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4. 16. 09:34

조식으로 하루의 체력을 비축한 뒤 숙소를 나섰다.

가장 먼저 갈 곳은

존 레논 벽과 카프카 박물관이 있는 캄파섬이다.

계단을 내려가기전 카를교의 구시가교탑(올드 시티 브릿지)을 꼼꼼히 들어다봤다.

14세기 건축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구시가교탑은

처음에는 망루의 역할을 했단다.

한때는 통행료 징수처의 역할을 하기도 했는데

현재는 반대편 말라스트라나탑과 함께 전망대로 운영되고 있다.

계속 고민하는 중이었다.

두 교탑 중 어느 쪽을 올라야 전망이 좋을까...

고작 다리 하나 차이인데 뭘 그렇게 고민하느냐 싶겠지만

이런 작고 소소한 고민이 여행의 묘미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에겐.  

 

 

존 레논 벽을 찾아 가는 길.

작지만 예쁜 꽃가게가 발길을 붙잡는다.

금방이라도 앨리스가 나올것만 같은 꽃가게

그림동화의 한 페이지가 활짝 펼쳐진것 같아 머뭇머뭇 한참을 서성였다.

오래된 건물과 현대식 건물들과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도 아름답다.

경계는 허물어져야 한다던데

유럽의 길을 걷다보면 그 묘미를 건출물에서 느낄 수 있다.

아주 열심히 그리고 아주 성실히.

 

 

존 레논의 벽.

이른 아침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화려한 색감덕에 소위 말하는 인생샷을 건질수 있는 포토 핫스팟이다.

자유를 소망한 체코 젊은이들은

1980년부터 이곳에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의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날 누군가 당시 평화의 대명사였던 존 레논의 얼굴을 그려넣었다.

그게 도화선이 돼 더 많은 글들과 그림들이 채워져

"존 레논 벽"이라는 별칭까지 생겨났다.

현재는 프라하의 중요한 문화유산이자 관광명소 중 한 곳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절대 낙서 금지!

혹시나싶어 열심히 찾아봤는데 한글 낙서는 안보였다.

피렌체 두오모 쿠폴라의 민망함이 제현될까봐 격정했는데

다행이고 또 다행이다.

 

 

카프카를 상징하는 거대한 알파켓 "K"가 서있는 카프카 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 전시실에는

<변신>의 초판본과 친필편지, 메모와 드로잉,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표는 바로 앞에 있는 분홍색  샾에서 살 수 있는데

실제로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 모든건 아마도 데이비드 체르니(David Cerny) 때문일거다.

카프카의 소설 <유형지>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그의 작품 "움직이며 오줌 누는 사람".

카프카의 거대한 "K"를 압도하고도 남을 만큼의 존재감이다.

체코 지도 모양의 연못 위에 마주보고 서있는 두 남자.

심지어 엉덩이 부분은 좌우로 움직이기까지 한다.

사람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민망해하며 흘금거리기도 하고,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신기한듯 가까이서 바라보기도 하고,

떨어지는 물에 과감하게 손을 뻗어보기도 하고,

역시나 미술계의 이단아다운 발상이다. 

덕분에 카프카 박물관의 주인공이 데이브드 체르니인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혹시  이 모든게 데이비드 체르니의 빅픽쳐였을까? 

 

카프카!

카프카 박물관에서 데이비드 체르니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하다!

소~~~오~~~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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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8. 4. 13. 08:56

이번 여행에 두 번의 오페라 공연을 계획했다.

잘츠부르크에서의 <돈조반니>와 프라하에서의<아이다>.

고전적이길 바랬던 <돈지오반니>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탄생된 작품이어서

프라하에서의 <아이다>가 기다려졌다.

예매는 아래 사이트를 통해서 했다.

http://www.bohemiaticket.cz/ 

프라하 국립극장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공연장의 스케쥴을 알 수 있어서

잘 찾아보고 원하는 공연을 선택하면 된다.

