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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07 <허수아비춤> - 조정래
  2. 2009.12.16 달동네 책거리 75 : <고산자>
읽고 끄적 끄적...2010. 12. 7. 05:58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허수아비춤>
조정래였기에 이렇게 쓰는 게 가능했을까?
(참 복합적인 감정이다. 그가 많이 참으며 썼을까? 아니면 이 정도도 조정래이기에 가능했던걸까?)
그는 말했다.
"이 작품을 쓰는 내내 우울했다......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모욕감을 주고 싶었다"고.
그는 작품을 쓰면서
끔찍하고 절망스러워서 썼다가 지운 내용들도 많다고 고백했다.
책의 내용보다 이 말에 나는 더 큰 모욕감과 모멸감을 느꼈다.
책을 출판하고 언론사 기자들과 간담회 비슷한 것도 했던 모양이다.
세 신문에서 참석하지 않았단다.
기업에서 경영하는 중앙일보, 문화일보, 동아일보는 한 줄도 기사화히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가 동아일보 사장의 아들이란다.
소설보다 재미있다 끔찍하다.
한국 언론의 실태와 재벌간의 관계가...
그의 말대로 우리 나라 언론은 여전히 원시적이고 반사회적이다.
오랜 세월동안 유구하고 거침없이...
변함없이 초지일관한 언론의 외길인생에 삼가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한다.
부디 고이 잠드소서...



이 책의 내용이 충격적인 내용인가!
이미 모든 사람들이 다 잘 알고 있는 내용이기에
아니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현실이지만
이렇게 활자화되어 나오니 참 여러 형태로 부끄럽다.
장구한 인류사에서 가장 강한 권력은 "돈"이란다.
자기보다 열 배 부자면 그를 헐뜯고, 자기보다 백 배 부자면 그를 두려워하고,
자기보다 천 배 부자면 그에게 고용당하고, 자기보다 만 배 부자면 그의 노예가 된다
이 강력한 돈은 로비를 위한 비자금이 되어 차명계좌 속에 쌓여간다.
(게다가 5만원 지폐가 나온 덕분에 비자금을 현금화할 때 부피가 1/5로 확 줄었단다.
 그래서 그들은 10만원 권을 열렬히 기다리고 있단다. 
 1/10로 또 다시 부피가 준다면... 그들의 로비를 위해서는 더없는 환상이겠지!
 어쩌면 고액지폐가 나온 목적이 재벌의 로비자금 부피 절감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로비의 목적은,
재산권 불법 상속과 경영권 불법 승계를 위해서다.
로얄 패밀리, 그들만의 특별한 세상을 위하여...
여기에 언론은 항상 북장단을 잘도 맞춰준다.
어찌어찌 재판까지 가게 되도
조폭과 별만 다를 것 없는 검찰께서 최종 도장을 꽝 찍어준다.
(까라면 까는 조폭 정신과 검찰의 상명하복과 검사동일체는 역시나 한 몸을 가진 썀쌍둥이다)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이 컸고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국민경제에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이쯤 되면 걸판진 놀이판도 이런 놀이판이 없다.
당연이 술이 돌고, 돈이 돌고, 여자도 돈다.
뭐든지 구색을 갖춰야 소위 뽀대가 나기 때문에...
검찰의 그 유명한 자축의 폭탄주가 이어진다.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이런 모습들을  마당극같은 조롱으로 보여준다.
지들이 지금 조롱거리가 된 줄도 모르고 날렵한 충성심으로 폭탄주를 제조한다.
사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이게 다 마당극이었으면...
 


...... 큰 기업이 잘돼야 우리도 잘살게 되지, 대중들은 이렇게 동의하고 동조하면서 재벌들이 저지르는 죄를 가볍게 여겼고, 그들이 받는 사법적 특혜에도 지극히 관대했다. 국민경제를 위하여......, 그 기업 옹호론과 재벌 보호론의 주문은 그 효력 좋고 생명력 강대하기가, 우리를 믿어야만 재물운이 트이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그 한마디로 2천 년이 넘도록 줄기차게 배부른 번성을 누려온 종교들의 질긴 생명력과 맞먹었다. 신문들이 앞장서 설파하고, 법관들까지 활용하고 나서는 그 기업 옹호론과 재벌 보호론은 자본주의 한국에서 출현한 신통력 좋은 신흥 종교이기도 했다 ......

