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5. 19. 08:25

 

<파리넬리>

 

일시 : 2014.04.26. ~ 2016.05.15.

장소 : 광림아트센터 BBCH홀

작가 : 김선미

작곡 : 오소린, 김은영

안무 : 정도영

음악감독 : 김은영

연출 : 반능기

출연 : 이주광, 루이스초이 (파리넬리) / 이준혁, 김경수 (리카르도) / 박소연 (안젤로 로씨니)

        최연동 (아버지/헨델), 김태훈 (레리펀치)

제작 : HJ컬쳐

 

<파리넬리> 세번째 공연.

이번 시즌은 안보고 넘기려고 했는데 수정을 많이 했다는 소문에 또 귀가 얇아졌다.

(때마침 40% 할인도 떴고 좌석도 2층 맨 앞 한 자리가 비어 있여서...)

역시나 뒤늦게 보길 잘했다.

개인적으로 초연, 재연 통틀어 이번 시즌이 스토리 전개가 가장 좋았다.

그리고 세번째라 그런지 루이스초이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정말 집중해서 봤다.

리카르도 이준혁과도 합은 폭풍케미고!

(내 생각엔 이준혁은 이 역할이 인생작이지 싶다.)

박소연 안젤로가 많이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주조연 배우들이 다 좋았고

스토리도 예전보다 정돈이 많이 돼 흐름이 자연스러워졌다.

내가 사실 이 작품을 보는 가장 큰 이유는,

2막 후반부에 나오는 헨델의 "울게 하소서"를 듣기 위해서가 팔할이다.

그래서 쳐내야 하는 장면들이 보여도, 스토리에 개연성이 떨어져도 기꺼이 참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날의 "울게 하소서"는

마치 루이스초이의 단독 공연 피날레를 보는 느낌이었다.

정말 오랫만에 몸 속으로 소름이 뚫고 지나갔다.

심지어 루이스초이도 노래를 끝내고 난 뒤에 무대 위에서 휘청하더라.

객석의 박수 소리도 내가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길게 이어졌던것 같고...

 

이쯤되면 슬슬 걱정되는 건,

이 작품을 "루이스초이"가 언제까지 해줄까... 하는거다.

물론 고유진에 이어 이주광이 선방을 해주고 있긴 하지만

루이스초이가 빠진 <파리넬리>는 지금으로선 좀 상상이 안된다.

바람은,

루이스초이가 최대한 오래 버텨줬으면 하는거다.

왜냐하면 나는 그의 "울게 하소서"를 아직은 더 듣고 싶으니까.

 

헨델은...

역시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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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6. 5. 18. 08:35

 

<Kill Me Now>

 

일시 : 2016.05.01. ~ 2016.07.03.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극작 : 브래드 프레이저 (Brad Fraser)

각색 : 지이선

연출 : 오경택 

출연 : 이석준, 배수빈 (제이크) / 윤나무, 오종혁 (조이) / 이진희 (트와일라), 문성일 (라우디), 이지현 (로빈)

제작 : (주) 연극열전

 

다시 보고 싶은데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망설여진다고 했던 이 작품을

결국 9일 만에 다시 봤다.

처음엔 한 달 정도 후에 보자 작정했는데

평온해진 감정이 다시 들끓으면 처음보다 더 감당하기 힘들것 같아 몰아치는 쪽을 선택했다.

다행스럽게도 한 번의 관람이 내성을 만들어줬는지

죽을 듯이 절망적이진 않았다.

심지어는 희망을 감지하기까지 했다.

조이는 그 이후 최선의 결정을 내리며 살아냈을 거라는 믿음.

 

태어나는게 내 선택에 의한 결정일 순 없다.

하지만 산다는 건, 죽는다는 건 스스로 선택해서 결정할 수 있다.

내 육체는 형편없이, 빠른 속도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데

내 정신은 너무나 명료하고 선명하다면?

통증을 잊기 위해 남은 시간은 진통제와 수면제로 살아야 한다면?

그렇다면 선택은 확실해진다.

극 속에서 제이크의 여동생 트와일라는 조이에게 이런 말을 한다.

"그렇더라도 난 오빠가 그렇게라도 옆에 있어주면 좋겠어, 조이! 아빠는 네 아빠만이 아니야. 내 오빠이기도 해!"

트와일라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도

나는 조이의 말에 훨씬 더 무게중심이 옮겨진다.

