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1.18 <웃음 1, 2> - 베르나르 베르베르
  2. 2010.07.08 <인간적이다> - 성성제
  3. 2009.07.27 달동네 책거리 56 : <메신저>
읽고 끄적 끄적...2012. 1. 18. 05:57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여간해서는 지치지 않을 기세다.
아마도 집 어딘가에 글을 쓰는 우렁각시를 숨겨놓고 있는 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1년마다 2~3권의 책을 뚝딱 세상에 내놓을 수 있느냐 말이다.
덕분에 한동안 질적인 문제로 이 허접한 독자가 극심한 혼란을 느끼고 있긴 하다.
이제 더이상 참신하다거나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건 베르베르의 글에선 일종의 불행이다.
예전에 했던 말을 조금 바꿔서 다시 하고 있는 듯한 지능적인 되새김 화법!
어쩐지 사기당하고 있다는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사람이 왜 우리나라에 이렇게 선풍적인 인기일까?
솔직히 점점 의심되기 시작했다.
딱 그즘에 읽게 된 베르베르의 새 책 <웃음>



솔직히 재미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장대소 후 급작스럽게 죽은 인기 코미디언.
그 사건을 자살이 아닌 타살로 믿는 여기자.
웃음의 기원을 찾아 떠난 여정에서 하나하나 밝혀지는 웃음의 미스터리.
원탁의 기사나 프리메이슨같은 비밀 결사대 유머 기사단과 성서 비슷한 문구들.
정말 어딘가 파란 목갑에 들어있는 살인소담(殺人笑談)이 있을 것 같은 착시감까지...
베르베르가 모천(母泉)으로 조금 돌아온 것 같다.
웃음이라는 소재로 기발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신기한 건 미스터리 소설이긴 한데 읽는 내내 범인이 누군지가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범인의 추적이 스토리의 중심이 아니라 웃음의 기원을 찾는 근원적 추적이
바로 스토리 자체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독특한 구성이다.

웃음이 하나의 에너지가 된다는 베르베르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
......이제 권력은 대중의 웃음을 관장하는 사람들의 것이 되었어요. 그들은 매스 미디어 세계의 하위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이 하위 계층이 실제로는 지배층이에요. 그들의 지배를 보장하는 것은 불행을 잊게 하거나 상대화하는 능력, 그리고 따분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기분을 풀어 주는 능력이죠. 권태에 대한 두려움은 이제 핵심적인 두려움이 되었어요. 내가 보기에 사람들을 웃게 하는 것은 오늘날 가장 위대한 힘이에요. 어떤 힘도 그 힘을 능가하지 못할 겁니다......
베르베르의 지적은 정확하다.
우리나라도 개그콘서트 류의 개그프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초등학생들까지 개그맨들 흉내를 내는 걸 보고 있으면
격세지감과 함께 문득 두려움마저도 느껴진다.
웃음이 하나의 강력한 에너지임은 분명히 맞는데
어쩐지 득보다는 엄청난 해약의 형태로 자리잡는 것만 같아서...
외경심이 극단의 형태로 보여지게 될 것 같아 두렵다.
웃음을, 유머를, 개그를
점점 그저 단순히 미소로 바라보게 되지는 않는다 .
해학과 풍자를 밑바탕에 둔 촌철살인의 미학은 사라지고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극단의 몰살(歿殺)만 살아있다. 
이러다간 정말 웃음가스가 치료가 아닌 일상에서 필요한 때가 금방 올 것 같다.
가끔은 웃으면서 죽을 수 있다는 건 축복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듯.
성적인 에너지 에로스, 죽음의 에너지 타나토스, 웃음의 에너지 겔로스.
이제 내게 남은 에너지는 어떤걸까?
베르베르의 신작을 읽으면서
나는 내게 남은 에너지를 생각했다.
웃음이,
싹 가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7. 8. 06:40
정말 인간적으로 재미있는 책이다.
책 표지부터 얼마나 인간적(?)이던지...
앞표지의 그림 자체가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다 말해주는 것 같다.
한쪽으로 밉지 않게 살짝 돌아간 눈이며,
누군가의 시덥잖은 비밀을 듣느라 잔뜩 집중된 귀,
벌름거리리는 건수를 찾는 듯한 코,
금방이라도 별 생산적이지 않는 우스개소리를 쏟아낼 것 같은 입매.
거기다가 상당히 주관적으로 편안한(?) 원초적인 의상에
두루뭉술한 배둘레, 겹겹히 쌓인 친숙한 지방질까지...
정말 한 마디 안 할 수 없다.
"야~~ 참, 인간적이다~~~"
그러면서 문득 궁금해진다.
표지는 성석제의 의도였을까? 출판사의 디자인이었을까?



