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2. 23. 08:08

 

<Thrill ME>

일시 : 2014.12.10. ~ 2015.03.0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강필석, 정동화, 백형훈 (나 ; 네이슨)

        김재범, 에녹, 문성일, 김도빈 (그 ; 리처드)

피아노 : 신재영, 오성민

제작 : 뮤지컬 해븐

 

난 정말 <쓰릴미>라는 작품을 너무나 사랑한다.

그래서 매번 올라올때마다 외면을 못하겠다.

사실 이번 시즌은 강필석, 김재범 회차만 볼 생각이었는데 백형운, 문성일 페어가 궁금해서 급하게 예매를 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문성일 리처드가...)

남은 좌석이 별로 없어 그냥 오른쪽 블럭 세번째줄 S석을 관람했다.

오른쪽은 네이슨이 많이 머무는 공간이라 덕분에 out of mind였던 백형훈을 아주 꼼꼼하게 볼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백형훈이라는 배우는 출연작도 몇 작품 안되는 신인급 배우다.

내가 본 작품도 <여신님이 보고계셔>가 유일한데 그 작품에선 별 존재감이 솔직히 없었다.

신인 뮤지컬 배우가 2인극을,

그것도 <쓰릴미>라는 이 엄청난 작품을 과연 제대로 표현해낼 수나 있을지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또 다시 뒷통수를 제대로 한 방 먹었다.

백형훈 네이슨.

정말 좋더라.

연기도, 노래도, 표정도, 움직임과 말투도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잘못하면 작품과 배역이 대한 부담감이 배우를 주눅들게 만들수도 있었을텐데 백형훈은 그걸 이겨냈다.

네이슨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묘하게 느껴지던 풋풋함이 19세 소년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냈다.

그리고 그게 은밀한 강박과 떨림으로 남더라.

문성일 리처드와 음색도 아주 잘 어울렸고

신재영의 피아노 연주와도 이질감 없이 잘 스며들었다.

대사 실수도 오히려 문성일 쪽이 꽤 많았고

조명이 잘못 꺼지는 것 때문에 중간에 대사 타이밍을 놓친 걸 빼면 대사처리와 타이밍도 정확했다.

정말 별 기대없이 본 캐스팅이었는데 기대 이상의 발견이었다!

특히 "Thrill me"를 부를 때는 정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정상윤 이후 눈에 확 들어오는 네이슨을 드디어 만났구나 싶더라.

(다른 날은 어떘는지 몰르지만 이날은 문성일보다 백형훈이 훨씬 노련했다)

 

이번 시즌 조명에 대한 말이 많은것 같던

개인적으로 조명 자체는 아주 좋았다.

조명의 느낌으로 배우의 얼굴와 움직임에 포커스를 맞추는 방식이었는데

그게 오히려 인물의 감정과 표정에 훨씬 더 집중하게 만들더라.

네이슨의 이야기 외에 다른 모든 것들은 그냥 배경으로 서서히 fade out 되는 느낌이었다.

좌우로 크로스되는 조명효과도 좋았고.

단, 천정에서 조명기 돌아가는 소리가 민망할 정도로 커서 몰입에 방해가 됐다.

그것도 아주 많이...

소리만으로는 천정 어딘가에서 트랜스포머라도 튀어 나올 것만 같더라.

이 소리는 어떻게든 꼭 해결을 해주면 좋겠다.

 

뭐 그렇더라도,

대사 실수가 있고,

조명은못 꺼지고,

조명기 소리가 아무리 거대해도

역시 <쓰릴미>는 <쓰릴미>다.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작품.

내겐 이 작품이 확실히 'Way too far"인 셈이다.

 

나를 너무 멀리까지 데려간다.

매번 그랬다.

그것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