"고모, 저건 사는게 아니야. 그건 내가 더 잘 알아!"

자신의 몸이 자신을 가두는게 어떤건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두 사람.

인간답고 죽을 권리를 위해 조이는 제이크의 마지막을 도왔고 지켰다.

조이와 제이크를 지켜준건 오리와 아빠의 소설 >춤추는 강>이었다.

 

....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완벽한 존재다...

 

조이는 완벽한 아이였고

제이크는 완벽한 아빠였다.

누가 뭐래도 내가 본 세계에서는 두 사람 모두 완벽한 존재들이었다.

나는 그들이 미치도록 부러웠다,.

만약 몸의 고통 속에 갇혀버린 내가 내 삶을 평온으로 이끌고 싶어지면

나는 도대체 누구를 부를 수 있을까?

누가 내 곁에서 끝까지 나를 도와줄까?

 

Call me now!

Kill me now!

Heal me now!

 ...... and ......

I'm envy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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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6. 5. 17. 08:18

 

<Hedwig>

 

일시 : 2016.03.01. ~ 2016.05.2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원작, 대본 : 존 카메론 미첼

작사, 작곡 : 스티븐 트레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손지은

출연 : 윤도현, 조승우, 조정석, 정문성, 변요한 (헤드윅) / 서문탁, 임진아, 제이민 (이츠학)

제작 : (주)쇼노트

 

이번 시즌 "변요한"의 <헤드윅> 합류는 이슈 중에 핫이슈였다.

<미생>과 <육룡이 나르샤>를 통해 연기 잘하는 대세배우라는건 다 알고 있지만

뮤지컬 경험이 전무한 그가 2시간 넘게 모노 드라마처럼 끌고 가야 하는 <헤드윅>을 한다니...

New Make-up이라는 부제에 딱 걸맞는 캐스팅이긴 하지만

매니아층이 두터운 이 작품에 잘못 뛰어들었다가 본전도 못찾고 나가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2016년 4월 27일 수요일 오후 8시.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이 됐다.

첫공 후 들리는 소문은 크게 두 가지 였다.

첫번째는 생각보다 여장이 예쁘지 않아 놀랐고

두번째는 기대보다 노래를 못해서 놀랐단다.

(대사도 중간중간 까먹어서 공연시간도 평소의 시간보다 짧아져버렸다는...)

예매를 해놓고... 이런 소문들을 들으니...

솔직히 난감했다.

그래도 예매한 날짜가 5월 중순이니 그때쯤이면 로딩이 될거라 믿기로 했다.

 

드디어 관람일.

1층 C열 세번째줄 시야방해석은 시야방해라는 무색할 정도로 뷰가 좋았다.

(이츠학이 몇 장면에서 살짝 가려지긴 하지만 그정도는 애교의 수준이고...)

그리고 다행스럽게 변요한은 걱정했던것보다는 느낌이 좋았다.

트렌스젠더라는 설정때문에 일부러 그런건지는 모르지만

목소리가 비음이 많이 섞였고 묘한 사투리톤이 느껴졌다.

나중에 고향을 검색해봤더니 인천이란다.

뭐지? 하면서 혼자 난감해하다 내린 결론은,

변요한이라는 배우가 "헤드윅"이란 인물에 완벽하게 동화되지 못했다...라는 거다.

실제로 연기를 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꽤 있었고

노래 역시도 무리가 됐는재 전체적으로 음을 많이 낮춰서 불렀다.

나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는 내내 이상하게 오만석과 오버랩이 되서 참 미묘했다. 

무대장악력은 아직까지는 확실히 부족해 보였고...

그래도 <헤드윅>을 자신의 첫번째 뮤지컬로 선택한 가공할만한 뚝심은 도저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작품은 이츠학 외에 등장인물이 없이 기댈 곳도, 숨을 곳도 전혀 없다.

(그렇다고 이츠학에게 기댈 수 있느냐... 전혀 아니다. 그냥 일인극이라고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야말로 헤드윅과 관객과의 일대 다수의 정면 대결.

그런 작품을 변요한이 선택한거다.

욕을 먹더라도 정면으로 부디치겠다는 패기,

그거 하나는 완벽하게 "헤드윅"스러웠다.

걱정되는건,

첫작품부터 너무 쎈 놈을 만나서 차기작 선택이 쉽지 않을거라는거!

