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8. 14. 08:18

너무 궁금해서 어제 퇴근길에 CGV에 들러 영화 <해무>를 봤다.

그것도 무료로 ^^

(지금 CGV에서 한국 영화를 보면 스템프를 찍어주는 이벤트를 하는데

 <군도>, <명량>, <해적> 세 편을 다 보게 되면 평일 1인 무료관람권이 생긴다.)

연극 <해무>를 워낙 인상깊게 관람해서

도대체 이 고집스럽고 괴기스러운 광기의 이야기를 어떻게 영화로 풀어낼지 궁금했다.

게다가 JYJ의 박유천이 뱃놈으로 나온다니...

솔직히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연극에서는 이 어리숙하고 숙박한 청년을 송새벽이 했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연극에서는 광식이라는 이름이었고 살짝 돌쇠스런 느낌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이름도 덜 촌스런 동식이고 연극보다는 덜 어리숙하더라.)

 

                        연극 <해무> 포스터                                       영화 <해무> 포스터

이 영화...

정말 잘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4편의 한국영화 중 최고다.

출연배우들 모두 미친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무시무시한 연기와 몰입을 보여준다.

김윤석도, 문성근도, 김상호도, 유승목도, 이희준도, 박유천도, 한예리도 없다.

단지 강선장과, 완호, 호영, 경구, 창욱, 동식, 홍매만 있을 뿐.

인간이란 생존과 맞닺드릴때 이렇게까지 미칠 수 있구나...

광기(狂氣)의 속도는 빠르고 거대했다.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눈빛이 변하는 순간들.

(그 시점이 전부 다르다)

그 찰나의 시간이 날 선 칼끝처럼 내 눈 속으로 가차없이 파고든다.

'격렬하다'는 봉준호의 표현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아니 아주 정확했다.

 

......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또는 역시 인간이라면 저렇게 할 수 밖에 없겠구나
이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하면서 우리의 폐부를 파고드는 상황들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그리고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애틋한 사랑은 피어난다.
놀라운 배우들과 아름다운 스토리가 합쳐진 이 한편의 격렬한 인간 드라마를
영화로 탄생시키고 싶었다 ......

 

솔직히 처음 이 영화에 박유천이 캐스팅됐을 때 경악했었다.

아이돌 연기자 중에 연기를 잘하는 축에 속하는건 인정하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해무>에 다른 역할도 아니고 "동식"을 한다니!

'모 아니면 도'일거란 기대도 없이 이건 '그냥 도'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랬더랬는데...그랬더랬는데...

나 지금 무지하니 반성하는 중이다.

이 녀석은 정말 연기자다.

특히 홍매 한예리와의 베드씬에서 보여준 그 눈빛은 절대 못잊을 것 같다.

무섭고, 두렵고 마음,

그리면서도 홍매를 지키겠다는 한 줄기 빛같은 간절함.

그걸 눈물 가득한 눈빛으로 다 표현해내더라.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연기자 박유천에게 항복했다.

이 녀석은...누가 뭐래도 배우다.

그것도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고 성장할 배우.

(결국 나는 이 녀석의 다음 영화를 주목하기로 했다!)

 


인트로에서 영상과 음악이 정말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서정적이라 깜짝 놀랐는데

일부러 그렇게 연출했다는걸 영화를 보면서 이해했다.

그리고 시작부터 내내 계속 귀에 꽃혔던 익숙한 느낌의 음악.

앤딩크레딧을 보니 역시나 "정재일"이 맞더라.

(이 영화에서 정재일이 만든 음악은 출연배우 못지 않은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전도연과 김고은은 뒤섞은듯한 묘한 아우라를 풍기는 홍매 한예리.

그러면서도 두 배우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순수하면서도 뭔가 비밀스러운 모습.

아무도 밟지 않은 처녀지의 새햐얀 눈도 떠오르고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불안함도 있다.

전작들이 있긴 하지만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연기도 아주 안정적이고 탄탄하다.

작고 가녀린 체구는 정적이면서도 묘한 신비로움까지 느껴진다.

개인적으론 은교의 김고은보다 한예리쪽에 더 큰 가능성을 두고 싶다.

아주 오랫만에 만난 집중력있는 신인 여배우의 탄생 ^^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당분간은 그녀가 TV 드라마가 아닌 영화에만 출연했으면 좋겠다.

연기적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너무 일찍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녀라면 이런 내 마음,

이해해주지 않을까?

