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3.04 달동네 책거리 88 : <달의 바다>
  2. 2009.08.03 달동네 책거리 58 : <스타일>
달동네 책거리2010. 3. 4. 05:53
 <달의 바다> - 정한아


 

2008년에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모두가 꿈꾸던 지구 저 너머를 다녀왔던 일을 기억하시죠? 성공적으로 우주 정거장에 도킹도 하고...

그동안 파란만장한 나름의 사연도 많았고...

그때 100% 우리 기술을 가지고 우주로 떠난 게 아니라 말들도 참 많았고 그리고 고산씨의 탈락 때문에 좀 씁쓸한 분위기까지 있긴 했지만 어쨌든 기념할 만한 일이긴 했었습니다.

(그런데 고산씨는 정말 현대판 문익점의 역할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걸까요? 그렇다면 일생에 한번 밖에 없는 절호의 기회를 애국심의 일환으로 정말 그렇게 놓쳐버릴 수 있었던 걸까요???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저는 아직까지 정말 궁금합니다.)

우주선이 발사되는 걸 보면서 문득 <달의 바다>가 생각났더랬죠.
뭐 내용적인 면에서 그랬던 건 아니고 오로지 달이라는 우주적인 존재 때문이긴 했지만...


<달의 바다>는 1982년 출생한 작가 정한아의 첫 번째 장편입니다.

25세라는 어린 나이에 제 12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정말 파릇하게 반짝거리는 작가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젊은 여성작가의 요즘 트랜드는 적당히 가벼운 유머와 더 가벼운 성의 조합, 그리고 아직 미성숙한 찌찔이들의 독립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기대고픈 구차함을 뛰어넘는 강렬한 소망, 모든 것에 무심한 듯 대범함을 가장한 완전한 정체성 포기... 뭐 대략 이렇거든요.

처음 이 책을 봤을 땐 그런 종류의 소설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선입견을 버려야하는데...)

또 여지없이 뒷통수를 강타당했다는.....(당시에는 맞아도 싸지!!...싶었습니다.)


이 책은 5년째 언론사 입사시험에 떨어진 '나'의 이야기와 우주비행사 고모가 보내온 편지가 현실-환상(편지)의 구도로 서로 교차되는 형식입니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입사시험으로 인해 길어지는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27세 “나(은미)”는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에 머리카락마저 한 움큼씩 빠지는 신세죠.  급기야 유쾌한(?) 자살까지도 대책 없이 꿈꾸게까지 됩니다.

이런 그녀는 오년 전 소식이 끊긴 고모가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가 되어 있다는 소식을 은밀하게 할머니에게 전달받고 그 고모를 만나러 가게 되죠.  

다른 식구들 몰래 할머니에게 보내온 고모의 편지에는 생경하기만 한 우주의 풍경과 우주비행사로서의 일상생활이 정말 실감나게 그려져 있습니다.(저 몰랐던 사실을 이 책에서 꽤나 많이 알게 됐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작가의 역량에 박수 세 번~~ 짝짝짝!!!)

은미는 단짝친구 민이(성적 소수자로 남자랍니다...)와 편지에 있는 주소만을 그야말로 달랑 들고 플로리다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만난 고모는 NASA 직원이 아닌 우주 테마파크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스낵바의 주인일 뿐입니다. 그것도 폐에 낭종이 생겨 호흡이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는...(생명의 위협까지도 받고 있는 상태인데도 고모는 너무나 생기발랄합니다.)


고모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요?

고모가 어렸을 때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할머니는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는 모습을 보고 탄성을 지릅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어쩐지 달에 마음이 끌렸어"라고 말하는 할머니를 보며 어린 고모는 말하죠.
"엄마, 그럼 나중에 우린 달에 가서 살아요"

할머니는 대답합니다
"그래, 꼭 그러자"

달에 살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던 할머니는 우주비행사인 딸이 보낸 편지를 읽으며 그 딸이 자신의 꿈을 대신 실현하고 있는 것만 같아 가슴이 벅차기까지 했을 겁니다.

