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해도 괜찮아2017. 9. 29. 13:49

 

결국 샤프베르크 산악열차는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기약은 없지만 산악열차는 나중에 스위스에서 타는 걸로!

혼자라면 욕심을 부리겠는데

조카와 동생이 있으니 새벽부터 움직여야만 하는 강행군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잘츠부르크에서 오버트라운으로 바로 간 뒤 할슈타트로 이동하는 루트가 가장 현실적이겠다.

이렇게 이동하면 다흐슈타인 파이브핑거스 전망대와 할슈타트 전망대 두 곳을 갈 수 있으니

호수뷰를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물론 샤프베르크에서 보는 것만큼은 아니겠지만!)

 

 

만약 작년처럼 혼자가는 여행이라면,

베니스가 빠지고 슬로베니아가 들어걌을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곳만큼은 혼자서 조용히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블러드 호수 한가운데 거짓말처럼 위치한 블러드 성.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다.

 

그래, 다음 번엔 꼭 이곳엘 가자.

봄이어도 좋고,

여름이어도 좋고,

가을이어도 좋고,

겨울이어도 좋을 곳.

슬로베니아 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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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7. 9. 28. 08:48

 

<M. Butterfly>

 

일시 : 2017.09.09. ~ 2017.12.03.

장소 : 아트원씨어터 1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연출 : 김동연

출연 : 김주헌, 김도빈 (르네 갈리마르) / 장율, 오승훈 (송 릴링) / 서민성, 권재원 (툴롱/판사)

        황만익, 김동현 (마크) / 송영숙 (친/스즈끼) / 김유진 (헬가), 강다윤 (소녀 르네)

제작 : 연극열전

 

사실 관람 순간까지도 좀 걱정됐다.

일종의 편견이긴한데

<에쿠우스>와 이 작품은 김광보 연출에 익숙한 상태라

개인적으로 다른 연출가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감 같은게 있다.

아마 이 작품도 <프라이드>와 <킬 미 나우>의 김동연 연출이 아니었다면 그냥 넘겼을지도.

게다가 르네역의 김주헌은 내겐 너무 낯선 배우라

찌질과 처절을 어가는 르네를 어떻게 감당할지도 걱정됐다.

(그런데 이 배우... 프로필 사진과 실제 모습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외형이 아니라 느낌이...)

 

전체적인 느낌은,

"어?...좀 이상하네 -> 괜찮아지네 -> 괜찮네 -> 좋네" 

딱 이런 과정이었다.

인터뷰에서 밝혔듯 김주헌은 연기할 때 에너지가 과한 편이었다.

그래서 초반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극중극이라는 형태가 그 과함을 결국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들더라.

개인적으론 지금까지의 르네 중에서 가장 강하고 드라마틱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김동현 연출이 왜 김주현이란 배우를 르네로 선택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마담 버터플라이를 만나 스스로 마담 버터플라이가 된 르네.

결국 나를 속인건 나의 욕망이 아니라 나의 믿음이다.

그걸 김주헌 르네는 처절하고, 확고하게 보여줬다.

그래도 이번 <M버터플라이>의 최고 수훈은 송 릴링 "장율"이다.

지금껏 내가 본 송 중에서 최고의 송이다.

<프라이드>를 보면서도 신예라는게 믿기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송 릴링의 실제 인물인 쉬 페이푸의 진술 그대로 남자와 여자 모두를 매료시켰다.

“그냥 여성을 표현해야 하는 것을 넘어서 송 릴링이 표현하는 여성, 남자에게 완벽한 여성을 표현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그 부분을 계속해서 고민해나가고 있다”

그의 고민의 결과는... 진심으로 아름다웠다.

 

스물 여덞 장율.

이 배우의 다음 모습이 궁금해진다.

자신의 이상 혹은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예술가의 집념.

이 녀석에게서...

마담 버터플라이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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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7. 9. 27. 11:55

 

<틱틱붐>

 

일시 : 2017.08.29. ~ 2017.10.15.

장소 : TOM 1관

원작, 작사, 작곡 :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

음악감독 : 구소영

연출 : 박지혜 

출연 : 이석준, 이건명 (존) / 배해선, 정연 (수잔) / 성기윤, 조순창, 오종혁, 문성일 (마이클)

제작 : (주)아이엠컬처

 

이석준의 눈물

그걸로 다했다.

"Why"는 존의 마음이지만

20년을 무대와 함께 한 이석준의 마음이고

배해선, 성기윤의 마음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배우가 작품 속 인물가 오버랩되는걸 싫어하는데

(적당한 거리감, 난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이라)

이 작품만큼은 예외로 둬야겠다.

아예 캐스팅보드에 존의 이름을 빼버리고 이석준 이름만 써도 충분하겠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초연을 못 본 걸 아쉬워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작품을 보는 내내 여러 감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

부끄럽기도하고, 명확하기도 하고, 속시원하기도 하고.

