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7. 20. 08:15

 

<카포네 트릴로지>

 

일시 : 2016.07.05. ~ 2015.09.18.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원작 : Jamie Wilker

번역 : 성수정 

각색 : 지이선

작곡 : 김경육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석준, 배수빈 (Old Man) / 윤나무, 신성민 (Young Man) / 김지현, 임강희 (Lady)

제작 : (주)아이엠컬처

 

2015년에 정말 인상깊게 봤던 작품.

그래서 그냥 넘기는게 아쉬워 세 편 중 LokiI를 제외한 두 편만 뉴캐스트로 보기로 했다.

세 명의 뉴캐스트 중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배우는 young man 신성민이었다.

사실 old man에 김종태 배우가 없어 서운했지만

요즘 연극계에서 열일하고 있는 배수빈도 나쁘진 않을것 같았다.

보고 난 느낌은,

세 배우 다 좋았다.

연기 참 좋더라.

예상과 다르게 제일 좋았던 배우는 lady 임강희.

루시퍼의 말린은 더없이 사랑스러웠는데 빈디치 루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버리더라.

목소리톤과 표정까지 완전히 바뀌어서 깜짝 놀랐다.

Old man 배수빈은 확실히 디테일한 연기가 탁월했다.

특히 빈디치에서 허벅지 안쪽을 손으로 쓸어내리는 변태스런 표현은 끝내주더라.

그 동작 하나로도 인물의 성향이 완벽하게 파악됐다.

그리고 루카스에서 신성민과의 몸싸움은 그야말로 살벌하더라.

침대쪽 맨 앞 줄에 앉았는데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려들더라.

(소리 안 지른게 어디냐 싶기도 하고...)

무대는 창밖 풍경이 살짝 달라졌고

초연과 다르게 어셔들이 호텔리어 복장으로 안내를 해줘서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2015년 김종태 닉 니티는 내내 그립더라.

김종태 닉은 지금 어디에 있길래.

렉싱턴 호텔 601호에 체크인하지 않았을까?

1934년의 시카고는 어전히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7. 19. 08:35

 

<사이레니아>

 

일시 : 2016.06.14. ~ 2016.08.15.

장소 : 대학로 TOM 연습실 A

원작 : 제스로컴튼

번역 : 성수정

연출 : 김은영

출연 : 홍우진, 이형훈 (아이작 디이어) / 전경수, 김보정 (모보렌)

제작 : (주)아이엠컬처

 

개인적으로 인간의 삶은 "홀림"의 연속이라 생각한다.

무엇에 홀리느냐에 따라 해피엔딩이 되기도 하고, 비극이 되기도 한다.

이 연극 <사이레니아>는 그러니까 "홀림"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곡성>의 문구가 떠오른다.

"현혹되지 마라!"

사이렌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홀린 뱃사람은

결국 배도 자기 자신도 버리고 물 속으로 뛰어든다.

추호의 망설임 없이!

그런데 이런 결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비록 그게 환청이고 환상이었대도

홀린 당사자는 고통이 아닌 환희 속에서 종말을 맞을테니까.

 

좁은 등대 안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했다.

30 여명의 관객은 무대 위 사면의 벽을 등지고 2줄로 앉아있다.

하얀 우의를 입고 있어서 얼핏 보면 등대 안에 부려진 짐짝같기도 하다.

단 2명의 배우는 그야말로 숨을 곳 없이 완벽하게 관객들 앞에 노출되어 있다.

흐름을 놓치거나, 감정을 잃어버리면...

배우에겐 고행에 가까운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품이다.

객석의 눈 또한 이 낯선 연극 앞에스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실제로 홍우진은 첫공연때 무대에 들어서는게 무서웠단다.

이해된다.

마치 폭풍우 속에 홀로 갇힌 아이작 같았겠다.

밀폐된 좁은 공간이 주는 압박감도 장난 아니었을테고..

(실제로 이날도 관객 한 명이 어지럽다며 일행과 함께 공연 중 자리를 떴다.)

 

작품은...

작품 자체보다는 두 배우의 열연과 집중이 돋보였다.

그리고 무대와 조명, 음향이 각각 배우 한 명의 몫을 톡톡히 해줬고!

