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0. 22. 08:20

<Man of La Mancha>

 

일시 : 20.15.07.30. ~ 2015.11.01.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작곡 : 마치 리 (Mitch Leigh)

작사 : 조 대리언 (Joe Darion)

극본 : 데일 와써맨 (Dale Wasserma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류정한, 조승우 (세르반테스&돈키호테) / 전미도, 린아 (알돈자)

        정상훈, 김호영 (산초), 황만익, 배준성, 조성지 외

제작 : 오디컴퍼니(주), 롯데언테테인먼트

 

이번 시즌 마지막 <Man of La Mancha>을 조승우 돈키호테로 끝냈다.

역시나 할 말이 없다.

조승우의 애드립과 순발력, 재치는

조승우를 조승우가 아닌 돈키호테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무대를, 작품을, 관객을 완벽히 장악하는 모습에 관람 내내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혼자 돋보이겠다는 독불장군의 심사가 아닌

함께 합을 맞추는 배우들까지도 빛을 발하게 만들더라.

특히 산초 정상훈과의 호흡은 환상적이어서 그야말로 객석이 빵빵 터졌다.

그야말로 모든게 impossible이 아닌 possible 이더라.

 

꿈을 꾸는 사람 앞에서

우리는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한다.

함께 꿈을 꾸던가 아니면 그 꿈의 황당함을 기어이 일깨워 박살을 내주던가.

극 중에서 세르반테스는 지하 감옥에 수감된 죄수들에게 말한다.

"이상 없이 살 수 있는 용기, 나는 없습니다!" 라고...

돈키호테 역시 말한다.

"천 번을 치시오! 천 번을 일어설테니!"

 

삶이란...

이래야만 하는거다.

세상이 아무리 무모하다 어리석다 비웃어도

스스로는 꿈꾸기를 멈추지 않아야 하는거다.

그게 알돈자를 둘시네야로 만드는 힘이고

두려움에 떠는 산초의 발걸음을 경쾌한 희망으로 변하게 만드는 힘이다.

그래서 내겐 이 작품은 늘 절망이고 늘 희망이다.

꿈꾸지 않고 살아가는 나를 책망하기도 하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꿈꾸기를 멈추지 말라고 일깨우기도 한다.

나는 기꺼이 산초가 되기도 하고, 둘시네아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의 끝나지 않을 모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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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4. 2. 6. 08:29

<Man of La Mancha>

일시 : 2013.11.19. ~ 2014.02.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세브반테스

작가 : 데일 와씨맨(Dale Wasserma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작사 : 조 대리언 (Joe Dario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조승우, 정성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김선영, 이영미 (알돈자)

        정상훈, 이훈진 (산초), 서영주, 배준성, 이서환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네번째 관람이자 이번 시즌 마지막 관람.

조승우 돈키호테도 그렇지만 김선영 알돈자와 정상훈 산초를 다시 보고 싶었다.

역시나 참 좋은 작품이고, 참 좋은 넘버들이고, 참 좋은 배우들이다.

매번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건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거나 무대가 환상적이라는 개념과는 완전히 별개다.

배경이 감옥이라 더 그렇기도 하지만 무대 자체는 마술과 특수효과가 난무하는 요즘 작품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너무 변화가 없어서 심심할 정도다.

그런데 참 묵직하고 단단하다.

대사와 넘버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가 다 특별하고 아름답다.

또 다시 꿈을 꿀 힘을 주게 하는 작품.

돈키호테의 황당한 행동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impossible dream이 감히 possible dream처럼 느껴진다.

기꺼이 산초가 되어 돈키호테의 수행원을 자처하고 싶어질 정도다.

왜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하나다.

"그냥 좋으니까!"

 

개인적으론 이번 공연에서

조승우 돈키호테, 김선영 알돈자, 정상훈 산초의 조합이 취향에 잘 맞았다.

세명의 배우가 만들어내는 케미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깊어지고 진해진다.

세르반테스의 결말도, 돈키호테의 결말도 전부 다 가슴에 담긴다.

