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09. 1. 8. 08:15

<형제 1, 2, 3> - 위화

 

형제 1
 

중국 소설이라고 하면 <삼국지>, <소호지> 같은 대작들이 먼저 떠오르는 건 비단 저 뿐만은 아닐테죠?
창검을 휘두르고 계략과 묘책을 강구하고 커다란 깃발로 우레와 같은 말발굽 소리와 함께 앞을 구분할 수도 없을 만큼 짙은 먼지를 일으키며 행진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군사들의 행렬...
광대한 대륙을 자랑하는 중국.
중국의 국민들이 한꺼번에 소변을 보면 지구가 물에 감질 거라는 말도 예전에 있었는데....(저는 아무래도 이 말이 사실일 것만 같습니다)

각설하고,
이제부터 중국의 젊은 작가(어디까지나작가로써) "위화"의 소설을 소개하려구요.
1060년 출생의 위화는 오래전부터 주목 받고 있는 중국의 가장 대표적인 현대 작가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마니아층을 이미 확보하고 있고 저 역시나 그 중 한 명에 포함됩낟.
2006년도에 이 사람의 새 책이 무려 10년만에 나온다고 해서 제 살짝 가슴이 설래기도 했답니다.
위화는 <허삼관 매혈기>, <인생> 이라는 굵직한 소설을 통해 격변하는 중국의 현대사를 현실감 있게 표현한 작가입니다.
특히 <인생>은 "장에모" 감독에 의해 영화화 돼서 온갖 영화상을 휩쓸기도 했던 그 유명한 작품이죠.
점차 자본주의화가 되어 가고 있는 중국...
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대화 되고 있은 중국의 모습이 <형제>에서 아주 유머러스하면서도 처연하게 그려지고 있죠.

<형제>는 중국의 문화혁명부터가 그 시대적 배경입니다.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형제(의형제는 아니구요...) 이강두와 송강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죠.
이광두는 친부처럼 14살에 화장실에서 (물론 수세식은 아니겠죠 ^^) 여자 엉덩이를 훔쳐보다 추락하는 엄청난 사고(?)를 당해 그 아버지의 그 자식이란 꼬리표를 달게 됩니다.
그런 이고아두를 건져서 깨끗이 씻겨 준 사람이 송강의 친부 솜범평이죠.
송강은 한마디로 착한 모범생입니다. 얼굴도 훤칠한 것이 요즘으로 말하자면 완전 완소남인 거죠
이런 저런 사연을 겪으면서 어쨌든 이 두 사람은 새로운 가정에서 형제가 됩니다.
문화혁명이 시작되면서 송범평은 지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홍위병에게 끌려가 모진 핍박을 받기까지 합니다. 결국 상해의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아내 이란(이광두의 친모)를 퇴원시키러 가던 중 마을 사람들에게 맞아 역전에서 비참하게 죽으면서 네 가족의 새로운 행복도 산산조각이 납니다.

이 소설은 중국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이야기되는 "문화대혁명(문혁)" 속에서 자행된 인간의 만행과 현대 중국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이면을 정면에서 유러머스하면서도 노골적으로 고발하고 있습니다.
인물들이 펼쳐내고 살인, 도박, 매춘, 부정부패 등을 통해 문화혁명 이후 40여 년간 진행된 중국 현대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죠.
이 책의 장점은 어찌보면 심각하고 재미없는 정치적인 사항들을 인물들의 극단적 성격과 행동, 주인공의 비현실적 인생역전, 자극적이고우스꽝스러운 대화 등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써다는 사실에 있습니다(물론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나 3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단지 "재미"만 남게 되는 그런 책 역시도 아닙니다.(어찌 아니 매력적이겠습니까~~~~~!!!)

<형제> 1권은 송범평의 죽음에 이어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된 이란 역시 죽는 비극으로 끝이 납니다. 2, 3권은 한결 희극적이며 풍자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죠.
이광두의 노골적이고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임홍(동에 최고 미인)은 준수한 외모에 착한 심성을 가진 송강을 배우자로 택하고 송강의 자전거를 통해 출퇴근을 하면서 가슴 벅찬 행복을 느끼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돈을 쫓는 이광두는 결국 엄청난 부자가 됩니다. 그의 사업 수완이라는 게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죠. 이건 기발하다 못해 공상과학의 일부분처럼 환상적이기까지 합니다.
살기 위해 정직하게 발버둥치던 송강은 가짜 유방확대 크림을 팔기 위해 수술로 여자처럼 볼록한 가슴을 만들고 온 동네를 떠돌아나니며 보따리약장수를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가정적으로도 하나하나씩 피폐해지고 파괴되어 가죠.
선량하고 착한 사람의 몰락이라...(어쩐지 너무나 비중국적인 내용이 아닙니까???)

