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6. 18. 08:46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8.06.12. ~ 2018.08.26.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작곡 : 월 애런슨 (Will Aronson)

무대 : 티모스 맥카비 (Timothy Mackabee)

음악감독 : 주소연

연출 : 김민정

출연 : 강필석, 이지훈 (인우) / 임강희, 김지현 (태희) / 이휘종, 최우혁 (현빈) / 이지민(혜주)  

        최호중(대근),  진상현(기석) 외

제작 : 세종문화회관, 달컴퍼니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념으로 이 작품이 올라온대서

정말 기뻤다.

2012년 초연과 2013년 재연 이후

무려 5년만의 공연.

솔직히 말하면 여러가지 문제로 다시는 못 볼수도 있겠구나 반쯤 포기했더랬다..

그래서 더 반갑고, 더 기대됐는지도...

태희장인으로 불리는 전미도가 빠졌다는게 치명적이긴 하지만

강필석 인우는 여전하니 다행이다.

강필석이 말했던가.

내가 작품을 선택한게 아니라 작품이 나를 선택했다고.

그 말에 100% 공감한다. 그리고 인정한다.

 

보고 난 솔직한 느낌은,

<번지점프를 하다>의 축소판을 본 듯한 느낌.

강필석 인우는 여전히 좋았고

김지현 태희도 재연때보다 감정도 연기도 훨씬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낯설게 느껴지는 이 기분은 뭘까?

일단 무대부터 허전했다.

실루엣으로 보여지돈 것도 사라졌고

버스정류장도, 교실도, 강의실도, 여관방도 다 휑하다.

거울효과를 낸 바닥은 나쁘지 않았지만

초연, 재연의 감성돋는 여신동의 무대가 보는 내내 많이 아른거렸다.

학생 라인이 너무 많이 약했고,

최호중 대근도 생각보다 약해서 임기홍이 많이 생각났다.

특히 혜주와 현빈은 많이 심각한 상태.

과도한 발랄함만 있고 감성이라는건 희미하다.

(최우혁 현빈이라고 뭐 많이 다를 것 같지도 않고)

전체적으로 느닷없다는 느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그 작품이 맞긴 한데 보면 볼수록 다른 작품인것 같은  

이 알 수 없는 느낌적인 느낌이라니.

너무 오래 기다려 그리움만 더 깊어졌나보다..

만약....

다시 보게된다면 이 낯설음이 달라질까?

모르겠다.

마냥 전미도 태희가 그립고 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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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7. 6. 13. 13:00

 

<프라이드>

 

일시 : 2017.03.21. ~ 2017.07.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b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필립) / 오종혁, 정동화, 박성훈, 장율, 박은석 (올리버)

        임강희김지현,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5월 3일 시원하게 날려버린 1막에 대한 연극열전 측의 보상.

그 당시만 해도 마지막 캐스팅이 미공개 상태라

공개된 회차 중에서 제일 보고 싶었던 이명행, 박은석, 김지현을 선택했다.

(티켓 잡기 정말 어려운 캐스팅들.)

다행히 열전 측에서 잡아준 좌석이 최상의 위치라 정말 좋았다.

작품 좋고, 캐스팅 소중하고, 좌석 환상적이고...

행운이구나 싶었다.

 

체중이 많이 불은 박은석의 모습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역시나 박은석 올리버는 명불허전이다.

1958년의 올리버는 더 간절하고 진실해졌고

2017년의 올리버는 더 귀여워지고 사랑스러워졌다.

개인적으로  박은석 올리버의 1막 1장을 좋아하는데

오랫만에 다시 보니 꿈같았다.

조명이 조금씩 어두워지면서 "속삭임"에 대해 말하는 장면.

순수함과 신비감이 공존하는 장면.

게다가 이번엔  대사 사이 사이 여백을 줘서 여운이 더 깊었다.

마치 코린트만 위에 올리버와 나란히 서서 올리버가 듣는 목소리를 함께 듣고 있는 것만 같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가 만나는 그런 느낌.

일종의 전율이 훓고 지나간다.

