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2. 23. 08:10

 

<어쩌면 해피엔딩>

 

일시 : 2016.12.20 ~ 2017.03.05.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작,작사 : 박천휴

작,작곡 : 윌 애런슨 (Will Aronson)

음악감독 : 주소연

연출 : 김동연

출연 : 김재범, 정문성, 정욱진 (올리버) / 전미도, 이지숙, 최수진 (클레어) / 고훈정, 성종완 (제임스)

제작 : 대명문화공장, 네오프로덕션

 

구석구석 빈틈없이 상처받는 나날들이었다.

바닥 저 아래까지 가라앉은 기분은 그 무엇으로도 나아지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랑스런 로봇을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인간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이 로봇들이 나를 완전히 사로 잡았다.

이런 헬퍼봇이

내 옆에서 평생 같이 있어주면 좋겠다.

그러면 지금 이 세상이 훨씬 더 수월하고 편했을텐데....

 

처음엔 분명 한없이 따뜻하고 유쾌하게 보고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감정이 무더기로 허물어진다.

올리버처럼 감춰진 슬픔 한자락이 내 가슴 속에도 그대로 남겨졌다.

전미도 클레어는 왜 이렇게 끝까지 사랑스러워서 가슴을 무너지게 하는지...

화분과 방(room)조차도 친구로 만드는 올리버의 순수함은

어리숙함이 아니라 선함이다.

 

그렇다면 클레어는 정말 저장된 기억을 지웠을까?

나는 아닐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의 관계는 아마도 도돌임표처럼 끝나지 않을 것이다.

클레어는 올리버의 기억이 지워졌을거라 믿고

올리버는 클레어의 기억이 지워졌을거라고 믿고...

그리고 서로 그렇게 믿고 있다는 걸 알고 최대한 모른척 하면서 그렇게...

진실을 알지만 진실을 꺼낼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올리버와 클레어가 함께 하는 순간이 정확히 그렇다.

처음이지만 처음이 될 수 없고,

끝이지만 결코 끝이 날 수 없는 올리버와 클레어.

누군가 작동 종료가 될때까지 이 둘의 관계는 그렇게 계속 이어질거라 믿는다.

그게 그들의 "휴먼"이다.

 

* 박천휴와 윌 애런슨 콤비는

  <번지점프를 하다>에 이어 또 다시 아름답고 사랑스런 작품을 만들어냈다.

  두 사람도 <번점>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덕분에 <번점>의 흔적을 느낄 수 있어서 애뜻했다.

  비, 우산, 그리고 전미도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10. 09:39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3.09.27. ~ 2013.11.1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작곡 : 월 애런슨 (Will Aronson)

무대 : 여신동

연출 : 이재준

출연 : 강필석, 성두섭 (인우) / 전미도, 김지현 (태희)

        이재균, 윤소호 (현빈), 임기홍 (대근), 진상현 (기석)

        박란주 (해주),  이지호 (재일) 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이 작품을 관람할 땐 스스로에게 경고한다.

절대로 깊이 빠져서는 안된다고!

누군가의 애뜻함과 절실함은 다른 누군가에겐 무례한 기억이 될 수 있으니까.

인우와 태희의 17년.

왜 하필이면 17년인가!

이 작품은 나를 데자뷰와 싸우게 한다.

그래서 피해야만 한다.

빠지지 않게... 공감하지 않게... 인정하지 않게...

빠지게 되면 나는,

위험해진다.

지금도 충분히 위험한데!

 

작년 초연때보다 무대가 많이 정리됐고 2층까지 아기자기하게 더 정성을 들였다.

무대를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추억을 떠올리게 할 만큼 그렇게.

초연때는 파스텔톤의 조명이 은은함과 함께 여백의 미를 느끼게 했다면

이번 여신동이 만든 무대는 추억을 쫒는 "시간여행" 을 체감케한다.

주렁주렁 매달려 그로테스크하게 보였던 1막 초반의 우산과 2층에 동동 떠있던 2막 침대 장면이 없어진 건 아주 현명했다.

장면 전환도 초연보다 훨씬 좋았고

2막에서 태희와 현빈이 서로 교차되는 순간의 연출은 정말 압권이다.

이재준의 감각적인 연출이 그야말로 빛을 발하는 순간!

