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08.12.08 05:44

눈물나게 아름다운 이야기...
<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병원 도서관에서 대출에서 이틀동안 읽은 책입니다.
비밀을 말씀드리자면.....
잠 자는 게 망설여지게 만든 내용의 소설책입니다.
처음 읽어본 아프카니스탄 작가의 처녀작입니다.
작가분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1980년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했다네요.  지금은 캘리포니아에서
의사로도 일하고 있다고 하구요.
그래서 살짝 더 관심이 가기도 했답니다....

제가 읽어 본 소설 중 최고의 성장소설입니다.
신분, 정치, 사랑, 애정, 용서, 그리고 반전에 반전까지....
솔직히 성장소설은 대략 비슷한 플롯과 구성을 가지고 있어서 별로 매력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데 이 소설은 뭐랄까 망치로
 강하게 강타당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신분이 다른 알리와 바바의 우정(?) 그리고 대를 이어 맺어지는, 아니 그럴 수 밖에 없는 하산과 아자르의 우정?(주인과 하인의
신분에서 허용되는 한에서----> 이 부분이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입니다.)(?) ---> 물음표의 의미는 책을 읽어보시면 알 수 있
을 거예요 ^^

사람을 울게 만드는 이야기예요.
어쩌면 우리나라 상황과 정서와도 그렇게 딱 들어 맞는지....
유리가루를 먹인 연줄로 연을 날리는 이야기, 연싸움, 그리고 명문가라는 명성... 지켜져야 하는 비밀.. 그리고 용서을 위한
고백, 용기, 책임. 그리고 삶....
어쩌면 우리도 누군가의 연을 끊어버리고 넓은 하늘에서 오직 나 홀로만이 인정되기를 바라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느껴지겠죠?
바람이 차다는 거... 그리고 그 바람으로 인해 내가 하늘에 떠다니고 있다는 거...

연이...
마지막 연이 하늘에서 떨어집니다.
달려가 그 연을 잡고 싶어질까요?
여러분은 어떨 것 같나요?
저는 그 연을 쫗아 달려 갈 것 같아요.
천 번 이라도.....

 * 보너스 팁 하나 더~~~
혹 책을 보시고 저처럼 찡한 마음에 하루가 멍해질지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올 봄에 영화로도 개봉됐습니다..
역시 좋은 이야기는 영화만드는 사람들도 잘 찾아내는 것 같아요.
영화도 봤었는데
실제 아프카니스탄 출신의 배우들이 연기를 했다고 하네요.
두 꼬마의 똘망똘망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감독이 원작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는데 정말이네요.
세상에는...
우리나라만 특별한 아픔이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다시 느낍니다.
끝나지 않은 사람들의 아픔...
그 아픔에 많은 것들이 상처가 되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8.12.07 22:51


세상 많은 것들 중
빛을 감쌀 수 있어서.
그래서
참 다행입니다.



안으로
따스함을 품고,
밖으로
그 빛을 밝힙니다.




깜빡깜빡...
흐려진 등 위로
시간이 흐릅니다.
때론 비처럼.
총...총....총....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12.06 20:27

<환각의 나비> - 박완서


환각의 나비 
 

이상하게도 전 작가 박완서가 너무 좋습니다.

국민어머니라고 불리우는 텔런트 김혜자씨 같은 느낌이라면 이해가 되실까요? 대한민국 여류소설가의 국민 어머니...(작가가 국민 어머니가 되는 날이 정말이지 현실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대작가 박경리님이 타계했을 때 참 많이 아파하던 모습을 기사에서 본 적이 있는데요, 아무래도 박경리라는 대가의 남겨놓은 빈자리에 대한 의무감과 책임감이 그녀의 머릿속 일부에는 자리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사람들은 모두 한 번쯤은 작가가 되기를 소망한다쟎아요.

“박완서”는 그런 모든 사람에게 분명 로망으로 다가 옵니다.

더불어 이 나이에 무슨 작가를...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하고 망설이는 사람에게 분명 그럴 수 있음을 보여준 분이기도 하니까요.

40이라는 정말 늦은 나이에 작가로 데뷔한 박완서.

그녀의 글은 그래서 처음부터 세월이 묻어나고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어떤 평론가는 말하기도 합니다.

“박완서가 이룬 공적의 하나는 여성의 이야기를 '여류'의 사슬에서 구해낸 것"이라고...

전 좀 다르게 말하고 싶기도 합니다.

박완서의 글을 읽고 있으면 여성이라는 존재와, 여자라는 성의 중요성이 새삼 느껴지면서 그 여성이 갖는 책임감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불편한 작가기도 하죠.

그런데 불편한 내용을 그녀는 참 온화하고 따뜻하게 써내려갑니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에 신내림 같은 몽환적인 굿판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작가라는 이름의 신비감.

그야말로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모두 겪은 그녀의 이야기는 저겐 소설이 아니라 역사로 다가옵니다.


이 책은 5편의 단편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그리고 읽다보면 불편함이 느껴지는 줄거리가 참 많습니다.