작품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배우들의 변화를 지켜본다는 것...

참 아름답구나!

무대 위에서 정말 세르반테스가 되어 원없이 한판 놀아보는 조승우와

노련한 절제미와 깊이가 느껴지는 김선영 알돈자.

그리고 순발력과 위트가 넘치는 정상훈 산초.

셋이여서 더 아름다웠던 무대였고 작품이었다.

 

아마도 이 작품은,

매번 공연될때마다 한번씩은 꼭 보게 될 것 같다.

좋다. 좋다. 참 좋다.

다만 그것뿐이다. 

 

"무엇이 미친 짓인지 아시오?

 미쳐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라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31. 08:53

<Man of La Mancha>

일시 : 2013.11.19. ~ 2014.02.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세브반테스

작가 : 데일 와씨맨(Dale Wasserma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작사 : 조 대리언 (Joe Dario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조승우, 정성화 (세르반테스, 돈키호테)/김선영, 이영미 (알돈자)

        정상훈, 이훈진 (산초), 서영주, 배준성, 이서환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CJ E&M

 

2013년 내 마지막 공연 관람은 뮤지컬 <Man of La Mancha>

무슨 말이 필요할까?

impossible dream 한 곡만로도 모든 걸 끝장내버리는데!

이 작품은,

최고의 판타지고, 최고의 현실이고, 최고의 희망이고. 최고의 교훈이다.

대사 하나 하나가 그대로 보석처럼 빛나는 작품.

다행이다.

2013년 마지막 관람이 <Man of La Mancha>라서!

그것도 깨알 케미를 자랑하는 조승우 세르반테스와 정상훈 산초였으니...

 

조승우가 세르반테스에서 돈키호테로 변하는 과정은

<지킬 앤 하이드>의 Transformation에 버금가는 변신이다.

그것은 비록 지킬과 하이드처럼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젊은 청년이 그럴듯하게 노인을 흉내내는 차원이 아니라

정말 망상에 빠진 늙은이를 무대 위로 천천히 불러내는 것 같다.

점점 노인네로 변하는 그의 목소리를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다.

우수꽝스런 걸음걸이에 고개조차 똑바로 들지 못히고 이리저리 흔들어대는 노인네가

세상에 다시 없을 깊고 깊은 메시지를 내게 준다.

매번 관람할 때마다 묵직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그런 작품.

 

이 작품에서 조승우는 이제 확실한 부동의 game maker가 됐다.

작품 전체를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자신의 페이스대로 끌고 간다.

그렇다고 자신만 돋보이겠다는 이기적인 game maker는 절대 아니다

win-win!

이 정도면 이젠 아주 얄미울 정도다.

과유불급.

자칫하면 한없이 가벼워질수 있는데

정상훈 산초와도 여우같이 적정선을 유지한다.

갑옷 노크하는 장면을 포함해서 두 사람의 호흡.

아주 멋지고 최선이다.

(이 두 사람 도대체 왜 이제야 만났느냔 말이다.)

 

처음 예매할 땐 예의없는 티켓가격에 화가 났었는데

관람하고 나면 솔직히 지출이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든다.

(그게 더 문제다!)

예전에 <헤드윅>을 할 때 조승우가 후배 손승원에게 그랬단다.

"관객들은 6만원이라는 돈을 내고 우리 공연을 보러 와. 그게 되게 무서운 말이다!"

맞다!

그거 정말 무서운 말이다.

그러니까 조승우는 그걸 다 알고 있다는 거다.

조승우가 무대 위에서 돋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

모든 프로듀서가 작품을 준비하면서 캐스팅 1순위로 그를 선망하는 이유.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귀신과 여우... 그 어디쯤에 배우 조승우가 있는 것 같다.)

 

이영미 알돈자는 처음 관람이었는데

아무래도 나는 김선영 알돈자와 더 잘 맞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비음이 강한 배우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영미도 그랬다.

