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에 정성화 몰리나와 최재웅 발렌틴 페어를 보고
박은태 몰리나와 김승대 발렌틴이 궁금했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박은태가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서 기대가 되기도 했고...
일단 외형적으로는 아주 적절한 비쥬얼과 싱크로율이 나오겠다 싶었다.
정성화 몰리나는 여성스럽지 못한 외모와 체격때문에
어쩐지 측은하고 안스럽긴 했지만
군데군데 코믹하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었다.
최재웅의 발렌틴은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이 사람 다시 <헤드윅>을 한단다. 또 다시 말근육을 드러내는 쫄바지를 입고서...^^)
늘 생각하고 느끼는 거지만 최재웅은 정말 좋은 톤을 가진 배우다.
박은태의 몰리나...
어쩜 그렇게 여자일 수 있을까?
여성적인 게 아니라 박은태는 그대로 여자의 모습이었다.
다소곳이 다리를 한쪽으로 꼬고 앉아 있던 모습이며
그 가려린 손끝의 움직임과
새초롬한 얼굴 표정과 말투에 담기는 여성 특유의 뉘앙스...
그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심각하게 그가 게이가 아닐까를 의심했다는데
직접 눈으로 보고 난 뒤에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솔직히 왠만한 여자보다 그의 몸이 드러내는 선은 확실히 곱다.
무대를 채우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 작품을 위해 박은태라는 배우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느껴져 찡했다.
노래 잘하는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였는데
이제 정말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래서 그의 몰리나가 더 아름답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김승대 발렌틴.
최재웅을 먼저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발렌틴을 완벽히 소화하기엔 그는 여러가지로 어려보인다.
외모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혼자 자꾸 비장해지려 하는게 관객들으리 충분히 끌고가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러나 어찌됐든 무대 위에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배우 중에 한 명이다.
언젠가 배우 김승대에게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찾아온다면
그의 무대는 지금과는 확실히 달라질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무대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언젠가 그에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김승대와 박은태의 조합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이다.
딱히 과장되거나 함부러 하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작품 속의 주인공을 한 무대 위에서 우연히 보는 것 같은 난감함!
이 정체불명의 난감함때문에 많이 고민되더라.
박은태의 아우라 때문이었나?
무대에 두 사람이 대사를 주고 받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시선은 계속 박은태 몰리나에게만 고정된다.
발렌틴이 교도소장처럼 목소리만 등장하는 인물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발렌틴의 독백으로만 채워지는 부분이
어쩐지 느슨하게 느껴졌다.
베일에 가려진 인물의 느닷없는 등장이 주는 당혹감이랄까?
암튼 난... 그랬다.
개인적으로 최재웅 발렌틴, 박은태 몰리나 페어가 꽤 궁금하다.
왠지 그림만으로도 싱크로율이 100% 일 것 같아서...
아! 한 가지만 더!
박은태가 몰리나를 조금 더 도도하게 표현했으면 하는 바람!
고민끝에 일부러 설정한 것 같긴 한데
대사 마지막을 묘하게 올렸다 내리는 톤은 좀 마음에 안든다.
진짜 여자는 그렇게 안한다.
정말 ^^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쌍둥이 아들로 출연했던 정일우.
그 이후에 일지매로 분했던 청년 정일우가
이번에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배우에 도전(?)한단다.
"정일우의 연극 데뷔"라는 간판만으로도
이미 어느 정도의 티켓 파워는 이미 예상이 되고
실제로도 지금까지 전석 매진 행렬의 연속이란다.
게다가 그가 맡은 역할이 게이 청년.
카메라를 한 번 거쳐 편집한 TV 연기와
실수조차도 통째로 보여질 수밖에 없는,
그것도 소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배우의 표현력이라는 거.
물론 배우 정일우에게도 도전이겠지만
보는 입장인 관객에게도 엄청난 도전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연예인들의 뮤지컬, 연극 나들이가 요즘 무슨 붐인가 싶다.
왠만한 가수는 이미 뮤지컬 무대에 서있고
(샤이니의 온유, 동방신기의 시아준수, 소녀시대 제시카, 전혜빈, 슈퍼 주니어의 예성, 성민...
