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0.15 <컨설턴트> - 임성순
  2. 2010.08.30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2
읽고 끄적 끄적...2010. 10. 15. 05:45
1억원 고료 제 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총 281편으로 국내 장편 소설 공모 사상 최다 응모 기록을 세웠단다.
그리고 그 중에서 최종 3작품 중에서 선택된 작품이 <컨설턴트>다.
소설을 쓴 작가 임성순은 1976년생 젊은 작가고 그의 첫 장편소설이자 데뷔작으로 멋진 잿팟을 떠뜨렸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한때 실서증(글을 쓰지 못하는 증상)을 앓기도 했다는데
적어도 나는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쓰지 못하는 괴로움과 절망을...
그 절망을 이기고 <컨설턴트>를 쓴 임성순은
이 소설이 "회사"를 주제로한 3부작 중에 1부라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디어에 집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줄 2부 <문근영은 위험해>와
공리주의가 진정한 선(善)인가를 묻는 3부 <전락>을 통해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되짚을 계획이란다.
(기대해보자. 이 두 권의 책 역시도...)
작가는 대학시절 곽경택 감독, 안권태 감독의 연출부 생활도 했단다.
역시나 책 속에서도 영화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어쩌면 어느 틈에 슬슬 영화화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와 관료제의 의사결정구조에서는 누군가의 죽음을 초래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져도 그것이 정확히 누구의 책임인지를 말하기 어렵게 됩니다. 어떤 이의 '정상적인' 결정 때문에 다른 이는 엄청난 고통을 겪거나 심지어 굶어 죽는 일까지 생기게 되죠. 얼핏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보이는 것들이 과연 자연스러운 죽음인가를 따져 묻고자 했습니다."
책을 출판하면서 작가 임성순은 말했다.



컨설턴트!
직업란에 기입하기에 소위 뽀대나는 직업이다.
왠지 모호하면서도 마치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요즘 세대에 이 "뽀대"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 하면 잔소리다.
PC통신 시절 추리소설 동호회에 소설을 몇 편을 썼던 주인공은
군대를 제대하고 어찌하다 이 뽀대나는 직업을 갖게 된다.
(선택이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모든 인생은 음모다.) 
구조조정 컨설턴트인 그가 컨설팅하는 일은
소위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는 살인 청부다.
처음엔 본인도 그 사실을 잘 몰랐다.
거액의 돈을 주면서 넘겨받은 등장인물과 상황으로 주인공이 죽는 소설을 쓰는 단순한 창작(?)이었다.
그런데 그가 쓴 소설이 소위 "킬링 시나리오"가 되버린 거다.
자신이 쓴 소설의 내용과 똑같은 일을 기사로 확인하면서 물론 주인공은 잠시 혼란에 빠진다.
따지고 보면 "누구에게나 죽어 마땅한 이유" 한가지쯤은 있다.
당연히 주인공은 점점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물론 거기에는 점점 늘어나는 통장의 잔고 또한 한 몫을 한다.
여기에 또 당연한 대사 역시 빠질 수 없다.
"원래 세상이란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블러드 다이아몬드 현실에 대한 고발이자 조롱이며 동조다.
차례차례 구조조정되는 사람들의 이름에 내 이름을 옮겨본다고 해도 딱히 반론의 여지가 없는...
책 속의 주인공은 그래서 끝까지 익명이다.
따지고보면 수억명이 바글거리며 피튀기게 살고 있는 지구상에서 나란 존재 역시 익명이다.
그러니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굳이 만고의 진리인 give and take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익명의 내 행동이 익명의 누군가를 가차없이 사망시킬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이 모든 게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 위에 있는 뭔가에 의해 내가 "조종"되고 있었다는 거다.
뭐 특별할 것 없는 현실의 모습이다.



세계는 다이아몬드 구조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형은 결코 혼자 서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뭔가 지탱해줄 삼각형들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다시 세상의 그림을 삼각형으로 만들......
그리고 그건 다양하다.
정말 다양하고 세상에 그런 존재들은 너무나 많다.
다이아몬드의 구성원들은 침묵한다.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는 대가로,
죽음은 자신의 죄가 아니다. 처벌받을 이유도, 책임질 일도 없다.
무엇보다 그 대가를 그들 역시 향유하고 있으니까.
피는 달다. 원래 세상이란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이 문장을 읽는데 섬득했다.
아무래도 이 소설을 나는 공포소설로 분류해야 할 것 같다.
낚시질을 당한다고 해서 맛잇는 미끼를 뭐든 덥석덥석 물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그러다간 정말 회로 떠질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사실 모두 공모자며
모두 종범(從犯)이고
모두 교사범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8. 30. 06:42
요즘 베스트셀러로 한창 인기있는 책이다.
2010년 5월 24일 1판 1쇄를 발행하고 두 달 반 만에
41판을 찍어낸 히트작이다.
더구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몹시도 정의로운 제목을 내세우고 말이다.
저자 마이클 샌델은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된 사람이란다.
1980년부터 30년간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고
그의 정의(justice) 수업은 현재까지도 20여 년 동안
하버드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책의 겉표지에 나와있는 강의 모습은 이 말을 실감하게 한다.
제목이 주는 정의로움때문에(?) 읽는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정말 놀랍다.
아주 재미있고 그리고 무지 지적인 책이다.



이 책에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첫번째는 공리주의 시각으로
정의란 행복의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의 이론을 들어 설명한다.
두번째는 자유와 연관시키는 시각으로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하다.
두번째 해석은 다시 자유지상주의의 견해와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견해 둘로 구분된다.
전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 이마누엘 칸트를
후자는 평등을 옹호한 존 롤스의 이론을 내세운다.
마지막 세번째는
저자가 좋아하는 방식이라고 밝힌 미덕과 연관시키는 시각이다.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견해다.
저자는 책의 초입부에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정의로운 사회란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하는 사회라는 뜻이다.
그리고 책에서 언급한 "행복한 도시를 위해 지하실에서 영양실조로 쇠약해져가는 아이"의 비유는
섬뜩하고 정직하다.
어쩌면 정의를 우리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위 말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으로...
그런데 아이의 입장이라면 그 실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참혹한 일이겠는가!
절대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 일은 과연 정의로운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를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며 아주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소수집단 우대정책, 대리 출산, 낙태, 동성혼, 징집, 자원군 등
사회에 찬반이 갈리는 직접적이면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문제에서부터
자동차 수리, 유리창 닦기 등과 같은 비유를 통한 해석까지 그 범위 또한 방대하다.
말 그대로 거침없이 지적이다.
(화려한 문학적 구사 없이도 이렇게 충격적이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끊임없이 질문을 해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적지 않은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데
그 지적 갈등 과정 역시나 상당히 재미있고 즐겁다.
계속되는 딜레마 속에서도 어느 틈에 읽고 있는 이의 생각까지도 하나씩 정리하게 만든다.
상당히 괜찮은 명강의를 직접 듣고 있는 떨림과 흥분이랄까?
명성뿐인 책이 있고, 명성 그 이상인 책이 있는데
이 책은 확실히 후자에 속한다.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날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몇 번씩 읽어도 좋을 책이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책이고
읽을 때마다 새롭게 알게되는 것들이 끊임없이 나타날 그런 책이다.
충분히 그리고 확실히...

 <하버드대 강의 모습>

정말 멋지고 환상적인 책을 만났다.
이런 게 책이다!!!
이 책 한 권 속에 완벽히 넋을 잃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