그리고 김선영 알돈자는 뭔지 모를 깊은 한과 서러움 같은게 느껴지는데

이영미 알돈자에게 느껴지는 건 분노가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Aldeonza"은 이영미가 확실히 더 좋더라.

(배우마다 장단점은 늘 있으니까!)

 

2013년 마지막 관람이라는 감회가 작용하기도 했겠지만

이날은 마지막 장면이 유난히 가슴에 남았다..

또 다른 재판을 받기 위해 세르반테스로 돌아와 지하감옥을 나서는 장면.

그를 향해 한명씩 "Impossible dream" 부르며 도열하는 사람들.

그 숱한 둘시네아와 라만차의 기사들을 보면서

나 역시도 그들처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돈키호테는 결코 죽지 않았음을... 

 

 

 

 

Man of La Manch OST

 

01. Opening

02. Man fo La Mancha (I, Con Quixote)

03. It's All the same

04. Dulcinea

05. I'm Only Thinking of Him

06. We'r Only Thing of Him

07. I Really Like Him

08. What Does He Want of Me?

09. Little Bird, Little Bird

10. Baber's Song

11. Golden Helmet of Mambrino

12. To Each His Culcinea (To Every Man His Dream)

13. The Impossible Dream (The Quest)

14. Knight of the Woeful Countenance

15. Aldeonza

16. The Knight of the Mirrors

17. I'm Only Thinking of Him (reprse)

18. A Little Gossip

19. Final Sequence (The Death of Alonso Quijana)

20. Final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26. 09:13

<Man of La Mancha>

일시 : 2012.06.19. ~ 2012.12.3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미겔 데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대본 : 에일 와서맨 (Dale Wasserman)

작사 : 조 대리언 (Hoe Darion)

작곡 : 미치 리 (Mitch Leigh)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류정한, 서번석,홍광호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윤공주, 이혜경 (알돈자) / 이훈진, 이창용 (산초)

        최민철, 서영주 (여관주인), 이계창 (닥터 까라스코) 외

 

뮤지컬 배우 류정한! 그리고 건승정한!

둘 다 대단하다.

샤롯데씨어터 한 회 공연 1200석을 통째로 단관했다.

배우의 팬클럽이 소극장 혹은 중극장을 전관 대관하는 경우는 흔해도

내 기억에 이렇게 대극장 한 회 공연 전체를 단관한 건 처음인 것 같다.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경이로움이자 경악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라 이 역사적인 순간을 도저히 놓칠 수는 없었다.

수능을 끝낸 조카녀석들이 "Impossible dream"을 꿈꾸길 기대하며 함께 기사님을 만나러 갔다.

<Man of La Mancha>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작품이다.

스토리 자체도 흥미롭고 재미있지만 뮤지컬 넘버와 대사가 주는 울림이 정말 대단하다.

넘버도 대사도 줄줄 외울 정도지만 볼때마다 늘 가슴이 먹먹해진다.

원작을 쓴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상상력에도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되고... 

 

배우 류정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의 하나로 꼽는 <맨 오브 라만차>

이미 여러번 했던 배역이라 잘하리라고는 충분히 예상했지만

자신을 특별히 생각하는 팬들 앞이라서 더 최선을 다했겠지만 정말 멋지게 잘했다.

단순히 기교나 연기적인 걸 말하는 게 아니라

대사 하나하나, 넘버 하나하나를 정말 정성껏, 최고의 모습을 보이기위에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본인도 감회가 남달라서 그랬겠지만 초반엔 그런 감정들이 약간의 떨림으로 보여졌다.

그 떨림이 뭐랄까...

뭔가를 열심히 준비한 아이가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약간의 자부심과 떨리는 가슴을 안고 뭔가를 선보이는 느낌이었다.

풋풋하고 당찬 자긍심이 느껴졌다고 할까!

그래서 그 떨림이 참 수줍고 새로웠다.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점점 stroy를 만드는 사람으로 변모하는 것 같다.

작품 하나를 할 때마다

자신에게도 스토리를 남기고, 보는 관객에게도 스토리를 남긴다.

