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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29 Turkey - 히포드롬 (At Meydani)
여행후 끄적끄적2013. 11. 29. 08:30

비잔틴 시대 전차 경주를 하던 경기장이었던 히포드롬 광장.

블루 모스크 정문과 트램길 사이의 이 광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가게 되지만

해저물녁의 이곳은 남다른 운치와 감회에 준다,

비잔틴 제국 시기에는 국가행사가 개최되던 중요한 이곳이

현재는 3개의 거대한 기둥과 카이저 빌헬름 샘만 오롯이 남아 여행자들의 눈길을 받아내고 있다.

카이저 빌헬름 샘은 안타깝게도 현재 보수중인지 전체가 가림막에 가려져있어 못봤지만

(이스탄불은 그야말로 보수의 천국이 되버렸다.)

2년 전에 보수중이라 보지 못했던오벨리스크는 이제서야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남쪽에 있는 기둥은 16세기에 룩소르 카르나크 신전에서 가져왔다는데

원래 높이는 30m에 달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건 20m 정도다.

너무 커서 운반을 위해 잘랐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던데

오벨리스크 하단 부분에 실제로 짤려나간 흔적이 여실히 보이긴 한다.

말이 20m지 그래도 실제로 보면 이 거대한 걸 도대체 어떻게 운반했을까 믿겨지지 않는다.

(인간의 욕심과 힘이란 정말 한계가 없는 모양이다.)

세 마리 뱀이 서로 엉켜있는 기둥도 원래는 8m 였다는데

현재는 상단 부분이 떨어져나가고 5m만 남아있다.

세 개의 뱀 머리는 

하나는 분실됐고,

하나는 이스탄불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번에도 조카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직접 가서 뱀머리를 보고 왔다)

마지막 하나는 반출되어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단다.

터키도 불운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선지 우리나라처럼 국외로 반출된 유물들이 참 많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수나 있을런지...

마지막 오벨리스크는 높이가 무려 32m!

원래는 외벽이 청동으로 덮여있었지만 십자군 침입때 동전을 주조하기 위해 벗겨내서

지금은 벽돌로 쌓은 외관만 우뚝 서있다.

어딘지 좀 흉뮬스럽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하고...

그래도 높이가 주는 압박감은 이집트 오벨리스크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해저물녁 오벨리스크 아래로 불이 하나 둘 켜지면

과거의 시간과 공간들이 성큼성큼 걸어나오는 것 같다.

이곳과 저곳이,

과거와 현재가 서로 만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였을까?

이스탄불에 있는 동안 해저물녁엔 항상 이곳에 머물렀던 것 같다.

 

이곳은 확실히 "소리"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나는 늘 그 소리에 홀렸던건지도 모르겠다.

그 소리는,

지금도 여전히 나를 부르고 있다!

어서 빨리 응답하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