그럴리는 없겠지만 <헤드윅>이 이벤트성 출연으로 끝나는게 아니었길 바랄 뿐이다

개인적인 욕심은 뮤지컬 말고 연극무대에 변요한을 보면 참 좋겠는데...

(스테디 레인이나 거머여인의 키스 혹은 가볍게 트루 웨스트도 괜찮을 것 같고!)

 

아! 그리고 이츠학 제이민이 부른 Radiohead의 "Creep"은 정말 좋았다.

이 노래 한 곡으로 제이민은

헤드윅도 잊게 만들고 변요한도 잊게 만들었다.

제이민의 새로운 발견 ^^

이걸로 이번 시즌 <헤드윅>은 깔끔하게 아듀~~~

 

* 역시 <헤드윅>의 커튼콜을 갈수록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그냥 곱게 앉아 있고만 싶은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5. 12. 08:17

 

<Kill Me Now>

 

일시 : 2016.05.01. ~ 2016.07.03.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극작 : 브래드 프레이저 (Brad Fraser)

각색 : 지이선

연출 : 오경택 

출연 : 이석준, 배수빈 (제이크) / 윤나무, 오종혁 (조이) / 이진희 (트와일라), 문성일 (라우디), 이지현 (로빈)

제작 : (주) 연극열전

 

연극열전 시즌 6 두번째 작품 <킬 미 나우>

지이선 작가의 각색이라고 해서 설마 했는데

이 작품이 <프라이드> 이후 또 다시 나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어떻게 이런 작품이 가능하지?

그냥 모두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 밖에는 안든다.

이 연극은 한 번 관람으로 끝낼 수는 도저히 없겠다.

하지만...

또 다시 이 모든 감정들을 바라보고 감당할 수 있을까?

폭풍처럼 밀어닥치는 감정에 그야말로 목을 놓고 울어버린 내가????

재관람 전에 나 스스로에게 이걸 먼저 물어봐야만 하겠다.

괜찮겠냐고...

 

대본을 받고 주저했다는 오경택 연출의 마음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라는 배우 이석준의 마음도,

대본을 받고 일주일간 망설였다는 배우 배수빈의 마음도

아주 조금은 이해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 배수빈은

다른 배우가 이 무대에 선 모습을 보면 너무 배 아플 것 같아서 이 작품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단다.

심지어 클릭비 오종혁은 이 작품이 너무 하고 싶어서 공연제작자 대표와 같이 소속사 대표를 설득까지 했단다.

멀쩡하고 말끔한 모습이 아닌 뒤틀린 몸에 어눌한 발음을 가진 장애아 조이를 하기 위해서...

왜?

무엇때문에?

도대체 이 작품의 어떻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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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정말 미치겠네요.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정말 대성통곡하게 만드네요. 도대체 배우들은 이걸 어떻게 감당하면서 연기하는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커튼콜에 대책없이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객석에 있는 관객들도 다 일어서서 우네요. 미치겠습니다. 이 작품! 배우들도 객석도 다 제정신이 아니게 만듭니다 지하철 탔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다시 보고 싶은데, 정말 다시 보고 싶은데 이 모든것들을 견뎌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무너지는 육체와 견뎌야 하는 멘탈 사이에서 저도 지금 미칠 지경입니다. 지금은 그저 나 자신에게 "킬 미 나우"를 외칠 수 밖에는 없네요.

장애아를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과,
점점 무너지는 아빠의 육체를 바라보는 장애 아들의 시선.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마지막 선택.
누가 그 선택에 대해 감히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 두 사람보다 훨씬 약하고 용기없는 사람일 뿐인데...

참담함도 아니고, 지독한 사랑도 아니고,..
내내 놓지 못하는 두 부자의 그 시선 속에
저는 완벽하게 갇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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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본 후 내가 썼던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그때의 내 심정을 백 분의 일도 표현하지 못했다.

우리 모두는 그렇다.

크든 작든 매번 실패한 사랑을 끌어안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급격하게 몰락하면서 산다.

몰락하는건 육체일 수도, 정신일 수도, 환경일 수도, 다른 그 무엇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거침없이 몰락할 자신이 있는가?

아니 나의 급격한 몰락을 누군가 지켜보는걸 감당할 수 있을까?

(심지어 내가 모르는사람이라도...)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내 선택 역시 제이크와 조이의 선택과 다르지 않으리라.

나를, 그리고 그들을 구하는 유일한 평화.