바다에서 만나는 짙은 안개를 해무(海霧)라 한다.
바다에서 바람보다 무서운 것은 바로 안개다.
파도에도 길이 있고
바람에도 길이 있으나
안개에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짙은 해무(海霧)는 어부들의 조각난 마음은 물론
바다와 하늘의 경계조차 허문다.
남는 것은 한없는 무기력과 끝을 알 수 없는 정체(停滯)와 고립(孤立).
어디서 다가올지 모르는 위험에 대한 공포뿐이다.
어둠이 아닌 빛 속에서 길을 잃는 것,
그것이 해무(海霧)가 주는 공포다.
어둠 속에선 불을 밝히면 되지만
빛 속에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30. 08:00

<칠수와 만수>

 

일시 : 2012.05.04. ~ 2012.07.08.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연출 : 유연수

각색 : 유연수, 임나진

제작 : 극단 연우무대

출연 : 송용진, 박시범 (칠수) / 진선규, 안세호 (만수)

        김용준, 이이림, 황지영, 최현지

 

송용진이 드디어 연극에 도전했다.

그것도 30년 전통의 명작 <칠수와 만수>로.

처음 송용진이 "칠수"를 역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땐 의외라고 생각을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꽤나 잘 어울린다.

진선규는 2007년도에 이에 두번째 "만수"에 도전한다.

두 사람의 합(合)이 과연 어떤 시너지 효과를 이룰지 궁금했다.

1986년 초연 당시 문성근, 강신일 당시 4000회 공연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었다.

그 이후 박중훈, 안성기 주연의 영화로까지 만들어졌으니 대단한 문제작임에는 분명하다.

예전 공연들을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매 공연마다 당시 시대의 이슈들을 작품 속에 많이 투영시키는 모양이다.

그래서 재미도 그렇고 관객들의 호응도 즉각적이고 좋다.

예전엔 만수나 칠수 둘 다 시골에서 올라와 묵묵하게 가족들을 위해 일을 하는 캐릭터였다면

지금 칠수는 상당히 현실적(?)이고 입체적이다.

"슈퍼스타 K"를 꿈꾸는 만수 송용진.

이번 시즌은 다분히 송용진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칠수가 도시 88만원 세대를 대표한다면 만수는 시골의 88만원 세대를 대표한다고 할까?

 

배우들은 주, 조연을 망라하고 정말 대단히 열심이다.

송용진, 진선규 두 사람은 그래도 정해진 캐릭터만 연기하니까 흐름을 잃거나 혼란이 생길 틈이 없겠지만

다른 4명의 배우는 1인 다역을 연기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을텐데

각각의 캐릭터를 확연히 구분해서 모습을 보면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

특히 후반부에 칠수와 만수각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에서는

역할 바뀌는 시간 자체도 아주 짧아 보면서도 허덕였는데 대단들하다.

김용준, 이이림, 황지영, 최현지 4명의 배우에게 박수를...

연극의 설정 자체는 솔직히 현실성이 떨어진다.

18층 옥상에서 빨간 페인트통이 떨어지고,

그걸 떨어뜨린 두 사람이 사회불만 시위를 주도하는 중심인물로 몰아간다는 설정 자체는

아무래도 2012년도 현실에는 좀......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괜찮아 한 번 쯤은 볼만한 작품.

껄렁한 송용진의 칠수도, 순박하고 꽁한 진선규의 만수도 다 자연스러워 연기가 아니라 두 사람의 실제 이야기같다.

무대 위에서 편하게 연기하는 배우를 보면 그게 또 관객 입장에서 그렇게  편하고 매력적일 수 없다.

개인적으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작품이 조금 더 용기를 내서 확실하게 실날하고 확실하게 비판적이었으면 하는거다.

그래도 이 정도의 까발림도 예전에 비하면 정말 놀라운 발전이긴 하다.

 

극 중간중간에 배우가 직접 부르는 노래나 BGM으로 깔리는 노래를 듣는 재미도 의외로 괜찮다.

그리고 연극을 보고 나면 어쩔 수 없이 들국화의 "사노라면"은 한동안 머릿속을 떠다닐 수 밖에 없다.

작품을 통틀어  "사노라면"이 두세번 정도 나오는데 출연 배우들이 직접 부른 모양이다.

각각 다 다른 느낌으로 불렀는데

특히 깡통이 떨어질 때 최현지로 추정되는 여배우가 부르는 "사노라면"은 참 이쁘다.

(칠수와 만수의 슬로모션 액션과 대비되면서 참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송용진 버전의 "사노라면"도 느낌이 좋고..

한 번 쯤 가볍게 볼 만한 작품인긴 한데

단지 맨 앞 줄을 포함한 1층 앞쪽 관람은 피하는 게 좋겠다.

