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3. 16. 08:00

 

<존 도우>

 

일시 : 2018.03.01. ~ 2018.04.22.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극본 : 황나영

작사 : 조재혁

작곡, 음악감독 : 이진욱 

연출 : 반능기

출연 : 정동화, 황민수 (윌러비) / 유주혜, 김금나 (앤) / 신의정, 김선희 (캐시) / 이용진(노튼), 이삭(코코넬)

        나정숙(헤더), 고현경(시장) 외

제작 : HJ컬쳐(주)

 

이 작품 기대를 많이 했었다.

재즈매니아는 아니지만 늦은 밤까지 잠이안오면 재즈CD를 틀어놓는다.

그러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것 같아서..

게다가 무대 위에서 재즈밴드가  연주를 한대서 더 기대가 됐다.

실제로 공연장에 들어갔더니 이미 밴드 연주는 시작되고 있었다.

와... 좋네... 하고 즐겁게 감상했다.

이 작품은 원작이 영화다.

그것도 아주아주 오래된 영화.

게리 쿠퍼 주연의 1953년작 <Meet John Doe>

당연한 말이지만 뮤지컬과 영화의 내용을 똑같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오래된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과연 누가 먼저 헸을까?

평범한 사람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는 한승원 대표의 말은,

그러니까 촛불집회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기획의 의도도 아주 좋고,

스토리 자체도 참 좋다.

그런데 문제는 재미있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는거다.

당황스러울만큼.

무대 위 연주는 분명 재즈인데 주연배우들의 노래는 재즈가 아니더라.

헤더 역의 나정숙 배우가 살짝 재즈스러웠지 다른 배우들은 좀 점체불명의...

게다가 홍익 아트센터의 음향을 감안한대도 귀를 찢는 고음은 자주 두 귀를 막게 만들었다.

높게 질러댄다고 노래를 잘 하는건 아닌데...

정동화도 지금껏 내가 본 작품 중에서 최악이었고

이삭이 연기한 코코넬이란 역할은 임펙트 전혀 없는 잉여 캐릭터일 뿐이었다.

공연 초반이라지만

배우들이 각각의 역할에 충분히 동화되지 못했다는게 역력했다.

그렇다고 기억에 남는 넘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두루두루 애매하고 막막한 작품이다.

 

끝나고 극장을 나오는데 어깨가 한 짐이었다.

이런 말....

좀 미안하지만,

각오를 하고 또 해도 다시 보기에는 힘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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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8. 3. 15. 15:48

 

<미저리>

 

일시 : 2018.02.09. ~ 2018.04.15.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원작 : 스티븐 킹 <미저리>

번역 : 송병준

연출 : 황인뢰

출연 : 김상중, 김승우, 이건명 (폴) / 길해연, 이지하, 고수희 (애니) / 고인배 (버스터)

제작 : (주)크리에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

 

18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배우 김상중.

공교롭게도 그의 마지막 연극 무대가 바로 여기 연강홀이었단다.

아마도 감회가 남다를듯 ^^

영화로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공연을 하는 배우 입장에선 불편한 작품일 수 있겠다.

등장인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장소로 한정되어 있어서

소위 말하는 배우의 밑천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라 하겠다.

특히 남자주인공 "폴"은 교통사로로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라 움직임에 제한이 있어

배우로서 포현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인물이다.

움직임이라고 해봐야 버둥거림이 전부이고

목소리와 표정으로 이 모든 것들을 다 전달해야만 한다.

그래서 김상중이라는 배우가 이 역할을 하게 된거로구나 싶다.

 

작품은,

영화만큼은 아니었지만 재미있었다..

김상중의 연기는 두 말 할 필요가 없긴 했지만

금방이라도 "그런데 말입니다!"가 튀어나와야만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럴땐 익숙하다는게 실(失)이 되지 싶다.

이지아는 설정이 그렇게 한 것 같긴한데 너무 up set 됐다.

개인적으론 김상중 폴과는 "길해연" 애니가 더 좋았겠다.