스스로 선택한 안락사(安樂死)

아주 절실한 진심이자 내 마지막 간절한 Joy.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5. 11. 08:21

 

<Mama, Don't Cry>

 

일시 : 2016.05.01. ~ 2016.08.28.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극작, 작사 : 이희준

작곡 : 박정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김성수

연출 : 오루피나

출연 : 송용진, 허규, 최재웅, 박영수, 김호영, 김영석 (프로페서 V)

        고영빈, 김재범, 임병근, 이충주, 이창엽 (뱀파이어)

제작 : PAGE 1, R&D works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한 무대에서 나란히 서는 최재웅, 김재범 두 절친의 케미가 미치게 궁금해서 한 자리 예매를 했다.

묘하게도 두 사람은 같은 작품에서 같은 역할로 캐스팅은 됐었는데 다른 역할로 캐스팅된 적은 없었다. 

게다가 이인극이라니!

만나기만 하면 농담의 생활화(?)로 웃음이 터진다는 두 절친이 도대체 어찌하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드립이 빵빵 떠질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아 이유배반적인 마음까지...

솔직히 우려가 반, 기대가 반 이었다.

여담이긴 한데,

예매처의 캐스팅 사진 보고 김재범을 못찾았었다.

도대체 누가 김재범을 저따위로 만들어 놨는지...

정말 누군지 찾아내서 제대로 혼내주고 싶더라.

순간 김태한이 이 작품을 하나??? 싶었다.

(도무지 김재범 같지 않은 당신은 대체 누구세요???)

 

 

보고 난 느낌은...

역시 절친의 케미는 기대 이상이었다.

혹시라도 웃음보가 터지진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역시나 김재범이고, 역시나 최재웅이더라.

애드립을 받아치는 것도 정말이지 능수능란했고

관객은 빵 터트려놓고 자신들은 아무렇지 않게 계속 연기를 끌고 가는 모습도 신기했다.

최재웅은 초반엔 좀 과한 조증의 프로페서 V였고

액팅도 과장되게 딱딱 끊어서 표현했다.

목상태가 별로 안좋았는지 넘버를 올렸다 내렸다 부르기도 하더라.

그래서 혼자 생각에 최재웅과 김재범이 역할을 바꿨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그런데... 김재범이 등장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캐스팅 사진 만큼 식겁한 분장이라 놀라긴 했지만

(저 헤어 스타일 어쩔거야....)

전체적인 느낌은 아주 좋았다.

고영빈이 섹시한 느낌이 강했다면 김재범은 그루미한 느낌이 강하더라.

그래선지 연민이 더 느껴졌고 영원히 살아야 하는 자의 비애와 절망이 더 많이 다가왔다..

그래도 하이힐을 신고 춤추는 "세라" 장면은 고영빈이 갑이다.

김재범은 심각하게, 많이, 걱정스럽게, 격정적으로 위태위태해서 보는 내가 다 불안하더라.

(어쩌자고 다리는 그렇게 앙상해서 ... ) 

 

어디까지나 가벼운 마음이었다.

작품이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소문난 두 절친의 이벤트 작품을 본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재미있고, 유쾌하고, 흥겁게, 관람했다.

그럼 됐지 뭐!

 

* 참고로 유니플렉스 2층 맨 앞 줄은 시야는 아주 훌륭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5. 4. 08:26

지금까지 일본일 일곱 번 정도 갔던 것 같은데

희안하게도 다른 사람 한 번 다녀온것보다 본 게 더 없다.

늘 언니네 집 방문이 목적라 고베에만 있어서

남들 다 간 도쿄도 한 번 못가봤다.

그래서 이삼일 만이라도 조용히 다녀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는데

딱 그 참에 이 책을 만났다.

<교토, 천년의 시간을 걷다>

책을 쓴 작가 조관희는 기실 일본 전문가는 아니고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아마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지 않았나 싶다.

역시 여행에 깊이를 담고 싶다면

그 나라의 , 그 도시의 역사와 함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학술적이면 지루해지기 싶상인데

이 책은 지루해지기 직전, 딱 그 선을 넘지 않는다.

경어체의 문장이 공손해서 읽으면서 뭔가 대접받는 느낌이었고

전체적인 책의 내용도 "벚꽃이 아련한 흥망성쇠 이야기"라는 부제와도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혹은 지나쳤던 일본의 역사를 되집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론 좀 유익했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블러그를 뒤적였다.