영화속 대사가 더 많이 들어간 것도 아주 좋았고...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인우의 독백 전에 인우와 태희의 나누는 대화가 초연때는 빠졌었는데

지금은 다행히 제위치를 찾아서 그것도 좋았다.

(이 대화를 듣고 있으면 이은주의 개구진 목소리까지도 겹쳐서 떠오른다. 참 좋아했던 여배우였는데...) 

대부분 재연공연보다 초연공연이 더 좋았었는데

(그래서 초연으로 올라왔을 때 꼭 챙겨보는 편이다) 

이 작품은 초연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좋아졌다.

산만했던 부분들도 과감하게 삭제했고

태희와 현빈의 연결고리 표현은 초연때보다 훨신 더 잘 살려냈다.

개인적으로 초연을 보면서는 영화거 더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영화보다 뮤지컬이 훨씬 좋다.

윌 애런슨의 곡도, 박천휴의 가사도 여전히 좋았고

강필석의 섬세한 인우, 전미도의 사랑스런 태희도 참 좋았다.

특히 강필석은 배우로서 이 작품과 정말 사랑에 빠져버렸버렸다는게 그대로 보여진다.

(이병헌의 인우보다 강필석의 인우가 나는 훨씬 더 좋다. 비교가 불가할만큼...)

강필석, 전미도, 윤소호.

초연배우들의 연기는 아련했고 더 짙고 깊어졌다.

프롤로그 왈츠만으로도

가슴을 이미 울컥하게 만드는

아주 아름답고, 그리고 아주 위험한 작품.

 

커튼콜이 끝나고 마술처럼 나타난 오케스트라.

무대 안쪽 사이드에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2층 객석보다 훨씬 더 높은 왼쪽편에서 정말 생각치도 못했던 오케스트라가 꿈처럼 아주 조용히 나타났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러면 안되는데 

이 작품은 나를 자꾸 끌어당긴다.

위험해지기전에 피해야 하는데...

 

인우가 내 귀에 대고 말한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야!"

정말일까?

정말 그런걸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27. 08:10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2.07.14. ~ 2012.09.02.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프로듀서 : 박용호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음악 : Will Aronson

각색, 연출 : Adrian Osmond 

협력연출 : 이재준

출연 : 강필석, 김우형 (서인우) / 최유하, 전미도 (인태희) 

        이정훈, 이재균 (임현빈) 

        임기홍, 진상현. 송상은, 김성일 외.

        

2007년 <스위니토드> 팀이 모였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번지점프를 하다>를 볼 이유는 충분했다.

그리고 2000년 이병헌, 이은주 주연의 원작 영화의 기억 역시도 얼마나 좋았던가!

그 풋풋한 감성과 상큼하면서 고요했던 떨림들,

솔직하면서 단정해서 너무 예뻤던 대사들,

잔잔해서 더 여운이 남는 마지막 장면과 대사까지...

아! 격정적인 스토리가 없어도 이렇게 깊고 진한 사랑 이야기가 나올 수 있구나

어린 마음에 이 영화를 보면서 감탄했었다.

그리고 너무나 아깝고 그리운 여배우 이은주!

난 참 그녀를 좋아했었다.

그녀만이 갖는 뭔가 신비롭고 반항적인 이미지에 매혹당했엇다.

심지어 나는 그녀가 이서진과 함께 출연했던 2004년 MBC 드라마 <불새>도 빼놓지 않고 챙겨봤었다.

화려하게 반짝이지 않아도 충분히 눈부실 수 있다는 걸 여배우 이은주를 통해 알아가는 중이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그녀가 그.립.다.)

 

뮤지컬로 제작된다는 소식은 꽤 오래전부터 들었다.

어떻게 만들겠다는거지?

의혹과 의심이 먼저 생겼고 그러다 어느 틈에 잊어버렸다.

그런데 정말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그것도 5년 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창작 과정을 거쳐면서 제법 탄탄한 작품이 탄생됐다.

201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창작지원작으로 선정되면서 짧게 공연됐었는데

그때도 꽤 괜찮다는 입소문을 듣기도 했다.

대구 공연때와 비교해서 뮤지컬 넘버가 대폭 수정이 됐다고 하는데

(거의 전곡을 다시 썼다는 후문이...)

