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2. 17. 08:11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일시 : 2015.11.27. ~ 2016.01.31.

장소 : 광림아트센터 BBCH홀

원작 : 마크 해던 (Mark Haddon)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극본 : 사이먼 스테판 (Simon Stephens) 

번역 : 이인수

무대 : 정승호

연출 : 김태형

출연 : 윤나무, 전성우, 려욱 (크리스토퍼) / 김영호, 심형탁 (에드) / 배해선, 김지현 (시오반)

        김로사, 양소민 (주디) / 김동현, 황성현 (로저), 한세라, 김종철, 강정임 외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스페셜원컴퍼니

 

김수로 프로젝트 14번째 작품은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다.

이 작품은 마크 해던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가지고 만든 연극이다.

(이 책...몇 번 망설이다 아직까지 못읽었다.)

김수로가 이 작품을 직접 보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한국에 가져가야겠다며 두문분출했단다.

처음엔 무대셋트까지 전부 라이센스로 들여오고 싶어했는데

어마어마한 금액 때문에 대본만 가져왔고 무대는 정승호에게 부탁했다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김수로의 안목은 이번에도 틀림이 없었고

정승호가 만든 무대는 정적이면서 아름다웠다.

인생 최고의 연극이라고 평한 김수로의 말은 결과 과장도 허풍도 아니었다.

누군가는 대극장 무대가 너무 휑하게 비어있다는 평도 하던데

나는 오히려 그 비어있는 여백이 훨씬 좋았다.

그 텅 빈 가능성이, 그 규정되지 않는 자유가 꼭 크리스토퍼의 마음 같았다.

그리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포스터 공모전을 개최한 발상도 참신하면서 의미심장했다.

 

야스퍼거 증후군의 자폐아가 주인공이라고 했을때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뻔한 이야기를 사건으로 만들어 연결시키고 서술하고 표현해내는 방식은

지금껏 내가 본 연극 중에서 가장 참신하고 특별했다.

애미메이션 같기도 하고, 마임 같기도 하고, 영화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고,

심지어 그림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하다.

크리스토퍼가 우주인이 되는 꿈을 설명하는 장면과 엄마를 찾아 런던으로 가는 장면의 무대 효과는 압권이었다.

음향, 무대, 조명, 음악, 배우들의 모션과 연기 전부 최고였다.

 

전성우의 자폐아 연기는 모자람도 더함도 없었고

정말 자폐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표정과 말투, 행동 모두 사실적이었다.

(이걸 표현하기 위해 이 녀석이 얼마나 고민했을까 싶으니 가슴이 짠해지더라.)

이날 크리스토퍼의 아빠 역할이 김영호에서 심형탁으로 바뀌어서 걱정이 됐는데

심형탁의 연기와 딕션은 내 걱정을 민망하게 만들 정도로 좋았다,.

엄마 역의 김로사도 너무 좋았고,

크리스토퍼가 쓴 책의 낭독자 시오반 선생님 김지현도 정말 정말 좋았다.

아니 출연 배우 모두 비중의 정도에 관계없이 다 충실하고 성실해서 아름다웠다.

관람 당일까지도 볼까 말까를 무지 망설였었는데

만약 안 봤더라면 후회했을것 같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알게 해 준 김수로가

참 고맙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