어쩌면 돈키호테의 대사 그대로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품게 한다.

숭고하게 남는 노력!

 

"천번을 치시오! 천번을 일어날 터이니!

 아무리 요술로 결과를 흐려보이게 한다해도 노력은 숭고하게 남는 것이라오!"

 

이훈진의 산초는 정말 물이 올랐고.

(언젠가 산초가 주인공인 작품이 나오게 된다면, 이 역은 정말  이훈진이라는 배우가 딱일거다~~)

팬심에 기댄 깨알같은 에드립도 재치있었다.

"사랑에 미친 자는... 건승정한이란 말도 있쟎아요"

백점 만점에 백점을 주고도 남을 에드립!

둘째 출산 후 한동안 무대를 떠나있던 이혜경을 정말 오랫만에 다시 봐서 반가웠다.

솔직히 예전에 이혜경 알돈자를 보면서는 큰 감동은 받지 못했는데

(그래선지 매번 이혜경 알돈자는 피하게 된다)

이번 시즌은 많이 버리고, 많이 놓음으로서 오히려 더 간절해진 것 같다.

세르반테스의 죽음 앞에서 "내 아름은 둘시네아예요!' 라고 말할 때의 범접할 수 없는 당당함이라니!

그야말로 순결하고 고귀한 한 여성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서영주가 표현한 여관주인이 너무 가벼워서

도지와와의 괴리감때문에 보면서 살짝 부담스러웠는데

미남 도지사 최민철은 적정 선에서 웃음과 절제를 잘 조정한 것 같아 보기에 편했다.

 

2010년 LG 아트센터에서 류정한 <맨 오브 라만차>를 본 후에 또 다시 보게 될까 했었는데...

어찌하다보니 이번 시즌에만도 세 번을 봤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아름답고 당당하고 풍성한 작품이다.

 

스페인의 지하감옥,

신성모독죄로 몸종과 함께 감옥에 끌려온 세르반테스는 늘 이렇게 나를 부른다.

도저히 어쩔 수 없다.

기꺼이 그 지하감옥 속으로 따라 들어갈 수밖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0. 8. 07:36

<The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시드니 칼튼)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 (제리 크런처)

 

류정한 시드니, 카이 찰스, 최현주 루시, 그리고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내가 생각하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최고의 캐스팅!

그래서 선택한 자체 막공이 10월 2일 공연이었다.

공연이 계속될수록 뭐랄까 깊이와 완숙미가 넘친다.

엄밀히 따지면 참 유치한 사랑이야기고 황당무계한 줄거리일 뿐이데...

고전의 힘이란 그런 것 같다.

흔한 사랑이야기라도 깊이가 남다르고 다 읽고 난 후에는 뒤에 잔향처럼 남은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는다는 것.

그래서 그런 고전들이 무대 위에 재현됐을 때는

성패와 호불호가 극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남녀 주인공이었던 최현주와 류정한은 그야말로 제대로 임자를 만난 셈이다.

아낌없이 각자의 인물에 빠져들었고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담아냈다.

짐심으로 멋있었고, 짐심으로 아름다웠고, 짐심으로 위대했다.

정점을 찍다!

이 작품이 아마도 두 사람에게 한동안은 그런 의미로 기억되지 않을까?

두 사람 모두 노래와 표정, 감정 전달이 너무나 섬세해서 보는 내내 황홀했다.

류정한, 최현주.

이 두 사람이 다시 한 작품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희망사항 하나를 꿈꾸게 하는 배우들다.

 

배우 류정한은 12월까지 연장 공연되는 <맨 오브 라만차>에 10월말부터 출연한단다.

오랫만에 류정한의 impossible dream을 들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흐뭇하다.

매니아들의 비난과 외면도 있었지만 류정한은 배우로서 한 고비를 잘 넘긴 것 같다.

뮤지컬 배우로서 류정한의 그동안의 행보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선지 앞으로 그의 행보가 나는 더 궁금하다.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였다.