예전에 일본에 갔을 때 찍은 사진들을 찾아 보느라...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가는 여행도,

해박한 지식을 담고 가는 여행도 다 좋다고.

헤맴도 여행이고,

수시로 쏟아지는 궁긍증으로 가득한 것도 여행이고,

이유와 배경을 알고 즐기는 것도 다 여행이다.

 

그러니까 결론은 하나다.

떠.나.라.

지금 당장!

 

* 사진은 일본에 갔을 때 내가 찍은 것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5. 2. 08:57

어제 집에서 핸드폰으로 U+에서 제공하는 무료 영화를 봤다.

우디 앨런 감독의 <Midnight in paris>

개인적으로 명장 우디 앨런 감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유럽을 무지 사랑하지만 파리에 대한 동경이나 로망도 별로 없는 편이고...

영화를 본 건 순전히 포스터에 있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하늘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생각지도 못한 영화가

어제 내 하루를 온통 사로잡았다.

 

 

영화의 시작은,

파리의 이곳저곳을 아주 단백하고 포근한 영상으로 담아낸다.

풍경이라기보다는 그림에 가까운 카메라 앵글.

단 한 번도 "파리"를 꿈꿔본 적이 없었는데

이 영화때문에 파리를 가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해졌따.

영화 속에 나온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와

늦은 밤 비에 젖은 파리의 골목길이 눈에 아른거린다.

사람들이 왜 "파리"와 사랑에 빠질까 궁금했는데

이 영화가 내게 그걸 이해시켰다.

 

그리고

The golden age...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

파리의 밤거리를 걷고 있던 한 남자(길) 앞에 오래된 클래식 푸조 한 대가 멈춰선다.

차에서 내린 일행은 파티에 늦었다면서 막무가내로 길을 차에 태워 어딘가로 데려간다.

길이 도착한 곳은 아니 도착한 시대는 1920년.

2012년에 살고 있는 길은 자신이 꿈처럼 소망했던 The golden age.

그곳에서 길은  <위대한 캐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를 만나고

헤밍웨이, 피카소와 달리를 만난다.

(길은 얼마나 좋았을까...아마도 나였다면 절대 돌아오고 싶지... 않았겠다.)

그리고 운명의 연인 아드리아나까지...

어느날 그 두 사람 앞에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 한 대가 멈춘다.

마차에서 내린 그들 앞에 로트렉과 고갱, 드가의 시대인 1890년이 펼쳐진다.

아드리아나가 꿈꾸던 The gelden age.

그런데 재미있는건,

1890년을 사는 고호는 르네상스 시대를 꿈꾼다.

각자가 생각하는 The Golden Age.

1920년으로 돌아가지 않고 1890년에 머물겠다는 아드리아나에게 길이 말한다.

 

"여기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돼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 속의 황금시대, 현재란 그런거예요.

 늘 불만 스럽죠.

 삶이 원래 그러니까"

 

영화를 보다보면

클라세같은 대사들 때문에 자꾸 머뭇거리게 된다.

스토리도, 배우들의 연기도, 대사도 배경도 전부 다 아름답다.

헤밍웨이의 말처럼.

 

... 진정한 사랑은 죽음마저 잊게 만든다네. 그건 사랑이 죽음의 공포를 밀어냈기 때문이지...

 

 

그렇다면,

나의 Golden age는 어디쯤일까?

만약 그곳에 가게 된다면,

나는 길처럼 현재를 선택할까? 아니면 아드리아나처럼 그때를 선택할까?

Goden age는 항상 Golden age일 수 있을까?

어떻게 될지 지금으로선 전혀 모르지만

가보고는 싶다.

나의 Golden Age로...

 

* 아무래도 우디 앨런 감독의 유럽 시리즈 영화를 두 편을 마저 찾아봐야겠다.

  <Roma with Love>와 <Magic in the Moonligt>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4. 22. 08:16

 

 

<Hedwig>

 

일시 : 2016.03.01. ~ 2016.05.2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원작, 대본 : 존 카메론 미첼

작사, 작곡 : 스티븐 트레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손지은

출연 : 윤도현, 조승우, 조정석, 정문성, 변요한 (헤드윅) / 서문탁, 임진아, 제이민 (이츠학)

제작 : (주)쇼노트

 

New Make Up 이라고 했다.

그래서 뭔가가 달라졌나보다 싶어 기대가 됐다.