입장료는 잘츠부르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여서

프라하에선 좋은 자리를 욕심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푸치니의 <나비부인>, 베르디의 <아이다>, 비제의 <카르멘>,  모차르트의 <돈지오반니>와 <마술피리>

여행지에서 내가 보고 싶었던 오페라 목록들이다.

이번 여행에서 두 작품을 봤으니 제법 운이 좋았다.

 

 

 

예전에는 체코 작품만 무대에 올렸다는데 지금은 다양한 작품을 올린단다.

<아이다>의 작곡가  베르디도 이탈리아 출신 ^^

소리의 울림이 참 좋은 공연장이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오페라 전용 극장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크기가 아닌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공연장.

무대 폭이 크지 않아서 한 눈에 들어와 좋았다.

체코어로 하는 공연이라 좀 걱정이 됐는데 내용과 곡을 알고 있어선지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마지막 무대 인사.

라다메스와 아이다, 지휘자와 암네리스 공주가 등장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장정 열명쯤은 맨 손으로도 때려잡을 듯한 외형의 아이다였지만

소리는 정말 어마어마하더라.

체코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너무 좋아서 많이 행복했다.

 

 

저녁 7시에 시작된 오페라는 10시 30분쯤 끝이 났다.

조카녀석만 괜찮았으면 저 이쁜 아경을 오래 두고 봤을텐데...

아쉬운 마음에 지하철역으로 향하면서 찍은 사진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저 극장 하나면 있는 느낌.

국립극장과 나,

어이없는 뜻밖의 대치가...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4. 12. 09:22

 

<마마돈크라이>

 

일시 : 2018.03.23. ~ 2018.07.01.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극작, 작사 : 이희준

작곡 : 박정아

음악감독 : 김성수

연출 : 오루피나

출연 : 송용진, 허규, 조형균, 송유택, 정욱진, 하경 (프로페서V)

        박영수, 김찬호,고훈정, 이충주, 윤소호 (드라큘라 백작)

제작 : PAGE1, R&Dworks

 

2013년, 2015년, 2016년 그리고 2018년.

회전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즌마다 한 번씩은 봤던것 같다.

솔직히 스토리 자체는 많이 유치하다.

타임머신이 타고 세기의 유혹남이자 매력남인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

그의 필살기을 비법(?)을 전수 받는다!

(이렇게 쓰고 보니 어째 실제보다 더 많이 유치해 보이네...)

스토리는 그렇긴 하지만

넘버가 너무 좋아서 공연이 올라오면 이렇게 찾아보게 된다.

내가 선택한 캐스팅은 조형균과 고훈정.

<팬텀싱어> 덕분에 요즘 아주 핫해진 두 사람.

 

보고 난 느낌은,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다는거 ^^

(것도 아주 마~~아~~니!)

두 배우 모두 노래를 워낙 잘래서 귀가 많이 즐거웠다.

특히 고훈정은 드라큘라보다 sera가 더 매력적이었다.

선도 너무 곱고 춤도 잘춰서 깜짝 놀랐따.

해드윅을 해도 나쁘지 않을 듯.

아쉬움이 있다면 예전에 비해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는거.

책임감인지, 무게감인지, 다른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데 묘하게도

보는 내내 송용진, 고영빈 페어가 많이 생각났다.

송용진의 깨방정도 그리웠고, 고영빈의 섹시함도 그리웠다.

특히 고영빈의 드라큘라를 넘사벽지 싶다.

좋겠다. 고영빈은!

시그니쳐같은 작품이 두 개나 있어서.

<바람의 나라> 무휼과 <마돈크>의 드라큘라.

어쩌다보니...

마돈크로 시작된게 고영빈으로 끝났다.