지혜의 시대였으며, 어리석음의 시대이기도 했다.

 

믿음과 불신이 교차했으며,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대였다.

희망의 봄인 동시에 절망의 겨울이었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정말 이랬다.

다행이다.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16. 08:25

<Man of La Mancha>

 

일시 : 2012.06.19. ~ 2012.10.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대본 : 데일 와서맨

작사 : 조 대리언

작곡 : 미치 리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조정은, 이혜경 (알돈자)

        이훈진, 이창용 (산초)

        서영주 (여관주인), 닥터 까라스코 (박인배), 이영기 (신부) 외

 

뮤지컬 <Man of La Mancha> 

개인적으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라만차>라는 제목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소위 제대로 꽃히고 말았었다.

그때 김성기와 류정한이 세르반테스를 했었고 나중엔 인터미션이 생기긴 했지만

초반에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인터미션 없이 그냥 진행했었다.

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었다.

뮤지컬 넘버가 주는 감동은 엄청난 충격에 가까웠었다.

원래는 작년 OD 공연작이었는데 <지킬 앤 하이드>에 밀려(?) 올 해로 드디어 공연에 올랐다.

impossible한 노인네가 돌아오니

절로 dream을 꿈꾸지 않을 수 없다!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캐스팅이 공개되고 난 후 쾌재를 불렀던 건 드디어 서범석의 돈키호테를 볼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서범석 스스로도 꿈의 배역으로 생각했던 돈키호테가 아니던가!

제작발표회때 그는 "impossible dream"을 부르며 살짝 감격했단다.

이해가 됐다.

그 작품은, 이 배역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작품이자 배역이니까.

알돈자는 둘째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다 오랫만에 무대로 복귀하는 이혜경이,

개인적으로 의외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한 조정은이 더블 캐스팅됐다.

산초는 이훈진과 이창용.

(오~~호! 이창용도 의외의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사랑스럽고 가녀린 역을 주로 했던 조정은이 산전수전 다 겪은 알돈자를 한다?

일단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서범석, 조정은, 이훈진.

일찌감치 중앙열 제일 앞자리를 잡아놓고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렸던 작품이다.

(샤롯데를 찾아가는데 심지어는 살짝 흥분되기도 했다.)

 

서범석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이 역이 배우 서범석이 진심으로 원하고 바랐던 그 배역임에 분명한가보다.

매 장면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려는 진심이 감동적이었다.

그런 감동과 감격이 살짝 넘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어쩡쩡한 다리와 황망한 눈동자 설정은 코믹하면서도 인물에 적절하게 어울렸다.

개인적으론 연기보다 노래가 더 좋았고.

배우 자신이 갖는 감동과 감격이 연기에 자주 투영되는 것 같았고

<미스터 마우스>의 인후도 순간순간 보인다.

그래도 9월겨에는 지금보다 더 여유롭고 안정된 돈키호테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나를 제일 많이 놀랍게 만든 장본인이었던 알돈자의 조정은.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에 배우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왼쪽 구석에 조정은이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언제나 목소리에서부터 몸짓까지 전체적인 태(態)가 곱고 사랑스러운 조정은이었는데...

그녀의 알돈자는 거침없었다.

그때까지 알돈자 역은 역시 김선영이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틀을 조정은이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개인적으로 요근래 본 조정은 작품 중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그 가냘픈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보면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조정은이 아니라 알돈자 그 자체였다.

확실히 조정은은 배우다!

(이제 점점 경지에 오르려는 모양이다. 그녀, 정말 멋지다!)

노새끌이들과의 험난한(?) 폭행장면도 너무 실감났고

폭행을 당한 후 돈키호테에게 쏟아붓는 장면도 너무 절절했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 멍한 느낌도 너무 멋지게 표현했다.

아마도 여우같은 조정은 때문에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산초 이훈진은 역시 말이 필요 없는 산초였고,

(그래도 가끔은 해오름극장 초연때의 맛깔스런 김재만 산초가 그립다.)

