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09. 11. 6. 06:30
처음 읽었던 핀란드 작가의 소설이다.
아르토 파실란나,
핀란드의 국민작가라고 한다.
왠지 하루종일 자일리톨 껌을 징걸징걸 씹으며
우울과 고독함에 젖어 있을 것 같은 나라 핀란드.
(우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한 치아를 생각해서 항상 자이리톨 껌을.... ^^)
실제로 핀란드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우울증"이란다.
살인은 단지 100여 건인데 비해 매년 1500여 건의 자살이 발생한다는 나라 핀란드.
이 소설은 이런 우울의 핀란드를 배경으로
놀랍도록 재미있는 블랙 유머를 선사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묘한 깊이감이 있는 소설.
이 소설은 두 사람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네 번의 파산선고를 받은 사업가와 현직 대령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사람의 첫만남은 자살의 순간이다.
같은 목적으로 찾은 시골의 한적한 헛간에서의 만남.
이 만남에서 집단 자살 여행이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살기 위해서, 혹은 죽기 위해서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과 재미를 위해서
그들과 동참하는 동행자가 생기고
최고급 신형 버스에 올라탄 이 33인은 죽을 곳을 찾아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이런 유쾌한 터치로 그것도 끝까지 유머와 반전의 묘미까지 잃지 않고
쓸 수 있다는 게...
나는 집단자살보다 더 끔찍하고 무섭다.
책을 읽지 않아도
이야기의 결말은 이미 알 수 있지만
그 확실한 결말을 앎에도 불구하고
내내 재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등장하는 캐릭터를 내 주위의 누군가에 맞춰보는 퍼즐의 즐거움까지 은근히 소유하다...
얼마전엔 이 원작을 가지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새롭게 각색해 뮤지컬이 만들어지기도 했었는데

<남한산성>에서 인조로 분했던 배우 성기윤이 대령으로 분했었다.
실제로 뮤지컬을 보지 않았지만 진지했을 그의 모습이 상상돼 살짝 웃음이 머문다.
어쨌든 집단 자살 여행의 끝은 강력한 삶으로의 복귀다.
당연하지 않은가!!!



제 3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최민경의 <나는 할머니와 산다>
좀 흉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유쾌하다.
청소년소설이라 깊이감은 많이 떨어지지만 분명 참신함은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할머니(귀신)가 수시로 등장해 이야기를 휘젖고 다니진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책 속엔 귀신으로서의 할머니의 음성은 단 한 줄도 없다.
하지만 분명 주인공은 염연히 할머니와
그것도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와 산다.

이상한 빙의 현상!
(빙의현상이긴 하되, 간접적인 빙의현상... 이해가 될까?)
그러나 기억할 것은,
이 책은 어쨌든 청소년문학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깊이감이 부족하다느니, 유치하다느니 평하지 말자.
당신의 중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라.
읽다보면 당신의 중학교 시절보다 책의 주인공이 훨씬 더  성숙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기억나는가?
그 때, 당신이 얼마나 유치했는지...
그리고 그 유치함이 얼마나 심각하고 절실했었는지를...




6살에 입양돼 이제 16살이 된 조은재.
아빠의 실직은 벌써 2달을 넘어서고 있고 
치매가 있던 할머니는 동네 공사현장 물웅덩이에 빠져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이런 심각한 상황들이 아주 유머러스하게 전개된다.
아이스럽게 유쾌하다.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를 논하는
주인공의 성숙함 또한 귀엽고 이쁘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몸에 들어오는 건 뭔가 할 일이 있기 때문이란다.
당신이라면 어떻까?
그 할 일을 하라고 온전히 자신의 몸을 내 줄 수 있을까?
어른이 된다는 건 피곤한 일이란다.
항상 무슨 일인가로 마음을 졸이며 살아햐 하기에...
그래...
사실은 정말로 말도 하기 싫을 정도로 피곤하다.
그렇다고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는데 
이제와서  못해먹겠다고 반납할 수도 없는 노릇.

현실을 인정하고 믿자!
그걸 믿는 동안은 생도 함께 빛날 것이라는 당돌한 16살 소녀의 말을 기억하며...
살자! 살자! 살자!
이것 말고 더 좋은 다른 방법이 없다면
어차피 누구든 살 수 밖에는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