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3. 2. 06:23


2007년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을 마치고 돌연 영국 유학길에 올랐던 그녀. 
영원히 줄리엣일 것만 같았던 "조정은"의 복귀작.
그 이유만으로도 꼭 봐야겠다 다짐하게 만들었던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
2년의 공백 동안 그녀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리고 얼마나 무대가 그리웠을까?
게다가 계원예고 동창 "최재웅'이 상대역이란다.
오랫만에 동창회에  나오는 그런 느낌도 있지 않았을까?
왠지 그녀의 감회가 나는 기쁘고 그리고 이쁘게 다가온다.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
"Two new musical"이라는 말을 쓰더라.
1막은 19세기 비엔나를 배경으로
2막은 현재를 배경으로 해서 그런가?
"new"라는 단어가 어쩐지 좀 민망하긴 하다.
어쨌든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더이상 새롭지는 않을텐데...  (^^)
아무래도 형식면에서 "Two new musical"이라는 말을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이 작품은 오프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1988년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되면서 큰 호응을 받게 되고
토니상 작품상, 대본, 작곡/작사,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작품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미국인들이 우리보다 사랑이라는 감성에 더 악한 것 같다는 생각도...
 


1막 19세기 비엔나
돈 많고 잘생긴 미혼남 알프레드(최재웅)와 화려한 연애편력을 자랑하는 조세핀(조정은).
그들은 진정한 로맨스가 없는 삶이 영 불만족스럽고 무의미하기만 하다.
주인공이 친구 테드와 헬렌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는
이런 무료함과 상류층의 사랑에 대한 신물이 구구절절 적혀있다.
뭔가 다른 사랑을 꿈꾸는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Mask(가면)".
두 사람은 똑같이 가난뱅이 시인, 공장 노동자가 되어
은밀한 연애의 즐거움에 빠져든다.
극의 마지막에 알프레드가 그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듯
1막은 하나의 "오페레타(operetta)"다.
경쾌하고 가벼운 웃음을 주는 소극.
천연덕스러운 조정은의 연기가 돋보인다.
그동안 정말 그녀는 무대가 많이 그리웠구나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어딘지 그녀의 목소리와 음색도 예전의 곱고 이쁜 것과는 많이 달라져있다.
능청스러웠던 그녀의 표정은 참 즐겁더라...
깨방정 조정은 ^^

 


2막은 현재
대학시절부터 13년째 절친한 친구인 그(최재웅)와 그녀(조정은).
그들은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닐만큼 가깝고 친한 사이다.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바닷가 팬션에서 함께 여름휴가를 즐기는 두 사람은 
서로의 배우자가 잠든 깊은 밤,
거실에서 결혼생활, 플라토닉 한 사랑(우정)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그러니까 그의 말대로 그들은 지금 "연애질" 중인거다.
선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
그 연애질의 이제 막 위험한 관계로 넘어가려고 한다.
만약 당신이 이런 경우라면 어떤 결말을 원하는가?
극은 마치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것 같다.
우리가 믿는 모든 사랑의 시작은
환상과 거짓일수도 있다. 아니 확실히 그렇다.
그 환상이 이제 막 현실로 넘어오는 순간은 유머러스하고 수다스럽다.
그러나  반전(?)이랄 수 있는 마지막 대사에서는
모든 유부남, 유부녀들에게 마지막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공감되는 대목이 많은 풍자극이라고
조정은은 말한다.
그러니까 이 뮤지컬은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상황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즐기라는 뜻이다.
2막보다는 1막이 재미면에선 더 있지만
2막에서 오랜 두 남녀 친구가 주고 받는 시덥잖은 대화 속에 담긴
심리적인 고백들과 그 변화를 따라가는 즐거움은
오히려 1막보다 더 솔솔하고 은근한 재미가 있다.