그리하여 대중들은 신흥 종교에 자발적 복종을 한다.
작가 조정래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재벌의 반복되는 비리가 아니라 일반 대중의 자발적 복종에 대한 일침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해결책으로 내민 두 장의 카드는
빈약하고 초라해 보여 오히려 서럽다.
불매운동과 시민단체의 활성화.
두 장의 카드를 보면서 문학에서 일가를 이룬 조정래씨가 참 순수하고 낭만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 국민은 나라의 주인인가, 아니다. 노예다. 국가 권력의 노예고, 재벌들의 노예다. 당신들은 이중 노예다. 그런데 정작 당신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것이 당신들의 비극이고, 절망이다 ......

대중들은 지금 모두 재벌과 국가의 거짓 장단에 맞춰 "허수아비춤'을 추고 있는가!
몰랐던 사실도 아닌데 기분 참 다양하게 더럽다.
피 흘러 겨우겨우 '정치민주화'를 시작햇는데
이제 '경제민주화'를 위해 피보다 더한 걸 흘려야 하나 보다.
대한민국에서 대중(국민)으로 산다는 건, 
맞서야 할 것이 참 많다는 뜻인 것 같다.
재벌과 국가!
늬들 때문에 우리가 참 고생이 많다!!!
대한민국의 국민된 죄!
그게 바로 우리가 가진 지긋지긋한 원죄(原罪)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2. 16. 05:48
 <고산자> - 박범신


고산자 


1993년 문화일보에 소설을 연재하다가 돌연 절필을 선언했던 박범신이 몇 년 전부터 열혈 청년 작가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1946년 생으로 올해 63세, 청년 작가 박범신!

2008년 네이버에 연재된 <촐라체>라는 소설을 아주 인상 깊게 읽은 기억때문인지 올 해 그의 생애 첫 역사소설 <고산자>가 출판된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습니다.

“절필 선언 이후 처음 쓴 소설 <흰소가 끄는 수레>에서 작년에 출판된 <촐라체>까지 지난 10년 동안 나는 자기성찰, 구도 등 내면에 많이 붙잡혀 있었습니다. 한번 나로부터 떠난 소설을 갖고 싶었어요. <고산자> 이후에는 어떤 것에도 억압받지 않고 소설의 바다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책을 발표한 후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입니다.

박범신, 아마도 그는 작가로서의 한 세대를 끝내고 이제 새로운 세대로 넘어가려는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살았던 시대는 너무 바빴고 변화가 많아서 현실을 보는 데만 급급했다고 고백하는 그가 이제 역사적 시점으로 눈을 돌리고 싶다고 말하네요.

앞으로 종종 역사소설을 쓰고 싶다는 박범신, 아무래도 <고산자>라는 작업이 그에게 또 다른 구도의 길이 됐던 건 아닌지 생각합니다. 


“평생 시대로부터 따돌림 당했으니 고산자(孤山子)요, 나라가 독점한 지도를 백성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그 뜻이 드높았으니 고산자(高山子)요, 고요하고 자애로운 옛 산을 닮고 싶어했으니, 그는 고산자(古山子)라고도 했다.”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 김정호(金正浩)!

그러나 지도의 명성에 비해 고산 김정호에 대한 기록은 이상하리만큼 미미하고 그 생애 또한 확실치 않다고 합니다. 생존 시기도 단지 추정에 불과할 뿐, 고향은 물론 본관, 신분조차도 여러 설로만 전해지고 있다고 하네요.

누군가는 김정호가 자신이 만든 상세한 지도 때문에 첩자로 몰려 옥사했다고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백두산에 올라 신선이 됐다고도 합니다.

김정호의 생에 대한 추적과 대동여지도와 관련된 진실.

<고산자>에서는 이 두 가지에 대한 작가적 상상과 해석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어느 겨울,

김정호의 아비 김해준과 22명의 무지렁이 백성들은 “홍경래의 난” 진압을 위해 차출되어 산을 넘다 그만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고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당시 그들은 관아에서 독점하여 제작, 관리했던 지도 한 장에 의지한 체 길을 떠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엉터리 지도가 22명의 젊은 생명을 그대로 차디찬 눈 속에 생매장하게 만드는 이유가 됐죠.

