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11.15 15:32

오후 6시.

돌아다니기 딱 좋은 시간이다.

하늘이 흐리긴 하지만 당장 비를 뿌릴 정도는 아니다.

우산을 챙겨들고 호텔을 나섰다.

"The brave men did not kill dragons, The brave men rode them"

그런가????

dragon은 커녕 brave men도 본 적이 없어서...

 

 

사실 내고자 했던 곳은.

류블라냐에 도착한 첫 날 너무 맛있게 먹은 젤라토 가게였다.

밤 늦은 시간에 우연히 들어간 곳이라 가게 이름을 몰라서...

대성당 뒤 어디쯤인인 것 같았는데... 아닌가보다.

결국 못찾았다.

대신 오픈 키친 마켓(Open Kitchen Market)을 찾았다.

찾았다고 표현은... 사실 적절치 않다.

중앙시장 쪽으로 워낙 크게 열려서 못보는게 더 이상하다.

Open Kitchen Market은

3월 중순부터 10월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일종의 food festival이다.

어쩌다보니 류블라냐의 마지막 날이 금요일이어서 마주쳤다.

이런 행운이...

심지어 아무도 대충 만드는 음식도 아니다.

50여 명의 유명 세프가 직접 눈 앞에서 조리해준다.

하긴 유명해도 내게 그들은 무명씨(無名氏)일 뿐이지만.

잘 됐다.

저녁은 여기서 해결하는걸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를 빼고 찾으니 선택지가 별로 없다.

몇 바퀴 고 돌아 고른 음식은 "팟타이"

고백하자면 내 생애 처음 먹는 팟타이였다.

혹시라도 향신료 냄새가 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숙주나물에 두부, 새우, 견과류 토핑까지 잔뜩 들어있어서

고기가 별로인 나같은 사람에겐 취향저격 음식.

가격도 5유로라 아주 착했고,

양은 내 기준으론 좀 많은 편이었지만

사람 구경, 음식 구경하면서 천천히 다 먹었.

이번 여행에서 가장 배부르게, 가장 맛있게 먹은 한끼였다.

만약 류블라냐 여행을 계획한다면

금요일 오픈 키친 마켓을 꼭 가자.

다양한 맛과 향이  모여있으니까.

심지어 흥까지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11.14 13:11

포스토이나 동굴에서 캐리어를 끌고

20여 분을 걸어서 도착한 버스정류장.

인터넷상에선15:05. 15:10 분 두 대의 차가 표시되어 있다.

대략은 1시간에 1대 운행하고

류블라냐까지 소요시간은 1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2번 탑승장 앞에서 20여 분을 기다리니 버스가 도착했다.

기사님께 직접 버스요금(6uro)을 내고 자리에 앉은 시간은 오후 3시 15분.

다 고맙더라.

비가 멈춘 것도, 날이 개인 것도,

기다리지 않고 포스토이나 동굴을 본 것도,

그리고 버스를 오래 기다리지 않은 것까지 다.

 

 

여행은 끝나가고

어느새 세 번째 류블라나행이다.

여행자긴 하지만 이렇게 몇 번번 류블라냐로 돌아오니

제법 귀가(歸家)의 느낌도 들었다.

이런 여행도... 참 괜찮구나... 생각했다.

버스에서 내려 막힘없이 길을 찾아가는 내 모습도

제법 기특했다.

 

 

PARK HOTEL 두번째 투숙이다.

리셉션에서 묻는다.

너 며칠 전에 여기 오지 않았니? 라고...

컴퓨터에 기록된 숙박이력을 보고 건넨 말이었겠지만

영업적인 인삿말조차도 반가웠다.

지난번엔 11층 객실이었는데 이번엔 5층 객실이다.

깔끔하고 단정했고 햇빛이 가득 들어와 밝았다.

오후 5시.

참 좋은 시간이다.

이 좋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봐야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11.13 11:54

포스토이나 동굴 투어는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다.

어느 정도는 전기기차를 타고 들어가고

중간부터는 가이드를 따라 단체로 움직이면 된다.

매표소에서 받은 오디오 가이드 기계에 해당 번호를 누르면

내가 있는 곳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는 물론 유료 ^^

(동굴 투어+오디오 가이드 = 25.80 uro)

 

 

투어가 시작되는 동국의 가장 높은 골고다 언덕부터

스파게티홀, 핑크홀, 화이트홀, 러시안 다리. 피사의 사탑 등등...

거대하게 드리워진 커튼들.

그리고 엄청난 크기의 종류석들과 석순. 석주들.

10년에 0.1m씩 자란다고 했던가?

이곳에서는 시간이라는게 무용해보인다.

공간이... 시간을 삼켜버린 곳.

지금 나는 고래 뱃속에 갇힌 요나가 되버렸다.

조악한 핸드폰으로 아무리 찍어봐도

동굴의 거대함을, 위용을, 신비함을 담아낸다는건 역부족이다.

커다란 동물의 가느다란 터럭 한 올.

그만큼도 불가하다.

 

 

이곳에서만 산다는 인간 물고기,

이놈들은 어두운 곳에서 살기 때문에 눈이 퇴화됐단다.

오래 사는 놈은 100년까지도 살 수 있다는데

컴컴한 곳에서의 100년이라는 삶이

상인지 벌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물고기에게 "human"이라는 단어를 쓴다는게...

물고기 입장에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을 거라는 생각.

또 나만 했을까???

투어의 마지막은 콘서트홀에서 끝이 난다.

그리고 여지없이 만나는 기념품샾.

 

 

트러플 병에 손이 갔지만

장식장에 있는 트레블이 생각났다.

유통기간이 이미 지난... 그래서 정말 전시품이 되버린 트러플.

올리브유와 페스토, 치즈, 기타등등 기타등등...

(반성하자!)

나오는 길에 스냅사진이 붙어있는걸 봤다.

내가 나를 발견하는게 겁이나서 서둘러 나왔다.

개인적으로 사진 중에서 이런 사진이 제일 무서워서...

 

 

오후 2시 30분,

동굴을 나와 잠시 고민했다.

프레드야마성을 갈지 말지를...

7~9월에는 성까지 가는 무료 셔틀을 운행하지만

나머지 기간엔 개인이 요금을 지불하고 택시를 불러 이동해야만 한다.

매표소에 말하면 불러준다는데

혼자 가는 것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 끼어 가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게다가 적어도 왕복 3시간 정도 걸릴테니...

아쉽지만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못볼거라 생각한 포스토이나 동굴을 봤으니

오늘은 이걸로 충분하다고 타협했다.

결정을 했으니

캐리어를 끌고 버스정류장으로 출발!

걸어가면서 내내 생각했다.

기내형 캐리어라 정말 정말 다행이라고!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