유학생활 중에 조정은은 생각했단다
내가 나의 모국어로 공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달았다고.
그래선가?
그녀는 충분히 그 작은 복귀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빛이 그동안의 그녀 속에 있던 그리움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앞으로 그녀는 착하고 이쁜 역을 벗어나
아마도 더 많은 다른 모습으로 무대위에 서지 않을까 기대된다.
사실 배우 조정은을 이쁘고 착한 여주인공으로 만들었던 건
관객의 시선일지도 모르겠지만,
배우 조정은은 이제 그 시선에조차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배우 최재웅.
그에게 코믹한 역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거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꽤"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오랫만에 본 상큼 발랄한 뮤지컬.
그런데 솔직히 다시 보게 되진 않을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7. 06:09



스티븐 손드하임의 문제작 <암살자들>
2005년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관람 후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내 손에 한 자루 총이 들려있었다면 어쩌면
가차없이 대통령을 향해서가 아니라 내 머리통을 향해 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던 기억도... ^^
엄기준, 오만석, 최재웅, 송영규, 박정환, 최민철, 김무열, 오세준, 홍윤희, 한혜숙...
지금은 정말 엄청난 배우들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출연했던 뮤지컬 <어쌔신>
내용이 어쨌든 간에 일단 별들의 전쟁이라고 생각했었다.
당대 뮤지컬 좀 한다는 남자 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던 작품 <어쌔신>
그리고 나는 <어쌔신>을
명성과 출연진보다도
보고 난 후 곱씹을수록 묘하게 점점 더 좋아졌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손드하임의 매력은 내게는 그렇다.
두고두고 소처럼 오랜 되새김질을 하게 만드는 사람
<스위니토드>를 보면서도 <컴퍼니>를 보면서도 그랬다.
<어쌔신>과 달랐다면 두 작품은 모두 보면서 바로 느낌이 왔었다는 것.
하지만 어쨌든 손드하임의 작품 모두는 내게 곱씹을수록 더 깊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2005년 공연 포스터>              < 2009년 포스터>

--> 개인적으로 2005년도 포스터가 맘에 든다.
       2009년도 포스터는 너무 소란스럽고 수다스럽다. 

<2005년/2009년 어쌔신 Casting>

존 윌크스 부스    : 엄기준(2005) - 강태을(2009)                 찰리 귀토        : 송영규(2005) - 김대종(2009)
새뮤얼 비크        : 오만석(2005) - 한지상(2009)                 레온 촐고즈     : 최민철(2005) - 이   석(2009)
쥬세페 장가라     : 박정환(2005) - 이창용(2009)                 존 헝클리        : 김무열(2005) - 김대명(2009)
리넷 스퀴키 프롬 : 한혜숙(2005) - 임문희(2009)                 사라 제인 무어 : 홍윤희(2005) - 최혁주(2009)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2005)  - 최재웅, 이경수(2009)



역대 미 대통령을 암살한 9명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다...
이 발상 자체만으로도 지극히 매력적이다.
징하게 살 맛 나는(?) 지금의 우리 현실을 향해
유쾌한 한방을 날리는 개운함이라는 말도 꼭 해두자.
"대통령을 겨냥한 총구"라니...
무모할지라도,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은가? 



사진은 많이 흔들렸지만 일부러 찾아본 캐스팅이다.
최재웅의 오스왈드!
얼마 전 계원예고때부터 절친이었던 조승우와 함께 촬영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한 최재웅.
(그의 "뇌전"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의 다음 영화를 나는 기대한다...)
초연때 그의 목소리는 그 숱한 별들 앞에서도 귀에 속속 들어왔었다.
그때 이 사람이 출연하는 작품은 꼭 챙겨봐야지 혼자 다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의 작품을 참 많이 안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대가 좋다. 
느긋한 믿음감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더불어 나 또한 너무 느긋해져서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놓쳐버린 그의 작품들이 숱하게 많다... ^^;;)
그런 그가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뮤지컬 <헤드윅>이다. 
당연히 나는 이번에도 그의 <헤드윅> 역시나 무지 궁금하다.
(헤드윅은 초연 때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오만석 4명의 캐스팅를 전부 봤다. 그 이후엔? 안 봤다. 어쩌다보니...)
물론 무지 이쁘겠지... 그럼 다른 것들은?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                     <존 윌크스 부스 : 강태을>

프레스콜 사진 속에 담긴 그의 얼굴은 좀 불안했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 확인해야 옳은 거라 느긋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찾게 된 신촌의 The Stage
전체적으로 극은 초연때보다도 너무 많이 가벼워지고 코믹해졌다.
초연때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름데로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좀 아쉽다.
아니 사실은 너무 많이 아쉽다.
블랙 코미디같은 날선 예리함과 이유있는 비꼼이 사라졌다.
초연의 기억을 미련맞은 소처럼 너무 오래 곱씹었던가?
장난기 넘친 발라디어에 순간 멈칫하다.
그러나 최재웅의 오스왈드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이게 바로 그의 진면목이구나...
하나의 극 속에서 그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두 가지의 인물로 등장한다.
<어쌔신>의 대표 주인공을 사람들은 존 윌크스 부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바로 오스왈드가 진짜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이야기는 오스왈드의 선택에 의해 귀결되기에...
그의 선택이 없다면 결코 8명의 암살자들 모두가
시공을 초월해 한자리에 모일 수 없을테니까... ^^