길해연 특유의 갈라지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극의 긴장감에는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

하지만 이 모든건,

못 본 캐스팅에 대한 막연한 아쉬움일 뿐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3. 13. 08:41

<닥터 지바고>

 

일시 : 2018.02.27. ~ 2018.05.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대본 : 마이클 웰러

작사 : 마이클 코리, 에이미 포워스

작곡 : 루시 사이먼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에릭 셰퍼

출연 : 류정한, 박은태 (유리 지바고) / 조정은, 전미도 (라라) / 서영주, 최민철 (코마로프스키) / 강필석 (파샤)

        이정화 (토냐), 김봉환 (알렉산드르), 이경미 (안나), 김기순, 서만석 외 

제작 : 오디컴퍼니

 

2012년 초연 이후 6년 만의 재공연이다.

조승우, 홍광호라는 캐스팅에데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했던 비운의 오디 컴퍼니 작품.

초연 실패의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여러가지로 너무 구구절절했다는거.

스토리도, 무대도, 연출도, 러닝타임도, 음악도 전부 다.

초연의 심각성은 <J&H>를 마친 조승우의 긴급한 응급수혈로도 심폐소생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조승우도 막공 무대인사에서 이 작품이 잘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라는걸 인정했었다.

확실히 다듬어여 할 장면도, 과감하게 쳐내야 할 장면도 많은 작품이긴 했다.

솔직히 말하면,

류정한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재연을 챙겨 볼 생각도 안 했을 것 같다.

그러다 박은태의 유리까지도 궁금해져서...

 

보고 난 느낌은,

초연에 비해 정리가 잘됐다.

파샤의 분량이 줄어든건 좀 서운했고 캐릭터도 초연과는 살짝 차이가 있다.

코마로프스키는 초연때는 비열하기만 했는데 이번엔 다른 면이 보여서 좋았다.

(코마로프스키에게도 라라는 유리 지바고 못지 않은 사랑이었다는거, 인정!)

무대에 돈을 너무 안썼다는 평가가 많던데

혁명기의 러시아라는 시대상황을 대입하면 나쁘지 않았다.

스크린의 투사된 영상이 너무 그림스러웠다는건 좀 아쉬웠지만

3개로 이어진 오목한 스크린 자체는 신선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안보긴 했지만

박은태의 감성연기가 이렇게 좋았었나 싶어 놀랐다.

전미도 라라의 역할도 컸겠지만

목소리톤과 눈빛이 그야말로 서정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론 참 맘에 안드는 스토리다.

아무리 시대상황이 그랬다고해도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사랑이다.

지바고도, 라라와 토냐도, 파샤도 코카로프스키도 모두 다.

사랑이라는게,

결코 답이 될 순 없더라.

고전(古典)은 단지 고전(古典)일 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3. 12. 08:35

 

<아마데우스>

 

일시 : 2018.02.27. ~ 2018.04.29.

장소 : 광림아트센터 BBCH홀

극작 : 피테 셰

작곡 :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음악감독 : 채한울

연출 : 이지나

출연 : 조정석, 김재욱, 성규 (모차르트) / 지현준, 이충주, 한지상 (샬리에리)

        이엘, 김윤지, 함연지 (콘스탄체 베버) / 최종윤, 박영수 (요제프 황제) / 손의완, 김태한, 심정완 외

제작 : PAGE1

 

<헤드윅> 이후 조정석이 선택한 무대 복귀작.

개인적으론 이지나 연출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좋았겠기만 어쨌든 궁금은 했다.

화려한 캐스팅이지만 보고 싶은 캐스팅은 딱 이랬다.

특히 살리에리는 유일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딕션때문에 이충주 배우는 기피했는데

얼마전 <아이러브유>를 보고 너무 좋아져 깜짝 놀랐다.

과거에 비햐면 눈에 힘도 많이 빠졌다.

지현준은 너무 변사스럽고, 한지상은 뽕끼가 과해도 너무 과하고...

 

연극은...

어느정도 짐작은 했다.

이지나 특유의 B급 정서가 숨어있을거라고.

살리에리에 대해 설명충이라는 있긴 하지만

난 살리에리 캐릭터는 좋았다.

특히 성악전공자 이충주의 스토리텔링은 물 만난 고기같았다.

개인적으론 조정석보다 이충추가 더 매력적이었다.

제목이 <아마데우스>가 아니라 <살리에리>여도 좋을듯 ^^

조정석의 모차르트는... 좀... 헤드윅 같았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여행을 다녀온 뒤여서겠지만

사실은...

