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7. 18. 13:47

 

<웃는 남자>

 

일시 : 2018.07.08.~ 2018.08.26.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원작 : 빅토르 위고 <웃는 남자> 

대본,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작사 : 잭 머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박효신, 박강현, 수호(그윈플렌) / 정성화, 양준모(우르수스) / 민경아, 이수빈(데아) / 이상중(페드로)

        신영숙, 정선아(조시아나 공작부인) / 강태을, 조휘(데이빗 더리모어경) / 이소유, 김나윤 (앤 여왕)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EMK 작품이라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물량공세도 예상됐고,

로버트 요한슨과 프랭크 와일드혼 콤비의 넘버도 중간 이상은 할테고,

출연배우들도 엄청나서 흥행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는 작품이긴 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가수 박효신은 넘사벽이라고 생각하지만

뮤지컬 배우 박효신에 대해서는 좀 무덤덤했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봤던 <팬텀>의 느낌이 나쁘지 않아 예매를 했다.

그랬더랬는데...

 

놀랐다.

박효신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던가???

의문과 감탄과 연속이었다.

과거 그의 출연작을 보면서는

작품 속 인물보다 "박효신"이 먼저 보여 난감했었는데

이날은 "박효신"이 아닌 "그윈플랜"만 보였다.

뭔가 작정한 듯한 느낌.

"미쳤구나"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

정직하게 말하면 좀 무섭기까지 했다.

사실 박효신 그윈플랜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양준모와 이소유로 이름을 바뀐 이정화 연기에 감탄했고,

그 다음은 정선아의 노래에 혀를 내둘렸다.

그러다 박효신 그윈플랜과 민경아 데아의 듀엣곡에서는 완전히 넋을 놨다.

박효신의 솔로곡에선

심지어 아무 것도 안들리고, 아무것도 안보더라.

2막 솔로곡은 그야말로 "조커의 탄생"이었다.

엄청난 광기 앞에 할 말을 잃게했다.

또 다시 드는 생각.

박효신이 이렇게 연기를 잘했던가???

 

미쳤거나,

아니면 그 이상으로 미쳤거나...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4. 4. 14. 08:25

주말 내내 이 노래에 빠져있었다.

박효신의 신곡 "야생화(Wild Flower)"

고백컨데 지금껏 박효신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에 단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오장육부를 총동원한 소몰이창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서.

그런데 이 노래는...

가사도, 멜로디도, 심플한 피아노 반주도, 그리고 완전히 힘을 뺀 박효신의 목소리도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박효신이 맞긴 한데

예전의 박효신과는 많이 다르다.

기교가 사리진 자리에 진심과 떨림만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인간의 목소리가. 사람의 진심이

이렇게까지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지긋이 눈을 감고 덤덤하게 노래하는 뮤직비디오 속의 박효신은

온 몸이 그대로 소리고 노래다.

작은 손끝의 움직임 그 하나까지도 다 떨림이더라.

이 노래는...

이 노래를 부르는 박효신은...

진심으로 진심이구나.

 

노래하는 사람이 자유롭게 노래를 할 수 없다는 건

죽음과  맞먹는 공포고 절망이고 고통이였으리라.

"야생화"의 가사 속에는 박효신이 그동안 겪은 그 모든 고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많이 아팠었구나...

그래도 다행이다.

이 모든 걸 버텨내고 이렇게 담대하게 담담해졌으니!

자신의 고백이라는 확신 그대로 박효신이 직접 가사를 썼다

("눈의 꽃"을 쓴 김지향과 공동 작업이긴 하지만)

단백하게 읊조리듯 써내려간 가사는 그대로 한 줄 한 줄이 한 편의 시(詩)다.

서정적이고 고요하다.

그런데 그 고요함 속에 담긴 힘이 엄청나다.

오래 참아낸 자의 통증이 소절마다 뚝뚝 떨아진다.

송이째 떨어지는 꽃같다.

그리고 피아노 선율.

그 선율이 어딘지 익숙하다 했더니 역시나 정재일의 소리었구나...

박효신과 정재일이 함께 만들어낸 꿈결같은 위로.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익으면 익을수록

점점 더 가슴이 뭉클해진다.

