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1. 25. 11:44

<Man of La Mancha>

일시 : 2013.11.19. ~ 2014.02.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세브반테스

작가 : 데일 와씨맨(Dale Wasserma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작사 : 조 대리언 (Joe Dario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조승우, 정성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김선영, 이영미 (알돈자)

        정상훈, 이훈진 (산초), 서영주, 배준성, 이서환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Man of La Mancha>

이 작품을 아마도 20번 이상은 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이라 매번 공연될 때마다 찾기도 했지만

"impossible dream" 단 한 곡만으로도 all kill 시키고도 남는 그런 작품이다.

세르반테스의 원작이 워낙 탄탄해서이긴 하지만

뮤지컬 역시도 구성과 스토리, 넘버까지도 아주 탄탄하다.

(고전의 힘은 역시나 위대하다.)

감동과 재미, 깊이와 즐거움을 적재적소에 배치시켜 단 한 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정말 최고의 작품이다.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이 메인 무대이긴 하지만

극중극의 상황에 맞게 뒷배경이 바뀌는 걸 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고

기승정결이 뚜렷한 넘버들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이제 그만 졸업해야지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끌어당기고 홀리는 작품.

이 작품은 아마도 나를 항상 give up 하게 만들거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게도 만들거고...)

 

생각해보니 이 작품을 그렇게 많이 봤으면서도 조동키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고보니 정동키도 본 적이 없네...)

6년만에 돌아온 돈키호테라는데 이제서야 첫대면을 한 셈이다.

조승우 돈키호테는...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 그 이상이었다.

작품을, 무대를, 배역을 완전히 자기 페이스대로 자유자재로 끌고 나간다.

그런데 그게 극중극이라는 작품의 형식과 제대로 맞아떨어지면서

몇 배의 상승효과를 만들어낸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는 건 아니지만 연기력과 작품 해석 능력이 탁월하다.

표현적인 섬세함은 말 할 필요도 없고

애드립인가 싶을만큼 천연덕스러운 내던지는 멘트들도 극의 상황과 아주 딱딱 맞아떨어졌다.

(아마 애드립 맞을 거다)

조승우는 세르반테스보다 돈키호테적이 표현에 비중을 많이 뒀는데

그게 후반부로 갈수록 묵직한 감동과 함께 진한 여운을 남긴다.

돈키호테가 죽는 장면은 감정적으로 뭔가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최고의 표현이었고 최고의 장면이었다.

항상 이 작품을 보면서 "impossible dream"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조동키가 완전히 다른 이면은 내게 보여줬다.

조승우 본인도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을 했던지

세르반테스로 돌아와 무대를 등지고 서있는 장면에서 감정을 추스리는 모습을 보이더라.

역시나  최고의 작품에 최고의 배우가 만나니 빛을 발하는 구나 생각했다.

극의 전체적인 흐름과 감정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컨트롤할 줄은 사실 몰랐다.

역시 조승우다!

 

김선영 알돈자는 1막에서는 목이 막혀있더니

2막부터는 제대로 치고 올라오면서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줬다.

특히 2막에서 세상을 원망하며 돈키호테에서 쏟아붓는 부르는 넘버는 정말 최고다.

정상훈 산초!

어느 정도는 이훈진 산초와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그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살짝 김재만을 떠올리게도 했지만 확실히 정상훈의 감초연기는 이 작품에서 빛을 발한다.

살짝 부족한 노래 실력도 감칠맛나는 연기로 충분히 커버시킨다.

누군가는 산초 입장에서 이 작품을 보게 됐다는 평을 하던데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조승우 돈키호테와의 만담 수준의 연기도 정말 좋았고

돈키호테가 죽는 장면에서는 한없이 유쾌한 줄만 알았던 산초의 울음때문에 가슴이 뭉클해지도 했다.

지금껏 봐왔던 산초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라 놀랐다.

(요즘 배우 정상훈이 나를 자꾸만 놀라게 만든다.)

 

남자 앙상블의 합과 군무, 합창은 아주 힘이 넘치고 박력있어서 좋았는데

잠간씩 부르는 짧은 솔로곡들은 오히려 밋밋했다.

닥터 카라스코는 배준성은 첫대면이라 그런지 살짝 이질감이 있었고

(내가 이계창의 카라스코에 길들여진 탓도 있겠지만...)

조카(정명은)와 가정부(김현숙)도 예전보다는 음이 떠있어서 배우가 바뀐 줄 알았다.

그래선지 맛갈스런 고해장면도 전체적으로 잘 살아나지 못해 아쉬웠다.

 

세르반테스가 진짜 재판을 위해 감옥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극중이지만 모든 배우들이 전부 세르반테스를 보면서,

세르반테르를 향해 노래부르는 걸 보는 느낌은 어떨까?

이 마지막 장면에서 웃으며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서

세르반테스를 맡은 배우는 자신의 모든 걸 다 보여줄 수밖에는 도저히 없을 것 같다.

어쩌면 그 마음의 깊이가, 그 발걸음의 과정이

이 작품이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아름답구나... 이 작품은!

확실히 아름다운 배우구나.... 조승우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