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9. 2. 06:54

<Dracula>

일시 : 2014.07.15. ~ 2014.09.05.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브램 스토커 <드라큘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김준수, 박은석 (드라큘라)

        조정은, 정선아 (미나) / 카이, 조강현 (조나단)

        양준모 (반헬싱), 이지혜 (루시)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어쩌다보니 요즘 블로그에 올리는 글이 <드라큘라>와 <더 데빌>의 반복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드라큘라>는 이번주가 끝이라는거!

(예당을 일주일에 몇 번씩 가는건 정말이지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ㅠ.ㅠ)

개인적으로 장르별(?) 드라큘라의 매력도는 게리 올드만 주연의 영화 - 원작 - 뮤지컬 순이다.

특히나 뮤지컬은 지금의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한번 혹은 두번의 관람으로 끝났을 작품이다.

그만큼 류정한-조정은-카이의 세 배우의 힘이 막강했다.

이 세명의 배우와도 막공을 끝으로 이별이라니 한동안 좀 허전할 것 같다.

(그러니까 결국 막공까지 본다는 뜻이다. 헐~~~)

늘 100% 이상의 기량을 요구하는 관객들때문에

길지 않은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출연배우들의 피로도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실망감보다는 안스러움이 크다.

특히 원캐스팅 배우들은 참 고단하겠다.

그래도 그 피로도를 더 깊어진 연기가 충분히 보상한다.

이날도 그랬다.

배우들의 감정이... 너무 간곡했고 간절했고 진심이었다.

그래서 또 다시 완전히 새롭게 몰입할 수 있었다.

 

류정한 드큘 역시나 너무나 좋다.

목이 약간 안좋아 보이긴했지만 너무 하다 싶을만큼 여전히 좋다. 

그야말로 내 모든 혈관의 피를 멈추게 만들더라.

특히 loving you keeps me alive"를 부르는 장면이 어찌나 아프던지

조정은 미나의 눈에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내 눈에도 눈물이 떨어진다.

미나의 결혼하는 장면에서는 마이크가 커진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무섭게 절규한다.

그 모습 보면서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최고의 배우라고 불리는지 또 다시 알겠더다.

감정을 끝까지 끌고간다는거. 흐름을 놓치 않는다는거,

연기와 현실의 경계를... 정말 진즉에 무너뜨렸다.

류정한이 연기하면 그건 그냥 현실이 되는거다.

정말 궁금하다.

도대체 이 분은 뭘 드시기에 이 연세(?)에 이런 연기가, 이런 노래가, 이런 표정이, 이런 감정이 가능할까!

"Fresh blood"는 정말이지 한 장면도 허투루 볼 수가 없다.

개인적으론 <J&H>의 변신보다 훨씬 더 극적이고 강렬한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변화의 끝이 공포가 아니라 매혹이라 더 그럴까?

단언컨데 "Fresh Boold"는 아시아의 별 김준수 드큘도, 새롭게 부상하는 박은석 드큘도 

류정한 드큘의 표현을 따라오지는 도저히 못하겠다.

앤딩 장면에서 칼을 한 번 더 깊숙이 찌르는 장면도 아주 생생하다.

그러면서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눈길은 미나에게서 절대 떨어질 줄은 모른다.

얼마나 간절라고 또 간절했으면...

극강의 감정몰입이더라.

류정한은...

역시나 타의추종을 불허할만큼, limited 그 이상이 되버렸구나...

 

이날은 무슨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배우들 감정이 너무나 좋았다.

2막에서 카이 조나단의 "Before the summer ends"도 너무 아프고 슬펐다.

우는 남자... 너무 찌질해보여서 싫어하는데,

카이의 절절한 음색과 깊어진 감정에 그냥 그대로 무너졌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뒤돌아서 눈물을 훔치는 모습까지

조나단으로서도, 카이로서도 참 진심이더라.

사실 처음엔 살을 뺀 모습을 보면서 상체를 보여줘야해서 그랬나보다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드라큘라에게 피를 빼앗겨 쇠약해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무리한 체중감량을 했다는 카이의 말에 많이 놀랐다.

카이란 배우는 조나단을 표현하기 위해 이런 노력까지 했구나.

그래서 카이 조나단이 내게 이렇게 깊이 다가왔다는걸 알았다.

정말 다행이다. 카이가 조나단이어서...

 

<Dracula>

이런 작품을 내가 만나는구나...

작품보다 배우들이 더 매력적인 작품.

그래서 작품 자체가 좋아지는 작품.

배우들 때문에, 배우들이 배역과 감정을 너무나 잘 살려내서

회차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애정이 깊어져버리게 됐다.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심으로 깊고 깊게 사랑했다.

사랑할 수 잇어서.

참 행복했다.

 

9월 5일 막공을 보면서

어쩌면 나는 혼자 깊은 회한에 잠길지도 모르겠다.

떠나보내는게 뭐가 됐든 항상 아프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