닥터 카라스코는 내내 이세창에 익숙했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캐스팅된 박인배의 표현도 너무 좋았다.

좀 더 이지적이고 시니컬하다고나 할까?

특히 목소리와 톤이 정말 매력적이다.

박인배는 배우말고 아나운서를 했어도 정말 괜찮았을 것 같다.

연기가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정도로 딕션이 정확했다.

"난 태어날 때부터 영주였으니까..."

서영주의 깨방정도 나름대로 재미있긴 했지만

도지사와 여관주인이 너무 극명하게 대비돼서 오히려 좀 당황스러웠다.

도지사는 전작 <닥터 지바고>의 코마로브스키 느낌 그대로였고

여관주인은 대사에 코믹요소를 많이 넣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좀 과하다는 느낌이다.

(김성기 정도의 표현이 딱 좋았던 것 같다)

아, 참!

4분 가량의 프롤로그 인트로가 끝난후 바로 이어지는 구음은 참 좋았다.

(난 정말이지 맨 오브 라만차의 인트로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중에 불친절한 여관 안주인으로 나오는 배우 오은미인데

소름끼치는 울림이었다.

 

맨 앞 줄에서 관람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가 전체적으로 높아서 깊이감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선지 좀 협소하고 답답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무대를 한 눈에 보기에는 확실히 편해졌다.

여관 입구도 중앙이 아닌 살짝 왼편을 바라보고 있어

관객 입장에서는 객석 왼편에 앉는 게 아무래도 덜 답답할 것 같다.

이상한 건,

처음에 세르반테스가 감옥으로 들어오는 장면과

재판을 받기 위해 감옥으로 나가는 장면이 좀 밍밍해졌다.

연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무대 셋트 자체가 좀 다른 느낌인 것 같아 아쉽다.

(나 혼자만 터무니없이 그렇게 느꼈을수도 충분히 있다) 

어쨌든 참 오랫동안 이 작품을 기다렸다.

살짝 낯선 느낌도 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건 거 참 괜찮은 작품이란 사실이다.

이 작품은 여전히 내 심장을 뛰게 한다.

아, 참. 좋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2. 17. 06:34


2005년 여름
뮤지컬 <Man of La Mancha> 초연된다고 했을 때
나는 몹시도... 몹시도... 떨렸었다.
무대 위에서 보게 될 극중극이라니...
(그때 기억이 지금도 참 선명하다)
그리고 그해 여름 무더위를 뚫고 남산에 있는 해오름극장을 참 무던히도 오르내렸다.
(무려 7번이었던가? 8번이었던가?)
그때 세르반테스/돈키호테를 김성기와 류정한이 더블 캐스팅으로 연기했었다.
한창 <Jekyll & Hyde>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류정한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겠구나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했었다.



2005년 공연을 보고 난 후,
아!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배역에 무리하게 욕심을 냈구나,
그리고 나 역시 배우 류정한에게 무리하게 욕심을 냈구나
깨달았다.
그 이후 몇 번의 재공연이 있었지만
다시 <Man of La Mancha>를 찾아 보진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겁이나서...
덜 젊어진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들의 욕심을, 나의 욕심을 다시 보게 될까봐 나는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몹시도... 몹시도...
사랑스러운 이 작품에 어이 없는 욕심만 가득 생길까봐서...