배우들보다 모차르트 작품들을 20여 곡이나 들을 수 있었다는거,

그게 너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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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8. 3. 9. 08:17

자메츠카 정원에서 나와

말 그대로 발길 닿는데로 여기 저기 걸어다녔다.

구시가지의 관문인 부데요비츠카 문은 보수중이라

겉모습도, 2층 햬시계도, 내부 프레스코화도 볼 순 없었다.

체스키 크롬로프 성곽 10개의 문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부데요비츠카 문을

가림막 사이로 엿보고 주변 가게들을 기웃거렸다.

현지인도 있지만 중국인이 운영하는 잡화점이 많아 좀 놀랐다.

made in china 의 위력이라니...

하긴 유럽에서 사는 기념품의 대부분이 made in china 더라.

베니스에서도, 오스트리아에서도, 여기 체코에서도.

 

 

블타바 강을 끼고 잘 정돈된 모네스트스케 공원이 보였다.

아래까지 내려가 둘러봤는데 원뿔 모양의 독특한 건물이 보였다.

팬션이란다.

여기 묵으면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된 것 같겠다.

조카녀석의 말이다.

뭐 살짝 그런 느낌이긴한데 실제로 숙박하라면 고민이 될 것 같다.

특히 1층은 사람들이 뭔가 싶어 기웃거릴것 같다.

뭣모르고 창문을 열았다가 생면부지의 사람과 민망한 대면을 하게 될지도...

초록 풀들을 보니 저기 어디 자리잡고 꾸벅꾸벅 졸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

 

체스키 Town Theatre 광장.

이곳에서 오후 5시에 프라하로 출발하는 CK셔틀을 기다렸다.

여러 명이 탑승하는 미니 버스였는데 

눈치작전에 실패해 좋은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반대편에 앉아야 저 이쁜 노을을 담을 수 있는거였는데...

인사불성으로 자는 사람을 깨울 수도 없어서

의자와 탑승객 머리 사이를 바쁘게 오가면 겨우 몇 장 찍었다.

마음같아서는 잠깐이라도 차에서 내리고 싶었지만

share shuttle이라 그럴 수 없었다.

정말 정말 장관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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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8. 3. 8. 08:34

체스키성을 나와 오르막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목적지는 자메츠카 정원(Zámecká Zahrada).

올라가는 길도 멋졌고

왼쪽 옆꾸리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도 멋졌다.

앞을 보다 옆으로 눈길을 돌리고

다시 내가 좋아하는 나무들과 눈맞추고, 나뭇가지를 따라 하늘까지 따라가고...

정말이지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체코에서 프라하성 다음으로 크다는 체스키 크롬로프성.

13세기에 처음 짓기 시작해서 17세기까지 증축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지금과 같은 여러 양식이 혼재하는 독특한 성이 됐다.

성 내부는 가이드 투어가 가능하다는데

우리는 그냥 발길 닫는 데로 밖을 돌아다니는 쪽을 선택했다.

이곳은 타워를 비롯한 벽들에 그림이 그려져있다.

 

 

그런데 여기...

정말이지 너무 예쁘다.

들어서자마자 시작되는 초록색 벽부터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도 떠오르고...

성만 보고 이곳을 놓치는 사람들이 많다는게 안타까웠다.

이 넓은 정원을 마치 주인처럼 뛰어다녔다.

그러다 뒤뚱거리며 걸음마하는 아기와 그런 동생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누나를 봤는데

그 모습이 동화의 한 장면 같았다.

까꿍놀이하는 오누이들과 체면불구하고 같이 놀았다.

신나게, 재미있고, 행복하게!

 

 

꽤 오랜 시간 지켜봤는데

이곳은 관광객보다는 동네 주민들의 휴식공간 같다.

산책하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제일 많았고

그 다음이 가족 단위의 사람들.

워낙 넓은 정원이라 잠깐씩 보였다 사라지는 사람들이

게임 속 케릭터 같았다.

"너무 늦었어, 지각이야!" 하면서 금방이라도 토끼가 나타날 것만 같은 정원.

내 눈엔 이곳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실사판 같았다.

 

 

체스키 크롬로프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자메츠카 정원은 잊지 말고 꼭 다녀오라고.

이걸 놓친다는건,

암만 생각해도 너무 아까우니까...

 

길 위를 걷던 기억도.

서걱서걱 낙엽 밟던 소리도

아직까지 내내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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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8. 3. 7. 08:35

체코에서 프라하성 다음으로 크다는 체스키 크롬로프성.

