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5. 24. 09:46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기상악화로 경유지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에서 발이 묶었고

대체 항공이었던 에어 프랑스도 드골 공항에서 딜레이가 생겨

예정보다 8~9시간 늦게 베니스에 도착했었다.

베니스 일정 하루가 그대로 날아가고

온라인으로 예약한 티켓을 날려버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다.

떠나왔으니까.

도착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프라하 공항에서 또 다시 문제가 생겼다.

오버부킹으로 비행기를 못타는 사태 발생.

(하지만 항공사는 절대 오버부킹했노라 실토하지 않는다)

그걸 나는 공항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전날 메일로 내용을 보냈줬다는데 미처 확인을 못했다.

그런데 확인할 수도 없겠더라.

왜 그랬는지는 전혀 기억은 안나지만

외국에서 로그인이 아예 안되게 메일 설정을 해놨더라.

확인을 했더라면 호텔을 하루 더 연장하고

의식주에 쓴 하루 비용 일체를 항공사에 청구하면 됐을텐데...

(실제로 돌아와서 KLM 항공에 메일을 보내 보상을 받았다.

 1인 당 항공료 600유로 씩과 그날 하루 우리가 쓴 비용 모두)

 

다시 호텔로 갈까 하다가 어찌어찌 공항에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처음엔 잘 몰라서 노숙 비슷한걸 하다가

체코 공항 내에 Rest & Fun center가 있다는걸 알게 됐다.

자고 있는 조카를 깨워 family room으로 들어갔다.

숙박은48시간 안에 예약을 해야 한대서 599czk를 지불하고 6시간을 rent했다.

샤워시설도 갖춘 곳이라 씻을 수도 있다.

동생과 조카는 샤워 후 침대에서 잠깐 눈을 붙였고

나는 이 모든게 미안해서 혼자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나중에 조카녀석은 이것도 재미있었다고 하더라.

공항에 이런 시설이 있는 줄 몰랐다고 신기해다고...

(땡큐, 조카!)

 

 

이날의 메모를 찾아봤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를 기다리는 중.

  또 다시 20분 딜레이.

  이 여행이... 끝이 나긴 할까?"

많이 지쳤었나보다.

그래도 마지막 문구는 반전이었다.

"기다림에 신물이 날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 여행을 꿈꾸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이란 서로 다른 종류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라고.

그래서 세계 각지의 공항에는 날마다 섭식장애자들이 모여든다고.

일종의 난치(難治)라 하겠다.

블치(不治)면 더 좋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