맨 앞 줄에서 관람했는데 계속 올려다봐서 공연 끝날 때쯤엔 목으로 오십견이 온 줄 알았다.

110분이 넘는 시간동안 수시로 뒷목을 잡고 주물려야먄 했다.

혹시 관람을 생각중이라면 2층 맨 앞 관람을 강력히 추천한다.

정말 심각학게 참고하길...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2. 1. 6. 06:09
새벽에 두 개의 인터넷 기사를 봤다.
정치에 뛰어든 이상 정말 잘 하고 싶다는 문재인의 결연한 말에 혼자 가슴이 울컥했다.
나는 믿는다.
문재인의 도덕성과 국민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을 올곧은 강직함을.
MB 정권이 신비하고 오묘한 것은, 
무관심과 모르쇠로 일관했던 나를 정치에 대해 분노하게 만든데 있다.
설상가상으로 검찰은 10.29 재보선 디도스에 윗선은 없다고 발표했다.
31살, 28살 두 명의 치기어린(?) 국회의원실 비서들에 의해 이루어진 단독 범행이라고...
이들은 나경원 의원이 시장에 당선되면 사후 공적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스스로 일을 꾸몄단다.
뭣모르고 지나가던 개(犬)도 웃을 일이다.
(개도 기분나빠할 일이다. 이런 일에 자기들 종자 팔아먹는다고...)
두 비서님들은 그렇다면 하늘이 낸 놈년이며,
런닝맨 김종국을 능가하는 진정한 능력자들이라 할 수 있다.
정말이지 격하게 포상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걸 결론이라고 발표한 검찰은?
대놓고 말을 못하지만 분명 자기들끼리도 손발 엄청나게 오그라들었을거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지만,
개인적으로 눈으로 보는 세상보다 눈으로 읽는 세상이 나는 더 현실적이다.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의 <닥치고 정치>와 깔대기 정봉주의 <달려라 정봉주>를 읽으면서
MB 정권의 상식없는 저급한 정치에 신물이 난다.
꿈도 못 꿨었다.
"정치"라는 말 앞에 내가 이런 표현을 쓰게 될지...
<닥치고 정치>에 이어 <달려라 정봉주>에서 또다시 BBK 관련 사실들을 확인하면서 마냥 막막하다.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남북관계는 완전히 단절되어 한반도의 위기는 고조됐으며, 서민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지금 상식과 정직, 법과 질서가 깡그리 무너진 야만과 퇴보의 시대를 겪어내고 있다.
국가 지도자는 정몽준의 말처럼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어떠한 잣대를 들어대더라도 없제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정몽준은 MB가 대통령 후보 시절 그의 도덕성 검증을 위해 치열하게 뛰어다녔다.
BBK 스나이퍼!
결국 그는 얼마전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됐고
징역을 마치는 날부터 향후 10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됐다.
국회의원으로는 엄청난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이미 실종됐고
이제  우리가 살 길은 2012년 대선에서 어떻게든 막힌 숨길을 열어야만 한다.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분노했고,
책을 덮으면서 턱없이 막막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문외한인 나는 2012년 대선을 간절히 희망한다.
이제는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국민앞에 올바른 그런 사람을 대한민국의 최고 통치자라고 부르고싶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기필코 외모이라도 반드시 볼테다!
세계 국가 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을 때
최소한 쪽팔리는 않는 얼굴을 가진 사람을 선택하는 꼼수라도 부리고 싶다.
정 사람이 없다면,
우리 인물이라도 제발이지 보자!

힘내라! 봉도사!
아직도 누군가는 지치지 않고 열심히 뛰고 있다.
그렇게 굳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당신이 어디에 있던,
당신은 정말이지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다.
그러니 당신 말처럼 계속 뛰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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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은 5개의 블록으로 나뉘어져 있다.
우선 민주당 진영이다. 반한나라당 진영에서 가장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서의 지지는 바닥을 칠 정도로 취약하다.
다음으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은 하나의 진보 블록을 형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서 볼 수 있다. 지지율은 다 합해야 5퍼센트 남짓이지만 적극적인 진보적 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민주당보다는 젊은 층으로부터 좀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다음 그룹이 문재인 이사장과 문성근 백만민란 대표 등이 참여하는 '혁신과 통합'이 있다. 이는 정치 세력이라기보다는 혁신과 통합이라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여러 정파, 정당이 하나로 모이자고 제안하는 그룹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자신들은 야권 단일 정당으로 가는 길만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네 번째로 세력은 미미하지만 시민사회운동 진영이 있다. '혁신과 통합' 측과 크게 댜르지 않다. 야권 통합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인데 박원순 서울 시장이 당선되면서 힘을 받고 있는 그룹이다.
그리고 마지막 그룹이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을 중심으로 한 세력이다. 조직적 세력은 거의 없다. 하지만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안철수 전 원장은 야권 후보 1순위임은 물론 한나라당 박근혜와의 경쟁에서도 앞선다.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 그룹이다.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야권 단일화, 젊은 세대의 지지, 영남의 지지 등 세 가지 요소다. 이 모든 것이 다 잘 성사된다면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구로돌려놓은 야만의 5년을 확실하게 되갚을 기회, 정권 교체의 기회가 오게 될 것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4. 08:16

