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9. 23. 08:05

<Man of La Mancha>

 

일시 : 2015.07.30. ~ 2015.11.01.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원작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작가 : 데일 와씨맨(Dale Wasserma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작사 : 조 대리언 (Joe Dario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류정한, 조승우 (세르반테스/돈키호테) / 전미도, 린아 (알돈자)

        정상훈, 김호영 (산초), 황만익 (도지사), 배준성, 조성지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언터테인먼트

 

스페인의 성당들은 크고 깊다.

그래서 성당에 들어가면 저절로 신에게 고개가 숙여지거나 아니면 신을 철저하게 거부하거나 둘 중 하나다.

거대한 동굴 속으로 빨려드는 느낌이라 어떤 때는 종신형을 선고받은 죄수의 심정이 되기도 한다.

깊고 깊은 지하감옥에 갇힌 느낌.

이 작품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낮도 밤같았던 스페인의 성당들이 떠오른다.

세르반테스는 지하감옥에서 죄수들에게 말한다.

"법 앞에 모든 인간들은 평등하다!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세르반테스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진실은 

법 앞에서든, 신 앞에서든 절대 평등할 수 없는 인간에 대한 위로였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도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았던 세르반테스는 그러나 끝까지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았다.

그러니까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 일생의 역작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거룩한 자서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두 개의 결말이다.

돈키호테의 결말은 스스로를 둘시네아라고 말하는 알돈자의 변화에 감동받고

세르반테스의 결말은 두려움에 떨던 산초의 발걸음이 경쾌하게 바뀌는 부분에서 뭉클해진다.

나는 그 변화가 이 작품의 진정한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부분들은 매번 내 마음을 터치한다.

Moment of touch.

 

서서히 지하감옥의 계단을 올라가는 세르반테스를 향해

알돈자의 선창으로 시작되는 impossible dream.

이 장면은 세르반테스의 입장에서도 ,세르반테스를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도 참 특별한 장면이라 하겠다.

일반적으로 무대 위 배우들은 객석을 보면서 연기한다.

(엔딩 부분은 특히 더!)

그런데 이 작품의 엔딩은 전출연자가 객석을 등지고 세르반테스을 바라보고

세르반테스를 연기한 배우는 그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 본다.

시야를 조금 더 확대하면 출연자들 뒤쪽으로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수 백명의 관객들이 있다.

그야말로 엄청난 포커킹의 현장이 눈 앞에 펼쳐지게 된다.

매번 궁금했다.

이 장면에서 세르반테스를 연기한 배우는 어떤 심정일지...

행복할 수도 있고, 중압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중압감을 이겨낸다면 세르반테스의 마지막 대사는 아주 특별해진다.

"신이여, 도우소서! 우리 모두가 라만차의 기사입니다!"

일상에 지쳐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해질 때,

나는 이 대사와 함께 산초의 경쾌해진 발걸음을 떠올린다.

그러면 거짓말처럼 버틸 힘이 생긴다.

 

친구여! 어서 일어서게!

모험을 떠날 시간이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