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10. 28. 07:52

<레드>

기간: 2011년 10월 14일~11월 6일
장소: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출연: 강신일, 강필석.
연출: 오경택
극본: 존 로건

이 작품에 대해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감히...
앉은 자리에서 쉬지 않고 100번을 보라고 해도 능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또 다시 보고 싶다며 시위하듯 계속 앉아있을 것 같다.
나를 무기력한 좀비로 만들어버린 작품 <레드>
이 날이 고작 세 번째 공연되는 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공연된 것처럼 두 배우의 호흡이 완벽하게 일치되고 완숙미까지 느껴진다.
심지어 나는 두 배우의 모습에서 질투에 가까운 지독한 관능미까지 느꼈다.

오경택 연출은 처음부터 로스코 역에는 깅신일 밖에 없다고 생각했단다.
작품을 보고 나면 연출가의 무한한 신뢰가 결코 빈말이 아님을 절감하게 된다.
내가 본 건 배우 강신일이 아니라
미술사에서 인상파를 끝장낸 실제의 마크 로스코(Mark Rothko,1903~1970)), 그가 분명하다.
오경택 연출의 선택과 믿음이 그저 고맙고 감사하게 느껴질 뿐이다.
연극 <레드>는 고작 3년 밖에 안 된 작품이다.
극본을 쓴 "존 로건"은 미국 최고의 극작가라는 평을 받고 잇는 사람이다.
<글래디에이터>, <스타트랙>, <스위니토드> 같은 굵직한 작품들이 만든 사람이 바로 존 로건이다.
<레드>는 2009년 12월 런던 돈마 웨어하우스 극장에서 초연됐다.
2010년에 브로드웨이 골든 씨어터에서 공연되면서 그해 토니어워즈 연극부분 6개 부분을 석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조명상, 음향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조연상.
실제로 작품은 정말 어느 한부분 소홀한 곳이 없다.
섬세하고 아름답다못해 극단적으로 탐미적이다.
배우의 연기와 줄거리뿐만 아니라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들이 송두리째.
그곳도 피도 눈물도 없이 완벽하게...



할 수만 있다면 작품의 대사 하나하나를
오도독오도독 씹어 삼켜 내 몸 속에 채워두고 싶다.
두 배우는 어떻게 이 대사들을 자기 자신에게 완벽하게 체화(體化)시킬 수 있었을까?
강신일, 강필석 두 배우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미안할만큼 황홀한 충격이었다.
특히나 두 사람이 커다란 캔버스에 붉은 물감으로 밑칠을 하는 장면에선
점점 가빠지는 숨소리를 들으면서 지독한 관능미에 빠져버렸다.
문득 이런 생각도 했다.
매번 이 역을 어떻게 감당할까?
너무나 완벽하게 연기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덜컥 겁이 났던거다.
이 작품이 끝나면 두 사람...
어떻게 될까???



<레드>는 화가와 조수의 이야기이라지만
구세대와 새로운 세대의 충돌과 대립, 완강함과 유함이기도 하다.
"자식은 아버지를 몰아내야 돼, 존경하지만 살해해야 돼"
극중에서 로스코는 조수 캔에게 말한다.
그러나 자신이 인상파를 몰아냈듯이 누군가 자신을 몰아내고 있을때는 절대적 진실에 도전을 받는양 
거침없이 야만에 가깝게 분노한다.
이기적이지만 예술에 대한 자신만만한 당당함.
그래, 그건 꼭 레드가 갖는 속성과 똑같다.
강렬하고 고집스럽고 고통스럽고 비밀스러운...
레드의 어쩔수 없이 그 안에 끈적거리는 피의 농도가 숨어있다.
그래서 레드는 위험하고 거침없고 그리고 파괴적이다.
"삶에서 내가 딱 두려운 게 하나 있거든. 그건 언젠가 블랙이 레드를 삼켜버릴 거라는 거야"
레드의 종말은 모든 것의 종말이다.
비.극.적.으.로.



모든 장면이 다 기억에 남아있지만
특히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캔을 떠나보낸 로스코가 자신의 그림을 대면하고 있는 그 모습.
캔버스의 붉은 빛은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점점 블랙으로 변한다.
로스코는 그 블랙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이제 더이상 블랙이 두렵지 않은 건까?

그림에서 제일 중요한 건 사유(思有)라고 로스코가 말했다.

