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8. 7. 31. 17:13

몇 년 만에 내시경을 했다.

위내시경에 대장내시경까지.

하제를 해야해서 며칠 못 먹었더니 살이 2kg 빠졌다.

몸이 허당이 됐다.

다행히 큰 이상은 없다.

직장인의 고질적인 만성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 정도.

그래도 진료는 받아야 한단다.

조직검사까지는 아니지만 소소한 이상이 있어서

아마도 추적검사를 해야 될 것 같다고...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내가 나이를 먹고 있다는거,

건강을 자신할 수 없는 세대로 넘어가고 있다는거.

 

 

그렇구나.

내 위와 장이 이렇게 생겼구나.

어딘지 생경한 느낌.

내 몸엔 낯선 내가 참 많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8. 7. 30. 15:51

<이타카로 가는 길>이란 프로를 봤다.

윤도현과 하현우가 출연하는 tvN 음악프로.

매일매일 동영상으로 노래하는걸 올려서

조회수만큼 돈을 받아 그리스에 있는 아타카까지 가는 여정이란다.

어제 우연히 봤는데 터키의 카파도키아가 나오더라.

반가웠고 그리고 많이 설랬다.

"40이 되면 무슨 일이 있어도 터키에 가리라!"

단단히 결심했었고,

결심이 무색치않게 성실히 이행했다.

그게 시작이 돼 지금까지 여섯 번의 유럽여행이 이어졌다.

왜 터키였냐고 묻는다면... 모르겠다.

그냥 터키에 꽃혔다.

그땐 파묵칼레도, 카파도키아도, 인탈랴도 전혀 몰랐었는데...

지금도 가끔 궁금하다.

왜 터키였을까????

 

 

출근해서 2011년 터키여행 사진을 찾아봤다.

어제 나왔던 곳 모두가 내가 지나왔던 길이고, 곳이었다,

한장씩 볼 때마다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른다.

어딘지 몽클해지는 마음.

카파도키아에 처음 도착했을때 느꼈던 신기하고 기이한 감정들이 되살아난다.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 수 있나 수없이 의심하면서 감탄했었다.

벌룬투어를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났던 기억도.

파샤바 계곡의 거대한 기암괴석들도,

로즈투어의 붉은 능선들도,

맛있게 먹었던 항아리케밥도 ,

데린구유의 거대한 지하도시도,

모두 다 그립고 그립다.

못가본 곳도 아주 많은데...

인탈랴, 셀축, 샤프란볼루, 잉카라, 반, 치낙칼레...

자꾸 생각하니

점점 더 터키에 가고만 싶어진.

 

그렇다면 내년에...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8. 7. 27. 13:17

 

궁금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왜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가...

<개미>와 <타나토노트> 까지는 군말없이 인정한다.

두 작품은 놀랍도록 참신하고 흥미로웠다.

그런데 나머지 소설들은...

거대한 소(牛) 같다.

수없는 되새김질에 초록빛 췌장액이 올라올 정도다.

그리고 베르베르는 좋겟다는 부러움도.

잘 만든 작품 몇 편으로 이런 돌려막기가 가능한 것도 놀랍고

그 돌려막기가 매번 성공한다는것도 놀랍다.

이런 글쓰기를 시그니처라고 해야 하나...

 

솔직히 말하면,

읽는 동안 내가 바보가 된 것만 같았다.

어딘지 베르베르에게 농락당하고 있다는 느낌.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간절했다.

그 소설 읽으면서 느꼈던 숱한 전율을

베르베르 소설을 읽으면서는 단 한 번도 못느꼈다.

혹시 킬링 타임 소설이었을까???

설마!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8. 7. 26. 13:02

종합검진을 했다.

내시경은 아직 못했지만.

걱정했는데 다행히...

현재까지는 이상은 없다.

차곡차곡, 성실히, 그리고 꾸준히 늙어가고 있는 중.

 

처음으로 한 종합검진이라 걱정이 됐었는데 다행이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게

이상이 없다니까 어딘지 좀 의심스럽다.

나 이렇게 맨날 골골하는데

이상이 없다는게 말이 돼???

그래서 어쩌라구!

이상이 있어야 한다구! 없어야 한다구!

이토록 싱숭생숭한 이율배반이라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7. 25. 08:33

 

<프랑켄슈타인>

 

일시 : 2018.06.20.~ 2018.08.26.