가장 인상깊었던건

사이렌보다 먼저 등대 문을 나서는 아이작의 표정이었다.

너무나 평온해 보였고 

그래서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가령,

저 멀리에서 나를 부르는 사이렌의 노래소리가 들리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그런 생각!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7. 18. 09:46

 

<스위니토드>

 

일시 : 2016.06.21. ~ 2016.10.03.

장소 : 샤롯데씨어터

극본 : 휴 휠러 (Hugh Wheeler)

작사, 작곡 : 스티븐 손드하임 (Stephen Sondheim)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에릭 셔퍼 (Eric Schaeffer)

출연 : 조승우, 양준모 (스위니토드) / 옥주현, 전미도 (러빗부인) / 이지혜, 이지수 (조안나) 

        이승원, 김성철 (토비), 서영주(터핀판사), 윤소호(안소니), 조성지(피렐리), 서승원(비들) 외

제작 : OD 컴퍼니

 

초연에 이은 두번째 참여라서 그런지 양토드에겐 확실히 여유가 느껴진다. 

가벼움도 덜했고 복수심과 분노도 훨씬 잘 느껴졌다.

(본인은 절대 흥분하지 않고 웃으면서 살인하는게 범죄심리학적으로 더 위험한 사이코패스겠지만!)

그러면서도 어깨에 힘도 많이 빠졌다.

사실 양준모가 출연하는 작품을 안 챙겨본지 꽤 됐다.

작품으로 따지면 2014년 <드라큘라>가 마지막이지 싶다.

재연으로 올려진 <레미제라블>도 일부러 안 봤는데

이유는 매 작품마다 느껴지는 묘한 무게감이 부담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스위니토드>도 관람여부를 두고 좀 많이 고민했었는데

보고 난 지금은 조승우보다 양준모 토드가 훨씬 좋았다.

러빗부인은 옥주현도 전미도도 초연의 홍지민을 따라오진 못하지만

그래도 전미도가 더 자연스러웠다.

옥주현은 초반에 과장이 좀 심해서...

(누가 됐든 두 배우 모두 좀처럼 부인스럽지 않은건 함정이다.)

어찌 됐든 초연을 챙겨본 건 다행스럽고

이번 시즌 <스위니토드>는 이걸로 장렬하게 아듀를 고하게 될 것 같다.

혹시라도 파격적인 할인이 생기면 양준모 토드에 전미도 러빗으로 한 번 볼 수도 있고...

 

요즘 공연보는게 좀 시들해졌다.

그래도 연극은 아직까지는 괜찮은데 뮤지컬쪽은 특히 그렇다.

그동안 볼 만큼 보기도 했지만

작품에도, 배우에게도 신선한 감동을 느끼는게 여간 쉽지 않다.

아무래도 이러다 휴공(休公)에 들어가게 될 것 같다.

초연만한 재연은 없으니 초연작은 부지런히 챙겨보겠지만

예전만큼 반복관람 할 일은 별로 없을것 같다

그 덕분에 통장 잔고가 늘어나면 그 또한 좋은 일이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7. 8. 08:37

 

<스위니토드>

 

일시 : 2016.06.21. ~ 2016.10.03.

장소 : 샤롯데씨어터

극본 : 휴 휠러 (Hugh Wheeler)

작사, 작곡 : 스티븐 손드하임 (Stephen Sondheim)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에릭 셔퍼 (Eric Schaeffer)

출연 : 조승우, 양준모 (스위니토드) / 옥주현, 전미도 (러빗부인) / 이지혜, 이지수 (조안나) 

        이승원, 김성철 (토비), 서영주(터핀판사), 윤소호(안소니), 조성지(피렐리), 서승원(비들) 외

제작 : OD 컴퍼니

 

손드하임 최고의 명작 <스위니토드>가 드디어 돌아왔다.

2007년 초연 이후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린 시간이 벌써 10년이다.

충격적인 스토리에 수시로 치고 들어오는 기괴한 불협화음, 

날카로운 톱니바퀴 굴어가는 소리와 길게 이어지는 귀를 찌르는 파열음.

그리고 코러스의 묵직한 템포로 시작되는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의 라임도 아주 절묘했었다.