 

이명행 필립의 2막 진료실 장면은 너무 아프다.

아파서 미치겠다.

몸 안에 힘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들릴듯 말듯한 작은 목소리,

중간 중간 입술이 바짝 마를 정도로 타들어가는 음성

이명행은 1958년의 필립의 상태를 목소리 하나로 그야말로 다 표현해낸다.

거짓과 진실 앞에서의 고통을 대변하는 울음까지.

겪어야 하는 필립도,

봐야만 하는  나도,

견디는게 너무 힘들다.

 

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잃었다면 꼭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찾은 길은

절대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 인생, 어떤 식으로든 의미있는, 아니면 최소한 그걸 찾으려는 노력,

그래서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

진실한 삶...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모두 괜찮아 질거예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4. 18. 09:16

 

<프라이드>

 

일시 : 2017.03.21. ~ 2017.07.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시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필립) / 오종혁, 정동화, 박성훈, 장율 (올리버)

        임강희, 김지현,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누군가 그랬다.

살기 위해선, 버티기 위해선 주문이 필요했다고...

이 작품이 딱 그렇다.

내겐 이 작품이 귓속말이고, 주문이고, 의지다.

지쳐 나가 떨어질것 같은 때,

이 작품의 대사를 떠올리면 그래도 버틸 힘이 생긴다.

올리버의 대사 그대로 오래전 내가 지금의 나를 위로하는 느낌.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을거야.

내 목소리를 어떻게든 내게 닿게 하려고 노력하다보면

그게 삶이고, 그게 생이구나 싶어진다.

아프고, 슬프고, 기쁘고, 즐겁고, 처연하고, 괴로운 작품.

하지만 이 모든 감정들을 피하지 않고 다 받아들이게 만드는 작품.

위로는 그렇게 시작된다.

내 감정의 지도같은 작품.

그래서 늘 고맙고, 안스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아련한 작품.

적어도 이 작품과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나는 나를 아낌없이 들여다 볼 수 있다.

필립인 나를, 올리버인 나를, 실비아인 나를.

THE MAP


Who know, the pain.
I'm lost in the dark.
Your mem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Who know, the whisper.
I find in my mind.
Our hist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 성두섭은 감성적인 필립이었다.

  그래서 더 슬펐는지도 모르겟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본 배우 장율에게선 오종혁과 박은석의 이미지가 묘하게 겹쳐 보인다.

  하지만 연기할 때는 다른 느낌이다.

  중요한건, 이 작품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거.

  그 마음이 내게 닿았다.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2. 27. 08:12

 

<벙커 트릴로지>

 

일시 : 2016.12.06. ~ 2017.02.1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원작 : 제스로 컴튼 & 재이미 윌크스

번역 : 김수빈 / 각색 : 지이선

작곡 : 김경육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석준, 박훈(Soldier 1)/오종혁, 신성민(Soldier 2)/임철수, 이승원(Soldier 3)/김지현, 정연(Soldier 4)

제작 : (주)아이엠컬처

 

<카포네 트릴로지>에 이은 김태형, 이지선 콤비의 연극 <벙커 트릴로지>

모르가나(Morgnan), 아가멤논(Agamemnon), 멕베스(Bacbeth)

세 편의 에피소드 중 모르가나와 아가멤논 두 편을 봤다.

벙커(Bunker)라는 공간이 주는 밀폐성과 비밀스러움.

그리고 전쟁이 주는 극도의 긴장감과 공포감.

내가 본 두 편의 작품 속에선 이 모든게 그대로 살아있었다.

막막한 천진함도 있고,

버티기 위해 스스로 괴물로 변하는 인간의 모습도 있다.

전쟁.

예전엔 그랬다.

전쟁만큼 거대하고 비극적인 국가적인 재앙은 없다고.

(그게 아니라는건 지금 대한민국을 통해 보고 있긴 하지만...)

연극은 재미있으면서 참혹하다.

"홀림" 혹은 "광기"

이 연극을 표현할 수 있는 아주 적절하고 명확한 두 단어다.