그런데 달라진건 무대 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츠학이 첫 곡을 영어버전으로 부른다는거 빼고는 추가된 넘버도 전혀 없다.

그렇다고 무대가 엄청난 것도 아니고...

단일 무대에서 멀티 레이어드로 무대가 바뀌었다는데 이게 맞는 표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자동차 여러대가 몇 겹으로 쌓여있으니 레이어드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무대 오른쪽에는 이츠학에 의해 완전 수동으로 들락 날락하는 자동차가 한 대 있는데

보닛에 고프로가 있어서 거기서 헤드윅이 어린 시절 오븐에서 지낸 이야기를 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무대 셋트들이 바뀌긴 헸는데,

개인적으로는 예전의 무대셋트가 훨씬 좋았다.

올드한 감성이긴한데

아무래도 <헤드윅> 만큼은 대극장이 아닌 작고 소박한 공연장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래야 토미 노시스의 대형 콘서트와 비교도 되고,

산전수전 다 겪은 미스테리 여인의 이야기에도 더 쉽게 귀를 기울일 수 잇을 것 같다.

물론 이 작품에서 "조승우"의 존재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긴 무대의 변화 따위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조승우로 충분한데...

허허벌판에 조승우만 서있어도 가득 차보일텐데 말이다. 

거기에 rock feel 충만한 서문탁까지 가세하니 공연장 지붕이 뚫리지 않는게 용할 정도다.

평일 낮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은 빈지라리 전혀 없이 매진이 됐고

관객은 수요일 낮 3시를 불금의 밤 12시쯤으로 만들었다.

3시간 가까운 공연 시간도 놀랍지만

단 한 번도 객석의 집중력을 놓치지 않는 조승우도 역시 놀랍다.

 

2005년 초연때부터 매 시즌마다 꼭 챙겨봤으니

나도 <헤드윅>에 관해서라면 이제 이골이 날 정도로 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보는 이유,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근데 이것도 이제는 정말 못해먹겠다.

커튼콜 스탠딩의 압박.....이 점점 공포로 다가와서...

요즘엔 의무적인 기립박수도 싫어 왠만해선 1층 맨 앞 자리 예매도 절대적으로 피하는 입장이라 더 그렇다.

(한마디로 늙었다는 뜻!)

그래서 이번 시즌도 조승우와 변요한만 보자 작정했다.

어쩌면 이번 관람이 마지막으로 보는 조승우 헤드윅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선지 혼자 살짝 감상적이 되버렸다.

10년의 시간.

초연의 조승우와 지금의 조승우를 머릿속에 나란히 세워놓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일단은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는 만고의 진리에 감사했다.

조승우도 10년 전의 그 몸은... 미안하지만 아니더라.

그런데!

나는 그 나이듬이 또 너무나 좋았다.

젊은 헤드윅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는데,

지금의 헤드윅은 그와 다른 노련함과 세월의 질곡이 묻어 있어 애잔하다.

슬픔과 서글픔의 차이.

 

만약에...  

조승우가 50이 넘은 나이에 헤드윅을 하게 된다면,

산전수전 다 겪은 헤드윅을 보기 위해 기꺼이 공연장을 찾게 될 것 같다.

그때 듣는 "The origing of love"는...

와. 정말 신화같고 전설같고 종교 같겠다.

 

진실이 전부인 여자.

헤.드.윅.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4. 19. 08:21

 

<지구를 지켜라>

 

일시 : 2016.04.09. ~ 2016.05.29.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원작 : 장준환 영화 "지구를 지켜라"

극본 : 조용신 

각색, 연출 : 이지나

출연 : 이율, 정원영, 키 (병구) / 지현준, 강필석, 김도빈 (강만식) / 함연지, 김윤지 (순이) / 육현욱 (멀티맨)

제작 : PAGE 1

 

이지나 연출이 2년여 동안 준비해서 선보인 연극 <지구를 지켜라>는

2003년 신하균, 백윤식이 주연으로 나왔던 장준환 감독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무려 13년 전에 개봉한 영화...)

본영화는 아직까지 못뫘지만

그당시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많이 나와서 대략의 내용은 알고 있다.

개인적으로 블랙코메디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서...

사실 이 연극도 관람을 망설였는데 이지나 연출과 강필석에 끌려서 관람을 결정했다.

누군가 그러더라.

병맛 저격 코메디라고...

재미는 있다.

무대도 독특했고, 영상효과도 작품과 잘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들이 연기가 신의 한 수였다.

