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10. 12. 08:26

 

<1446>

 

일시 : 2018.10.05.~ 2018.12.02.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극본 : 김선미

작곡, 연출 : 김은영

작곡, 음악감독 : 김세용

출연 : 정상윤, 박유덕 (세종) / 남경주, 고영빈 (태종) / 박소현김보경 (소현왕후)

        박한근, 이준현, 김경수 (전해운) / 최성욱, 박정원, 황민수 (양녕대군&장영실) / 김주왕, 이지석 (운검) 외

제작 : HJ컬쳐

 

나는...

아무래도 애국자는 아닌 것 같다.

정말 많이 기대했던 작품인데 보고 난 느낌은 어딘지 헛헛하다.

"1446"이라고 해서 한글 반포 혹은 창제에 포커스가 맞춰졌을거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뭐랄까, 이씨 왕조의 가정사라고나 할까?

서울예술단의 <뿌리깊은 나무>와 비교하자면

내 취향엔 뿌나가 훨씬 더 좋다.

작품 보다는 무대가,

무대 보다는 의상이,

의상 보다는 배우의 연기가 눈에 더 들어왔다.

단, 소현왕후 김보경은 재앙이었다.

아무래도 김보경의 레전드는 "미스 사이공"이 유일한 모양이다.

(연기도, 노래도 점점 이상해서...)

넘버들도 강강강강의 연속이라 부담스러웠다.

제일 인상 깊었던 배우는 태종 고영빈,

그 다음은 김경수와 정상윤.

제목은 분명 "1446"인데 주인공이 김경수 같기도 하고...

이 작품,

포커스가 참 난해하다.

뮤지컬 보다는 퍼레이드의 느낌.

그야말로 TMI (Too Much Information)

혹시... 내가 피로해서였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9. 17. 09:14

 

<신흥무관학교>

 

일시 : 2018.09.09.~ 2018.09.22.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극작, 작사 : 이희준

작곡, 음악감독 : 박정아

연출 : 김동연

출연 : 지창욱(동규), 강하늘(팔도), 지청천(성규), 이태은(나팔), 임찬민(혜란), 이정열, 남민우, 오진영 외

주최 : 육군본부

주관 : (주)쇼노트,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국군의 날 70주년 기념 육군 창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거창한 타이틀 보다는

좋아하는 배우들의 무대였고,

좋아하는 작곡가 박정아와 좋아하는 작사가 이희준,

그리고 좋아하는 연출자 김동연까지 참여한 작품이라 기대가 됐다.

<쓰릴미> 이후에 지창욱과 강하늘이 한 무대에 서는 것도 백만년 만이기도 하고...

오랫만에 찾은 국립박물관은 역시 좋더라.

저물어가는 하늘빛도 반가웠고

소소하게 불어오는 바람도 좋았다.

흠이라면,

극장을 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면 정면에 보이는게 골프연습장이라는거.

이건 매번 볼 때마다 무지 당혹스럽고, 여러모로 부끄럽다.

 

각설하고!

기대했던 작품은,

눈 앞의 골프연습장보다 더 당혹스러워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극장 용의 음향은 잘 알고 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했다.

군인정신으로 가열차게 소리치고 부르고는 하던데

뭐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특히 떼창은 더 심하다.

스토리도 형편없고, 무대도 학예회 수준이다.

지창욱, 강하늘, 성규의 엄청난 팬덤 덤에

환호성은 엄청나긴한데

솔직히 작품은 그런 환호성을 받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귀에 꽃히는 넘버는 "죽어도죽지 않는다" 단 한 곡 뿐이고

난데없는 개그코드도 거슬렸다.

덕분에 2013년 <프라미스>는 수작에 속했구나 뒤늦은 감동을 했다는 개인적인 후문.

 

원래는 한 번 더 볼 생각이었는데

일말의 망설임 없이 취소했다.

지창욱과 강하늘이 좋아하는 배우긴 하지만

두 번 보는 건 도저히 못하겠다.

이건 애국심으로도 안되겠다.

도저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0. 23. 07:59

<뿌리 깊은 나무>

 

일시 : 2014.10.09. ~ 2014.10.18.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원작 : 이정명 <뿌리 깊은 나무>

대본, 작사 : 한아름

작곡, 편곡 : 오상준

연출 : 오경택

예술감독, 총안무 : 정혜진

출연 : 서범석(세종) / 임철수, 김도빈 (강채윤) / 최정수, 박영수 (무휼)

        이시후 (성삼문), 김백현 (가리온) 외 서울예술단원

제작 : (주)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의 새로운 창작가무극 <뿌리 깊은 나무>가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기념으로 10월 9일 한글날 기념적인 첫공연을 올렸다.