<카포네 트릴로지>도 초연과 재연 모두 챙겨볼 정도로 좋아햇던 작품인데

<벙커 트릴로지> 그에 못지 않는다.

아니 개인적으론 훨씬 더 매력적이고 흡인력 있었다.

그럼에두 불구하고 몇 번 씩 보지는 못할 것 같다.

작품 자체에서 발산되는 엄청난 무게의 감정들을 감당하는게 힘겹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그야말로 내가 전쟁이 한창인 참호 속에 있는 웅크리고 느낌이다.

온 몸을 벌벌 떨면서...

폐소공포의 위협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건 장소때문이 아니다.

이 모든게 숨통을 서서히 조여오는 감정들 때문이다.

무감(無感)도 관조(寬眺)도 쉽지 않다.

 

If... Maybe...

작품을 본 뒤 끝없이 던진 질문들.

만약 내가 이 상황이라면.

만약 내가 저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면.

나의 선택은 아마도...

아, 참 두루두루 비극적이다.

지이선의 말처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고, 지금도 일어나는 일이다.

그것도 아주 처절하게...

 

* 이석준의 연기는 눈부시다.

  그야말로 진흙탕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을 연기다.

  이 작품에 이석준이라는 버팀목이 없었다면...

  생각하기 싫을 정도다.

  배우 이석준의 시야는 배우의 시야를 넘어 연출가의 그것과 맞닿아있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참 넓게, 그리고 참 깊게, 그리고 참 자세히 보는 배우다.

  좁은 공간에서 연기해야하는 오종혁에게 이석준이 그랬단다.

  "흥분하지 마라, 70%만 해라"라고.

  그 말이 이해가 된다.

  일종의 거리감을 유지하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실제로 오종혁은 첫공연을 한 뒤 기억이 안 난다고, 스스로 미쳐서 날뛰었다고 표현하더라.

  (오종혁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

  엄청난 각색으로 완전히 다른 작품을 만들었다는 지이선의 능력도 놀랍고

  그걸 쿨하게 인정해준 원작자 제스트 컴튼의 마음도 놀랍다.

  심지어 자신의 의도에 더 근접한것 같아 감동했다는 말까지 했다.

  원작자의 감동이 아니더라도,

  이 연극은 확실히 감동적이고, 놀랍고, 강렬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만큼 고통스럽고, 잔인하고, 비통한 이야기다.

  뭔가에 홀린 눈빛으로 홀로 앉아 군번줄에 적힌 친구의 이름을 부르던 아더의 모습.

  그 모습이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꼭 유령같았던 그는... 어떻게 됐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3. 15. 07:52

<신과 함께 가라>

 

일시 : 2016.02.23. ~ 2.16.03.06.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극작 : 이수진

작곡 : 류찬

연출 : 이석준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서영주(벤노), 이훈진(타실로) / 박한근, 정휘(아르보), 김지현(키아라), 이서환(라이스)

        김주현, 김사랑, 이세원, 정다희, 김효성, 성보현

제작 : 야긴뮤지컬컴퍼리

 

무려 열흘 전에 본 작품인데 코멘트를 미루다

이렇게 공연종료하고도 한참 후에 후기를 쓰게 됐다.

후기라고 하기에도 좀 뭣하지만...

<아랑가>, <에어포트 베이비>, <신과 함께 가라> 중 단연코 작품이 최고다.

배우도 제일 좋았고,

무대도 제일 좋았고,

넘버도 제일 좋았고,

연출도 제일 좋고,

스토리와 구성도 제일 좋았다.

그 중에서 제일 좋았던건,

배우 서영주가 아주 오랫만에 진지하고 무게감있는 역할을 했다는거!

이건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좋더라.

서영주, 이훈진, 박한근이 함께 부르는 성가는

그동안 엄청난 볼륨과 소리에 혹사된 내 귀가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텅 빈 무대의 벽에 부딪치면서 되돌아오는 소리들을 듣고 있으니

내가 지금 유럽의 오래된 성당 안에서 성가를 듣는것 같았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매순간이 기적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갑자기 가슴이 울컥했지더라.

