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10.10 08:24

류블라냐의 중심지 프레셰렌 광장.

그리고 토모스토베 다리.

류블라나에 가면

좋든 싫든 하루에도 몇 번씩 이곳을 지나게 된다.

그러니까 내 경우는,

하루에 몇 번씩 지나다녀도 언제나 좋았던 쪽. ^^

 

 

토모스토베 다리와 정면승부(?)를 하듯 서있는

분홍색 성 프란체스코 성당.

계단을 올라가 성문 정문 앞에서 뒤를 돌아보면,

거기 또 멋진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커다란 동심원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들어오는 방사형 무늬.

왠지 헤쳐 모여! 해야 할 것만 같은 이 느낌적인 느낌.

가운데 있는 저 사람은 술래고,

술래를 피해 어딘가로 숨으려고 하는 사람들.

그 찰나의 순간이 포착된 것 같다.

뭐 어디까지나 나 혼자서의 상상이지만. ^^

 

 

3중교를 지나 다시 용의 다리로 가는 길.

아침 시장에 진열된 싱싱한 과일들이 발길을 붙잡았다.

실로 유혹적인 자태다.

짐을 늘리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결국 4유로를 주고 체리 1kg를 사고 말았다.

납작복숭아도 사고 싶었는데

알러지때문에 포기했다.

깨끗이 씻은 체리는

피란(Piran)가는 버스에서 훌륭한 간식거리가 돼줬다.

확실히 동유럽의 여름은,

과일이다.

청량하고 달콤한 여름 과일들.

내 여행의 소확행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10.08 13:57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라냐.

"Ljubljana"가 "사랑스러운"이란 뜻이란다.

도시가 얼마나 사랑스럽길래

이름에까지도 대놓고 사랑스러울까 싶었는데

천천히 걸어다니다보면 고백을 절로 할 수밖에 없다.

"와...정말 사랑스럽네..."

특히 이렇게 사람들이 없을 땐 더.

 

 

노천시장도 대부분은 비어있는 상태지만

어디든 부지런한 사람은 있다.

하루의 삶을 준비하는 상인들의 분주함에 가슴이 찌르르했다.

마치 그 하루가 전 생애인것만 같아서...

기념품으로 마그넷을 하나 사야지 생각했는데

걸어다니다보니 그 마저도 잊어버렸다.

사랑스러워도 너무 사랑스러운 도시에 홀려버려서... 

 

 

보튼코브 광장 뒷편을 지나 류블라냐 시청사로 향했다.

1484년 처음 만들어졌다는 시청사는

몇 번의 보수와 증측을 통해 다양한 건축사조가 뒤섞이면서

묘한 느낌을 준다.

정원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는데

아직 오픈을 안한것 같아 꿈만 꾸고 돌아섰다.

시청사 앞에 우뚝 솟은건 오벨리스크인줄 안았는데 분수였다.

슬로베니아의 3대 강을 표현한 분수라는데

떨어지는 물이 아무래도 너무 야박한 것 같아서...

아침 산책할 때마다 느끼는건데,

유럽은 아침은 여유있고 느긋하다.

출퇴근 교통혼잡이라는게 있기는 할까 생각될만큼.

느리다는건 뒤쳐진다는게 아닌데

우리는 왜 매번 속도에 목을 맬까?

시간 안의 시간,

시간 밖의 시간.

가끔은 그게 그렇게 간절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07.13 08:36

새벽, 혹은 이른 아침의 산책은

일종의 도발이다.

사람이 아닌 공간에서 비롯된 도발.

왠만하면 도발같은 강렬함은 피하겠다 주의인데

이 도발만큼은 예외다.

늘 더 강렬하고 독점적이길 바라서 문제다.

 

 

아침 6시,

류블라냐의 하늘과 햇빛은 사기에 가까웠다.

햇빛이 너무 강해서

카메라를 어디다 들이대든 다 역광의 역습이다.

그래도 괜찮다.

사진에 담긴 것보다 더 많은게 맘 속에 담겼으니까.

프레셰르노브 광장.

