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7. 17. 08:36

오랜 시간 꿈꿨었던 스페인 여행.

처음 바람은 어렵게 획득한(?) 2주라는 시간을 온통 스페인에 쏟겠노라... 였다.

적어도 한 도시에 이틀 이상은 머물 생각이었고

마음에 드는 도시는 일정을 무시하고 하루쯤 더 머물겠다 작정했다.

그런데 동생의 함께 가자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고

꼭 피렌체와 로마를 가고 싶어 해서 처음 계획과 차질이 생겨버렸다. 

이번이 함께 가는 마지막 여행이라고,

다음부터는 절대로 안끼워줄거라고 엄포를 놓고 일정을 수정했다.

나는 늘 혼자 하는 여행을 꿈꾸고

실제로 그런 여행이 나와는 잘 맞는다.

어쨌든 동생은 여행자이기 전에 "엄마"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에서 묵었던 숙소 Hotel S.ANTONI.

성가족성당과 대성당 중간에 있어서 위치가 정말 좋았다.

두 곳 다 걸어갈 수 있는 정도의 거리.

(그런데 물론 찾아가면서 엄청 헤멨다...)

한국에서는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게 전부인데

여행지를 가면 조식은 항상 대식가의 수준으로 먹는다.

특히 유럽의 조식은 채소와 과일이 풍부하고

빵과 치즈, 요커스가 환상적이다.

그러고보니 미국이나 캐나다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아마도...

빵과 커피, 시리얼 중심의 아메리칸 블랙퍼스트가 싫어서는 아닐까 싶다.

스페인에 있는 동안 아침에 눈 뜨면

이 나이에도 조식먹을 생각에 행복했다.

먹어야 힘이 나고, 힘이 나야 헤맬 수 있으니까!

 

 

숙소 근처의 풍경과

(하늘 빛이 너무 예뻤다...)

가우디 투어때 점심 식사 했던 곳으 풍경.

정박해 있는 요트가 여유있어 보였고

이채로운 조형물을 보는 재미가 솔솔했다.

저 동그란 구조물을 보고 조카녀석이 그러더라.

"발로 빵 차고 싶게 생겼다..." 고.

헐~~~!

가우디가 디자인했다는 보도블록도 한 컷.

 

 

카탈루나에서 람블라 거리 초입에 있는 NURIA에서 먹었던 먹물 파에야.

맛집으로 유명한 곳인데 이때 길을 잃어서 사실 음식맛에 대한 기억은 없다.

(와이파이 때문에 어디라도 들어가야 했으니까...)

먹물 파에야를 제대로 먹은 곳은

역시나 가우디 투어 중에 찾은 "MARINA BAY".

구운 빵에 올리브유와 토마토 소스를 발라서 먹는 에피타이저도 색다른 맛이었고

새우 요리도 맛있었고

(새우킬러 조카때문에 귀퉁이만 조금 먹었지만...)

푸짐하게 한 판 나온 먹물 파예야도 단백했다.

배가 너무 불러 디저트는 포기했지만

조카녀석은 꿋꿋하게 저 달콤한 유혹의 바닥까지 비워내더라.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를 떠나오면서도

카메라를 손에서 놓기가 힘들었다.

아쉬움 때문에, 그리움 때문에...

점점 작아지는 바르셀로나의 윤곽을 보며

스페인과 작별하는게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실감했다.

 

여행이 병(病)이 되는 순간.

정신 차리자!

안그러면 피렌체와 로마에서 골골할지도 모르니까.

아직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5. 6. 25. 08:35

1905년 짓기 시작해서 1907년 완성된 카사 바트오(Casa Batilo)

이 건물은 사업가 바트요의 의뢰로 가우디가 만들었다.

"뼈로 만든 집"이란 별칭을 가지고 있는 집.

새로 지은 건물은 아니고 기존의 건물을 재건축한거라

무엇보다 기능적으로 튼튼한 건물로 만드는걸 최우선으로 생각했단다.

가우디의 유명세때문에 바로 옆의 카사 이마트예르(Casa Amatller)는 예전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이 건물을 만든 건축가가 가우디의 스승이라던데

그게 맞다면 청출어람 청어람의 전형적인 증거라고 하겠다.