 

세 명의 수도사가 규범지를 가지고 이탈리아 몬테체볼리를 향하는 길.

그리고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건들, 그리고 과거의 시간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지금 당신은 당신이 정말 바라던 그 길에 서있습니까?'

솔직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젠 그래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덕분에 소명(召命)에 대해 생각했다.

 

* 소명(召命) : 어떤 일이나 임무를 하도록 부르는 명령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구원을 받도록 죄인을 초청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운 행위

                  하느님이 자신의 일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 일꾼을 부르시는 일

몰랐다.

지금껏 이걸 놓치고 살았다는거.

그래서 이 작품을 보면서 혼자 참 많이 뭉클했다.

집에 돌아오는데 마치 백만년만에 고해성사를 하고 돌아오는 느낌이더라.

조금 편안해 졌고,

그리고 조금 선명해 졌다.

 

잠시...

침묵해야 겠다는 생각.

절실해졌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2. 17. 08:11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일시 : 2015.11.27. ~ 2016.01.31.

장소 : 광림아트센터 BBCH홀

원작 : 마크 해던 (Mark Haddon)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극본 : 사이먼 스테판 (Simon Stephens) 

번역 : 이인수

무대 : 정승호

연출 : 김태형

출연 : 윤나무, 전성우, 려욱 (크리스토퍼) / 김영호, 심형탁 (에드) / 배해선, 김지현 (시오반)

        김로사, 양소민 (주디) / 김동현, 황성현 (로저), 한세라, 김종철, 강정임 외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스페셜원컴퍼니

 

김수로 프로젝트 14번째 작품은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이다.

이 작품은 마크 해던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가지고 만든 연극이다.

(이 책...몇 번 망설이다 아직까지 못읽었다.)

김수로가 이 작품을 직접 보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한국에 가져가야겠다며 두문분출했단다.

처음엔 무대셋트까지 전부 라이센스로 들여오고 싶어했는데

어마어마한 금액 때문에 대본만 가져왔고 무대는 정승호에게 부탁했다는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김수로의 안목은 이번에도 틀림이 없었고

정승호가 만든 무대는 정적이면서 아름다웠다.

인생 최고의 연극이라고 평한 김수로의 말은 결과 과장도 허풍도 아니었다.

누군가는 대극장 무대가 너무 휑하게 비어있다는 평도 하던데

나는 오히려 그 비어있는 여백이 훨씬 좋았다.

그 텅 빈 가능성이, 그 규정되지 않는 자유가 꼭 크리스토퍼의 마음 같았다.

그리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포스터 공모전을 개최한 발상도 참신하면서 의미심장했다.

 

야스퍼거 증후군의 자폐아가 주인공이라고 했을때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뻔한 이야기를 사건으로 만들어 연결시키고 서술하고 표현해내는 방식은

지금껏 내가 본 연극 중에서 가장 참신하고 특별했다.

애미메이션 같기도 하고, 마임 같기도 하고, 영화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고,

심지어 그림같기도 하고 시 같기도 하다.

크리스토퍼가 우주인이 되는 꿈을 설명하는 장면과 엄마를 찾아 런던으로 가는 장면의 무대 효과는 압권이었다.

음향, 무대, 조명, 음악, 배우들의 모션과 연기 전부 최고였다.

 

전성우의 자폐아 연기는 모자람도 더함도 없었고

정말 자폐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표정과 말투, 행동 모두 사실적이었다.

(이걸 표현하기 위해 이 녀석이 얼마나 고민했을까 싶으니 가슴이 짠해지더라.)

이날 크리스토퍼의 아빠 역할이 김영호에서 심형탁으로 바뀌어서 걱정이 됐는데

심형탁의 연기와 딕션은 내 걱정을 민망하게 만들 정도로 좋았다,.

엄마 역의 김로사도 너무 좋았고,

크리스토퍼가 쓴 책의 낭독자 시오반 선생님 김지현도 정말 정말 좋았다.

아니 출연 배우 모두 비중의 정도에 관계없이 다 충실하고 성실해서 아름다웠다.