증오와 광기로 가득한 피의 복수를 담고 있지만

장면 곳곳에 코믹한 대사와 넘버로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은 작품.

심지어 인육을 먹는 카니발리즘마저도 유쾌한 넘버로 전환시킨 손드하임의 기발함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었다.

"섬뜩하고 잔인하게 독창적이다"라는 찬사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 안의 악마성을 끄집어낸 작품 <스위니토드>

 

바랬다.

뭐가 됐든 초연의 기괴함만은 그대로 유지되기를...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반응들을 읽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재미있어요.

모던해요,

대중성이 강해져서 좋아요.

조승우-옥주현의 케미는 장소팔-고춘자가 연상돼요.

설마... 이게 내가 알고 있는 <스위니토드>가 맞나... 싶었다.

어찌됐든 불안감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음...

일단 너무 가벼워지고 과하게 코믹해졌다.

무대도 너무 많이 달라졌고 오캐스트라의 연주도 훨씬 유해졌다.

시작부분에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도 없어졌고

날카로운 파열음도 훨씬 유순해졌다.

곧바로 연결되는 첫넘버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의 뉘앙스가 2007년도와 너무 많이 달라서 대놓고 혼자 당황스러워했다.

 

        2016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             2007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
  

솔직히 말하면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조승우의 스위니토드는 "헤드윅"과 "돈키호테"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

이 작품 역시도 조승우의 놀이판이라는 느낌.

늘 그렇듯 조승우는 무대가 내 집인것 처럼 편안했다.

복수가 그에겐 하나의 놀이이자 유희같았다.

복수의 이유보다는 복수 그 자체가 더 선명했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내가 기억하는 스위니토드와 나란히 세워졸 수 없다.

취향의 문제겠지만 나는 보면서 내내 초연이 그리웠다.

입으로 피를 뿜으며 죽어가는 사람들도 노골적이라 민망했고

토비가 토드를 죽이는 장면의 액션도 너무 과하더라.

(칼~~~ !하고 외치는데 독립투사로 빙의된 줄 알았다)

2007년 엔딩에서 죽은 사람들이 한 사람씩 손을 씼는 장면이 빠진 것도 많이 서운했다.

피렐리도 너무 과했고,

토비는 몇 번을 봐도 모자란 아이처럼 보이진 않더라.

전미도는 러빗부인을 아주 맛깔스럽게 잘하긴 했는데 확실히 이 역할을 하기엔 나이가 함정이다.

토비와 나란히 있는 장면에서 아줌마는... 을 연벌하지만

아무리봐도 연인처럼만 보여서...

(초연의 홍지민 러빗부인이 정말 갑이었지 싶다)

 

오랫동안 기다렸었는데

다시 돌아온 스위니토드는

스위니토드 인듯, 스위니토드 아닌, 스위니토드 같은 작품이 되버린것 같다.

그냥 계속 2007년의 장면과 음악만 소처럼 되새기고 있다.

이러다 정말 소(牛)가 될지도...

 

  

The Ballad of Sweeney Todd (2007)

 

등골이 오싹할 얘기

시퍼런 눈빛의 한 남자

그의 면도날을 본 신사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지

뻔한 길은 마다했어. 바로 스위니 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

런던 최고의 이발소

명 짧은 이들로 불볐지.

좀 빨리 죽으면 뭐 어때? 다 깨끗한 자태로 죽을텐

그의 손에, 이발사 탈을 쓴 악마

칼을 들어라, 스위니

저 하늘 향해

위선자들 피로 넘쳐 나리리.

텅빈 방에 혼자 앉아 고독을 즐기는 듯 했지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의자 하나와 몇 개의 이발도구

청결의 전령사였지, 바로 스위니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

웃음 뒤로, 친절 뒤로, 아무도 모르게 움직였지

섬세하고 강한 솔실, 완벽하게 계획했어

뚫어질 듯 강렬한 눈빛

그림자뒤로 반짝였지. 

스위니, 스위니, 스위니, 스위니, 스위~~~~~~~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7. 7. 08:57

 

<레드>

 

일시 : 2016.06.05. ~ 2016.07.10.

