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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11 <빅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1
  2. 2009.10.16 달동네 책거리 66 : <꽃피는 고래>
읽고 끄적 끄적...2010. 11. 11. 06:31
한 인간이 완벽한 타인이 돼서 산다는 게 가능할까?
우발적인 살인으로 시작된 다른 사람 되기!
그것도 아내와 두 아이가 있는 뉴욕 월가의 잘나가는 변호사가
부모가 남긴 신탁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숱한 잡지사에 매번 퇴짜를 맞는 별볼일 없는 삼류 사진가로 살아가기로 했다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금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건
적어도 내겐 일종의 환상이자 유토피아다.
책을 쓴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어딘가에서 그를 두고 "듣보잡" 작가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그의 책 <빅 픽처>는
발간된지 한달도 되지 않아 5쇄에 들어갔을 만큼 현재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다.
블로그나 독서 모임 카페에서도 한창 블루칩인 소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조국인 미국보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란다.
이미 10권이 넘는 소설과 여행집까지 발간한 더글라스 케네디.
미국 태생이면서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고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그야말로 그로벌한 인물이다.
2007년 4월에는 심지어 프랑스에서 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단다.
2009년 11월에는 또 다시 프랑스의 유명 신문 <피가로>지에서 수여하는 그랑프리상을 받고...
정치적으로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열광하고 있다지만
<빅 픽쳐>를 읽고 나면 기발한 상상력과 표현력에 천상 스토리텔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작가의 꿈을 아버지로 인해 접고
월 스트리트의 잘나가는 변호사가 된 벤 프레드포드.
공교롭게 이웃집 별볼일 없는 삼류 사진작가 게리 서머스와 아내의 불륜을 알게된 그는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낯선 곳에서 게리 서머스가 된다. 
완전범죄를 꿈꾸며 철저하게 증거인멸을 하는 그의 솜씨는
과히 충격적이고 섬뜩하다.
(와인병에서 냉동고로 급기야 전기톱까지 등장하니 그럴 수밖에...)
사람은 자신이 가진 걸 모두 잃게 되면 필사적으로 되찾고 싶어한다는데
벤 이 사람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요트사고로 스스로를 죽은 사람으로 만든 벤은
되도록이면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살고자 서부의 허름한 마을에 게리 서머스란 이름으로 정착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가 찍은 인물 사진과 산불 사진이 미국 전역의 신문과 매스컴에 실린다.
하루 아침에 유명 인사가 된 벤.
급기야 의도적으로 떠나온 뉴욕 <타임>지에서도 함께 일하고 싶다며 연락이 오고
전국에서 전시회와 책 출간 제의가 쏟아지듯 들어온다.
여기에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이 독백처럼 나온다. 
꽤나 재미있고 상당히 예리한 조롱이다. 
 
일주일 동안 나는 미국 생활의 자명한 진리 중 하나를 깨닫게 됐다. 일단 인기를 얻으면 어디서나 그 사람을 찾는다. 미국 문화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늘 무시된다.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발행인, 잡지 편집자, 제작자, 갤러리 주인, 에이전트들을 설득하려고 필사적으로 앴는 사람은 낙오자로 취급될 분이다. 성공할 수 있는 길은 각자 찾아내야 하지만, 그 누구도 성공을 이룰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명성을 얻지 못한 사람에게 기회를 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더라도, 자기 판단만 믿고 무명의 인물에게 지원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무명은 대부분 계속 무명으로 남는다. 그러다가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온다. 행운의 빍은 빛에 휩싸인 후로는 갑자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반드시 써야 할 인물이 된다. 이제 모두 그 사람만 찾는다. 모두 그 사람에게 전화한다. 성공의 후광이 그 사람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그러서였나?
더글라스 케네디가 미국인이면서 영국에 사는 이유가...
어쩌면 벤은 케네디 자신의 대리인인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스타 산업에 대한 염증과 허상.
이 소설 속에는 미국 문화 전반에 대한 은근한 조롱과 비웃음이 깔려있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빅 픽처>란 제목에도 암시성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사실적으로 찍었다고 해도
사진(picture)은 찍은 사람의 의도와 왜곡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 사물이 커질수록(big) 왜곡은 심해진다.
어차피 그 전부를 온전히 담을 수는 없기 때문에...



사진 전시회 오프닝 행사.
새로운 연인 앤의 앞에서 그는 전처 베스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는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기자 루디와 함께 달아나듯 도망치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자신은 가까스로 빠져나온다.
다음날 발행된 신문의 헤드라인에 기사!
"천재 작가 게리 서머스 교통사고로 사망"
벤은 앤과 함께 했던 오두막에서 혼자 중얼거린다.
"나는 이제 또 죽은 사람이 됐다"
또 다시 반전이다.
벤은 어떻게 될까?
(궁금한 사람은 직접 책에서 확인을...)
영화로 만들기에 딱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만들어졌고  프랑스에서 11월에 개봉했단다.
현재 프랑스에서 최고 인기라는 로맹 뒤리스가 주연이고 (누군지는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꽤 유명한 가트린느 드뇌브도 출연한다.
(국내에 개봉하면 꼭 챙겨봐야겠다.)
인생을 몇 번씩 다른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그 최종 결말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내 상태로는 꽤나 부러울 따름이다.
하긴 이런 걸 꿈꾸기엔 내가 가진 재능(?)이라는 게.
참 치명적으로 전무(全無)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0. 16. 06:01
 <꽃피는 고래 > - 김형경 

 

꽃피는 고래 


개인적으로 느낌이 좋다고 생각하는 여성 작가입니다.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 전경린. 독특한 자기만의 작가 세계를 구축한 여성 작가들 중에서 김형경은 어찌 보면 굴곡 없고 평범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세월>이라는 소설이었네요. 제가 처음 김형경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게...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외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성에>, <사람 풍경>... 참 꾸준히 그리고 성실히 달려온 작가란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람은 이 분의 글은 참 심난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 심난함이라는 게 모두 사람들로부터 비롯된 심난함이니 과히 낯설지 않다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17살 “니은”의 성장소설입니다.