관람 당일까지도 볼까 말까를 무지 망설였었는데

만약 안 봤더라면 후회했을것 같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알게 해 준 김수로가

참 고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0. 13. 08:04

<만추>

 

일시 : 2015.10.10 ~ 2015.11.08.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원작 : 김지현, 김태용 

각색 : 장우성 

연출 : 박소영

음악감독 : 이진욱

출연 : 이명행, 박송권 (훈) / 김소진, 김지현 (애나)

        고훈정, 이민아, 김정겸

제작 : HJ컬쳐(주)

 

솔직히 말하면 영화 <만추>를 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본 것 처럼 느껴지는건 현빈과 탕웨이의 스틸컷과 토막 토막 소개되는 영상들을 너무 많이 접해서일거다.

처음 이 작품이 연극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캐스팅까지 다 끝나고 엎어지는건 아닌가 걱정했었다.

(공교롭게도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가 했던 역할이 이 작품의 "훈" 이명행 배우다...)

어찌됐든 무사히 공연이 올라가서 일단은 다행이다.

사실 고백컨데...

개인적으로는 <만추>라는 작품 자체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었다.

대신 출연배우에 대한 기대는 요근래 올라온 연극 중에서 최상이었다.

그래서 창작 초연의 첫공을 아무 망설임없이 예매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연기로만 놓고 보면 이명행, 김지현 두 배우는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이상할 정도로 안어울린다고 느껴지는건,

순전히 현빈과 탕웨이 탓이다.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

아무리 연기 잘하는 배우가 나서서 훈과 애나를 한대도 결국엔 어색하게 느껴질거라고...

(현빈과 탕웨이가 아예 연극의 주인공으로 나온다면 혹 모르겠지만...)

게다가 전체적으로 너무 산만하고 어수선했다.

무대 크루들은 주인공들보다 더 자주 들락거리며 무대를 셋팅했고

그들이 내는 소리와 분주함은... 솔직히 견디기가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잦은 암전은 극의 흐름 까지도 수시로 깍뚝깍뚝 썰어댔다.

2층의 무대로 그다지 현명하게 활용하지 못했고

특히 과도한 자막처리도 극의 흐름을 방해하더라.

개인적으론 애나가 훈에게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장면만 자막을 썼으면 애잔함이 더 많이 드러났을것 같다.

(애나 가족이 중국어로 싸우는 장면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진건 비단 나 혼자뿐이었을까???)

그리고 두 번의 정체불명의 춤사위.

이 장면은 아예 전문무용수가 나와서 우아하게 표현하는게 좋을것 같다.

표현의 의도는 알겠는데 배우들의 춤이 심하게 엉성해 보면서 참 난감하더라.

이명행과 김지현 배우에 비해 고훈정 배우가 어리고 키가 작아서

김지현-고훈정, 이명행-고훈정이 함께 하는 장면들도 발란스가 어색했다.

내가 영화 <만추>를 안봐서 영화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 분주하고 수선스럽고 산만했다.

(원래 무지 감성적이어야 하는거 아닌가????)

중간중간 라이브로 연주되던 음악은 정말 좋았다.

음악은 정말 만추(滿秋)더라.

 

연극에 이런 표현...

좀 당황스러울지 모르겟지만

이 작품은 눈을 감고 아예 귀로만 감상하는게 훨씬 더 좋더라.

듣는 연극!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에는 하나의 장르였던 라디오 드라마처럼...

아무래도 연출의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

더불어 가지고 있는 표는...

조용히 내려놓게 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8. 10. 09:03

<Capone Trilogy>

 

일시 : 2015.07.14. ~ 2015.09.2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원작 : Jamie Wilker

번역 : 성수정 

각색 : 지이선

작곡 : 김경육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석준, 김종태 (Old Man) / 박은석, 윤나무 (Young Man)

        김지현, 정연 (Lady)

제작 : (주)아이엠컬처

 

이석준, 윤나무, 김지현 캐스팅의 <카포네 트릴로지> 세 편을 다 봤다.