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극본 : 존 로건 (John Logan)

무대 : 여신동

연출 : 김태훈

출연 : 강신일, 한명구 (마크 로스코) / 카이, 박정복 (캔)

제작 : (주)신시컴퍼니

 

<레드> 두번째 관람.

작품 속에서 로스코가 켄에게 이런 말을 한다.

"한 번 눈길을주고나면 그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상황은 다르지만 이 작품을 처음 본 후 내가 꼭 그랬다.

관음과 집착.

그것에 대해 오래 생각했었다.

언쟁이 아니라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싸움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는 느낌.

들킬까봐 조마조마한데 그래도 결말은 꼭 알아야겠다는 다짐.

그야말로 "비극적"이다.

2015년 스페인을 여행할 때 내 옵션은 두 가지 였다.

"스페인-파리" 아니면 "스페인 - 이탈리아"

후자쪽으로 일정을 결정한건 순전히 이 작품 때문이었다.

이 연극에서 마크 로스코가 언급한 두 곳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과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메디치가 도서관.

결론은 두 곳 모두 겉모습만 보고 돌아섰지만  그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렸었다.

실제로 마크 로스코가 그랬단다.

"나는 단지 기본적인 인간 감정들, 즉 비극, 황홀, 숙명 등을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관람자와 내 작품 사이에는 아무것도 놓여서는 안 된다. 내 작품 앞에서 해야 할 일은 침묵이다"

너무나 자신만만해서 거부감마저 느껴지지만

마크 로스코가 표현한 색채 앞에 서면 이 말에 합당함을 절로 인정하게 된다.

그런데 왜?

왜 그랬을까?

예술의 본질이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그가 왜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까?

그렇다면 그의 선택은 완성된 치유였을까?

아니면 끝을 본 자의 자기파괴였을까?

그 질문에 가장 근접한 답을 찾으려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을 찾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로스코 채플"

자연채광 아래 벽을 따라 둥그렇게 자리잡은 검은색의 그림 14편.

 

 

결말은 다시 비극적이다.

"나는 생명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그림에는 관심이 없다"

부럽지만 또 부러운만큼 두렵다.

생명. 숨결.

단순한 표현 속에 담겨있는 복잡한 감정들.

2015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마크 로스코 전시회가 있었을때

나는 일부러 관람하지 않았다.

로스코의 색채를 눈 앞에서 감당할 자신이 도저히 없었다.

치유가 아닌 도발이 될까봐 두려웠었고

그 선택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두 번째로 이 연극을 보면서

나는 연극보다 로스코와 그의 생애, 

그리고 그의 작품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다.

내 옆으로 한 세대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6. 24. 09:57

 

<레드>

 

일시 : 2016.06.05. ~ 2016.07.10.

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극본 : 존 로건 (John Logan)

무대 : 여신동

연출 : 김태훈

출연 : 강신일, 한명구 (마크 로스코) / 카이, 박정복 (캔)

제작 : (주)신시컴퍼니

 

엄청 간절하게 기다렸는데 정말 돌아왔다.

2011년 이해랑극장에서부터 내게 hell of hell을 선사한 마크 로스코 강신일.

그 후 2013년 자유소극장에서 또 다시 그의 로스코에 납짝 엎드렸었다.

2013년 세번째 공연은 강신일 로스코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혼자 심드렁해버렸다.

(한명구도, 박은석도 내가 무지 좋아하는 배우들임에도 불구하고!)

2011년 <레드> 초연때 오경택 연출이 그랬다.

마크 로스코는 강신일 선생님밖에 생각이 안 났다고...

연출가의 홍보용 멘트 혹은 대선배 추켜세우기의 일환일거라 생각했는데

작품을 보고 난 후 바로 그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는걸 100% 이해했다.

그게 시작이다.

네번째 올라온 <레드>를 다 챙겨보게 된 것도,

강신일이 나오는 연극은 가능하면 다 챙겨보자 작정한 것도.

 

이번 시즌은 강신일 로스코의 복귀도 기대됐지만

지금껏 뮤지컬 무대에만 섰던 카이의 첫 연극 도전이라는 것도 기대됐다.

속으로 생각했다.

'첫 연극인데 너무 쎈 작품을 만나 고생 꽤 하겠네...'

역시나 카이도 백 번 공감한 모양이다.