의문의 일패 혹은 의문의 일승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4. 11. 08:43

<닥터 지바고>

 

일시 : 2018.02.27. ~ 2018.05.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대본 : 마이클 웰러

작사 : 마이클 코리, 에이미 포워스

작곡 : 루시 사이먼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에릭 셰퍼

출연 : 류정한, 박은태 (유리 지바고) / 조정은, 전미도 (라라) / 서영주, 최민철 (코마로프스키) / 강필석 (파샤)

        이정화 (토냐), 김봉환 (알렉산드르), 이경미 (안나), 김기순, 서만석 외 

제작 : 오디컴퍼니

 

3월 1일 박은태, 전미도, 서영주 캐스팅으로 보고

하루 뒤 3월 2일 류정한, 조정은 최민철 캐스팅으로 본 후 세번째 관람.

두번째 보고 짧게 후기를 남기긴 했는데

다음날 잘못 클릭해서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다시 쓸까 생각하다 뭐 그럴것까지 있나 싶어 패스했다.

두번째 관람은 동생 대타로 급하게 가기도 했고 금요일 저녁이라 피곤한 상태기도 했다.

워낙 쉼없이 무대에 올랐던 류정한이기에

<시라노> 이후 꽤 오래 공백기가 있긴 했다.

그래선지 프리뷰 공연에서는 이례적으로 로딩이 덜 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이란 배우는 어김없이 기본 이상은 해준다.

(이런걸 보고 믿보배의 위용이라 해두자.)

 

세 번의 관람 중 가장 이날 관람이 가장 좋았다.

라라 장인이라는 전미도는 두 말 할 필요가 없고

고마로프스키도 최민철보다는 초연의 서영주가 확실히 좋았다.

<드라쿨라> 좋았던 기억때문에 류정한, 조정은 합을 많이 기대했었는데

류정한, 전미도의 합이 객관적, 주관적으로 더 좋았다.

조정은은 <모래시계>의 윤혜린이 너무 많이 생각나서 아쉬웠다.

류정한, 강필석, 서영주 세 배우의 표현은 전부 "사랑"이었다.

상황과 결이 다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사랑"이었고

그 감정들을 세 배우 모두 잘 끌어내 표현해줘서 참 좋았다.

 

그래도... 이 작품은...

세번을 봤어도 역시나 내 취향은 아니다.

두루두루 고전을 면치 못하게 하는 작품.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4. 10. 08:50

<빌리 엘리어트>

 

일시 : 2017.11.28. ~ 2018.05.07.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극본 : 리 홀 (Lee Hall)

작곡 : 엘튼 존 (Elton John)

연출 : 스테판 달드리 (Stephen Daldry)

출연 : 천우진, 김현준, 성지환, 심현서, 에릭 테일러 (빌리) / 유호열, 한우종, 곽이안, 강희준 (마이클)

        김갑수, 최명경 (아버지) / 최정원, 김영주 (미세스 윌킨슨) / 박정자, 홍윤희 (할머니) / 고철순 (토니)

        석주현, 김요나, 박시연 (데비) / 백두산, 서재민, 강대규 (성인 빌리) 외

제작 : 신시컴퍼니

 

이번 시즌 다섯번째 관람이었고

김현준, 심현서, 성지환에 이은 네번째 빌리였다.

이제 에릭 빌리만 보면 billy all clean이다.

천우진 빌리의 주특기는 탭댄스란다.

(2016년까지 타임 탭댄스 유스 컴퍼니 단원이었다고...)

현대무용 및 스트릿댄스를 잘하는 김현준 빌리.

어릴때부터 발레를 했다는 심현서 빌리,

태권도가 주특기인 성지환 빌리.

그리고 아직 못 본 애릭 빌리까지.

(심지어 애릭 빌리는 이 작품 전까지 춤이라고는 춰본 적도 없단다. 빌리처럼...)

 

천우진 빌리는 자신의 특기답게 탭댄스가 정말 좋았다.

화려하고 아주 선명했다.

연기도 참 좋았다.

지금껏 본 빌리 중 가장 어른스러운 빌리라고나 할까?