고모의 편지는 그러니까 할머니를 위한 아름다운 거짓일 수 있는거죠.
그러나 동시에 그 편지 속 고모의 현실은 무엇보다도 사실적이고 치열하기에 완벽한 진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서 고모는 말합니다.

“언제든지 명령이 떨어지면 저는 이곳에서 완전히 정착할 준비를 시작해야 해요. 그 때가 되면 더 이상 편지는 쓰지 못할 거예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달의 바닷가에 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밤하늘의 저 먼 데를 쳐다보면 아름답고 둥근 행성 한구석에서 엄마의 딸이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때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진짜 이야기는 긍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언제나 엄마가 말씀해주셨잖아요?”

죽음을 통째로 들어 달로 옮기려는 듯한 시도처럼 보였습니다. 
이 모든 게 비록 위장된 거짓말일지라도 고모의 편지 속에는 희망이, 꿈이 그대로 살아있었네요.
묘한 울림에 가슴이 잠시 뻐근했었습니다.

통째로 들어서 제 독서노트에 옮겼던 기억이 새롭네요.


“진짜 같은 거짓말을 쓰고 싶었다”

정한아라는 젊은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이고 쓰고 싶었던 글이라고 하네요.

이쯤 되는 거짓말이라면...

저는 골백번이라도 당신 말은 사실은 "진실"이었노라고 기꺼이 말해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8. 3. 06:35
 <스타일> - 백영옥


스타일
 

"Hyorish"와 “신상녀” , "Rainism"

한때 우리나라 스타일을 대표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죠.

<스타일>이라.... 참 스타일 안 따라주는 제가 말하기엔 뭣 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책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잠시 쉬면서...

(사실 저의 스타일이라 함은 “럭셔리”는 꿈도 못 꾸는 “없셔리”에, 실용이라 박박 우기는 “싼티” 패션인 관계로.... 근데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이러기 정말 힘듭니다...)

 

혹시 “칙릿(chick-lit) 소설”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젊은 여성”을 뜻하는 “chick"이라는 단어와 "문학”을 뜻하는 “literature"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신조어인데요, 영미 문화권에서 시작된 젊은 여성을 겨냥한 일명 “꽃띠 문학”을 지칭하는 문학 장르입니다.

칙릿 소설의 시작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그 시작이라고 하네요.

그 후에 정말 물밀듯이 쏟아졌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섹스 앤 더 시티>, <워커홀릭>, <쇼파홀릭>...

유행에 뒤처지면 혈압 무지 올라가는 우리나라도 문학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달콤한 나의 도시>, <오늘의 거짓말>, <달의 바다>, <아내가 결혼했다>, 오늘 소개하는 <스타일>까지 칙릿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이 상당히 많이 출판되어 있답니다.

공통점을 꼽자면 일단은 무지 재미있다는 사실입니다.

내용 자체는 좀 가벼운 감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시대 변화를 보여주는 문학적 흐름임에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네요.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여자 온달 신드롬”의  현대판 해석이라는 생각도 개인적으론 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killing time" 소설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답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죽이기에 적당한 내용이라는 뜻이죠.(절대 시간 낭비의 개념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기본적으로 간을 낭비하는 만드는 책은 세상에 없다는 주의거든요.)


패션지 「A 매거진」 여기자인 서른 한 살 이서정.

그녀는 직장 생활 8년차로 예금도, 보험도, 그 흔한 펀드에 애인 하나 없는, 현재 고민사항은 44 싸이즈 스키니진을 입고 그 체험담을 써야 하는 실로 엄청난 과업 성취를 주문받은 안타까운 인생입니다.