대자연 앞에 선 느낌이란다.

두려운데, 하고 싶고 그래서 해야 겠다고 결심했단다.

목숨을 걸고 등반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그리고 카이의 도전은 아름다웠다.

물론 발성도 템포도 성급했지만 좋은 작품을 만났고 좋은 선배를 만났다.

지금까지 했던 뮤지컬들은 두꺼운 분장에 가려져 그 뒤에 기꺼이 숨을 수 있지만

<레드>는 온전히 카이의 맨얼굴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작은 표정 하나까지도 결코 허투루 할 수 없는 작품.

아마도 카이는 이 작품을 아주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게 될 것 같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에 코멘트를 다는 것만큼 면목없는 짓이 있을까?

심지어 이 작품은 BGM까지도 수시로 심장을 덜컹이게 한다.

어떻게 그렇게 매 장면마다 절묘한 음악이 나오는지.

대사들은 왜 그렇게 정확하고 확고한지.

편애가 아니라 광기에 가까운 사랑이다.

할 수만 있다면 텍스트를 오도독 씹어먹고 싶다.

그래서 <레드>가 내 속에서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다.

아! 레드...레드...레드...

 

* 연극 <레드>에 나오는 음악 리스트 (출처 :신시컴퍼니 블로그)

 

http://blog.naver.com/seenseecom/220357457492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6. 23. 08:07

<Edgar Allan Poe>

 

일시 : 2016.05.26. ~ 2016.07.24.

장소 : 광림아트센터 BBCH홀 

대본, 작사, 작곡 : 에릭 울프슨 (Eric Woolfson)

음악 : 김성수

연출 : 노우성

출연 : 마이클리, 김동완, 최재림 (에드거 앨런 포) / 최수형, 정상윤, 윤형렬 (그리스월드)

        정명은, 김지우 (엘마이라) / 오진영, 장은아 (버지니아) / 최윤정, 안유진 (엘리자베스)

        최종선, 유승엽 (레이놀즈), 조남희, 최병광 외

제작 : (주)SMG, 후너스엔터테인먼트

 

마이클리의 복귀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대됐던 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우>를

드디어 봤다.

그리고 역시나 마이클리의 노래는 너무나 좋았다..

개인적으론 노래만 놓고 보면 스티브 발사모 포우보다 마이클리의 포우가 훨씬 더 좋았다.

문제는 어색한 한국어 발음.

그래도 지금은 초반보다는 발음이 훨씬 좋아졌단다.

공연 초반에는 전혀 못알아듣겠다는 비난이 쇄도했었는데 지금은 그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물론 어색한 발음들이 아직 많긴 하다.

하지만 마이클리의 근성 하나는 정말 어마 무시하다.

그의 습득력과 엄청난 노력은 하루가 다르게 발음의 정확도를 늘려가고 있다.

그래서 매번 고민하게 된다.

한 번으로 관람을 끝낼지, 재관람을 할지를...

 

작품은...

솔직히 정체를 모르겠다.

어떤 장면은 너무 좋고, 어떤 장면은 아니다.

특히 정상윤이 연기한 그리스월드는 너무 유아적인 질투의 화신이다.

나는 더 금욕적이고 냉혹하길 바랬는데 찌질이에 가깝더라.

전체적인 분위기도 지금보다 더 다크했으면 좋았을텐데...

뮤지컬 넘버도 포오의 넘버 외엔 귀를 확 사로잡는 넘버가 없다.

그 와중에 마이클리가 부르는 "관객석 그 어딘가"와 "영원"은 너무나 훌륭하고, 

김성수 음악감독이 추가로 만든 "갈까마귀"도 미치도록 좋다.

그야말로 에드거 앨렌 포우의 <갈까마귀> 구절처럼

"Never-nevermore"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계속 고민중이다.

이 작품을 파고들지 말지에 대해서.

그러기 위해선 아무래도 포우의 작품을 좀 읽어봐야 할 것 같다.

 

그러니 일단은 잠시 보류하는 걸로.

 

* 그런데 이 작품,

   라이선스임에도 불구하고 이지나 연출의 <JCS>를 소환케 한다.

   커튼콜 사진을 보니 느낌이 확신으로까지 기운다.