<늘근 도둑 이야기>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차이무 극장)
일시 : 2011.02.11 ~2.11.12.31.
출연 : 이대연, 김승욱, 김학선, 이성민, 오용, 박원상 ....
제작 : 극단 차이무
극본 : 이상우
연출 : 민복기

1989년 강신일, 문성근의 초연 이후
국내에 연기 잘 한다는 명배우들(명계남, 박광정, 유오성, 박철민, 정은표...)이 거의 거쳐간 작품이 바로 "늘근 도둑 이야기"다.
벌써 20년도 훌쩍 지난 창작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학로에서 살아 있다는 건,
확실히 뭔가가 있다는 의미리다.
이날 출연 배우는 더 늘근 도둑에 김학선, 덜 늘근 도둑에 오용, 1인다역에 서동갑 배우였다.

얼마전까지는 배우 김뢰하가 덜 늘근 도둑으로 출연해서 화재가 되기도 했다.
지금 출연진들도 소위 말하는 드라마나 영화에 명품조연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연극배우 오용.
좀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 사람 연기는 정말 오남용이 없다.
연극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절대적인 인정과 지지를 받는 배우!
소박하고 진실되고 그리고 최선을 다해 배역을 표현하고 몰입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오랫만에 오용의 모습을 무대 위에서 만나서
어이없이 향수 비슷한 것에 잠기고 말았다.


이야기는 결말이 좀 황당하긴 하지만 유쾌하고 재미있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연극이다.
(사실 난 뭔가 더 있을거라 생각하고 암전 후 기다렸다. 그런데 매정하게 그냥 끝나더라)
난데없이 관람객이 단체로 명화가 되는 즐거움도 괜찮더라.
맨 앞에 앉았던 탓에 취객의 고성방가를 바로 앞에서 들었다.
천상 배우들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관객 바로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얼큰하게 취한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내가 민망해 멀뚱해지더라.
대통령 취임 특사로 사흘 전에 풀려난 두 늙은 도둑!
마지막으로 한탕을 하고 깨끗이 손을 씻으려고 들어간 곳이 "그분"의 개인 미술관!
순간 리움박물관이 생각난 건 어쩔수 없더라.
명화라는 게 비자금 조성에 얼마나 혁혁함 공을 세우는지는 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테고...
어찌됐든 착하고 순진한 우리의 늙은 도둑님들께선 당연히 잡히신다.
급기야 수사를 받는 중에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횡설수설하다 간첩으로 몰리기도 한다.
연극에 나오는 "그분"이 정치쪽인지, 경제쪽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극의 흐름상 정치쪽으로 상당히 많이 기울긴 하지만  구린 건 이쪽이나 저쪽이나 오십보백보!)
좀 과장된 내용들도 물론 많이 있고 뒷북스런 대사도 있지만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때문에 그닥 눈에 거슬리진 않는다.
단지 바람이 있다면,
조금 더 살벌하게 실날했으면 좋겠다는 거.
무지랭이 좀도둑이 알면 얼마나 알겠냐 싶겠지만
의외로 현실과 시세에 밝은 직업(?)이 택시기사와 좀도둑 아닌가?
요즘은 "나꼼수" 때문에 유머러스하면서도 뼈가 있는 실랄함을 자주 접하게되는데
나중에 이 무대에서도 이런 실랄함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젠 그래도 되지 않나?
"나꼼수' 콘서트에 등장한 MB 동상 사진을 보고 정말 빵 터졌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대단하고 순결하셔서 동상 세워주고 싶다더니
정말 입구에 제법 큰 동상을 떡하니 세울줄이야...