단백한 아픔이 참 깊다.

텅 빈 가슴 안을 이 노래가 마음껏 휘젖고 다닌다.

여백같은 고백 "야생화"

마음 속에 오래 두고 그리워했던 그대같은 노래.

 

한동안은 이 노래에 가차없이

흔들리겠구나... 

 

잊혀질 만큼만

괜찮을 만큼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7. 08:35

<엘리자벳>

일시 : 2013.07.26. ~ 2013.09.07.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대본 : 미하엘 쿤체

작곡, 편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로버트 요한슨

협력연출 : 박인선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옥주현, 김소현 (엘리자벳) / 민영기, 이광용 (프란츠 요제프)

        김준수, 박효신, 전동석 (토드)

        이지훈, 박은태 (루이지 루케니)

        김이삭, 노지훈 (황태자 루돌프) / 이정화 (대공비 소피)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주)마스트엔터테인먼트

 

이 작품은 너무나 유혹적이고 매혹적이다.

내겐 너무 치명적일만큼...

토드의 세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구원처럼 보인다.

그의 품에 안기면

정말 그가 완벽하게 위로해줄것 같다.

그리고 자유로워질 것 같고, 모든 싸움도 끝날 것 같다.

그가 나를 더 나은 현실 속으로 인도해줄것 같다.

tod... tod... tod...

그가 엘리자벳이 아니라 나를 선택하게 할 순 없는걸까?

진심으로.

 

박은태 루케니.

솔직히 나는 박은태의 무대를 보면 늘 아쉬웠다.

특유의 웅웅거리는 딕션도 그렇고

차고 나올 것 같으면서 제자리 걸음만 계속라는 그의 연기력은 항상 2%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남겼다.

그런데 확실히 <JCS>의 "지저스"가 그에게 약이 된 모양이다.

쉼없이 바로 루케니로 무대에 선 그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변해 있었다.

워낙 해설자에 적합한 배우이기도 하지만

작품 전체를 완전히 손 안에 쥐고 흔드는 느낌이랄까?

연기도 훨씬 더 여유로워졌고 자유스러워졌다.

그야말로 물만난 고기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너무 수월하고 깨끗하고 올라가서 오히려 부담스러웠던 고음도 훨씬 듣기 편해졌다.

프롤로그부터 시선을 확 잡더니 극이 끝날 때까지 그 집중도를 흩으러뜨리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도, 그리고 관객까지고 완벽히 손아귀에 쥐고 흔들었던 박은태.

"밀크"는 조금 더 버라이어티해서 혁명적은 느낌이 감소됐지만

다른 넘버들은 완벽한 난장의 판을 벌렸다.

딱 이 시점에서 그가 <NDP>의 그랭그와르를 다시 한다면!

<NDP>의 캐스팅에 그가 빠진 게 점점 더 서운해지려고 한다.

<NDP>가 4년 만에 다시 작품을 올리면서 설마 박은태에게 love call을 안했을까!

절대 안 그랬을텐데...

아마도 그랭그와르의 1순위는 초연부터 함께 했던 박은태였을거다.

박은태 스스로가 마이클리와 다시 같은 작품에서 만나는 걸 피했을지도...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 ^^)

그래도 <엘리자벳>의 루케니를 봐버려서 그런지

그의 그랭그와르 부재는 영 아쉽고 아쉽다.

그렇다면 <NDP>를 고사하게 만든 그의 차기작은 도대체 뭘까?

절정의 기량으로 들어선 그가 설마 휴식기를 선포하면서 흐름을 깨진 않을 것 같고...

(기다리면 답이 나오겠지!) 

 

tod(죽음) 박효신!

사실 나는 오장육부로 노래하는 소몰이파의 가수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필에 너무 충만해서 가사전달도 약한 것 같고...

그런데 박효신이 이렇게 내 뒷통수를 제대로 내려칠 줄은 정말 몰랐다.

R&B의 영향이겠지만 일단 숨소리를 너무나 잘 이용한다.

강약조절도 좋았고 액팅의 디테일도 놀랄 정도로 좋았다.

특히 손의 움직임엔 정말 놀랐다.