이제 남은건 김종태, 박은석, 정연의 "LokiI"뿐.

내가 이 연극의 에피소드들을 이렇게 캐스팅별로 다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그래도 다행인건 재관람없이 한 번으로 끝낼거라는 거!) 

 

어느 페어든 역시나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한데

나는 김종태, 박은석, 정연 페어쪽이 훨씬  더 좋더라.

이석준-윤나무-김지현 페어는

세 편의 에피소드 모두 이석준 배우가 가장 돋보이고 눈에 들어온다.

빈디치의 경우는 특히 더...

각 에피소드마다 분명히 주인공이 따로 있는데 이석준 배우가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는건 

김지현, 윤나무의 존재감이 이석준의 존재감을 당해내질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거다.

게다가 더 재미있는건,

이석준 배우는 루카스보다 빈디치에서가 더 매력적이었다.

루카스의 닉 니티는 이석준스러운 역할이라 어느 정도 예상이 됐었는데

빈디치의 루스는 야비한 권력자의 모습이라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평소의 이석준 이미지와는 아무래도 상반되는 느낌이라...)

역시나 가장 매력적은 에피소드는 "Lucifer"였고

루카스의 닉 니티는 이석준보다 김종태 배우의 표현이 개인적으론 더 좋았다.ㄷ

김종태 닉은 말린을 잃으면 모든 걸 잃고 일시에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는데

이석준 닉은 그마저도 이겨낼 사람처럼 보였다.

스스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조직의 보스... 딱 그 느낌.

그래서 김종태 닉의 슬픔과 아픔에 더 쉽게 동요되고 연민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Loki"는,

김지현 배우뿐만 아니라

네다섯 가지 배역을 수시로 바꿔가며 연기한 이석준, 윤나무 배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윤나무 배우는 땀을 비오듯 쏟아내더라

(저라다 탈진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만큼)

윤나무 배우도 "빈디치"보다는 "로키"가 훨힌 좋았고

빈디치는 발음과 딕션 때문인지 어른보다는 아이같은 느낌이 강했다.

(복수의 화신인데 아이처럼 느껴진다니...)

그리고 독백과 실제 대사 사이에 묘한 간극이 있더라.

윤나무 배우가 이 작품으로 인생 최고의 캐릭터를 만났노라 말하던데

나는 그게 빈디치가 아니라 "Loki"의 멀티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다.

뭐가 됐든 세 편의 에피소드 모두 다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어떤 에피소드를 보든 절대 후회는 안 될 작품.

그 중 내 추천작은 단연코 "Lucifer"

캐스팅은 필히 김종태-박은석-정연 으로!

그런데... 이 캐스팅의 루시퍼를 보면

결국은 나머지 에피소드들도 다 챙겨보게 될테다.

나처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6. 22. 08:34

 

<Speaking in Tongues>

 

부제: 잃어버린 자들의 고백

일시 : 2015.05.01. ~ 2015.07.19.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본 : 앤드류 보벨 (Andrew Bovell)

번역 : 반능기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승준, 강필석 (레온&닐) / 김종구, 정문성 (피트&닐&존)

        전익령, 강지원 (쏘냐&발레리) / 김지현, 정운선 (제인&사라)

주최 : (주)수현재컴퍼니

 

또 다시 봤다.

잃어버린 자들의 고백 스핑킹인텅스.

이 작품...

아주 의도적인 배신이었고, 아주 의도적인 잊어버림이었고, 아주 의도적인 지나침이었고, 아주 의도적인 회피였다는걸 알았다.

그런데...

나는 그 배신이, 그 회피가... 다 이해가 되더라.

이 작품을 본 후,

관계의 회복이라는 것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피트와 제인은...

아마도 관계를 회복에 실패하고 이별을 선택하게 됐을거다.

괜찮아지려면 간단명료한 믿음.

그게 있어야 한다는데

간단명료한 믿음을 가지고 사는 부부가, 연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 이상 사랑이 남아있지 않으면서 관계를 끝내지 못하고 어쩡쩡하게 이어가는 사람들이

지금도 샐 수 없을만큼 많다.