한아름, 오상준 콤비에 서범석과 임철수가 객원으로 참여한다는 소식에 "must see!"를 다짐했던 작품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공연 기간은 너무나 짧았고,

그래서 입소문이 제대로 나기도 전에 끝이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사람은 다 본다.)

끝난 공연을 포스팅하는게 좀 뒷북같긴 하지만 그래도 짧게라도 코멘트를 남기련다.

 

작품은,

역시나 서울예술단이기에 가능한,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리고 확실히 서울예술단 단원들은 서울예술단 작품을 할 때가 가장 그들답고 아름답다.

그들이 함께 무대에 서면

주조연을 구별하는 것도, 출연분량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도 참 부질없다.

내 앞에 펼쳐진건 그들 모두가 정성을 다해 그려낸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심지어 그 그림 속에는 아련하고 그윽한 향(香)까지 느껴진다.

최고는 아니지만 자기 자리에서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게 그대로 보여진다.

그리고 나는 서울예술단의 그런 모습이 언제나, 너무나 좋을 뿐이다.

 

 

얼마전에 예술단 단원이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연습하면서 서범석 선배에게서 후광을 봤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단지 후배가 선배에게 느끼는 존경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작품 속에서 세종으로 분한 서범석의 아우라를 실제로 보니 그 말의 의미가 충분히 이해되더라.

연기도, 노래도, 전체적인 위엄과 분위기도 진심으로 왕다웠다.

배우 서범석이 아니라,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하는 군주의 모습이더라.

이 작품 보면서 서범석이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를 해도 정말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내 머릿속에서 정조는 only 민영기뿐이었는데...)

 

역시나 서울예술단 작품답게 타악기의 활용도, 배우들의 군무도 탁월했고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영상을 생동감있게 표현한 것도 참신하면서 흥미로웠다.

<소서노>에 이어 무대 바닥까지 꼼꼼하게 활용한 영상효효과도 좋았고

마지막 장면에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나비처럼 날아다니게 만든 연출은 베스트였다. 

그리고 2막 채윤과 성삼문의 격구장면 연출,

아주 멋졌다!

어린 채윤과 세종이 어른이 되는 모습을 오버랩시킨 것도 좋았고

무휼의 누나가 공녀로 끌려가는 장면에서 하얀 상여를 등장시킨 장면은 뭉클했다.

너무나 간곡하고 절실한 은유라서 많이 아프더라.

때로는 시같고 때로는 그림같던 무대였고 작품이었고 장면이라 여운이 깊다.

배우들 모두의 정성이 깊이 담긴 작품이더라.

심지어 어린 채윤역의 아역까지도 어쩜 그리 잔망지게 잘하던지...

공연기간만 충분히 확보되고 계속 피트백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작품이 될 것 같은데...

짧은 공연기간이 내내 아쉽고 아쉬울 뿐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런 아쉬움이 서울예술단 작품의 매력이기도 하고!

작품의 완성도도 그렇고, 공연기간도 그렇고, 배우들의 연기도 그렇고

자꾸 뭔가 부족함의 여지를 남겨 아쉬움과 그리움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묘한 힘.

그 빈 여백의 가능성이 나는 너무나 좋다.

그래서 작품이 끝나고 커튼콜이 시작되면 매번 자리에서 저절로 일어서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완벽함에 감동한 기립이 아니라

내가 본 가능성에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는 기립.

 

분명한건,

서울예술단 작품은 뭐가 됐든 끊임없이 발전할거란 사실이다.

그걸 믿기에 그들이 보여주는 작품에 매번 기쁘게 박수쳐줄 준비!

 나는 언제나 되어 있다.

 

커튼콜때 두 손을 곱게 모은 박영수 무휼이 서범석 세종을 바라보던 눈빛...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숱한 의미가 담겨 있던 그 눈빛.

   뭉클함이 느껴질만큼 참 아름다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2. 10. 08:35

<마리아마리아>

일시 : 2012.11.17. ~ 2012.12.30.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연출 : 강효성

대본 : 유혜정

작곡 : 차경환

출연 : 전수미, 도원경(마리아) / 김종서, 고유진(예수) / 윤복희(소경)

        이용진, 여운, 남궁민영, 황이건, 정홍섭, 정태준, 이정구, 외

 

창작뮤지컬 <마리아마리아>가 벌써 10주년이 됐단다.

대학로 조그만 소극장에서 시작된 창작뮤지컬의 장대한 발전이자 도전이다.