그냥, 뭐.
이 연극을 보면서 "나꼼수"와 "닥치고 정치", "대한민국 CEO MB"가 자연스럽게 생각나더다.
어쨌든 중요한 건,
쫄지 말자!
뭐가 됐든!
이 또한 지나가리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3. 30. 08:56

<동주야> - 문익환


     

 

  <윤동주(뒷줄 오른쪽)와 문익환(뒷줄 가운데) 모습>

 

 동주야


동주야

너는 스믈 아홉에 영원이 되고

나는 어느새 일흔고개에 올라섰구나

너는 분명 나보다 여섯달 먼저 왔지만

나한테 아직도 새파란 젊은이다.

너의 영원한 젊음앞에서

이렇게 구질 구질 늙어가는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그냥 오기로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할 수 있다만

네가 나와 같이 늙어가지 않다는게

여간만 다행이 아니구나

너마저 늙어 간다면 이 땅의 꽃잎들

누굴 쳐다보며 젊음을 불사르겠니

김상진, 박래전만이 아니다.

너의 "서시"를 뇌까리며

민족의 제단에 몸을 바치는 젊은이들은

후꾸오까 형무소

너를 통째로 집어삼킨 어둠

네 살속에서 흐느끼며 빠져나간 꿈들

온 몸 짓뭉게지던 노래들

화장터의 연기로 사라져 버린 줄 알았던 너의 피묻은 가락들

이제 하나 둘 젊은 시인들의 안테나의 잡히고 있다.



문익환 목사를 아시나요?

그럼 이런 질문은요?

배우 문성근의 아버지를 아시나요?

별로 TV를 보는 편이 아니지만 우연히 보게 된 화면에서 이 시를 만났습니다.

3월 18일 강호동이 진행하는 “무르팍도사”라는 프로에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나와 아버지 문익환 목사님에 대한 내용들을 술회하더군요.

그러면서 이 시가 소개가 됐습니다.

제가 뭐라고 감히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윤동주, 장준하 등 독립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사회운동, 통일운동에 남은 생애 전부를 걸었던 목사 문익환.

그 분의 타계한지 올 해로 꼭 15년이 됐다고 하네요.

제 기억에 생생한 모습은,

반쯤은 헝클어진 머리에 두루마기까지 갖춰 입고 꼿꼿한 몸으로 항상 시위대열의 선두에 서 있던 모습이었습니다.

종교인의 정치참여라는 게 익숙치 않았던 제 눈에 어쩌면 괴짜 노인네로 보였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1989년 북한을 방문하여 김일성 주석과 회담 후 귀국, 그러나 살벌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투옥되어 옥고를 치루기도 했던 분입니다.

그러나 그 분이 사회운동에 직접 뛰어들게 된 건 처음부터가 아니었습니다.

친구이자 독립운동가였던 “고 장준하”의 의문사를 계기로 50대 후반에 비로소 사회운동에 투신하게 됐다고 합니다.

60대와 70대를 펄펄한 청춘으로 다시 살기 시작한 문익환 목사는 마지막 17년의 삶 중 11년을 감옥에서 보내게 됩니다.

아들은 노구의 몸으로 옥고를 치루는 아비를 보고 간곡히 말합니다.

이제 그만 쉬시면서 글을 쓰시면 어떻겠느냐고....

아비는 그런 아들을 매서운 눈으로 한 번 바라봅니다.

그 눈이 말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이제 시작이다!” 라고....

먼저 간 친구들을 떠올리며 산다는 건,

어쩌면 평생 자신의 어깨 위에 그 친구들의 의무와 희망을 함께 짊어지고 살아야만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부채의 느낌이든, 아니면 무언의 약속이었든 말이죠.

생체 실험으로 29살 청춘에 희생된 시인 윤동주, 그리고 일본군에 자원입대하여 탈출에 성공해서 임시정부를 찾아 죽음의 길이라고 불린 파촉령을 끝내 넘었던 장준하.

문익환 목사님은 이 두 사람의 남긴 삶까지도 책임지며 살아냈던 겁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나 혼자만의 삶을 사는 것도 너무 힘들고 버겁다고...

그런데 한 사람의 몸으로 누군가의 남긴 삶까지 끌어안고 그것도 내내 펄펄하게 살아낸 사람도 있다는 걸 느낄 땐, 가슴 저 바닥까지 섬뜩해집니다.

난 여전히 호사를 꿈꾸고 있다는 생각...

지독한 불평뿐인 제게 일침이 가해집니다.


......구질 구질 늙어가는게 억울하지 않느냐고......

 

꽃이 핍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그리하여 우리 후손들이

이 산을 다시 넘게 하지않기 위해.."서 라고.

..............................................................

 

제가 뭐라고...

감히 꽃을 피우고 싶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