이 건물도 투어가 가능한데 이곳을 몇 번씩 지나다녔봤지만

투어객을 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오로지 카사 바트요에만 인산인해.

 

 

카사 바트요는 지중해를 테마로 만들어서

내부에 들어가면 바닷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단다.

시간이 없어서 내부 투어는 결국 못했는데

그게 지금까지도 내내 후회가 된다.

지붕까지 올라가 카탈루나 수호신인 용의 비늘을 봤어야 했는데...

내부에서 뼈들 사이로 밖의 모습을 보는 것도 근사했을텐데...

바르셀로나에서 있는 동안 어디로 가든 항상 이 앞을 지나쳐 다녔다. 

하루는 조카녀석이 그러더라.

"이모, 우리 바르셀로나 와서 이 건물만 한 백 번은 본 것 같다. 그치?"

"왜" 싫어!"

"아니, 이쁜 집이라서 기억에 남을 것 같아"

조카녀석이 카사 바트요 내부를 봤다면 그 집에서 살고 싶다고 했을지도 몰랐을텐데...

겉모습을 너무 많이 봤다는 이유로 내부를 홀랑 놓쳐버린 곳.

이곳을 창문을 받치고 있는 다리뼈와 해골모양의 테라스도 신기하지만

건물 외벽 모자이크 장식의 색감이 나는 참 로맨틱하고 예뻐서 자주 넋을 놓고 쳐다봤다.

색색의 고운 꽃가루를 뿌려 놓은 느낌.

또 다시 꿈결같이 달콤한 가우디의 색감에 빠져버렸다.

 

 

깊은 밤 카사 바트요의 모습은

또 다른 반전을 선사한다.

섬뜩하기도 하고 괴기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조명을 통해 보이는 해골의 눈은 의외의 귀염성으로 가득하더라.

비유를 하자면,

호기심 많은 거대 우주괴물이 

하필하면 한 밤 중에 지구에 떨어져서

큰 눈을 꿈뻑거리며 열심히 상황파악을 하고 있는 모습 같다.

포도넝클에 떨어져 온 몸에 포도송이를 주렁주렁 매달고서... ^^

 

모든 풍경은,

낯과 밤의 모습이, 새벽의 모습이 완전히 다르다.

그걸 알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

조금 부지런해지는거.

그것 뿐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5. 6. 11. 09:15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이곳은...

그 어떤 말도 필요 없다.

하늘을 향해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숲이고

땅으로 떨어지는 찬란한 빛이다.

감동이라는 단어도,

경이라는 찬사도,

다 필요없다.

눈으로 보여지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모든 것이

그대로 진실이다.

 

 

주제단에 모셔져 있는  십자가 예수상을 올려보다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성당과 교회에서 봐왔던 예수님의 모습과 너무나 다른 모습.

그건 아주 평범하고 심지어 부랑아처럼 보이는 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가우디는...

이 예수상을 만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 성당이 미사를 드릴 공간조차 없었던 빈민가의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성당이라면

예수님도 그들을 닮을 형상일 수밖에 없었을거란 생각.

가우디는 그걸 마음에 품지 않았을까?

 

 

 

천장 꼭대기에서 성령처럼 쏟아지는 빛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빛이 이곳으로 모여있구나... 생각했다.

찬란하다... 눈부시다...는 말로 이곳을 표현하는건 턱없는 짓이다.

나란 존재를 아무 것도 아닌게 만들어 버리는 빛

그러다 어느 순간에 나라는 인간이 세상의 유일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속죄도, 고백도, 구원도 이곳에서라면 모두 다 진심일 수 있겠다.

그 빛 앞에서는 카톨릭 신자이든 아니든 저절로 무릎이 꿇어질 수밖에 없겠다.

sanctus, sanctus, sanctus 

성당의 삼면(三面)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성가족(마리아, 요셉, 예수) 앞에서

나는 자꾸만 고개가 내려 앉았다.

내 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만 같아서...

 

 

2010년 11월 7일.

265대 로마 교황 베네틱토 16세 이곳에서 미사를 드렸다.