뭔 놈의 여자들은 전부 44에 환장을 했는지 본의 아니게 44 싸이즈의 강한 압박에 그녀는 괴로운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있죠. (패션 잡지에 대해 너무 실감나게 그려 대단하다 했더니 실제로 작가 백영옥은 그쪽 일을 한 전과(?)가 있네요.)

거기다 전설적인 요리 평론가 “닥터 레스토랑”의 정체를 파악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까지 부여 받은 상황입니다.(제 발에 제가 넘어진 꼴로다.....)

음식칼럼 하나로 유명 레스토랑들을 초토화시킨 이 비밀스런 요리평론가는 매번 바뀌는 메일 주소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서정은 '닥터 레스토랑'의 이름은 커녕, 나이도, 주소도, 성별조차 모르고 있는, 일명  벽 보고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 팡당한 시츄에이션에 그야말로 내던져 있습니다.(아~~ 죽일 놈의 밥벌이여~~~!!)

거기다 현대 직장 여성의 최대 관심 중 하나인 남자도 역시 등장해 주십니다.

애매모호한 선을 오고가는 직장 선배 김민준, 그리고 오래전에 선을 보기로 한 자리에서 만나보지도 못하고 퇴짜를 맞힌 의사였던 박우진이라는 남자까지...(이 남자 은근 신비주의 풍깁니다.)


<스타일>은 한마디로 젊은 세대들의 감각과 욕망에 대한 가벼운 터치의 소설입니다.

패션, 영화, 음식, 명품, 다이어트, 사랑, 등 다양한 소재들을 숨가쁘게 그러나 자연스럽게 쏟아내고 있죠. 그 속에 유행처럼 수시로 바뀌는 요즘의 젊은 세대들의 욕망들 또한 빠르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스타일>에 등장하는 이런 다양한 욕망과 욕구들은 또 다른 욕망들과 만나면서 때론 심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화해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에 휘둘려야만 하는 현실과 내면의 목소리 사이의 갈등, 명품에 대한 소비 욕망과 빈곤층에 기부금을 내고 싶은 욕망 사이의 갈등, 44사이즈의 스키니 진을 입고 싶은 마음과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계속해서 이런 다양한 욕망들과 갈등하게 되죠.(뭐 이런 것도 갈등꺼리가 되는 거냐고  묻는다면 결단코 갈등꺼리가 된다고 그것도 충분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갈등의 가장 오래고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오해와 진실 사이의 갈등이 아닐까요?

근거 없는 소문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 또한 근거 없는 소문에 의해 상처를 받고, 오해가 쌓여 진실과 점점 멀어지게 되는 갈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개인적인 루머와 외적 욕망, 피상적 인간관계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죠. 모두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말입니다.

주인공 이서정은 그러한 삶에 회의를 느끼고 힘들어 하면서도 결국엔 현실 도피를 택하지 않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방법을 찾습니다.

그녀는 결심하죠. 자신의 삶과의 화해를...

자신이 주변 상황들과 인물들에 대해 화해를 시도하자 이서정의 현실도 더 이상 그녀를 고달프게 하지 않습니다.

드디어 사람들과의 진짜 관계가 시작된 셈이죠.

진짜 관계라...

비록 stylish한 유행처럼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관계일지라도 그 속에 진실을 담게 된다면 어쩌면 유행 그 이상을 만들어 내게 되지 않을까요?

서정도 진실 된 삶이 사실은 진실이 사라졌다고 믿은 자신의 현실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겁니다. 진짜 인생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있어야 할 바로 그 곳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게 일명 죽이는 요즘의 “style”이라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지....

뭐 “Hyorish"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 분명 ”stylish"한 소설임에는 맞는 것 같네요...^^


*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이거 또 드라마로 만들어 지겠구나” 했는데...

  역시나 발 빠른 SBS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지난 주말부터 방송을 시작했네요 

  김혜수, 이지아, 류시원 주연...
  이들이 어떤 stylish한 드라마를 만들어갈 지 자뭇 궁금하기도 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