1대 마리아 강효성부터 지금 14대 마리에 도원경까지.

참 오랜 시간을 성실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성장하고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2005년이었다.

처음 <마리마마리아>를 봤던 때가.

그때가 소극장에서 공연되던 이 작품이 처음으로 대극장으로 옮겨간 때였다.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하던 이소정이 이 작품의 터줏대감 강효성과 마리아 역에 더블캐스팅이 됐었고.

예수 역에는 오랫동안 해왔던 박상우와

"소원"이란 노래로 유명세를 탔던 가수 김현성이 더블캐스팅이 됐었다.

이렇게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 건,

그때 가수 김현성에 살짝 빠져있던 때이기도 했고

<마리아마리아>가 2005년 본 첫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새해 벽두 1월 1일 첫날에... ^^

2층 맨 앞에서 봤는데 기대했던 것만큼의 감동은 솔직히 받지 못했다.

뭐랄까?

무대가 너무 큰 것 같았고,

한 가운데 덩그라니 서있는 커다란 나무가 참 을시년스러웠었다. 

게다가 그 큰 무대를 채우기에는 배우들의 역량이 조금 힘에 겨워보였다.

마리아 강효성은 딕션이 정확하지 않아 대사를 알아듣기 어려웠고,

첫뮤지컬 데뷔였던 김현성의 예수는 확실히 어설펐다.

(아직도 기억난다. 대학교 응원단장 같던 예수의 나풀거리던 바지가...)

이런저런 이유로 입소문 자자했던 그 <마리아마리아>를 

결국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채로 한전아트센터를 나왔다.

아마도 그 첫 기억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후에 <마리아마리아>를 안 보게 된게.

(한 번쯤 다시 볼 법도 한데...)

 

그 <마리아마리아>가 벌써 10년이 됐고 어느새 14개 마리아까지 배출했단다.

게다가 1대 마리아 강효성이 이번에는 연출자로 나셨다.

예전에 뮤지컬 시상식에서 이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울먹이던 강효성도 떠오른다.

10년의 시간...

작품에도 변화가 많아졌겠지만 나도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마리아 전수미도 궁금했고

(개인적으로 전수미는 재능과 실력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뮤지컬배우라고 생각한다.)

<모차르트 오페라락>에서 성공적인 뮤지컬 신고식을 마친 플라워 고유진의 에수도 궁금했다.

그런데!

참 보길 잘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의 열약한 음향 상태쯤 충분히 용서하고도 남을 좋은 무대였다.

라이브연주가 어쩜 그렇게 MR 반주처럼 들리던지...

1막 앞부분 제사장들 장면이 좀 어수선했던 걸 빼고는 전체적으로 좋았다.

예수역의 고유진,

성전에서 장사치를 내쫓는 장면이 좀 불안했던 했지만

돌에 맞아 죽을 뻔한 마리아를 구하는 장면과

어린 시절 집단 강간을 당한 마리아를 위로하는 장면은 눈물이 절로 흐를만큼 감동적이었다.

(가수 고유진이 어느새 이런 느낌을 주는 배우 고유진이 됐구나!)

13대 마리아 전수미!

정말 정말 아름다웠다.

어린 마리아를 연기하던 목소리도,

골고다언덕에서 십자가형을 받는 예수의 모습을 그대로 전하던 모습도 참 눈물겹고 아팠다.

뚝뚝 떨어지던 눈물...

이 역할,

참 쉽지 않는 역이구나.

이 역할을 하면서 배우 전수미는 또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까?

아름다운 배우 전수미가 보여준 마리아는 아름다움과 고귀함, 그 이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별 기대없이 본 작품이었다.

오래전에 감흥없이 한 번 봤었다는 이유로 이 작품을 좀 안다고 감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 것도 몰랐던 거였다.

<마리아마리아>의 10년의 저력!

참 아름답고 성실하다.

그 아름다움은 전수미, 고유진 뿐 아니라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이었다.

특히 바리새인 역의 이용진,

배우의 욕심을 버리고 배역에 참 충실했다.

이 모든 배우들이 어쩜 이렇게까지 징글징글하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마리아마리아>의 20년 뒤의 모습이 문득 궁금해진다.

그때까지 살아남을 걸 확실히 믿는다.

 

* 나 기립 잘 안하는데 이 작품은 절로 기립이 됐다.

  앞사람이 기립해서 안 보여서 어쩔 수 없이 기립한 거 절대 아니다.

  나, 맨 앞 줄에서 봤다.

  정말 궁금한 거 하나!

  근데 예수님의 제자들은 여전히 왜 8명 뿐일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