속 깊은 빌리의 angry danc는 그래서 더 파워풀했다.

길쭉길쭉한 팔 다리로 뻗으며 감정을 풀어내는게 신기했다.

춤도 언어가 될 수 있다는걸 우진 빌리는 몸으로 보여줬다.

유호열 마이클도 앙증맞고 아주 천연덕스러워 유쾌했고

할머니 홍윤희도 오랫만에 보니 나쁘지 않았다.

(물론 박정자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날 토니가 구준모가 아닌 고철순이었는데 아주 좋았다.

구준모의 개인사정으로 앙상블 고철순에게 기회가 온 모양인데

쉽게 주어지지 않는 이 기회를 허투루 넘기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주 감동적이었다.

 

사실 이런 말들 다 쓸모없긴하다.

빌리는 늘 사랑이고 감동이었다.

현준, 현서,지환, 우진.

다 감동이었고

다 사랑이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4. 9. 09:09

 

<트레인스포팅>

 

일시 : 2018.03.10. ~ 2018.05.06.

장소 :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원작 : 어빈 웰시 <Trainspotting>  

연출 : 추민주

출연 : 김종구, 문태유(마크) / 송유택, 신주협(스퍼드) / 고상호, 손유동(토미) / 정민, 양승리(벡비)

        김바다, 홍승안(식보이) / 정연, 조지승(앨리)

제작 : NEO production

 

벌써 한 달이 가까이가 됐다. 이 연극을 본지.

간단한 코멘트도 기록하지 못한건,

이 연극을 보면서 확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꼰대가 됐다는걸...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하다는데 영화도, 원작소설도 다 못봤다.

시놉은 보긴 했는데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마약으로 시작해서 마약으로 끝난다고.

100% 공감한다.

솔직히 걱정 됐다.

마약 투약하는 장면을 저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줘도 되는건가 싶어서...

(유경험자는 저게 뭐냐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연극을 보게된건,

순전히 뮤지컬 <팬레터> 때문이었다.

지금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중인데

<팬레터>에 나오는 배우들 대부분이 이 연극에 출연해서 선택했는데

개인적으론 문화충격이었다.

것도 엄청난 데미지의....

그래도 배우들의 열연엔 박수를 보낸다.

특히 김종구의 연기는 너무 좋더라.

감각적인 무대연출도 인상적이었고

조명, 음악도 참 좋았따.

 

하지만,

70~80% 할인을 한대도 다시 보진 못할것 같다.

문화충격이... 너무 커서...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6. 16:03

프라하의 주인공은 카를교고

카를교의 주인공은 성 요한 네포무크 성상이다.

왕비의 고해성사 내용을 끝까지 밝히지 않아 왕에게 죽임을 당한 요한 네포무크.

파란 하늘 아래 다섯 개의 별의

그의 신념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카를교에서 가장 오래된 성상이라는데

놀랍게도 복제품이 아닌 진품이란다.

허긴 소원을 비는 성상인데 복제품이면 좀 허무했을것 같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담아 만졌는지

참수당하는 네포무크 모습과 충성을 상징하는 개 부분이 반질반질하다.

소원을 비는 방법이 있다는데 건 잘 모르겠고

약식으로 빌기는 했다.

무병장수, 일확천금, 입신양명... 뭐 이런건 아니고

내년에 다시 여행할 수 있게 해주세요... 이렇게 빌었다.

덕분에 그때 빈 소원이 이뤄지긴 했으니 감사할 뿐.

소원까지 이뤄놓고 이런 표현 죄송스럽지만,

밤에 보는 네포무크 성상은 많이 무서웠다.

한 번 더 죄송스럽지만 "미라" 같아서 오래 보고 있기가 섬득했다.

 

 

사실 카를교에는 서른개의 성상이 아니라 서른 한 개의 성상이 있다.