그런데 더 불편한 것은 그런 일들이 정말, 실제로, 버젓히 현실에서 일어났던 일이고 그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죠.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성입니다.

그 여성들이 이제 입을 열어 말하기 시작하죠.

사회적인 문제와 역사적 진실에 대한 고증, 한국 전쟁과 유신 정권, 낙태와 남아선호사상으로 전락한 성 감별. 노부모에 대한 젊은이들 자식들에 대한 속내..

<그 가을의 사흘 동안>, <꿈꾸는 인큐베이터>...

수록되어 있는 5편의 단편들 모두 다 대단하지만 전 특히 이 두 편을 읽으면서 몸에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이 두 편을 탈고하고 작가 본인도 한동안은 힘들어하지 않았을지...

잠깐 두 편을 소개해 드릴께요.

 

<그 가을의 사흘 동안>

왠지 말랑말랑하고 감상적인 내용일 것 같죠.

하지만 제목이 주는 느낌과는 반대로 이 단편의 내용은 점점 섬뜩해집니다.

강간과 낙태의 기억에 평생을 짓눌린 한 여의사에 대한 이야깁니다.

한국전쟁 중에 미군 병사에게 강간당한 후 낙태 수술을 받은 주인공은 1953년 봄, 서울 변두리에 산부인과를 열게 됩니다.

그 후 30여 년 동안 낙태수술 전문으로 하게 되고 그러다 그 일대에선 꽤 유명한 낙태전문 의사가 됩니다. 제법 업소를 통해 알게 된 단골들(?)도 많고.

병원 정리를 사흘 앞두고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일종의 자학극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평생을 “죽임”의 일에 매진하던 주인공은 병원을 정리 하기 전에 단 한 번 생명을 받아보고 싶어집니다.

그게 사흘이란 남은 시간과 맞물리면서 주인공은 거의 히스테릭한 상태까지 자신을 내몰게 되죠.

평생을 '원치 않는 아기'를 죽였던 자신에 대한 철저히 자학.

그녀는 그런 자학을 통해서라도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고 동시에 지금까지 계속됐던 자신의 행동을 용서받고 구원받고 싶었겠죠.

사람이란 참 가혹한 존재고 무시무시한 존재입니다.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의 형태를 잡아먹는 모습이라니...

하지만 이런 자학의 책임감마저 지금의 시대에는 차라리 선량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지금은 인간의 형태를 잡아 먹는 게 아니라 인간 그 자체를 잡아먹는 일도 비일비재하니까요.


<꿈꾸는 인큐베이터>

이 단편은 그릇된 남아 선호사상과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진실 같은 통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장남과 결혼해 딸만 둘을 내리 낳은 주인공이 섯째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권유, 그리고 자기 자신의 암묵적인 동의로 주인공은 양수검사를 받게 됩니다.

“세상에, 이렇게 편한 방법도 다 있네...”

두 사람의 감동에 찬 응원(?)에 검사를 받은 그녀는 얼마 후, 배 안의 태아가 딸임을 알게 됩니다.

또 다시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주인공은 생명을 잃습니다.

그 뒤  이어진 임신... 위의 과정 반복을 통해 이번 태아에게  “태어남”이 허락됩니다.

이렇게 아들을 낳게 된 그녀에겐 이제 "후천적인 남성 성기"가 생기게 된 셈이죠.

그녀는 변합니다. 그동안 공손한 며느리, 착한 올케였던 그녀는 쌀쌀하고 무도한 여자로 돌변해 자신의 후천적 남성 성기를 가차 없이 가족들에게 휘두르죠.

“난 아들 있는 여자다~~~~!!!”

모든 어머니는 아들을 통해 당당해질까요?

그냥 그 시대엔 그랬다고 치부해버리기엔 왠지 씁쓸합니다.

이 여자...

파괴가 되든, 재건이 되든 어떻게 되겠죠?

이 여자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시나요?


이런 내용들...

참 불편하시죠?

하지만 정말 더 불편해야 할 건 현실도 아직 그렇다는 사실입니다.

지금도 누군가의 모체는 더 이상 태아의 유토피아가 아니라 인큐베이터에 불과하다는 사실.

그런데 이 인큐베이터는 생명을 살려야 하는 자신의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완성되지 않는 생명을 척척 내뺕어 버립니다.

꿈꾸는 인큐베이터로 가득한 세상.

어쩐지 인류멸망보다 더 큰 재앙처럼 느껴집니다.


<엄마의 말뚝2>,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환각의 나비>

나머지 3편들도 어쩌면 읽는 이를 다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그 불편함 속에 뭔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불편함의 미학”이라고 할까요???

현실이 불편하지 않다면 그만큼 자신이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좀 다른 형태의 불편함 만나는 거...

내 앞의 현실로 만나는 것 보다는 그래도 다행이다 싶습니다.

그런데 그렇더라구요.

불편함을 내내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거...

일부러 찾아 만나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어쩐지...

물귀신 같은가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