 

어릴때 봤다면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은 못느꼈을것 같다.

타인의 초상화에 내 자화상을 보는 느낌.

 

tick, tick, tick...

시간은 계속해서 지나간다.

문득 궁금해졌다.

50대에 이 작품을 본면 어떤 느낌이 들지가.

아마도 딱 이렇겠지!

Boom~~~~~~~~~~~!

 

혹은,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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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o해도 괜찮아2017. 9. 25. 08:46

오후 세시 반.

좀 늦게 자전거를 탔다.

잠실대교를 거쳐 뚝섬유원지로 접어드는데 한강변 펜스 따라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렸더니

경찰보트 위로 축 늘어진 사람이 끌어올려지고 있었다.

보트 위에서 두 사람이 양 팔을 끌어 올리고

물 속에선 한 사람이 발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사망... 했을까?

사고였을까? 아니면 투신이었을까?

투신이었다면,

그 사람에게 죽음은 삶보다 편온이었을까! 

그인들 알았을까?

자신의 축 늘어진 몸을 저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게 될거란걸.

자전거 패달을 멈출 수가 없었다. 

모여있는 구경꾼 속에 차마... 들어갈 수가 없었다.

패달의 무게가 천근만근이다.

 

 

돌아오는 길에,

구름 속으로 가려지는 붉은 해를 봤다.

그리고 정조대왕 능행차 재연을 위해 설치한 배나무 다리도.

살아 그 위를 건너는 사람들... 사람들...

 

어떤 상황에서도,

 

죽음이 삶보다 나은 선택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그 어떤 누구에게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9. 22. 14:35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

 

일시 : 2017.09.11. ~ 2017.10.29.

장소 : CJ아지트 대학로

원작 : 다나베 세이코

각색, 연출 : 김명환

출연 : 최우리, 문진아, 이정화 (쿠미코) / 백셩현, 김찬호, 서영주 (츠네오) / 김대곤, 황규인 (권진우)

        임종인, 박슬마로 (사이토) / 류경환, 김아영 (토모코, 다나카)

제작 : 벨라뮤즈 (주)

 

내가 못됐거나 아니면 너무 나이를 먹었거나...

나는 호가실히 일본적인 정서에 대한 공감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 같다.

장애와 외로움을 무기처럼 휘두르는 쿠미코도 싫었고

동정과 연민을 사랑이라 믿은 츠네오도 참 싫었다.

나도 안다.

고통의 이유도, 고통의 종류도, 고통의 결과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걸.

그래도 자신의고통이 무기가 될 수는 없다.

그게 사랑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자체는 참 잘 만들었다.

공연장도 좋았고, 무대도 좋았고, 조명도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참 좋았다.

그리고 음악까지도 다.

없던 추억도 몽글몽글 피어오를 것만 같던 음악.

 

김찬호의 츠네오...

너무 좋더라.

특히 나레이션.

뭉클했다.

그 마음이 이해가 돼서....

 

언젠가는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

베르나르는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겠지,

우린 또다시 고독해지고 모든게 다 그래, 그냥 흘러간 일 년의 세월이 있을 뿐이지...

 

Posted by Book끄-Book끄
soso해도 괜찮아2017. 9. 20. 14:03

10월 여행을 앞두고 급하게 일정을 수정했다.

여행 중 가장 고가의 숙소였던 할슈타트 헤리티지 호텔 1박을 취소하고

호수 반대편 오버트라운 제 호텔 암 할슈타트제를 예약했다.

조용한 호수를 보고 싶어 선택한 할슈타트인데

이곳이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중국인과 한국인으로 북적인단다.

특히 중국인들의 필수 코스라고.

이곳을 중국인들이 얼마나 좋아했으면 마을을 그대로 중국에 만들어 놓기까지 했단다.

내내 고민하다 결국 숙소를 옮기는 걸로 결정했다.

물안개 핀 고요한 호수는 반대편에서도 볼 수 있지만

시끌시끌한걸 견디는건 아무래도 힘들것 같다.

오버트라운에서 할슈타트까지는 걸어도 1시간 정도 걸린다는데

길이 너무 예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을 수 있다고 하고

시간을 잘 맞추면 버스타고 10분 정도면 갈 수 있어 할슈타트를 둘러보는 것도 전혀 문제가 없단다.

숙소에서 자전거도 빌려준다니 신나게 달려봐도 좋을 것 같다.

(근데...동생이랑 조카가 자전거를 탔던가????)

 

 

아직 결정하지 못한건,

잘츠부르크에서 장크트 볼프강을 거쳐 샤프베르크를 찍고 오버트라운으로 갈지,

바로 오버트라운으로 이동해서 파이브핑거스 전망대에 올라갈지이다.

전자는 새벽 일찍부터 이동도 해야하고 중간에 짐 보관할 곳을 찾아야 하는게 관건이다.