스티븐 손드하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무릎을 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류(어쌔신, 스위니토드)의 손드하임 작품들이 훨씬 좋다.
뭐 인간 자체가 우중중하고 전체적으로 조증모드라서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초연의 무대와 다르게
무대 양 편으로 피아노 두 대가 놓여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배우들...
<쓰릴 미> 때도 그랬지만 단지 피아노 하나만으로
극을 전개시킬 수 있다는 게 신비스럽다.
그리고 더 신비한 건,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음악에 익숙한 사람에겐 어쩌면 너무 단조롭게만 들려 심심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들에게 살짝 말해주고 싶다.
원래 암살은 단조롭고 은밀한 거라고...
비겁하게 숨어서 조용히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결정적으로 더 비겁하게 몸을 숨기고 한 지점(가슴팍 또는 머리통)을 향해 총을 쏘는 거라고...
준비동작이 화려할수록
발각의 위험은 오히려 증가한다.



레온 촐고츠의 이석, 찰리 귀토의 김대종, 새무얼 비크의 한지상
세 명이 눈에 띈다.
레온 촐고츠의 촛점 없던 멍한 눈빛과
(이석씨의 성공적인,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다이어트에 박수를...)
환상에 빠져 자신만의 "케세라세라" 의 세계에 빠져있던 찰리 귀토.
두 사람은 초연의 느낌보다 개인적으론 더 맘에 든다.
그리고 초연시 오만석의 했던 새무얼 비크 역을 했던 한지상.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그는 군생활 중 후회는 없겠구나 싶다.
적당한 광기와 빈정거림, 그리고 번특이며 굴러다니던(?) 눈동자.
상당히 파격적으로 나오는 인물 새무얼 비크(대사의 대부분이 욕설 같은 느낌이라서... ^^';;)
한지상은 대체로 두려움 없이 잘 해낸 것 같다.
한동안 그는 금단현상에 시달리겠구나... 무대 위의 시간들이 그리워서..
아쉬웠다면 하얀 옷의 산타...
어두운 극의 분위기와 선명하게 대비되기에 그리 어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산타는 빨간색이여야 맞는 것 같다.
(습관이란 이렇게 무섭다. ^^)



존 윌크스 부스 강태을.
개인적으로 엄기준의 존 윌크스 부스도 맘에 들진 않았지만
강태을의 부스는 너무 코믹스럽다.
(이 사람이 요즘 뮤지컬계의 꽃미남이라고 불린다. 나는 딱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이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던걸까?
무대 위에서 제일 이해가 안 가는 인물이었다.
코믹해도 "신념"과 "확신"은 있어야 하는데 그의 부스에게선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더 사격장 주인 같았다면 내 답답함이 이해가 될까?
그리고 리넷 스퀴키 프롬의 임문희.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실망했다는 말 또한 남겨두자.
역 자체가 상당히 "똘기" 흐르는 배역이긴 하지만
그렇게 극심한(?) 백치미까지 소유한 보기드문(?) 인물은 절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2005년 빨간 산타 복장의 오만석 새무얼 비크>

놀이동산의 페러이드를 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소극장 도전은 참 좋았는데
그 의도만큼 작품이 잘 나와주지 않은 것 같다.
오랫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했었는데
결론은 기대한 것 보다 너무나 많이 아쉽다.
또 다시 미련한 소가 될 작정을 했었는데 돼새김할 게 별로 없다.
텅 빈 위를 들여다보는 미련한 소의 당혹감이라니...

중요한 건,
"정조준"이다.
정확한 목표를 향해 정확한 조준을 해야만 정확히 꿰뚫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런데 그들의 조준은 아무래도 좀 빗나간 것 같다.
목표물을 향해 잘 발사된 총알마저도
옆의 총알에 의해 궤도를 이탈하고 만다.
결국은,
방향을 잃은 총알 세례까지 피해야하는 
황당한 슬랩스틱 코믹버전 총격전을 본 기분이다.
공연이 끝나고 지상으로 복귀하는 어깨가
왠지 뻐근하고 묵직하다.

"그래, 결코 총질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