이광두에 의해 개최된 중국의 미인대회는 성상납으로 등수가 결정되고 (소설속에서 이 부분은 참...뭐랄까, 중국의 바닥을 들여다 보는 느낌입니다), 어리숙한 송강은 사기꾼에게 속아 몸과 마음 모두 철저히 망가진 끝에 저물녘 철길에서 자살을 결행하죠. 그 사이 이광두는 마침내 임홍의 육체를 골약하게 됩니다.(그래도 엄연히 형수가 되는 사람인데....)
가족의 마지막 생존자인 이광두.... 그는 이화 2천만 달러가 해당하는 우주 여행 준비를 할 정도로 갑부가 되어 있습니다.
그 끝에서듣게 되는 형의 사망 소식....

이 소설은 친형제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달리 형제라는 말 외에 딱히 뭐라 할 수 없는 가족 소설입니다.
비극적이기도 하고, 희극적이기도 한... 그리고 더불어 엄청난 공포이기도 하고 환상이기도 한....
현재 중극의 모습처럼 참 모호하기까지 합니다.

중국....
made in china 의 오명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한 중국인은 말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에서 싸고 제일 질이 나쁜 물건들만 들여오면서 중국 상품에 대한 품질을 비난한다구요.
이 말 속에서
made in china의 오명이 누구에게 향한 것인지 생각케 합니다.
중국인의 능력....
진짜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똑같은 달걀을 만들고, 멜라닌을 유포시켜 온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그리고 햄으로 소고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만들지 못할 것은 과연 있을까요?
중국....
그제 그들에게서 공포를 느낍니다.
서서히 세계를 숨통을 죄기 시작하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 7. 06:26

<책도둑 1,2> - 마커스 주삭

책도둑. 1

이 책은 슬픈 책입니다.
너무나 슬퍼서 잠깐 읽는 사람의 모든 것을 멈추게 만들어 버릴 만큼요.
<전쟁> 그 낯설고 아득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너무나 천진하고 아름다워서 설핏 나도 모르게 전쟁을 꿈꾸게 만들기도 하고, 그러다 몸서리를 치며 악몽 속에서 깨어나 누가 들을까봐 목소리를 죽여 가며 울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절대로 내 울음을 누가 훔쳐보게 해서는 안 되는...

여기,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 아니 뭔가가 있습니다.

바로 죽음의 신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나'는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색깔의 변화를 냄새로 음미하면서 가끔 세상에 대한 한 눈 팔기를 통해 작업의 고단함을 잠시 잊기도 합니다. 어느 날 기차 안에서 한 소년의 영혼을 품에 안다 9살짜리 소녀(소년의 누나)를 만나게 되죠.
그 소녀가 바로 우리의 책도둑... 그녀입니다.

주인공 소녀의 이름은 리젤. 남동생을 하얗게 얼어붙은 땅에 묻은 리젤은 친어머니와도 헤어지고 양부모 밑에서 새롭게 생활합니다.(동생의 차가운 무덤 속에서 그녀는 책도둑의 첫 번째 책을 갖습니다)
극악스럽고 항상 욕을 달고 사는 양어머니 로자 후버만과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칠쟁이 양아버지 한스 후버만, 그리고 마라토너 제시 오언스를 너무나 찬양하는 나머지 얼굴에 숯칠을 하고 온동네를 뛰어 다니던 유일한 친구 루니 슈타이너, 그리고 그들의 지하실에 잠시 숨겨 두었던 유태인 막스 판덴부르크..
그리고 그녀에게 책을 훔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시장 부인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생생하며 그리고 정말 삶을 위하여 한 순간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순간이 없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정직하게 아름다우며, 아름답게 즐거워하며, 즐거워하면서 서로 은밀히 소통을 나누는 너무나 평범하고 소박한 정말이지 딱 우리네 같은 사람들입니다.

굶주림..