49편의 콩트같은 단편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아주 소소하고 일상적이고 이야기들
게다가 몇몇은 거의 허무개그의 수준이다.
박장대소를 노리고 보다는 삐질삐질 새어나오는 웃음을 노린 그런 이야기다.
개그콘서트를 책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 ^^
이 중에 또 몇 편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되어 지금 성석제의 머릿속에 구상 중일지도 모르겠다.
성석제의 글들은 가벼운듯 하면서도
묘한 뒷끝이 있다.
읽는 사람을 뒤가 구리게 하고 캥기게 하는 그런 반갑지 않은 마음도 들게 한다.
하지만 그의 재치와 유머러스함은 정말 명불허전이다 싶다.
손꼽히는 스토리텔러에 들어가는 이유를
이 사람의 책을 읽으면 매번 확인하게 된다.
2시간 정도 진득하니 앉아 있을 수 있는 책.
것도 아니면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고 겅중겅중 읽어도 무방한 책.
책이 주는 자유로움을 맘껏 즐길 수 있는 단편집이다.



열 두 번째 소설집을 낸 50에 들어선 작가 성석제는 말한다.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문장으로 포착해 소설로 만들어내는 순간,
 소설과 비소설 사이에 있는 그 아슬아슬한 긴장이 좋다"
라고...
그래서 그의 글 속에는 사람 냄새가 진동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제일 중요한 건 독자와의 소통이거든요. 
 내 소설이 구현하려는 바와 독자들이 가지고 가려고 하는 것이 맞아떨어지면 문학적 거래,
 즉 소통이 성립하죠.
 이 때 형식적 시론은 중요치 않아요."

성석제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 일상같은 단편들로 인해 세상 다들 별 다를 것 없이 사는구나 싶어
안도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안도감이 나는 "소통"이라고 생각된다.
살다보면 담배값 깍는 인간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대단은 하다...ㅋㅋ)
후진하는 차를 인도하는 신부님을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철부지없는 시부모를 만날 수도 있을거다.
또 모르지, 종계(種鷄)를 서리해서 씨를 말리는 참사를 빚게 될지도...
읽으면 읽을수록
나만 시덥잖은 게 아니구나,
나만 지지리궁상인 건 아니구나.
나만 팍팍한 게 아니구나...
웃으면서 공감하하게 되고 절로 악수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가볍지만 그러나 그 가벼움 속에 똬리 틀고 있는 예리한 일상들 역시도 다정하게 다가온다.
그래, 인생 뭐 별 거 있나?
이렇게 인간적으로 사는 거지!
어딘가에 있을 49편 단편의 주인공들과
인간적으로도다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7. 27. 06:25
 <메신저> - 마커스 주삭


메신저


마커스 주삭!

2008년 <책도둑>이란 2권의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상당히 새파랗게 젊은 작가! (고백컨대 개인적인 시기심 엄청 심난하게 들어있습니다)

순서가 좀 많이 뒤바뀌긴 했지만 <책도둑>보다 먼저 쓴 그의 책 <메신저>가 뒤늦게 번역돼  우리나라에 소개됐네요.

<메신저>라....

제목에서부터 이미 너무 많을 걸 말하고 있는 것 같아 문득 걱정부터 앞섭니다.

“어라! 이 사람, 도대체 메신저라는 제목을 이렇게 대놓고 정면에 내세우고 얼마나 재미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그런데 이 걱정은 역시나 쓸데없는 기우였습니다.(그리고 이 부분에서 한 번 더 개인적인 몹쓸 놈의 시기심 등장합니다....)

재미! 

여기서 개그콘서트 달인 김병만의 말투를 잠시 빌리렵니다.

“재미요? 그거 안 읽어 봤으면 말을 마세요~~”


에드 케네디.

19년 동안 내내 별 볼일 없이 오히려 한심의 축에 더 많이 몸을 담그고 살아온 불법 택시 운전사를 이제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더불어 소위 노는 물이 같은 세 명의 절친들까지도요.

2명의 남자 친구들 리치, 마브, 그리고 1명의 여자 친구 오드리(비록 일방통행이긴 하지만 에드가 짝사랑하고 있는 오랜 친구랍니다 ^^)

우연히 은행 강도를 붙잡아 졸지에 잠시 동네 우상이 된 에드는 어느 날 우편함에서 세 개의 주소가 적힌 다이아몬드 에이스 카드 한 장을 받게 됩니다.

별 볼일 없던 에드가 메신저로서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네요.

카드에 적힌 주소로 찾아간 에드는 그곳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받게 될 세 명의 사람들을 한명씩 만나게 됩니다.

밤마다 자신의 아내를 강간하는 남자와, 이미 한참 전에 죽은 남편 지미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는 노년의 밀라, 그리고 매일 아침 맨 발로 달리기를 하는 소녀 소피까지...

어쨌든 이 세 명에게 성공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한 에드. (그 과정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라고 말한다면 좀 얄미울까요? 그래도 그리 하렵니다... ^^)

왠지 모를 평온함과 행복감에 잠깁니다.

