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2. 16. 08:53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조승우의 목상태가 생각보다 더 좋지 않다.

반짝 좋았졌었는데 감기때문에 다시 최악의 상태가 됐단다.

고음은 시원하게 터져주지 못하고 답답하고 심지어 아예 낮춰서 부르기도 한다.

대사 중간 중간에 자연스런 연기처럼 보이긴하지만 기침도 잦다.

조승우라는 명성에 혹해서 공연장을 찾은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겠다.

화려함과 기교, 폭발적은 성량을 잔뜩 기대했다면 말이다.

그래, 나도 인정한다.

확실히 조승우의 목상태는 안스러울 정도로 좋지 않았다.

어쩌면 배우로서 자신의 몸관리를 성실히 하지 못했다는 질책을 받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그게 참 좋더라.

어딘지 점점 허물어지는 지킬을 보는 것 같아서.

어딘지 점점 절박해지는 하이드를 보는 것 같아서.

저런 붕괴와 절박함 앞에서 폭풍같은 성량이라는게... 뭐 얼마나 필요한가 싶기도 하다.

(난 배우 조승우를 좋아하긴 하지만 오타쿠의 수준은 아니다. 그런 열정... 아쉽게도 없다.)

나의 나이듦이 느껴지는게,

이제는 지킬보다는 하이드에 더 격하게 공감하게 된다.

심지어 하이드가 가엾고 불쌍하기꺄지 한다.

하이드에게 선한 마음이 전혀 없었을까?

모든 악한 것의 총합이 하이드일까?

지킬의 노랫말 속에 답이 보인다.

"미워할순 없죠, 나니까! 나의 또 다른 나니까..."

하이드는 지킬의 강요와 기대(?) 속에 어쩔 수없이 악인이 되어야만했던 가련한 인물일 수도 있겠다.

누구나 마음 속 깊은 곳에 미처 자라지 못한 아이가 한 명씩 있다는데

하이드가 바로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인정받고 싶어했던 존재.

아마도 그 존재를 인정했다면

하이드는 더이상 악인일 수는 없었으리라.

이번 시즌 지킬을 보면서 부쩍 하이드가 가엾고 불쌍해 아프다.

(나만 그런가....)

더불어 연악하고 가녀린 린아 루시까지 합세하니 비극의 끝판왕이 되버렸다.

지금껏 이 작품을 보면서 루시가 이렇게까지 안스러웠던 때는 정말이지 없었다.

확실히 린아는 기존의 루시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린아를 캐스팅한건 아주 정말이지 현명한 선택이었다

여기에 조승우 절친인 조정은 엠마까지...

조정은 엠마는 부드럽게 강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엠마이기도 하고...

조승우, 린아, 조정은의 조합은 묘한 슬픔과 떨림이 있다.

그게 나는 참 좋다.

 

 

SNS도 카톡도 안해서 몰랐는데 지금 이 작품이 아주 시끌시끌하다.

원미솔 음악감독의 SNS글에 올린 누군가의 덧글이 아주 많이 상스러워서....

(무대감독이라고 말도 있던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 이들은 작품을 즐길줄도 모르는 그냥 양아치들이지요! 지네들은 모르겠지만 매출 올려주는 봉이기도 하고요 ^^"

확실히 정신 나간 글을 올리긴했다.

지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면서 사태가 제법 심각해졌다.

오디에서 심각성을 인식했는지 오디스럽지않게(?) 사과문까지 올렸다.

잊을만 하면 꼭 이런 일이 터지더라.

이쯤되면 <라카지>와 <쓰릴미>때는 차라리 애교라고 할 수 있겠다.

관객들의 지적처럼 지금 이 작품의 퀄리티는 10주년 기념 공연이라는 타이틀에 적합하진 않다.

나도 오케의 독립투사 같은 연주와 황당한 적이 있었고

재활용센터에서 주워온듯한 무대셋트는 볼 때마다 깜짝깜작 놀란다.

그렇다면 그 비싼 티켓은 다 배우들 출연료에 올인 된건가???

(설마, 오디가???)

그래서 개인적으론 적당한 좌석에서 적당히 보는걸로 타협했다.

이런 일이 생길때마다 나 역시 내 돈 내고 보는 입장에서 솔직히 맘이 편하진 않다.

SNS나 카톡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짧은 덧글을 올릴때조차도

꼭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고 올린다면 좋겠다.

그러면 지금처럼 상스러운 표현은 조금 걸려지지 않을까?

SNS와 카톡이 사람들은 점점 예의없고 단정치 못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다.

내가 SNS와 카톡을 싫어하는 이유.

그래서 안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을 깃털 하나의 무게감도 없게 만들 수 있다는거.

그거... 세상에 종말이 오는것 만큼 무시무시한 일이다.

 

 

[사과문 전문]
안녕하세요. 오디뮤지컬컴퍼니입니다.

먼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보내주신 많은 관객들의 사랑과 성원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SNS상에서, 일부 스태프들의 예의에 어긋나는 지나친 표현으로, 발생한 논란으로 인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아껴주시는 많은 관객 분들께 커다란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디뮤지컬컴퍼니는, 그 동안 관객 분들께서 보내주신 사랑과 성원에 어긋나지 않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전(全)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최고의 공연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이번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프로덕션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인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티켓에 대한 취소/변경에 대한 업무는 티켓매니지먼트 대행사인 “오픈리뷰”를 통해, 별도의 수수료 없이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오픈리뷰: 1588-5212 / 담당: 곽은선 매니저 / 취소 가능 기간: 12월17일~23일)

다시 한번,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아껴주시는 많은 관객 분들께 깊은 걱정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