우리는 이 책에서 또 다른 이유의 굶주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소녀가 책을 훔치는 이유였던(그런데 솔직히 훔친다는 인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굶주림. 너무나 간절한 책을 읽고 싶다는  굶주림...
소녀는 전쟁 중에도 책과 과자가 놓여있는 탁자에서 아무 망설임 없이 오로지 책만을 집어 들고 나옵니다.
리젤이 읽은 책 속의 활자는 고스란히 말이 되고 그리고 모든 것들을 향한 소통이 되죠.
소녀는 책을 얻기도 하고 그리고 한 사람씩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도 합니다.
그건 책과 사람의 교환도 아니고 죽음의 신에 의한 거래나 잘못에 대한 댓가도 아닙니다.
그건 단지 전쟁이라는 상황... 그것 때문이었죠.
죽음의 신도 개입하지 못하는 전쟁의 상황.
오히려 죽음의 신은 이 상황이 신물이 납니다. 그래서 시작된 한 눈 팔기의 상대가 리젤이 됐고 우리는 분명 죽음의 신이 화자인 책에서 리젤의 시선으로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마치 리젤의 일기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느낌...
결코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책에서 일기를 읽고 있다는 은밀함과 비밀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글 중간 중간 나오는 그림도 그리고 막스가 지은 책(리젤의 생일 선물도 건네진)에서도 모두 일기를 보고 있다는 착각을 갖게 하죠.
실제로 이 책은 안네의 일기와 비슷한 평가를 받고도 있습니다.
숨겨준 자와, 숨겨진 자의 차이라고 할까요.

작가 마커스 주삭은 나치 독일을 체험한 부모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모티브(끌려가는 유대인의 행렬에 몰래 빵을 주는 장면)로 삼아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1868년생 작가가, 소위 새파랗게 젊은 놈이 자신이 겪어 보지도 않는 전쟁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 낼 수 있다니...
책의 내용보다 이 작가가 더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습니다.
어쩌면 그는 천재일지도 모른다는 부러운 생각까지 어쩔 수 없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살아남음에 대한 소설이 아닙니다.
그러나 살아남음에 대해서, 그래서 살아가야 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이지 저 또한,
어딘가에서 책도둑으로 다시 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음을 고백하게 되네요...

보너스 팁...

역시나 이 소설도 지금 미국에서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책을 번역한 번역가 정영목님에 대해서도 한 마디..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하는 영미문학 번역가로 <눈먼 자들의 도시>(정영목의 첫 번재 번역작입니다), <눈뜬 자들의 도시>,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의 거의 모든 작품들이 이 번역가의 손을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됐죠.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3인의 번역가 중 한 명입니다.(정영목, 이난아, 양억관)
일부러라도 이 분이 번역한 책들은 놓치지 않고 찾아보는 편입니다.
거의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 주고, 그리고 문학적인 표현이나 유머러스한 표현까지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문장 속에 스며들게 하는 번역가죠.
그래서 이 분이 번역한 책은 일단 기본 그 이상은 된다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혹 관심이 있는 분들은 도서관에 있는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을 읽어 보시면 이 번역가의 또 다른 장점과 매력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멋진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책들도 찾아 읽어 보시라 권해드리면서,
이상 달동네 책거리였습니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 5. 23:17
 

o 왼손을 쓰면 인생에 울 일이 많이 생긴다.

o 안다고 말할 수 없게 되는 때

o 당신은 이 집을 내키는 대로 떠났다가 돌아오면서도 아내가 이 집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을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o 아내의 손길이 스치는 곳은 곧 비옥해지고 무엇이든 싹이 트고 자라고 열매를 맺었다.

o 엄마 소리 지른 거 너무 싫어하셨는데...... 모두들 엄마한테 소리지르쟎아요.

o 말이란 게 다 할 때가 있는 법인디...

   나는 평생 니 엄마한테 말을 안하거나 할 때를 놓치거나 알아주겠거니 하며 살았고나. 인자는 무슨 말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디 들을 사람이 없구나.

o 엄마를 모르겠어.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것 밖에는...

o  너에게 사과하러 왔는데.... 나는 이제 갈란다.

o 나는 당신이 좋았고. 행복할 때보다 불안할 때 당신을 찾아갈 수 있어서 나는 내 인생을 건너올 수 있었다
   는 그 말을 하려고 왔소.

o 나는 알고 있었재. 내가 어느 날인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있어요, 난 이제 이 집
   에서 나갈라요.

o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o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없는 일까지도 다 해내며 살았던 것 같아. 그러느라 엄마는 텅텅 비어갔던 거야. 나는
   엄마처럼 못 사는데 엄마라고 그렇게 살고 싶었을까?

o 인생에 단 한 번도 좋은 상황에 놓인 적이 없던 엄마, 너에게 언제나 최상의 것을 주려고 그리 노력했던 엄
   마...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