이 외에도 그야말로 기타등등 기타등등...)
또 연기 잘하는 TV 감초 배우들도 한창 연극 무대를 채우고 있다.
공연예술은 참 너무하다 싶게 다양화로 달려가는데
그에 비해 깊이감은 자꾸 떨어지는 것 같아 솔직히 어느 때는 속이 상하기도 하다.
(이게 뭐 어디 연예인들의 탓이겠느냐마는...)
정통파 연극배우들의 무대가 그래서 이제는 더 반갑고 놀라울 정도다. (완전 로또지!)
때때로 유명 연예인들의 공연계 접수(?)로
지금까지 좋았던 공연 하나가 송두리째 "허당"으로 전락하는 걸 보게 되면
억지로라도 그 배우를 끌어내리고 싶은 과격한 바람도 솔직히 생긴다.
(또 실제로 그런 모습을 적쟎게 목격한 관계로...)
그래도 일단은 어린 하이틴 배우의 예상치 못한 도전은
사실 놀랍긴 했다.
연극은 참 재미있고 따뜻하다.
정일우의 도전은 물 위에 뜬 기름같이 때론 이질감으로 다가왔지만
(불안한 딕션, 한결같던 톤, 감정없는 대사 처리에 방향감각이 전혀 없던 눈동자,
잘생긴 얼굴과 상의 탈의로 이 모든 걸 무마하기엔 솔직히 턱없이 부족하더라.)
그래도 다른 두 배우가 참 부지런히 그 부분까지 성실히 덮어주더라.
함께 무대 위에서 연기하면서 배우 정일우는
"하모니"와 "균형"을 배웠을까?
그랬다면 그의 도전은 적어도 본인에겐 플라스 알파가
충분히 되고 있을테다.
35살 노처녀 "강은우" 역의 정선아
참 맛깔나게 심수봉의 "그때 그사람"을 부르던 강은우는
참 구구절절 나같더라.
서러울만큼 놀랍고 두려운 조우였나?
두 남자의 동거기념 3주년 파티,
그녀는 처음엔 분명 불청객의 입장이었다.
그런데 연극의 말미에는 이들은
마치 가족사진을 찍듯 나란히 같은 방향을 함께 바라본다.
그리고 그 모습은 어색하거나 작위적이라는 느낌조차 없다.
강은우가 늘 소원하고 바랐던
함께 할 사람을 이제야 만났는지도 모른다는 묘한 안도감까지 전해진다.
오정진(이상홍)과 이준석(정일우),
이 두 게이커플(?)에게 은우는 여자이면서 동시에 여자가 아닐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 존재의 편안함은 은우의 고백과도 정확히 닿아 있다.
"세상 남자들이 모두 게이였으면 좋겠어. 왜냐면 남자랑 있으면 피곤하잖아
그런데 오늘은 하나도 안 피곤해!"
피곤하지 않은 인생,
그리고 혼자가 아닌 인생.
누구나 꿈꾸지만 참 쉽지 않고 점점 "진절머리나게 어려워지는 인생"
똑똑 튀는 박장대소의 대사를 들어면서도 나는 어쩐지 명치끝은 자꾸 쨍해진다.
현실을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용기.
어쩌면 "사랑"이라는 걸 하면서 제일 중요한 게 바로 이건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만 노력하라며 헤어지자는 준석의 말에 감정을 다치는 두 남자.
은우는 그들에게 말한다.
"왜 부등켜 안고 기뻐하지 않아?
내가 없어서 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 말이야!"
그런건가?
그래서 은우는 술에 취해 예전에 살던 아파트를 찾았던건가?
그리고 창문 너머로 부인이 있는 애인의 집을 바라보기 위해서?
혹시 나도 그랬었나?
누군가 나에게 말해주길...
"저 하늘의 별이 다 쏟아져내려도 너와는 절대 헤어지지 않아!"
그런 믿음성 없는 말을 아직까지도 내내 꿈구고 있었던건가?
한 편의 연극을 보면서
내 맘은 참 많이 다치고 생채기가 나버렸다.
상처를 들여다 봐야 하는 거?