후자는... 10월 15일까지만 운행하는 샤프베르크의 빨간 산악열차를 탈 수 없다는거고...

아무래도 10월 10일 장크트 볼프강 날씨를 보고 결정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산악열차가 날씨에 따라서 운행 여부가 결정되고,

날이 흐리면 정상에 올라가도 보이는게 없다니 내 의지가 아무 소용 없긴 하다.

덕분에 잘츠부르크 일정에 긴장감이 생길 것 같다.

일단 현장에서 결정하는 걸로!

변수라는게 언제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는 거니까.

 

 

이번 여행은,

아마도 "빛(light)을 쫒는 여행이 될 것 같다.

 

어쩌면 마지막 장기여행일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soso해도 괜찮아2017. 9. 18. 08:32

요즘은 하늘에 완전 홀릭된 상태다.

어제도 창 밖으로 하늘을 쳐다보다 11시 40분에 결국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워낙은 햇빛이 강한 시간대는 피하는데

어쩌다보니 오전 이른 시간대를 놓쳐서 잠깐만 타고 들어오자 작정하고 나갔더랬다.

그랬더랬는데...

반포까지만... 잠실까지만... 그러다 결국 구리까지 다녀왔다.

하늘때문에, 하늘에 홀려서... 그 땡볕 속을...

덕분에 7부바지 입은 다리에 선명한 두 줄이 생겼다.

양말선과 바지 밑단선.

바지라도 긴 걸로 입고 나갈걸 뒤늦게 후회했다.

그전에 탄 자국들까지 종아리 명암이 버라이어티해졌다.

하늘이 잘못해도 너무 잘못했네~~~~

 

 

롯데타워 안에 구름이 지나가는 것도 보고,

하늘도 보고,

구름도 보고,

오두막 앞에 잠시 쉬고 있는 내 자전거도 보고,

막 피기 시작 코스모스도 보고...

아마도 다음주가 되면

흐드러진 코스모스를 보러 다시 또 오겠구나 싶다.

그땐 꼭 긴 바지를 입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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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o해도 괜찮아2017. 9. 16. 16:57

어제 오후 자전거 타다 만난 하늘.

 

근데 하늘, 너!

너 요즘 왜 이렇게 이쁘니?

이건 완전 반칙이지.

네가 이러면 내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잖아.

만약 네가 하늘이 아니고 바다였으면

나는 의심의 여지 없이 그 속으로 풍덩 뛰어들었을거야.

너 위험해도 너무 위험하다.

특히 나에게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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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7. 9. 15. 09:42

 

<Hedwig>

 

일시 : 2017.08.18. ~ 2017.11.05.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원작, 대본 : 존 카메론 미첼

작사, 작곡 : 스티븐 트레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손지은

출연 : 오만석, 유연석, 정문성, 조형균, 마이클리 (헤드윅) / 전혜선, 유리아, 제이민 (이츠학)

제작 : (주)쇼노트

 

마이클리의 헤드윅을 봤다.

이례적인 영어 공연.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마이클리에게도 신의 한 수 였고

마이클리의 헤드윅을 본 나도 신의 한 수였다.

워낙 잘 아는 작품이라 영어버전이 낯설지도 않았고

마이클리 자체도 테스트에 충실한 배우라 낯섦이 전혀 없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슬프고 좀 애잔했다.

뭐랄까,

생의 전성기를 다 지난 가수의 넋두리같다고나 할까?

그걸 감추기 위한 안간힘까지도 느껴져 개인적으로 참 많이 짠했다.

내가 어린 나이였다면 절대 몰랐을 감정...

그래서 좋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공연을 보기전에는 "Origin of love"나 "Angry Inch"가 좋을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Wicked Little town"과 "Midnight Radia"에 귀에 확 꽃혔다.

아무래도 내 속엔 기쁨보다 슬픔이 훨씬 더 많이 내재된 모양이다.

밝음, 활기참 뒤에 슬픔이 더 많이 보인다.

그래서 이 작품이 좋은지도 모르겠고!

어둠 속에서 "X"자로 교차되는 핀조명을 받으며 부르는 제이민 이츠학의 "데스페라도"도 너무 슬펐고...

환호하는 관객들 사이에 외딴 섬이 된 되기도 했지만

그 고립 또한 <헤드윅>을 보는 동안은 싫지 않다.

불완전함에 대한 연민과 동조.

그게 이 작품을 바라보는 내 마음의 진심이다.

 

헤드윅은.

참 외면이 안되는구나...를 또 다시 절감하며.

 

Posted by Book끄-Book끄
soso해도 괜찮아2017. 9. 14. 08:48

아침부터 몽실몽실 양떼가 가득하다.

머리 위로 동화책이 펼쳐졌다.

 

하늘이 말해준다.

가을이라고.

의심의 여지가...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