2013년 건강상의 이유로 종신제 교황직을 스스로 사임했던 베네틱토 16세.

이 분이 바람이 아니었다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내부는 지금까지도 외부에 공개되지 못한채 내내 공사중이었을지도 모른다.

78세의 고령의 나이로 2005년 교황에 즉위한 그분이

왜 이곳에서의 미사를 그렇게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분은 이 밝은 빛 아래에서

시랑의 빛이, 긍휼의 빛이

온 세상에 퍼지길 기도하고 또 기도하지 않았을까?

그게 사람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뜻이기도 했으니까.

 

 

사그라다 파밀라아 성당은

이 땅에 사람의 몸으로 온 예수님의 뜻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빛이 되어버린 성당 안에서

나는 인간의 기본에 대해 아주 오래 생각했다.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선

사랑과 긍휼,

그걸 잃지 않으면 된다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내게 답해줬다.

 

거룩하고 황송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5. 1. 29. 08:04

스페인 여행을 앞두고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 소매치기다.

동양인들이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니는 편이라 주요 타켓이 된다고...

워낙 쇼핑과 명품에 대해서 무지해서 1,2월 유럽 쎄일기간을 노리는 여행도 아니고,

뭐 현금도 많이 가지고 가지 않을테지만 그래도 소매치기는 걱정이다.

정말 기상천회한 솜씨라 마드리드에 도착해서 혼자 호텔까지 찾아가는게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찾아낸 스페인 공항 픽업 싸이트 Aerocity.

 

http://www.aerocity.com/en/

 

이 싸이트에 들어가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공항 픽업을 신청했다.

신청도 수월했고 컨펌 메일까지 확인했다.

숙소까지 이동이 해결되니 마음이 편해졌다.

(아직 나는 겁이 많은 여행자인가보다...)

신청하는 방법은,

먼저 왼쪽 상단의  "Online booking'을 클릭!

도착(arivals)인지, 출발(eepartures)인지를 선택하고

편도(oneway)와 왕복(roundtrip)을 선택!

해당되는 사항을 꼼꼼히 입력한다.

목적지의 우편번호(Select Postal Code)나 주소를 입력하고.

짐(Luggage)은 사람 수에 맞게 체크하면 된다.

(짐이 1개 이상이면 요금이 추가되니 기본 1에 추가되면 수량을 체크해서 더해준다) 

픽업받을 차량을 선택한다.

차량 종류가 엄청나게 많은데 일반 여행객은 두가지 정도만 알면 된다.

일단 standard van은 여러 사람이 함께 타는거고

공항에 도착해서 aerocity 로 꼭 전화를 해야만 한다.

(전화하지 않으면 픽업이 안된단다. 환불도 안되고!)

express는 차량 한대를 신청하는거라 공항 입국장에 이름을 들고 서있어준다.

도착 첫날이니 걱정스러워서 좀 비싸지만 express로 신청했다.

3일 후 아침 9시 경에 도착하는 동생도 express로 신청해서 공항에 마중가지 않아도 된다.

덕분에 혼자 아침 산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최종 금액을 확인하고,

마지막 화면에 나오는 내용들을 꼼꼼히 체크해서 입력하면

자신이 입력한 메일로 최총컨펌 메일과 바우처 같은게 온다.

(그러니 이메일을 정확하게 입력해야 한다.)

혹시라도 취소하고나 변경하고 싶다면 메일로 보내준 예약 번호를 입력해서 들어가면 된다.

혹시 모르니 바우처는 프린트해서 보관.

 

이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해결이 됐다..

남은건 피렌체 in.

피렌체 out 에서 로마 indms 고속열차를 이동할거고

숙소가 테르미니역 근처라 다행히 따로 픽업은 안해도 되는데.

피렌체는 공항에서 숙소까지 거리가 있다.

도착시간도 저녁 8시에 가깝고...

알아보고 없으면 아마도 택시를 이용하게 될 듯.

 

어쨌든 하나하나 혼자서 열심히 해결하는 중이다.

뭐 나머지도 어떻게든 잘되지 않을까?

 

이제 출발까지 16일 남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