그리고 6년이 지나 보게 된 <Man of La Mancha>는,
몹시도... 몹시도...
사랑스러운 작품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
류정한이 만들어낸 늙고 허약하고 꾸부정한 몽상가 돈키호테 모습과
이성적이고 재기발랄하기까지한 세르반테스의 모습은
6년 전 모습과는 정말 많이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때 류정한은 배우 류정한을 화려하게 돋보이게 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모습이 낮설어 당황했었다)
6년 후의 그는 배우 류정한이 아닌 세르반테스를 그리고 돈키호테를 모두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나는 그의 발걸음과 그의 눈동자의 움직임,
그의 손동작과 말투를 따라가느라 즐거웠고
그의 구부정한 허리와 벌어진 다리를 쫒느라 내내 분주했다.
내 변변치 못한 어깨까지도 점점 강도를 더해가며 뻐근해져왔다.
언젠가 본 그의 인터뷰 기사.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원작을 읽고서
비로서 케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노라고...
초연 때는 원작을 볼 생각조차 못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원작을 보고 초연 때 자신의 해석이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고...
어쩌면 나는 이 기사 때문에
그의 돈키호테를 그의 세르반테스를 다시 꿈꾸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원작은,
가히 대학교제 원서가 떠오를 만큼 상당한 분량을 자랑한다.
뭐 항간에는 수면용으로 딱이라는 말도 있고... ^^
(머리에 베고 자기에 딱 알맞는 두께긴 하다.)
배우의 케릭터 이해의 유무는
무대 위의 판을 단박에 바꿔 놓는다.
류정한... 이 남자...
점점 더 여우성이 짙어진다. 
(나는 이 남자의 여우성이 무지 참 좋다.)
이 사람이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란다.
의외의 캐스팅이 보여 맘이 상하기도 하지만 (도대체 내가 뭐라고...)
국내에 초연되는 이번 작품에서 그가 보여줄 여우성이 나는 또 궁금하다.
(그런데 어쩌자고 유니버설아트센터냔 말이다!!! 거기다가 EMK 제작까지...)



산초 이훈진,
참 귀엽고 그리고 멋진 보좌관!
애드립으로 의심될만큼 그의 연기는 능청스러웠다.
(정말 애드립이었나???)
다양한 표정과 재미있는 행동들,
극의 감초 역할을 너무 잘 해줬고 이 사람 때문에 참 많이 웃었다.
알돈자 김선영,
왜 그러지 했었는데, 역시 김선영이야라고 말 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그녀 때문에 많이 아프고 슬펐다.
"날 짓밝고 가는 건 참을 수 있지만 꿈꾸게 하지 좀 마!"
돈키호테를 항해 외치는 알돈자의 대사는
꼭 지금의 내 심정이었는데...



세르반테스가 감옥의 죄수들을 향해 외친 소리가 귀에 선하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대놓고 말하는 것 같아
문득 민망하기도... 
"세상이 미쳐 돌아갈 때 누굴 미치광이라고 부를 수 있겠소?
 꿈을 포기하고 이성적으로 사는 것이 미친짓이 아닐까요?
 쓰레기더미에서 보물을 찾는 것이 미쳐보이나요?
 아니요. 아니요.
 너무 똑바른 정신을 가지고 사는 것이야말로 미친짓이겠죠!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미친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오!"




세르반테스는 말한다.
"이상 없이 살 수 있는 용기는 없다"고...
돈키호테는 말한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뭐라고 나도 한마디쯤 해야할 것 같은데
막막하다...



개인적으로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이계창.
그의 시니컬한 표정과 말투는 여전히 일품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멋진 무대 배경과
(지하 감옥의 신비감과 무어인이 등장하는 해바라기 씬의 노란 해바라기의 선명함...)
그리고 하나 하나 꼽을 수 조차 없는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
"Man of La Mancha", "Dulcinea", " We're Only Thinking of Him"
"Little Bird, Little Bird" , "The Impossible Dream"....
(정말 너무 많다...)



배우 류정한은 말했었다.
뮤지컬 <Man of La Mancha>는
음악적인 완성도와 탄탄한 스토리를 함께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지극히 공감한다.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스스로 너무나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마음에 품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작품이라고까지 고백했다.
나 역시 그가 Jekyll & Hyde일 때보다
세르반테스로, 돈키호테로 무대에 서 있을 때가 더 아름답다.
그에게 Jekyll & Hyde가 화려한 기교의 작품이라면
Man of La Mancha는 오랜 깊이의 작품인 것 같아서...
언제 다시 보게 될까?
끝나버린 공연을 생각하면서
나는 벌써부터 Impossible Dream을 꿈꾸고 있다.
너무 아득하다...



<The Impossible Dream>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