그래 어쩌면 그것도 공포체험의 일종일수도 있겠다.
서른 다섯이 넘은 여자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마른 논바닥같은 푸석함처럼.
예기치 않지만 집요하고 다가오는 이 구체적인 공포들.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윤대녕의 소설 제목입니다. <연금술사>를 떠올리면 이상하게 전 이 소설 제목이 떠오릅니다. 그렇다고 <연금술사>가 무슨 오래된 고전 소설도 아닌데 말이죠. 우리나라에 미지의 문학처럼 여겨졌던 중남미 문학의 붐을 만들어냈던 소설. 그리고 작가는 참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직업, 그리고 다양한 방황(?)과 다양한 구도(?)의 길을 만난 사람입니다. 산전수전에 소위 공중전까지 전부 겪은 셈이죠. 처음에 이 사람의 책을 읽었을 때 분명 게이일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문체가 여성스러웠던 건 아닌데 어쩐지 섬세하고 다정한 것이 따뜻한 양모를 뒤집어쓰고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따스함의 전달 혹은 적당한 안식이라고 말할까요??? 제가 알기론 현재까지 우리나라에 번역된 그의 책은 전부 9권입니다. 그의 첫 책을 비롯해 11권은 아직 번역되지 않은 상태고 가장 최근 번역작은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개인 산문집입니다. 1982년부터 지금까지 27년 동안 열심히 작가의 길을 가고 있네요. 이 사람의 경력은,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직업을 가지는 게 가능할까 의심스러울만큼 다양합니다. 그것도 한번 스치는 직업이 아니라 소위 한 분야의 전문가 소리를 들을 만큼 실력을 발휘했던 사람이죠. 그런 사람의 마지막 정착지가 작가인 셈이네요. 1947년 출생, 이제 60 고개에 접어든 나이니까 혹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연금술사> 파올로 코엘료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소설입니다.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간절히 원한다면, 온 우주가 그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의 내용은 몰라도 이 구절은 이제 하나의 명언처럼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단서가 있다는 걸 혹시 아시나요? “단,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지 언제나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말입니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이루어지길 간절히 소망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잘 아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잊어버린다는 사실이죠.
이 책, 첫 페이지부터 은밀함을 품고 있습니다. .....위대한 업의 비밀을 알고, 그 비밀을 사용할 줄 아는 연금술사 J에게.... 어쩌면 그냥 스쳤을지도 모르는 이 문구가 이 책의 맨 앞에 쓰여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는 동안은 이 “J"가 되기로 작정을 했죠. 주인공 산티아고의 순례의 길을 함께 따라갑니다. “J"인 나는 꿈을 해몽하는 집시가 되기도 하고, 늙은 왕이 되기도 하고, 크리스털 가게 주인이 되기도 하고, 영국인이 되기도 하고, 낙타몰이꾼이 되기도 하고, 오아시스에 남겨둔 그의 여인이 되기도 하고, 연금술사 스승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물론 산티아고 자신의 모습이 되기도 하죠. 함께한 순례의 길은, 자아의 신화, 위대한 업 혹은 만물의 정기, 그리고 하나의 언어로 명명되어지는 “사랑”에 대한 비유와 상징의 보물 찾기였다는 걸 깨닫습니다. 결국 이 책, “소통”과 “조화” 에 대한 충고였던 셈이네요. 크리스털 주인의 꿈은 메카로의 성지순례였습니다. 산티아고 덕에 부자가 된 그는 떠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못합니다. 그는 말하죠.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혹시 이 모습이 내 모습, 혹은 당신의 지금 모습은 아닌지......) 가게 주인은 꿈의 길 그 끝에서 마지막을 보게 될 사람입니다. 그가 만약 진정한 연금술사를 꿈꿨다면 아마 다르게 말을 했겠죠.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것 때문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일에는 결국 치러야 할 댓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래 앓고 난 사람처럼 힘들게 하는 일이 있나요? 어쩌면 이 책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아는 길을 되집어 볼 수도 있을 테니까요... 따뜻한 봄날, 당신의 영혼에 파이팅을 외칩니다. 이제 꽃으로 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