넘버를 듣고 있으면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이국(異國)의 작곡가 윌 애런슨이 만든 멜로디는

참 감각적이고 따뜻하고 섬세했다.

영화를 완벽히 이해한 사람의 마음결이 느껴졌다.

이 멜로디를 더 돋보이게 만든 박천휴 작사가의 가사와

아드리안 오스몬드의 감각적인 연출,

이 삼인방의 하모니는 작품의 장면 하나 하나를 수채화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스위니토드>를 보면서 내가 아드리안 오스몬드에게 얼마나 경이로움을 느꼈던지...)

 

  윌 애런슨, 아드리안 오스몬드, 박천휴

강필석 서인후.

미안한 발언이지만 참 심심하고 기승전결없이 생긴 배우다.

외형때문에 캐릭터에 한계가 있을 것 같은 배우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강필석을 앞자리에 세우겠다.

그런데 이 배우의 가장 큰 강점은 성실함과 그리고 집요함에 있다.

그래서 배우 강필석이야말로 정말 무서운 배우다.

연극 <레드>에서 내공깊은 강신일과의 불꽃튀는 혈전(?)은 그야말로 그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 사람 언젠가 배우로서 큰 사고를 칠 게 분명히다.)

현장에서 이 뮤지컬을 보면서 서인후라는 배역을 강필석만큼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이병헌이 표현한 서인후보다

뮤지컬에서 강필석이 표현한 서인후가 더 안타깝고 절절하다.

아, 이 사람은 정말 한 사람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충분히 이해가 됐고 납득이 됐다.

인후의 노래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 후반부로 갈수록 힘겨워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대체적으로 감정이나 가사의 느낌은 충분히 전달됐다.

특히나 표정과 감정표현은 참 아름다웠다.

노래에서도, 대사에서도 인후 그 자체였다.

서인후의 모델이 강필석이라고 해도 믿겠다. 나는.

 

아마도 이은주의 태희가 내겐 너무 진하게 각인된 모양이다.

최유하 태희는 너무 크고 강하고 단단한 느낌이었다.

김우형과는 발란스가 어느 정도 맞을 것 같은데

강필석과는 외형에서부터 살짝 발란스가 삐꺽인다.

여관방 장면에서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최유라의 두상이 강필석보다 훨씬 커서 살짝 모자지간 느낌도 든다.

<풍월주>와 병행하는 강행군이라서 그런지 노래가 불안했다.

임현빈 역의 이재균.

아직 무대를 책임지기에는 경험이 부족해보였다.

2막에서 교실에 혼자 남아 혼란과 분노를 표출하는,

현빈에게는 아주 중요하고 극적인 장면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무대에서 너무 조심하고 모습이다.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정말 좋았다.

현빈이 아니라 태희의 모습을 잘 보여줬던 것 같다.

보면서 눈에 많이 띄었던 배우는 재일 역의 김성일.

목소리, 눈빛, 연기, 노래가 다 좋았다.

김성일이 현빈 역을 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나중에 이 녀석이 다시 <쓰릴미>를 하게 되면 꼭 봐야겠다는 생각도. 

목소리 참 매력적이다.

 

무대가 빈약하다는 평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무대가 단정하고 단순해서 아름다웠다.

(우리는 너무 화려하고 거대한 것에 길들여져 버렸다)

장면 전환하는 방식도 좋았고 특히 조명은 압권이었다.

극의 분위기마다 변하던 그 오묘한 색감들.

어떻게 저런 색을 쏙쏙 뽑아서 무대위에 썼을까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인후와 태희가 왈츠를 추는 장면에서의 그 몽환적이고 이국적인 푸른 분위기라니...

확실히 무대를 표현하는 방식이 지금까지 봐왔던 작품들과는 많이 달랐다.

좀 이해가 안 되는 무대 셋팅도 있긴 했지만

(무대 뒤에 듬성듬성 있던 펼처진 우산과  벌떡 서있던 침대...)

전체적으로 새로운 방식의 표현이었다.

무대, 연출, 조명이 마치 이야기를 전해주는 느낌이다.

참 묘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한번쯤 더 볼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데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 거라고 당신이 말했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전생을 기억하는 사랑.

그래, 있을 수 있겠다!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랑.

그래, 그것도 있을 수 있겠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내게 여러 의미의 가능성과 "만약..."을  여운으로 남겼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