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7. 12. 13. 09:40

빈의 상징 성슈테판 성당.

원래 이곳은 이교도의 성지였다는데 성당으로 바뀌게 된거란다.

(유럽에 흔하고 흔한 성당 스토리...)

북쪽과 남쪽에 두 개의 탑이 있긴 한데

춥기도 하고 계단 바닥 중간중간이 뚫려있어 아찔하다길래 포기했다.

(크로아티아 스프리트 종탑의 기억이... 그때 너무 무서워서 욕하면서 내려왔었다.)

개인적으로 고딕 성당은 밖에서 보는게 진리지 싶다.

카메라 앵클에 한 번에 다 들어오지 않는 엄청난 위용은

하나님을 향해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 싶은 인간의 의지를 대변한다.

마치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모습을 닮았다.

 

 

성당 내부는 미사 중이라 잠시 뒤에서 기다렸다.

미사 드리는 분들은 우리가 참 싫겠다 싶더라.

안에는 못들어가지만 뒤에서 관광객들이 계속 사진을 찍어대니 말이다.

나도 뭣모르고 한 장 찍었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 미사가 끝날때까지 뒤에서 조용히 기다렸다.

카톨릭이든, 기독교든, 불교든, 이스람교든

예배시간의 경건함은 지켜주는게 맞는 것 같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강렬한 색유리를 사용해 성서의 내용을 모자이크하는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주재단을 제외하곤 대부분 직사각형의 색유리를 사용했다.

그래서 들어오는 빛도 신비감과 엄숙함보다는 순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다.

주재단이 말씀같다면, 이곳은 기도같다고 할까?

이곳이 "기도 드리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고 불리는 이유를,

나는 이 은은한 색유리에서 찾았다.

 

 

그리고 성슈태판 성당에서 가장 유명한 안톤 필그람의 설교단.

설교단 아래에는 선(善)을 상징하는 4명의 성직자가,

설교단으로 올라가는 계단 손잡이에는 악(惡)을 상징하는 도마뱀과 두꺼비가 조각되어 있다.

처음엔 선과 악이 같은 쪽에만 찾았는데 

아무리 찾고 또 찾아도 도마뱀도 두꺼비는 전혀 안보였다.

내 눈에만 안보이나 싶어 살짝 소심해하는데 설교단 계단 손잡이에 저렇게 버젓이 있는거다.

한두개도 아닌 단체 등반 모드로. 

게다가 악(惡)의 상징물이라면서 어쩌자고 저렇게들 귀염귀염한지...

화가들이 그림 속에 자신의 초상화를 숨겨놓듯이

안톤 필그람도 이곳에 자신의 모습을 숨겨놨다.

설교단 뒷편 그늘진 곳.

콤파스를 든 손으로 반쯤 열린 창문밖을 내다보고 있는 안톤 필그람의 모습.

워낙 그늘진 곳이고 높이고 무릎께라 지나치기 딱 좋은 위치.

아... 당신이 이 설교단을 만드신 분이시군요,

반갑고 눈인사 한 번 하고. ^^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기에 딱 좋은,

빈의 혼 성슈테판 성당.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