과도한 소몰이 창법도 어느 정도 자체했고 눈빛은 압권이었다.

박효신 tod는 대단히 매력적이었고, 섬세하게 섹시했고. 충분히 유혹적이었다.

초연때 류정한 tod를 보면서는 못느꺘었는데

박효신을 보니 확실히 tod는 엘리자벳보다 더 어린 배우가 해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제대 후 앨범 작업까지 미루면서 결정한 박효신의 선택은 탁월했다.

새로 추가된 엘리자벳과 토드의 듀엣은 가사 전달이 별로였지만

다른 넘버는 비교적 가사도 잘 들리고 표현력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노래를 잘불러도 호흡이 딸리는 거친 숨소리를 듣게 되면 예민해지는데

박효신은 숨소리를 일부러 조절하면서 교묘하게 잘 이용하더라.

호흡도 아주 충분하다.

"마지막 춤"과 "내가 춤추고 싶을 때"는 옥주현 엘리자벳과의 발란스도 너무 좋다.

서로의 목소리가 마치 은밀히 끌어안는 느낌이랄까!

정말 엘리자벳과 토드처럼.

김이삭 루돌프와의 "그림자는 길어지고"도 나쁘지 않았고...

(그래도 이 넘버는 류정한과 전동석이 정말 최고의 박빙이었지!) 

전체적으로 목소리톤도 배역 자체와 너무 잘어울렸고 특히나 노래 부를 때 소리가 아주 좋았다.

몰랐는데 박효신,

가수로도 배우로도 멋진 가능성과 실력을 갖춘 사람같다.

앞으로도 계속 뮤지컬 무대에서 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옥주현 엘리자벳.

박은태 루케지처럼 절정의 기량을 보였다.

연령대가 너무 넓어 자칫하면 어색할 수 있는데 초연때보다 훨씬 느낌이 좋았다.

특유의 이뻐보이려고 하는 것도 많이 줄어들고...

(아무래도 <레베카>의 힘이 크지 않았을까?)

솔로곡 "나는 나만의 것"도 좋았고 토드와의 듀엣도 좋았다.

민영기 요제프와의 듀엣은 환상적이더라. 

특히 2막 후반부 "행복은 너무 멀리에"는 두 사람 다 감성이 절절해서

이번 관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다.

루돌프의 관 앞에서 오열하는 장면도 정말 좋았다.

(옥주현에게 어머니의 감성을 보게 되다니!)

이젠 뮤지컬 배우로서 옥주현은 도저히 인정을 안할래야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느새 옥주현은 여우가 다됐다.

그것도 아주 현명하고 똑똑한 여우.

 

대공비 소피는 초연때는 이정화보다 이태원이 훨씬 좋았었는데

(권위와 완고의 차이라고 할까?)

이번에 좀 연기에 변화를 줘서 그런지 딱 맘에 들었다. 

민영기 요제프는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역시나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게다가 더 그윽해지고 깊어졌다.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하차하게 된 윤영석의 아쉬운 마음은

아마도 리틀 윤영석 예담이가 충분히 위로해주지 않았을까?

아빠 닮아 목소리도 좋고, 연기도 잔망스럽게 잘한다. 

(그게 아이의 욕심인지, 부모의 욕심이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초연때보다 더 좋았지만

사신들은 너무 화려해져 부담스럽다.

그래선지 "그림자는 길어지고"에서는

비밀스런 음모와 결단의 모습이 아닌 화려한 퍼포먼스가 먼저 보인다. 

(제일 기대했던 장면인데 아쉽다.)

 

원래 <엘리자벳>은 한 번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지금 살짝 재관람을 고민중이다.

뜬금없이 이지훈 루케니가 궁금해져버렸다.

그가 해설자로서 극 전체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도,

밀크와 키치 같은 파격적인 넘버를 어느 정도까지 감당해내는지도 궁금하다.

아마도 이 작품이 이지훈의 터닝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쉽지 않은 작품에 더 쉽지 않은 인물을 선택한 이지훈의 이유!

그걸 한 번 목격해보고 싶어졌다.

 

역시나,

질문들은 던져졌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