참 잔인한 현실이 무심하게 그리고 태연하게 그려져 있죠.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아이와 어른이 중간쯤에 와 있는 “니은”과 천진함이 먹먹한 사랑으로 다가오는 어른의 이야기(참 표현력 진부하네요...^^)

평생을 고래를 쫓아다니던 처용포 대왕고래 장포수 할아버지는 언젠가 포경업이 다시 합법화 될 날을 기다리며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배를 20년 동안 간수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는 제 손으로 살아있는 생명을 보내지 않으리라 다짐한 왕고래집 할머니는 첫정의 징글징글함을 알면서도 주인이 버리고 떠난 고양이들에게 새벽부터 밥을 챙기며 생명을 거두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은 생명을 죽이는 일을 (그것도 엄청난 생명) 했었고, 한 사람은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네요.

그리고 또 한 사람.

자신을 홀로 세상에 남기고 가버린 부모가 어이없고 괴씸하기만 한 “니은”은 지금 바다와 같은 공황상태에 있습니다.

“파도는 평생 바다를 찾아다닌다...”는 말

제가 바다의 일부인지도 모르고 때론 거칠게 화를 내며 파도는 평생을 그렇게 바다를 찾아 다닌다네요

이 책의 “니은”이 꼭 그런 존잽니다.

울컥울컥 쏟아지는 감정을 차마 쏟아내지도 못하고 자꾸 안으로 안으로 숨기다 급기야 우연히 붙잡힌 고래를 안고 토해내고 마는 지경까지 이르고 말죠.

그녀의 입에선 무수한 고기들이 빠져 나옵니다.

어쩌면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무수한 작살을 꽂고서 몇 시간동안 바다에서 사투를 벌였을 고래의 몸이 제 몸 인양 그렇게 바라봤을지도, 그래서 울어내도 울어내도 그 울음은 내 것이 아니었노라 발뺌할 수 있다 믿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니은에게 왕고래집 할머니는 말합니다.

"니가 시원하게 못 울어서 마음이 아픈 거다. 슬픔이 몸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몸을 두드리는 거지...“

전 이 표현이 참 섬뜩하게 아팠습니다.

슬픔이 몸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내 몸을 두드린다니...

내 맘이 딱 그랬었는데 하면서 느끼는 섬뜩함.

이 섬뜩함을 깨고 홀로 일어서는 게 17살 주니은의 어른되기 프로젝트의 시작일 것 같네요.


고래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내 품는 피 섞인 숨결 그 잔인한 순간을 “꽃을 피운다”는 말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어쩌면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인생인지도 혹 모르겠습니다.

“고래가 꽃을 피우기” 위해선 쫒는 포경선의 질김도 있어야 할  것이고, 이제는 끝임을 인정하는 고래의 마지막 체념의 숨결도 있어야 하듯이 말입니다.

어쩌면 끝을 인정하는 고래의 마지막 숨결이 신화가 되어 꽃을 피우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고래가 정말 “신화”처럼 아직까지 숨쉬고 있는 건지도요...

알고 계셨나요?

고래에겐 혈우병이 있다는 거...

그래서 한번 상처를 크게 입으면 피가 멎지 않는다고 하네요.

넓은 바다에 살면서 우리처럼 허파로 호흡을 하고, 그리고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키우는 고래.

허파로 호흡하는 고래가 뭍에 나오면 죽는 이유는...

숨을 못 쉬어서가 아니라 물속에선 부력에 의해 감당했던 자신의 무게를 뭍에선 도저히 감당하지 못해 제 무게에 스스로 눌려 사망하게 되는 압사라고 하네요.

어쩌자고 상처받으면 쉬 아물지 않고, 감당하지 못할 삶의 무게에 죽을 것 같는 우리네 모습과 이리도 똑 닮았는지....

그래도 그 작살을 꽂고 몇 십 년을 아니 몇 백 년을 살아가는 고래도 있다고 합니다.

그 끈질김 또한 어쩜 그리 똑 같은지...

장포수 할아버지는 분명 오래전 자신과 눈이 마주쳤던 그 고래를 찾아 다시 떠났음이 이제 분명합니다.

그 고래를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고래처럼 "신화"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결국은 "신화"처럼 숨쉬기 위해서...

우리에게 이제 "신화"는 그리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이겨내고 지켜내는 모든 일들과 마음들, 그리고 진심들

그것들이 우리에게 영원히 숨쉬는 “신화”가 될 것을 이젠 알 것 같습니다.

“신화”는 기억하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이 책은 말합니다.

기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요.

"그것들을 잘 떠나보내기 위해서 그리고 그 뒤에 마음속에 잘 살게 하기 위해서”라구요.


모든 것을 마음에 담고 살아갈 수는 분명 없을 겁니다.

그게 이별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고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떠나보내는 게 잘 기억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더 이상 떠나보냄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책,

묘한 안도감에 평온함마저 안겨주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