13세기에 처음 짓기 시작해서 17세기까지 증축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지금과 같은 여러 양식이 혼재하는 독특한 성이 됐다.

성 내부는 가이드 투어가 가능하다는데

우리는 그냥 발길 닫는 데로 밖을 돌아다니는 쪽을 선택했다.

이곳은 타워를 비롯한 벽들에 그림이 그려져있다.

멀리서 봤을 땐 벽돌로 모양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림이라 신기했다.

그러니까 저 벽돌 모양도 다 그림이라는 사실.

웨딩촬영하는 커플 역시도 그림 ^^

 

 

체스키 타워에서 본 모습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론 성의 난간에서 바라본 풍경이 더 좋았다.

좀 더 가까워서 실체적으로 다가왔다고나 할까!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난간에 앉아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이곳이 소위 말하는 인증샷 장소.

조카 녀석을 찍어주긴 했지만 

조카를 찍은건지 다른 사람을 찍은건지 내가 봐도 모르겠더라.

멋쩍어 하는 나를 부조물이 내려다보는 느낌적인 느낌.

손짓을 하며 저길 보란다.

순간 풍경이 소름되어 온 몸에 퍼진다.

크고 작은 모든 색들이...

하나하나 다 선명했다.

 

 

망토다리를 지나 정원으로 향하는 길.

이곳까지 올라오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또 다시 한적한 길이 시작되려는 순간.

 

아무래도 이번 여행의 주인공은,

단풍이구나 싶다.

그 외 다른 것들은 조연처럼 한발짝 뒤로 물러서있다.

그 고요하고 조용한 조화가

나는 좋고 또 좋았다.

못견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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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8. 3. 6. 08:43

체스키 크롬로프의 꽃은 체스키성 타워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이라고 사람들이 말했다.

 말이 아니더라도

높은 곳은 무조건 올라가고 보자는 주의라서 이곳 역시 지나칠 순 없었다.

그런데!

티켓을 구입하는 입구를 찾는게 쉽지 않더라.

이곳인가 싶어 가면 아니고 반대쪽인가 싶어 돌아가면 막혀있고...

우리처럼 입구를 못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서로 here? 하고 묻고 서로 no!라고 답하고...

우여곡절 끝에 매표소를 찾아 티켓을 구입한 후 타워로 향했다.

매표소에 작은 박물관도 함께 있으니

체스키성의 전체적인 모습을 눈에 담아두는 것도 좋을듯하다.

 

 

생각보다 높지 않아 금방 타워 꼭대기에 도착했다.

폭도 생각보다 좁진 않아 여유롭게 올라갈 수 있었다.

사실 폭이 좀은 타워나 전망대는 공간 자체보다 냅새때문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들숨 날숨들이 위 아래로 섞이고

다양한 인종들의 냄사가 마구 뒤섞이는 공간.

그래서 성수기에 좁은 타워를 올라간다는건...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하다.

(특히 나처럼 후각이 극도로 민감한 사람은 더욱 더!)

체스키 타워는 그럴 걱정이 적은 높이와 폭과 공간이다.

게다가 중간중간 설치된 창문을 통해 바깥풍경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여름에 저 문을 얼어두면 시원하겠구나 생각도 하면서.

 

 

저 멀리 보이는 하늘과 숲이 그려낸 스카이 라인.

오래된 중세도시가 금방이라도 품에 안길듯 다가왔다.

길과 길, 선과 선이 만나는 곳에 시선이 함께 흐른다.

 

타워를 오르는건...

언제나 옳다.

늘 옳다.

항상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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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8. 3. 5. 08:48

8시 45분 오버트라운을 출발한 CK셔틀이 체스키 크롬로프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33분.

예정대로 세 시간이 걸렸다.

오후 5시에 다시 CK셔틀을 타고 프라하로 이동해야하니

체스키 크롬로프에 5시간 30분 머무를 수 있다.

캐리어는 CK셔틀 측에서 보관했다 프라하행 셔틀로 바로 인계한대서

홀가분한 몸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고마워요, CK셔틀 ^^)

 

 

셔틀에서 내려 중앙광장으로 향했다.

13세기에 형성되어 오늘날까지 마을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는 곳.

CK셔틀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있는 인포메이션까지 캐리어를 끌고 와야만 한다.