장소 :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원작 :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대본, 연출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출연 : 류정한, 전동석, 민우혁 (빅터&자크) / 박은태, 한지상, 카이, 박민성 (앙리&괴물)

        서지영, 박혜나 (엘렌&에바) / 안시하, 이지혜 (줄리아&카뜨린느)

        이희정 (슈테판&페르난도), 김대종, 이정수 (룽게&이고르) 외

제작 : (주)뉴컨텐츠컴퍼니

 

초연의 류빅터와 초연의 은앙리의 재회.

기대 이상으로 기대했었다.

그런데...

기대 이상의 기대까지도 거뜬히 뛰어넘었다.

레전드니, 장인이니 하는 표현, 다 부질없고 부족하다.

대사 하나 하나가.

징면 하나 하나가,

넘버 한 소절 한 소절이 다 크라이막스였다.

본인의 우려와는 다르게

다시 돌아온 류빅터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짱짱했고

류정한 특유의 클래식하고 귀족적인 느낌 역시도 아름다웠다.

이 사람은 어쩌자고 매번 스스로의 절정을 가차없이 뛰어는지...

무대를 볼 때마다 사람 참 주눅들게 만든다.

게다가 박은태의 부드러움은

세상 그 어떤 무기보다 날카롭고 강하다.

둘의 조함은,

너무 심하게 비현실적이다.

심지어 강강강강 강강강강의 흐름조차도 잊게 만든다.

 

할 말이 없다.

아니, 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기로!

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하지만 완벽 그 이상의 표현이였고, 연기였고, 성량이였고, 케미였다.

뭐가 더 필요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8. 7. 24. 08:09

그런 사람이 있다.

자신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을때,

자신을 어떤 방법으로든 절대로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

그는 너무 많이 고민했을 것이고,

너무 많이 괴로웠을 것이고,

너무 많이 미안했을 것이고,

스스로에 대해 너무 많이 실망했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용서하는게 불가능했는지도...

 

그의 비정상적인 정치자금 수령이 옳았다는건 아니다.

하지만 수 십, 수 백 억을 받고도

도덕성 따위 잊고 사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정치의 문외한인 나지만

내가 생각하는 노희찬은 그렇다.

그 어떤 국회의원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했고

국민의 입장에서 발언하고 싸웠던 진보 정치인이었다는 사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분이고,

스스로도 그걸 알고 있었을텐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8. 7. 23. 15:53

대한민국이 뜨겁다.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그리고 정치적으로도.

이 뜨거움이 가라앉을 수 있긴 할까?

 

어제 하루 내내 힘들었다.

더위를 먹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온몸으로 체험했다.

극심한 두통에 호흡곤란까지.

식사로 제대로 못해 하룻사이에 2kg가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근을 했고,

출근을 했으니 일을 해야한다.

두통약을 밥처럼 씹어먹고 오전을 버텼다.

점심도 대충 먹는 둥, 마는 둥.

아직까지는 그래도 컨트롤을 하고 있지만

몸이 점점 꺼져가는건 어쩔 수 없다.

하루종일 멀미증상이 떠나지 않는데

전달되는 뉴스들조차 뜨겁다.

극단의 사건들,

내가 몽롱한건지, 세상이 몽롱한건지...

뭔가 아주 많이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7. 20. 08:18

 

<붉은 정원>

 

일시 : 2018.06.29.~ 2018.07.29.

장소 : CJ 아지트 대학로

원작 : 이반 투르게너프 <첫사랑>

작, 작사 : 정은비

작곡 : 김드리

음악감독 : 이진욱

연출 : 성재준

출연 : 정상윤, 에녹 (빅토르) / 이정화, 김금나 (지나) / 박정원, 송유택 (이반)

제작 : CJ 문화재단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줄거리 정도는 알고 있다.

그리고 대략 짐작도 된다.

러시아 작가 특유의 방대하고 서사적인 구성이.

일단 제목을 <첫사랑>이 아닌 <붉은 정원>이라는 정한건 훌륭하다.

제목만으로도

비밀, 뜨거움, 사랑, 순수, 파괴... 이 모든게 다 느껴진다.

가슴이 막 설래고 그래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건 먹을만큼 먹은 내 나이 탓 ^^

 

각설하고,

이 작품은

이정화의, 이정화에 의한, 이정화를 위한 작품이다.

리딩공연부터 참여했다는데

작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느껴진다.

스토리는 아침드라마 단골 소재지만

넘버와 연주가 아름다워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이반 역이 조금 더 어린 배우였으면 좋았겠다는 개인적인 바람 ^^

 

아름답고 위험한 사랑.

전부이지만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사랑.

이루어지지 않는대도 기억 속에서 수없이 피고 또 피는 사랑.

