.

 

꼭 다시 한 번,

박인배 아서 딤즈데일을 만날 수 있다면...

그의 선택에 나도 기꺼이 함께 하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