앞부분은 이율이, 뒷부분은 강필석이 주로 끌고 가는데 이 둘의 균형감이 절묘하더라.

두 배우 모두 캐릭터 하나는 제대로 잡았다.

진지하고 젠틀한 역할에 어울리는 강필석은 의외의 발견이었고

특히 후반부에 긴 호흡으로 대사를 치는 장면에서는 배우 강필석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몸쓰는 장면에서도 웃음 포인트를 정말 잘 살리더라.

그래도 역시 최고의 액팅을 선사한건 멀티맨 육현욱!

육현욱 배우가 이 작품의 이 역할을 안했다면 진심으로 어쩔뻔 했나 싶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이 작품 최고의 히어로는 육현욱 배우다.

(순이역의 김윤지 배우도 타이밍 기가 막혔고!)

 

그런데...

내가 좀 old 한 성향이라 두 번 볼 생각은 아무래도 안들더라.

그러니까 결론은...

결국 지구를 지키는건 외계인이라는건데...

희망이 없는 지구를 버리고 자신의 별로 돌아갔으니

지구는 말짱히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갈테고

뭐, 달라진건 하나도 없네.

여전히 병구와 순이만 불쌍한거고...

블랙코메디가 아니라 완전 비극이네, 이 작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4. 14. 08:55

 

 

<Nata Hari>

 

일시 : 2016.03.25. ~ 2016.06.12.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대본 : 아이반 멘첼(Ivan Menchell)

작사 : 잭 머피(Jack Murphy)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

음악감독 : 제이슨 하울랜드(Jason Howland) / 한국 음악감독 : 김문정

연출, 안무 : 제프 칼훈(Jeff Calhoun) /

출연 : 옥주현, 김소향 (마타하리) / 류정한, 김준현, 신성록 (라두 대령) / 엄기준, 송창의, 정택운 (아르망)

        김희원, 최나래 (안나) / 홍기주, 선우 (캐서린) / 임춘길 (MC) 외

제작 : (주)EMK뮤지컬컴퍼니

 

창작인듯 창작 아닌 창작뮤지컬 <마타하리>를 봤다.

일단 어마어마한 스텝들에, 어마어마한 캐스팅에 많이 놀랐는데

총제작비가 무려 250억이나 들었대서 더 놀랐다.

대부분이 출연료겠구나 싶었는데 그 중 60%를 무대에 쏟아부었단다.

실제로 보니 엄청나긴 했다.

수시로 바뀌고, 회전하고, 위에서 내려오고...

그런데...

극 자체는 무대만큼 매력적이진 않았다.

누군가 그러더라.

"옥주현을 위한, 옥주현에 의한, 옥주현의 작품"이라고.

다른건 몰라도 옥주현을 향한 프랭크 와일드혼의 무시무시한 편애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겠다.

드라마가 강렬했던 것도 아니고,

넘버도 두어 곡을 제외하면 soso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프랠크 와일드혼 스러운 멜로디라 개인적으론 다른 작품이 기시감처럼 떠올랐다.

(예전에도 느낀거지만 프랭크 와일드혼이 새로워지는건... 아무래도 힘들지 앟을까 싶다.)

 

이 작품을 보면서 두 가지에 크게 놀랐다.

첫번째는 MC역의 임춘길 배우의 노래가 너무 불안했다는거.

목상태가 안좋다는건 알겠는데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한대도 원캐스팅으로 끌고 가는건 고려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

(넘버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넘버가 살얼음이었다!)

그리고 두번째는 송창의가 생각보다 훨씬 노래를 잘했다는거.

마타하리와의 듀엣송에서 옥주현에게 당연히 밀리겠구나 생각했는데

의외로 짱짱한 소리가 나와줘서 정말 놀랐다.

연기는 워낙 잘하는 배우라 걱정은 안됐는데

옥주현과의 연기적인 합도 생각했던것 보다 훨씬 좋았다.

개인적으로 세 명의 아르망 중에서 송창의가 최고이지 싶다.

(한 번 관람할거나 뭐 확인은 못하겠지만!)

 

이 작품 참 묘하다..

무대도, 주연배우도 나쁘지 않고,

심지어 앙상블까지도 연기와 노래 다 잘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몰입이 아니라 관람으로 끈나게 한다.

뭔가가 부족하다.

보여지는것 그 이상의 뭔가가!

 

그게 뭘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