   저 뒤에 조명도 그렇고, 의상도 그렇고. 전체적인 조명도 그렇고.

   혹시... 나만의 착각일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6. 22. 08:41

 

<갈매기>

 

일시 : 2016.06.04. ~ 2016.06.29.

장소 : 명동예술극장

극작 : 안톤 체흡

번역 : 오종우

연출 : 펠릭스 알렉사

출연 : 오영수, 이승철, 이혜영, 이창직, 이정미, 이명행, 박완규, 박지아, 황은후, 강주희, 김기수, 정찬호

제작 : (재)국립극단

 

2012년에 명동예술극장에서 이혜영이 출연한 <헤다 가블러>라는 연극을 봤었다.

그때 이혜영이라는 배우가 보여준 카리스마는 정말 대단했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그녀의 온 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너무 매혹적인 모습이라 연극이 끈난 후에도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나를 사로잡았던 그녀가 <갈매기>의 아르까지나로 다시 무대에 선단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열일 재쳐놓고 이 작품을 볼 이유가 충분했다.

솔직히 말하면...

개인적으론 "안톤 체흡"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작품 전체에 안개처럼 깔린 우울함도 그렇고

모호한 허무주의적인 결말도 사람을 은근히 지치게 한다.

특히 이 작품은 더 그렇다.

(하지만 안톤 체흡의 갈매기가 깃털같은 가벼워지는건 또 너무나 싫고!)

 

요즘 연극도 뮤지컬처럼 외국 연출가와의 협업이 꽤 많이 이뤄지고 있다.

이 작품도 2014년 <리처드 2세>로 호평을 받았던 펠릭스 알렉사가 연출을 맡았다.

루마니아 출신 연출가.

루마니아라도 그다지 밝은 성향은 아니라 혹시나 바닥을 뚫는 우울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실상 작품은 내가 지금껏 본 <갈매기> 중에서 가장 가벼웠다.

그리고 균형감도 너무 많이 기우뚱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아르까지나(이혜영)에게 너무 포커싱이 됐더라.

그래서 뜨레플레프는 끝까지 철딱서니 없는 미숙한 아들이 되버렸고.

니나의 존재감도 종잇장처럼 한없이 얇야졌다. 

(연기가 좀... 그렇기도 했고)

압권은 중간중간 소린이 부른 기예란의 "백세인생"이었다.

그야말로 헐~~~~ 이다.

(이 노래를 왜 넣은거지? 웃자고? 헐....)

그 와중에 뜨리꼬린 이명행의 연기는 참 좋았거...

(아르까지나가 밀어서 짐더미 위에 넘어지는 슬램스틱은 빼고...)

예상을 전혀 못했는데 

전체적으로 극이 너무 가벼웠고 당황스러웠고

니나와 뜰레플레프가 배경이 되버려서 놀라웠다.

게다가 무대도, 영상도, 무대 효과도 여러모로 적응하기가 쉽지 않더라.

처음부터 끝까지 아르까지나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혜영이 전부인 <갈매기>였다.

그래서 균형감이 무너진,

낯설어도 한참 낮선 안톤 채흡의 <갈매기>였다.

 

It's over!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6. 17. 08:32

 

<국경의 남쪽>

 

일시 : 2016.05.31 ~ 2016.06.12.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원작 : 영화 "국경의 남쪽"(2006)

극직 : 정영

작사 : 정영, 이나오, 표상아

작곡 : 이나오

연출 : 추민주

출연 : 최정수, 박영수 (선호) / 최주리, 송문선 (연화) / 하선진 (경주) 외 서울예술단 단원

제작 : (재)서울예술단

 

난 서울예술단도, 예술단의 가무극 시리즈도 정말 많이 사랑한다.

그래서 일 년에 네 번 올라오는 작품들을 빼놓지 않고 꼭 챙겨본다.

이 작품 역시도 일찌감치 예매를 해놓고 기대감을 품고 관람을 기다렸다.

차승원이 주연인 원작을 따로 챙겨보진 않았지만 대략의 내용을 알고 있어서

이걸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했다.

보고 난 느낌은.... 음...

최대한 짧게 써야 겠다.