실종된 아비를 찾아달라고 탄원하다 결국 고향 땅을 등지고 도망을 가야 했던 어린 김정호는 생각합니다.

“지도는 나라의 것이기에 앞서 백성의 것”이어야 한다고...

이 생각이 그의 온 생애동안 조선팔도를 직접 두 발로 걸으며 정확한 축적의 지도를 만들게 하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비록 허구일지라도 그가 홀로 지도제작에 일생을 바친 이유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죠.

“조정과 양반이 틀어쥔 강토를 골고루 백성에게 나눠주기 위해서이고, 조선이라는 이름의 본뜻이 그러하듯, 강토를 세세히 밝혀 그곳에서 명줄을 잇고 있는 사람살이를 새롭게 하고자 한 것뿐이다. 땅의 흐름과 물의 길을 잘 몰라 떠도는 사람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그뿐이다.”

대동여지도는 22첩의 분철절첩식으로 고안된 목판본 지도입니다.

물에 불린 피나무를 이용해 22첩의 목판본 하나하나를 사람의 손으로 직접 조각해서 만든. 그것도 산맥의 고저, 강폭의 너비, 길의 유무까지 세세하게 기록한 미스터리에 가까운 정확성을 보여주고 있는 지도죠.

분철한 이유는 커다란 지도를 전부 가지고 다니는 불편을 없애고 필요한 부분만 간편하게 들고 다니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대동여지도엔 “독도(우산국)”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일본이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 주장하고 내세우는 근거에 고산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말하죠.

“봐라! 너희들이 가장 정확한 지도라고 말하면서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대동여지도에도 독도가 빠져있지 않느냐?”

그러나 “독도”가 빠진 이유는 정확한 축적을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대동여지도에 독도를 표기하기 위해선 축적을 무시하고 울릉도 바로 옆에 그리던지 아니면 별도의 목판 2개를 덧대 지도의 외형을 사각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삐져나오게 하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고 하네요.

고산 김정호의 선택은 정확한 축적 표기를 위해 독도를 제외시켜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건 박범신의 지적처럼 “뛰어난 과학자이며, 섬세한 예술가”였던 김정호의 장인정신에서 비롯된 고집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당시 벌목금지와 고가의 목판 가격도 한 몫 했을 거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고산자> 이 책은 상상된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도 숨겨진 역사를 따라가는 재미도 골고루 갖춘 천상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팩션소설이긴 하지만 어쩐지 역사에 비중이 조금 더 많이 느껴지는... 그러나 실제로는 역사보다 작가 개인의 상상력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전 자꾸 역사를 들여다보는 느낌이네요. 물론 정사(正使)는 아니고 야사(夜思)나 잠사(潛史)쯤이라고 할까요?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그의 인간적인 삶에 대한 조명이며, 인연들, 그리고 신분을 넘는 지식인들과의 만남 김병연(김삿갓), 이규경, 최한기, 신위 등). 천주교 박해와 민초들의 난까지.

저에겐 조금씩 가물가물해진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준 좋은 계기가 된 책이었습니다.

작가 박범신은 첫 역사소설로 고산 김정호의 이야기를 쓰면서 “현실에 어떻게 관계하면서 살아야 하는지를 많이 배웠다”고 술회합니다.

그러면서 이제부터는 청년보다 “늙어가면서 깊어져서 향기로운 길을 가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책은 는 "감수성을 충분히 해방시키는 아름답고 슬픈 연애소설"이라니 왠지 그 이야기도 기대가 되네요.

작가라는 세계.

참 부럽지 않습니까?

이렇게 역사에 개입할 수도 있고 환갑을 넘긴 나이에 아름다운 연애를 꿈꾸고 있노라 대중 앞에 밝힐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작가들처럼 직접 쓰는 행위로 개입을 할 수 없는 우리 민초들은 이렇게 “읽음”을 통해 살짝 그 끄트머리의 세계로 동참을 꿈꿉니다.

어쩐지 은밀한 즐거움까지도 발견하게 되네요.

겨울입니다.

열심히 읽고 더 많은 개입을 꿈 꿀 수 있는 시간 여행의 문이 열리는 시간입니다.

떠나는 당신의 여행 가방 안에 담겨도 좋은 한권의 책, <고산자>였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