매일 밤 엄마가 아빠에게 강간당하는 모습을 봐야만 했던 딸 안젤리나가 어느날 에드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우릴 구해주러 왔나요? 노력은 해줘서 고마워요”

애드가 첫 번째로 전달한 메시지는 아마도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모든 "노력", 그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네요.


집으로 돌아온 에드에게 또 다시 클럽 에이스 카드 한 장과 짧은 편지가 건네집니다.

“고향의 돌에게 기도하라”

에드는 이 일에 선택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잠시 소망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일이 자신에게 주어졌음을 점점 인정하게 되고 결국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나하나 실행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렵게 찾아낸 “고향의 돌”에 적혀 있는 세 명의 이름.

토마스 오라일리 신부의 텅 빈 성당을 사람으로 가득 찬 축제의 장으로 만들고, 아이스크림 하나로 생계에 지친 어린 어머니 앤지 카루소의 마음을 위로하고, 그리고 비록 온 몸에 멍이 들긴 했지만 개빈 로즈의 금이 간 형제애를 회복시키는데도 성공합니다.

두 번째 메시지는 "관심"이었을까요?


세 번째 카드인 스페이드 에이스도 에드를 찾아 왔네요.

역시나 3명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작가들 이름이네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온 에드는 책 제목과 책에 표시된 페이지를 연결해 드디어 세 개의 주소를 알아냅니다.

이 메시지 안에는 어쩌자고 에드의 어머니도 포함되어 있네요.

살짝 금이 간 부분을 애써 외면하며 지내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

“왜 날 그렇게 미워하세요?”

아들의 질문에 어머니는 답을 합니다.

“왜냐하면 널 보면 그 사람이 생각나거든. 넌 여기 있어. 바로 그게 문제야”

어머니는 자신의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아들이 이 구질구질한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죽게 될까봐 싫었던 겁니다. 오히려 둘째 아들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게 말이죠.

망연자실해있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한 마디 말을 더 남깁니다.

“사랑이 아주 커야만 너를 이렇게 미워할 수 있는 거야”

세 번째 메시지는 이해를 통한 "감사"였던 것 같네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힘들긴 하겠지만 에드는 어머니를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리고 결국은 감사하게 될 거라는 걸 믿습니다. 다른 두 명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에드는 혼자 생각합니다.

“장소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예요. 만일 내가 이곳을 떠난다 해도 먼저 여기서 더 나은 사람이 된 다음에 떠날 거예요.”라고...


네 번째 카드, 에드의 손에 남겨진 하트 에이스에는 세 개의 영화 제목이 적혀 있습니다.

<옷가방>, <캣 벌루> , <로마의 휴일>

어쩐지 드라마틱하고 로맨틱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런데 이 세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혹은 배우의 이름이 바로 에드의 별 볼일 없는 세 명의 친구들 이름과 일치합니다.

영화 순서대로 리치, 마빈, 오드리까지...

이제 에드는 순서대로 이들의 메신저가 돼야만 합니다.

늘 함께 너저분한 방에 모여 허접한 카드놀이로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

항상 너무나 친하기에 잘 알고 있었다고 내내 착각했던 친구들에게서 고백되는 "진실"들.

그러네요. 세상 모든 사람에겐 누구나 비밀이 한 가지씩은 있다는 거.

그 비밀을 폭로가 아니라 고백해야만 비로소 진실이라는 자유와 만날 수 있게 된다는 거.

어쩐지 이 네 명의 친구들이 이제는 우정 그 이상의 울타리를 얻게 될 것만 같습니다.


에드는 이제 마지막 카드가 될 조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안에 담길 세 명의 사람은 과연 누가 될지....

그러나 전달 된 마지막 카드 조커에는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다르게 3명이 아닌 단 한 사람의 주소만이 쓰여 있습니다.

“시핑 스트리트 26번지”, 바로 에드 자신의 집 주소죠.

책의 남은 페이지가 얼마 없는데 이 이야기는 이제야 진짜 시작되려는 것 같습니다.

에드는 과연 마지막까지 메신저로서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에드의 집,
한 남자가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을 자신이 준비했다며 그 남자는 에드에게 말합니다.

“내가 그런 건 네가 평범함의 전형이기 때문이야.

 너 같은 녀석이 일어서서 그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할 수 있을 거 아냐.

 모두가 자신의 능력 이상의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거 아냐.

 어쩌면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거 아냐”

에드는 묻습니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남자는 대답합니다.

“계속 살아, 에드! 책만 여기서 멈출 뿐이야”

소설에 나오는 대사 치곤 꽤 독하네요.

그러나 이 책이 환상 혹은 한 여름 밤의 꿈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길 당부드립니다.

왜냐하면 에드가 받은 마지막 카드 조커는, 사실은....

에드드가 아니라 책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에게도 전달된 메시지니까요.

자, 지금쯤이면 당신은 에드의 메시지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준비가 되어있다면 당신이 받은 마지막 메시지는 과연 무얼 품고 있을까요?

이쯤 되면 저 역시도 당신이 받았을 그 메시지가 진심으로 궁금해집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