먹먹해서 덤덤해진 사랑.

채워진 적도 비워진 적도 없는 사랑.

사랑이지만 사랑이 아닌 사랑.

첫사랑.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7. 19. 08:17

 

<R&J>

 

일시 : 2018.07.10.~ 2018.09.30.

장소 :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원작 : 세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극작 : 조 칼라코 (Joe Calarco)

우리말 대본 : 정영 

연출 : 김동연

출연 : 문성일, 손승원(학생1:로미오) / 윤소호, 강승호(학생2:줄리엣, 벤볼리오, 존 수사)

        손유동, 강은일(학생3:머큐쇼, 캐풀렛 부인, 로렌스 수사) / 이강우, 송광일(학생4: 티볼트,유모,발사자) 

제작 : (주)쇼노트

 

amo, amas, amat, amamus, amatis, amant.

네 명의 남학생이 주문처럼 읖조리던 라틴어.

나는 사랑한다, 너는 사랑한다. 그(그녀)는사랑한다. 우리는 사랑한다. 너희는 사랑한다. 그들은 사랑한다.

금기에 대한 도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력적인 도발임에는 분명하다.

그건 일종의 꿈이고,

꿈을 열망한다는 건,

꿈을 실현하겠다는 거고

꿈을 실현한다는건,

그 꿈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세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

이보다 더 매혹적이고 해석이 가능할까?

그리고 이보다 더 매혹적인 배우들이 또 있을까?

수시로 바뀌는 배역에 순간적으로 몰입하는 이 괴물같은 배우들을...어찌하면 좋을까!

경외감을 넘어 두려움까지 느껴질 정도다.

문성일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집중력과 표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 녀석은 아무래도 천재인것 같다.)

윤소호도 자칫하면 동성애 코드로만 보일 수 있는 역할을 과장없이 잘 표현했다.

단지 줄리엣이었다.

진심으로.

손유동은 로렌스 신부일때 발성과 표현이 너무 좋았고

송광일은 수시로 씬스틸러였고 그래서수시로 놀라웠다.

하긴, 다 소용없다.

네 명의 배우 모두 다 결정적이었고,

네 명의 배우 모두 다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감이라

모든 장면이 크라이막스였고

모든 장면이 카타르시스였다.

붉은색 천에 공꽁 감춰둔 금서(禁書)를 이들이 열었다.

극 중에서도 그랬고,

내게도 그랬다.

오랫만에 텍스트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이 작품 속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봐야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7. 18. 13:47

 

<웃는 남자>

 

일시 : 2018.07.08.~ 2018.08.26.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빅토르 위고 <웃는 남자> 

대본,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작사 : 잭 머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박효신, 박강현, 수호(그윈플렌) / 정성화, 양준모(우르수스) / 민경아, 이수빈(데아) / 이상중(페드로)

        신영숙, 정선아(조시아나 공작부인) / 강태을, 조휘(데이빗 더리모어경) / 이소유, 김나윤 (앤 여왕)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EMK 작품이라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물량공세도 예상됐고,

로버트 요한슨과 프랭크 와일드혼 콤비의 넘버도 중간 이상은 할테고,

출연배우들도 엄청나서 흥행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작품이긴 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가수 박효신은 넘사벽이라고 생각하지만

뮤지컬 배우 박효신에 대해서는 좀 무덤덤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봤던 <팬텀>의 느낌이 나쁘지 않아 예매를 했다.

그랬더랬는데...

 

놀랐다.

박효신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던가???

의문과 감탄과 연속이었다.

과거 그의 출연작을 보면서는

작품 속 인물보다 "박효신"이 먼저 보여 난감했었는데

이날은 "박효신"이 아닌 "그윈플랜"만 보였다.

뭔가 작정한 듯한 느낌.

"미쳤구나"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

정직하게 말하면 좀 무섭기까지 했다.

사실 박효신 그윈플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양준모와 이소유로 이름을 바뀐 이정화 연기에 감탄했고,

그 다음은 정선아의 노래에 혀를 내둘렸다.

그러다 박효신 그윈플랜과 민경아 데아의 듀엣곡에서는 완전히 넋을 놨다.

박효신의 솔로곡에선

심지어 아무 것도 안들리고, 아무것도 안보더라.

2막 솔로곡은 그야말로 "조커의 탄생"이었다.

엄청난 광기 앞에 할 말을 잃게했다.

또 다시 드는 생각.

박효신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던가???

 

미쳤거나,

아니면 그 이상으로 미쳤거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