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7. 10. 23. 15:45

10월 5일 오전 10시 50분.

예정대로라면 그 시간에 나는 이탈리아 베니스에 도착했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오후 7시 50분 도착.

정확히 9시간의 delay였다.

그야말로 하루가 송두리째 사라진 셈이다.

다섯 번의 유럽 여행 중 처음 경험한 기약없는 delay의 연속.

오후 두세시에는 도착하겠지.... 생각하다

그래도 5시 전에는 도착하겠지... 했는데

한 번의 환승이 두 번의 환승이 되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다음날 야간열차를 타야하는 나로서는 공항에서 흘려버린 시간이 아까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 중3 조카녀석의 한 마디에 빵 터졌다.

"이모, 무슨 비행기를 버스 타듯이 타냐..."

그러게, 이모 말이...

(내가 이 녀석 때문에 웃는다)

 

 

오후 6시 40분.

파리 드골 공항에서 베니스로 향하는 비행기가 이륙했다.

그래도 오늘 중으로 어쨌든 가긴 가는구나.

기다림으로 너덜거린 마음이 조금씩 안정을 찾는다.

좌석에 몸을 묻고 창 밖을 본다.

구름 위 하늘 위에 떠 있는 둥근 보름달.

처음엔 잘못 본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당황스러웠고 조금은 난감했다.

비행기 안에서 보름달을 보게 될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오늘 하루 운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나쁜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비행기 안에서 이렇게 크고 선명한 보름달을 만난걸 보면!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겐 흔치 않은 경험으로 기억될 하루다.

 

어쩌면 하늘이,

내게 크고 둥근 보름달을 꼭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