하지만 그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짓이다.

정직하게 헤어지려면 사랑이 끝났다는걸 인정해야 한다.

정직과 믿음,

어쩌면 이 둘은 심장이든, 배든, 머리든 함께 공유하고 태어난 샴쌍둥이인지도 모르겠다.

 

과거를 왜곡없이 기억한다는게 가능할까?

머릿속 저장소에 한 번 머물렸던 과거라는 놈은 

크든 작든 반드시 왜곡이라는 편집과정을 거친다.

기억의 왜곡, 그리고 진실의 왜곡.

이 작품은 그 굴절된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끄집에 냈다.

하지만 난 그 굴절을 비난하거나 흉보지 않는다.

때론 낯선 냄새에서 생의 위로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걸.

우리 모두는 안다.

스치듯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그 낯선 냄새가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유혹은 그렇게 달콤한거다.

 

임 안의 혀.

나는 배신하는건,

언제나 나였다.

 

* 커튼콜에서 전익령 배우가 객석의 큰 환호를 받았다.

  그 반응에 아빠미소를 띄우던 강필석의 모습,

  참 이쁘더라.

  (전익령 배우를 김동연 연출의 <Pride>에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마지막 장에서 김종구의 존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강필석과 김동연 연출때문에 예매했던 작품이었는데

  전익령과 김종구 배우의 연기에 감탄했다.

  김종구 배우는 재발견, 전인령 배우는 새로운 발견.

  좋은 배우와 연출이 만든 참 정직한 작품 Speaking in Tongues...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5. 20. 09:31

 

<Speaking in Tongues>

 

부제: 잃어버린 자들의 고백

일시 : 2015.05.01. ~ 2015.07.19.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본 : 앤드류 보벨 (Andrew Bovell)

번역 : 반능기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승준, 강필석 (레온&닐) / 김종구, 정문성 (피트&닐&존)

        전익령, 강지원 (쏘냐&발레리) / 김지현, 정운선 (제인&사라)

주최 : (주)수현재컴퍼니

 

잃어버린 자들의 고백...

또 다시 "나"인 연극을 만났다.

무의식이나 종교적 황홀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터져 나오는 뜻을 알 수 없는 말

Speaking in Tongues 

의식과 이성은 사라지고 직관과 느낌만 남은 상태.

그리고 명확한 대답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만 계속되는 세계.

김동연 연출은 <프라이드> 이후 또 다시 인간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귀기울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다.

강렬한 사랑도, 강렬한 증오도 이 작품 속에 다 담겨있다.

그리고 남녀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아주 직관적이고 과감하게 표현했다.

너무 솔적히고 정확하다보니 반론의 여지가 없다. 

레온, 쏘냐, 피트, 제인 바레리, 사라, 닉, 닐, 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 아홉 명의 등장인물 모두는 내 모습의 일부분이다..

특히 사라.

나는 이 여자의 마음이 완벽히 이해된다.

누군가 날 필요 이상으로 사랑하게 되면 난 달아나야먄 해요... 전 절 필요로 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알까?

누군가에게 그렇게 잔인해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걸

함께 오래 살아온 부부들조차 말한다.

사랑이 기반인 결혼생활은 이미 오래전에 끝이났다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분명히 알 수 있듯이 그 사랑이 끝난것 역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계산된 배신이 시작된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그게 배신이라는걸 양쪽 모두 알고 있다는 거다.

왜냐하면 완벽하게 무너질 용기가 없기 때문에!

모든게 다시 되풀이 된다면?

확실히 공포다.

공포를 느끼느니 낯선 사람이 주는 강렬한 자극에 탐닉하는게 차라리 낫겠다.

이 모든게 배신을 합리화 하는 구차한 변명으로 보일지라도...

 

낯선 손길, 낯선 냄새가 주는 강렬한 느낌.

낯섬이주는 평온함.

그게 이해된다.

아무래도...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좀 멀리해야 할 것 같다.

깊게 빠지면 많이 위험해지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