울퉁불퉁한 돌길의 난코스를 뚫고...

중앙광장에서 체스키 크롬로프의 모든 길은 시작된다.

여기저기 사방으로 뻗어있는 골목길같은 방사형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욕심없이 천천히 걸어다니기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딱 좋은 곳.

중앙광장 한가운데에는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페스트 퇴치 기념 분수가 있다.

유럽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앗아간 페스트의 종식은

확실히 기념비적인 일이긴 했겠다.

혹의 신의 축복 ^^ 

 

 

라트란 거리를 지나 이발사의 다리로 들어섰다.

예전에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이 다리에 얽힌 에피소드를 봤었다.

이발사의 딸을 사랑하게 된 성주는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어 결혼에 이른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아내가 누군가의 손에 살해당하고 만다.

성주는 범인을 찾을때까지 마을 사람을 한 명씩 죽이겠노라 공언하고

실제로 하루에 한 명씩 사람을 죽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한 사람이 자신이 범인이라며 성주를 찾아온다.

다름아닌 딸의 아버지인 이발사.

분노한 성주는 장인을 가차없이 처형해버린다.

그런데 알고보니 부인을 죽인 진짜 범인은 성주 본인이었다.

몽유병을 앓고 있던 성주는 자기가 한 일을 전혀 알지 못했고

신하들은 그런 성주에게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딸을 잃은 이발사가 마을 사람까지 죽이는걸 보다 못해 거짓 자백을 했던거다.

다리가 먼저인지 이발사의 희생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발사의 다리에는 이런 이야기가 담겨있다.

다리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과 네포무크 성인상이 서있다.

프라하 카를교보다 이곳에서 먼저 네포무크상을 만난 셈이다.

이곳도 사진 찍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역광의 역습을 뚫고 간신히 얻은 사진.

 

체스키성 올라가는 길.

초입 철책에 안내문이 있어 살펴봤더니

"do not feed the bears please!"라고 써있다.

세상에! bear라니!

심지어 단수도 아닌 복수 bears다.

혹시나 싶어 오가면서 몇 번을 들여다봤지만 결국 Bear를 보진 못했다.

저렇게 성 밑에 곰도 아닌 곰들이 있다면

천혜의 요새 못지 않게 든든했겠다.

물론 그 옛날에나 해당되는 말이겠지만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3. 2. 11:59

 

<리처드 3세>

 

일시 : 2018.02.06. ~ 2016.03.04.

장소 : 예술의 전당 CF 토월극장

원작 : 세익스피어

각색 : 한아름

연출 : 서재형

출연 : 황정민, 정웅인, 김여진, 김도현, 정은혜, 박지연, 이갑선, 임기홍, 김병희 외

제작 : (주)샘컴퍼니

 

개인적으로 한아름 작가와 서재형 연출의 작품 좋아한다.

각자 따로 활동할 때도 좋지만

이 부부가 같이 만든 작품들은 특히 더 좋다.

뭐랄까, 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다.

<메피스토>와 <더 코러스 오브 오이디푸스> 두 작품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래서 이 작품더 기대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믿고 보는 천만배우 황정민이 주인공이란다.

비록 부인이 제작하는 샘컴퍼니 작품에만 출연하는거지

몇 년에 한 번씩 이렇게 무대로 돌아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어느 정도 갹색은 했겟지만

세익스피이의 고전 속 대사를 다시 되새길 기회가 생간 것도 개인적으론 너무 좋았다.

세익스피어 희곡의 대사는 한 줄 한 줄이 정말 명문이다.

 

연극은...

다른거 다 필요없다.

황정민의 미친 연기 하나만으로도 시간이 아깝지 않다.

오그라든 왼손에 절룩거리는 다리, 특수 분장을 이용한 기이하게 뒤틀린 굽은 등.

저 상태로 2시간 가까이 연기한다는게 놀랍다.

정말 연기에 미쳤구나... 싶었다.

리처드 3세의 광기도 황정민의 광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까지 했다.

다른 좋은 배우들의 연기도 다 좋았지만

이 작품은,

황정민을 위한, 황정민 의한, 황정민의 작품이라 하겠다.

손과 다리, 허리를 쭉 펴고 걸어나오는 커튼콜의 모습이...

그래도 더 뭉클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리처드 3세는 기억에 없고, 오로지 황정민만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