비록 다리 위가 아닌 블타바 강 쪽으로 혼자 외따로 떨어져있긴 하지만

기사복을 입고 칼과 칼을 들고 있는 성상이 있다.

사연이 있음직한데

내 눈에는 카를교의 성상들을 지키는 호위기사처럼 보였다.

낮이고 밤이고 또 낮이고 밤이고...

저 기사님이 프라하성 호위기사라면

구시가지쪽 초입에도 존재감 풍기는 동상이 하나 있다.

바로 카를 4세 동상이다.

카를 4세는 체코에서 가장 교양있고 외교술이 뛰어난 군주였단다.

무력보다는 외교로 원하는 바를 얻은 현명한 군주.

찾아보진 않았지만 "카를교"라는 이름도 카를 4세의 이름과 관계있지 않을까 싶다.

다리 초입에 서있는 느낌이 딱 이렇다.

"어떠하냐? 이 아름다운 다리가, 이 아름다운 체코가!"

기꺼이 대답해드렸다.

"심히 아름답사옵니다. 전하!"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5. 09:08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카를교.

이 600년 된 노익장께서 수많은 사람들을 프라하로 오게 만들어

지금의 프라하를 만들었대도 과언이 아니다.

카를교 위에 있든,

다른 다리 위에서 카를교를 바라보든

결코 무심해질 수 없는 곳이다.

 

 

그 유명한 카를교 위의 음악가와 화가들.

무심코 봤는데 초상화를 너무 잘그려서 그대로 멈추섰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똑같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초상화 주인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으니 괜찮단다.

정말 이쁘다고 했더니 수줍게 고마워했다.

사실...

내 로망이기도 했다.

외국에서 초상화 그려보는거.

아직은 못해봤지만 다음번에 꼭 해볼거다.

더 나이들기 전에...

 

 

프라하를 프라하답게 만드는 카를교.

그리고

카를교를 카를교답게 만드는 30여 개의 성상들.

물론 대부분의 석상은 국립박물관과 비셰흐라드 포대에 보관되어 있지만

소망했던 풍경을 직접 본다는건 큰 감동이었다.

그래서 30개의 석상을 하나하나를 클로즈업시켜 다 담았다.

관광객이 안나오게 찍으려고 무지 노력했는데 딱 한 장 실패했다.

이정도면 그래도 선방한듯.

석상들의 이름과 연도도 적을려다 그만두기로 했다.

그야말로 뭣이 중한디!.... 같아서.

 

성상들 중에서 빠진 성상이 하나 있는데

그건 다른 두 성상과 함께 따로 기록하기로 했다.

소처럼 천천히, 그리고 우직하게 되새김질 하는 중.

오래 기억하자, 오래 기억하자,... 주문을 외우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4. 08:33

스트라호프 수도원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천천히 걸어내려왔다.

말라스트라라나 광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목적지는 승리의 성모마리아 성당(Kostel Panny Marie Vítězné)

영어로는 Church of Our Lady Victorious ^^

원래는 기독교 건물이었는데 백산전투 후에 카롤릭에 인수되면서 이름을 바꿨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프라하의 예수"라 불리는 "밤비노 디 프라가(Bambino di Prague)"를 보기 위해서다.

 

 

프라하의 아기 예수는 스페인에서 만들어졌고 16세기에 이곳으로 옮겨졌다.

크기는 60cm 정도인데 3살 전후의 예수님 모습이란다.

왼손엔 심자가가 달린 지구의를 들고 있고

오른손은 세 손가락을 펴고 있는데 축복을 의미한다.

보석으로 장식된 커다란 왕관에 화려한 대관식 외투를 걸치고 있는 예수상이 유명한 이유는,

일 년에 몇 번씩 외투를 갈아입기 때문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붉은색 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피와 불을 뜻하는 "Holy week" 색으로 오순절과 거룩한 십자가 주간에 입는다.

가장 많이 입는 색(common color)은 Green으로 삶과 희망을 뜻한다.