참 안타까운 말인데 지금껏 내가 본 서울예술단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이 가장 무색무취무미였다.

예술단 특유의 감성도 느껴지지 않았고 스토리도 촘촘하지 않았다.

아예 작정하고 서정적인 산파로 풀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겠다 싶더라.

그리고 뮤지컬보다는 연극으로 만들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생각.

군무도, 넘버도 사람을 잡아끄는 힘이 약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넘버 소화력도 좀 위태위태했다.

(솔직히 경주역의 하선진은 정도가 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울예술단에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금껏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로 잘 끌어 오긴 했는데 아무래도 한계치에 다다른 것 같다.

특히 젊은 여배우의 부재는 심각한 정도다.

그렇다고 매번 객원에만 의지할 수도 없고!

작품의 분위기 탓도 있긴 하지만 어딘지 전체적으로 노쇠해진 느낌.

아무래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단 한 번도 그래본 적 없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영 개운치가 않았다.

마치 어린 시절 풋풋했던 첫사랑이 갑자기 확 늙어서 나타난 느낌.

 

그게 너무 슬프더라.

사랑하지 않으면 슬프지도 않을텐데

내가 예술단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 모양이다.

사랑은 병(病)이 확실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5. 25. 08:32

 

<엘리펀트송>

 

일시 : 2016.04.22. ~ 2016.06.26.

장소 :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극본 : 니콜라스 빌런 (Nicolas Billon)

번역 : 김승완

연출 : 김지호

출연 : 박은석, 정원영, 전성우 (마이클) / 이석준, 고영빈 (어윈) / 정재은, 고수희 (피터슨)

제작 : (주)나인스토리, (주)수현재컴퍼니

 

결론부터 말하면,

2015년 초연보다 좋았다.

배우들의 합도 좋았고, 무대도 좋았고, 조명도 좋았고, 느낌도 좋았고, 전달되는 힘도 초연보다 훨씬 좋았다.

그럴거라 예상은 했지만 내 예상보다 더 이석준과 전성우의 합은 좋아서

이쪽도 저쪽도 기울어지지 않으려는 팽팽한 긴장감은

작품 전체에 미묘한 불안감을 안기면서 객석까지도 시니컬하게 만든다.

공포와는 분명히 다른, 하지만 그보다 더 깊고 선명한 절망감.

자궁에 웅크린 태아의 모습으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마이클은

23살 청년이 아닌 보호와 사랑이 필요한 아기에 불과했다 .

엄마에게 틀린 음정 3개 보다 가치가 없던 아이는

15살에 엄마를 존속살인해하고 8년째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강력한 모계중심사회인 코끼리에 푹 빠진 채로...

 

마이클과 어윈의 게임.

"당신은 지금 나와 내가 원하는것 가이에 서있어요!"

어윈은 알지 못했지만 이 게임의 주도권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마이클에게 있었다.

초콜렛을 더 주겟다는 어윈에게 이거면 충분하다고 마이클은 말한다.

"선생님을 이 정도로 이용해 먹었으면 됐죠.."

마이클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과는 다르게 친밀감과 안도감으로 가득한 어윈의 표정까지도.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를 일 분, 일 초도 놓치지 말고 사랑해주세요, 온 힘을 다해서 아낌없이 사랑해주세요"

그래서 마이클의 마지막 대사는 그대로 내 명치끝에 갇혀버렸다.

그렇게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어윈과의 게임을 승리로 이끌면서 자신이 그토록 바랐던 "자유"를 얻었다.

궁금했다.

만약...

어윈이 마이클의 진료기록을 읽었다면 결말은 달라졌을까?

달라졌다면 그게 마이클에게 더 좋은 결말이었을까?

"아가! 왜 그러니, 눈 떠!"

피터슨의 간절함과 무너지듯 주저앉은 어윈의 절망감이 잔상처럼 계속 남는다.

"아가"라니... 이제서야... 겨우...

 

...... 사람들은 평생 난 무슨 가치가 있는가 고민하죠.

       그런데 난 15살에 나 자신이 음정 3개보다 가치가 없다는걸 알아버린거죠 ......

 

그러니 세상의 모든 부모들아!

간곡하게 부탁한다.

제발 정신 바짝 차려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