슬로베니아 국가를 작사한 민족시인 프레셰렌 동상 앞도 텅 비어있다.

첫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었다는 그의 연인 유리아의 시선만 있을 뿐.

분홍색의 성 프란체스카 성당은 미사중이라 들어가지 않았고

대신 뒤돌아서서 트로모스토베, 트리플 브릿지를 내려다봤다.

이 모든 것들을 천천히 둘러봐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아무래도 오늘 산책은 프리뷰쯤으로 생각해야겠다.

 

 

니콜라스 대성당에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기도하는 사람만 들어오라는 삼엄한 문구에 멈춰섰다.

살짝 서운했는데 생각해보면 이게 맞는것 같다.

여헹지리더 타인의 고요함과 간절함은 지켜주는게 옳다.

성당 내부가 아니더라도 보고 느낄 것들이 저렇게나 많으니...

 

숙소로 돌아오는 길.

시장이 열리기 시작해 또 발이 묶였다.

짐을 늘리지 않겠노라 그렇게 다짐했건만

싱싱한 사과 앞에 그 결심이 무너졌다.

2.5유로에 산 저 사과는,

그날 하루 밥 대신 내 배를 채워준 충실한 만찬이 됐다.

그럼 됐지, 뭐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07.12 14:46

새벽 5시 기상.

전날 충분히 쉬어선지 일찍 눈이 떠졌다.

게다가 조식까지는 2시간이나 남았다.

그러니까 그 말은 곧,

한가한 류블라냐를 조용히 즐길 수 있다는 뜻.

서둘러 호텔을 빠져나왔다.

 

 

용의 다리를 건너

보든코브 광장까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는데

이른 아침이라선지 아주 조용했다.

심지어 보든코브 광장 시장조차도 조용하다.

내가 아침 산책을 포기하지 못한 이유 ^^

 

 

그리고 푸주간 다리.

사실 드레곤 브릿지보다 더 궁금했던 곳이 이곳이다.

숨은 그림 찾듯 주변에 있는 조형물을 하나하나 찾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왠만한 야외 전시장보다 훨씬 충실한 느낌.

이렇게 아무도 없는 아침엔 특히 더 그렇다.

단정하게 정돈된 카페의 의자들도 하나의 작품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

 

고요함과 적막함이 주는 여백.

그게 나는 못견디게 좋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07.10 13:07

부다페스트에서 7시 5분에 출발한 버스가

류블라냐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52분.

이제 남은건 숙소인 Park Hotel을 찾는 일이다.

남들은 구글맵 길찾기로 여기저기 잘찾아다니던데

이상하게 나는 매번 실패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건지...

(물론 내가 문제겠지만!)

일부러 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했는데

땡볕에 40여분을 헤맸다.

결국은 현지인들에게 몇 번을 물어 물어 겨우 찾아갔다.

공원을 끼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 있는 호텔이라

길치인 내가 찾기에는 쉽지 않는 위치였다.

따지고 보면 버스터미널에서 10분 거리도 안되는 거리를 40여 분을 헤맨거다. 

어이없는건,

여행 마지막 날에도 이 호텔에서 1박을 했는데

그때도 만만치않게 헤맸다는 사실.

정말이지 답이 없다.

나란 인간은...

 

 

11층 방에서 내려다 본 view.

저 멀리 류블라냐 성이 보이고

건물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면 용의 다리가 나온다.

하지만,

일단은 쉬는 걸로!

목이며 팔이 햇빛 알러지 때문에 난리가 났다.

이대로 다시 나갔다가는 화상으로 발전될 것 같아 

샤워를 한 뒤 차가운 물수건을 만들어 응급처치를 했다.

1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해가 좀 기울때까지 그대로 뒹굴뒹굴 하기로 했다.

Fly to the Sky 노래를 틀어놓고 침대로 푹 파묻혔다.

잠을 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아무 것도 안하면서 4시간을 보냈다.

아주 행복하고 달달했다.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는 자유.

그게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 시간이,

속도 없이... 참 좋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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