영광과 순수를 상징하는 white는 성탄절, 부활절 등 축일에 입고

참회를 상징하는 purple은 사순절과 강림절에 입는다.

기쁨을 상징하는 pink는 세번째 강림절과 네번째 사순절에

성찬의 칼라 gold는 다른 색을 대체할 수 있고

blue는 승리의 성모마리아상 축일에 입는다.

색깔마다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찾아봤는데 꽤 흥미로웠다.

게다가 한 번 입은 외투는 다시 입지 않는다니 엄청난 페피시다. ^^

(200여 벌이 넘는 옷을 가지고 있단다... 부럽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색색의 옷입은 아기 예수 사진이 걸려있고

2층 박물관에는 실제로 입은 옷들이 전시되어 있다.

안쪽으로 쑥 들어가면 한복도 있는

여기서 한복을 보니 정말 반가웠다.

실제로 입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이쁘고 귀여운 도련님 복장이었다.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기 예수 미니어처들까지.

(저건 정말 탐이 나더라.)

 

1층의 성당과 제단은 무지 위엄있고 고풍스러운데

2층엔 이런 귀염귀염한 박물관이 있다는게 신기했다.

많이들 와서 한복을 봤으면 하는 바람.

외국에 나가면 다들 애국자가 된다는데

내가 지금 딱 그러네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4. 3. 08:30

패키지 여행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자유 여행의 묘미.

있고 싶은 곳에 오래 있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프라하성에서 네 시간 넘게 있었지만 한정된 티켓B로는 본 것 보다는 못 본 것들이 더 많다,

그 와중에 볼 수 있는건 다 보려고 부지런히 돌아다녀 여한은 없다.

다음 목적지는 스트라호프 수도원.

신앙심의 발로... 는 아니고!

그곳에 있는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구글맵의 도움으로 열심히 걸아가는 중.

길이 너무 이쁘다.

게다가 사람으로 가득한 계단에 왠일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또 다시 고개드는 근본없는 주인의식.

 

 

역광의 습격을 꾸역꾸역 견디가며 올라가는 길.

사실 수도원도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동생과 조카녀석이 싫단다.

혼자라도 입장료를 사서 신학의 방과 철학의 방을 가려고 시도하다 실패했다.

포기하고 자리를 잡고 주문을 했다.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라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인데

점심을 훌쩍 넘긴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멋진 뷰를 놓치고 싶지 않아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먹었던 음식들.

커다란 콜레뇨 하나와 페스토 파스타.

그리고 그 유명한 스트라호프 수도원에서 만든 수제맥주 IPA와 조카를 위한 콜라.

내가 술을 전혀 마셔서 맛 자체를 잘 모르긴 하지만

왜 그렇게 수도원맥주, 수도원맥주 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다른 테이블은 몇 잔씩 다시 시키던데 나는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놨다.

콜라 마실걸 그랬다 후회하면서...

파스타는 살짝 짜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고

콜레뇨는 양이 엄청 많았다.

고기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빵에다 파스타를 얹어 먹었고

육식파 조카 녀석은 체코식 족발에 신기해하며 맛있게 먹었다.

(그래, 어릴때 많이 먹어랴. 나이 들면 고기도 그닥 맛이 없으니까...)

 

 

하지만 스트라호프 수도원의 진짜 주인공은...

수도원 음식도, 못 가 본 철학의 방이나 신학의 방도 아닌

눈 앞에 보이는 저 view다.

너무 커서 프라하성에서는 제대로 볼 수조차 없었던 성 비타 성당이 한 눈에 보이고

파리 에펠탑을 본따서 만든 페트리진 전망대도 훤히 보인다.

눈 앞에 펼쳐지는 진정한 의미의 프라하 파노라마.

게다가 계절은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가을.

현질적이어도 안믿겨지고

비현실이어도 안믿겨지는 풍경.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풍경이 다 했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