장소를 만들어내는 그림. 교감의 장소가 되는 그림.
그는 보는 사람의
 심장을 멈추게 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생각을 하게 만들기 위해서 그린다고.
연극을 보고 집요한 담론과 논쟁이 계속해서 나늘 따라다닌다.
로스코는 블랙이 레드를 삼켜버릴까봐 두려웠다지만
나는 레드가 나를 삼켜버릴까봐 두렵다.
"널 저울에 달아봤더니 부족하더리."

실제로 로스코는 1970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그의 색 레드는 아직 살아있다.
따라서 로스코는 영원히 불멸(不滅)의 존재가 됐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7. 19. 06:11
두 권의 소설을 읽다.
<추락천사>라는 미국 작가의 책과 베스트셀러 작기인 김진명의 <최후의 금서>.
두 권을 읽었는데도 별 할 말이 없어 막막하다.
이런 책을 만나면...
참 당혹스럽다.
분명히 읽긴 했는데 또 분명히 할 말이 없는 책.



<추락천사>
이번엔 뱀파이어와 인간과의 사랑이 아니라
더 발전(?)해서 천사와 인간과의 사랑이다.
그리고 이 책은 확실이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아류작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그렇고 여자 주인공의 나이가 17살이라는 것도 그렇고
남자 주인공이 불멸이라는 설정도 그렇고, 이야기 전계(삼각관계)도 그렇고,
완전히 쌍둥이 소설이다.
단지 주인공들의 이름과 천사냐 뱀파이어냐의 차이만 있을 뿐.
게다가 이 소설도 트와일라잇 시리즈처럼 총 4부작이다.
(우리나라엔 아직 1권만 번역된 상태다. 다음 편의 제목은 Torment, 고통이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출판되자마자 이미 월트 디즈니에서 영화 판권을 계약했단다.
그런 걸 보면 아무래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퍽이나 관대(?)한 나라처럼 느껴진다.
책에 대해 할 말은 이게 전부다. ㅋㅋ



또 다시 김진명이다.
이 양반 참 부지런히 그리고 참 쉽게 글 쓰는 것 같다.
좋은 재료를 가지고 왜 매번 그러실까???
인류의 위대한 문명을 만든 수메르인의 뿌리가 한민족이라는 사실이
숫자 13의 수수께끼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알아가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현실적이지 못한 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고
프리미이슨애 환인교에 경전으로 알려진 카빌라와 천부경의 등장까지
참 다국적이고 버라이어티하게 이동한다.
게다가 자본을 통해 세계와 인류을 지배하겠다는 시도를
찾아낸 최후의 경전으로 인해 멈추게 된다는 설정은
로보트 태권 브이 보다 더 공상과학적이다.
도저히 한 마디 안 할 수 없다.
소설은 소설일 뿐, 오해하지 말자!
오랫만이다.
책 읽고 참 할 말 없어지기는...

이렇게 두 책을 묶어 놓으니까 참 모양새가...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8. 18. 06:07
한 달에 한 권씩 
간신히 잊혀지지 않을만해서 읽게 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총 6권 중 이제 5권까지 읽었다.
4원부터 결말이 보이길래 설마...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베르나르가 반전의 묘미를 멋지게 살렸다. 
아마도 6권에 한번의 반전이 더 있지 않을까 예상하게 된다.



144명의 신 후보생들과 함께 Y-게임을 하던 미카엘 팽송은
12명의 최종 결승전에 오르게 된다.
주인공이 우승을 해야 하는게 보편적인 일인데.
5권에서는 몇 번의 재시합을 통해서도
우승자는 항상 같은 사람이 된다
미카엘의 친구 "라울 라조르박"

"이제 나는 알게 되었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인간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 잘못들이 바로 그들의 깊은 곳에 내재된 프로그램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DNA 란다.
재미있지 않나?



미카엘은 난동을 부리고 결국 올림프스 아에덴에서 추방을 당한다.
그것도 지금껏 함께 Y 게임을 했던 그 18호 지구 안으로...
가브리엘 아스콜랭이라는 이름의 작가로
신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심지어는 불멸의 존재가 되어 18호 지구에서 살아내야 한다.



세상에서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다름 아니라 아는 것이라는데...
차리리 모르고 있으면 견딜 수 있다고 하는데...
불멸의 존재가 된 미카엘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그와 마찬가지로 먼저 18호 지구로 추방돼 살고 있는 조제프와의 관계도 궁금하고....

어쨌든 마지막 1권을 읽고나면 씁쓸을 할 것 같아.
지그 내 현실이 누군가의 게임에 불과하다면....
책은 그저 책이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열심히....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