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5. 8. 3. 08:24

그래, 이래야 임태경이다.

간절함이 담겨있었다.

진심이 담겨있었다.

오로지 음악과 가사 하나하나에만 집중하는 모습.

그래서 모든 것을 fade out 시키는 고요함.

그의 연주가 돌아왔다.

황태자가 아닌 연주하는 임태경의 귀환이다.

마치 처음처럼.

 

"사랑의 찬가(Hymne A L'amour)"는 임태경이 즐겨 부르는 고정 레파토리 중 한 곡이다.

나 역시도 그가 부르는 사랑의 찬가를 10년 넘게 참 많이도 들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KBS <불후의 명곡>에서 부른 "사랑의 찬가"는

지금껏 내가 들었던 것 중에서 단연코 최고였다.

노래를 안하겠다고 말하고서 우울증 비슷한게 왔다고 했던가!

역시 노래를 해야겠다고.

이날의 "사랑의 찬가"는

마치 임태경 스스로가 자신을 보듬고 감싸는 느낌이더라.

자신을 연인처럼 내내 그리워하는 마음이더라.

자신을 위한 "사랑의 찬가"더라.

그래서 나까지도 그대로 멈춰지더라.

이 사람...

그 동안 혼자 아팠었구나.

어찌할까를 오래 고민 했구나.

노랫속에 그게 느껴져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난 임태경이 황태자를 포기해주길 간절히 원했다.

그의 팬들도 더이상 그를 황태자의 환상으로 그를 바라보지 않기를 바랬다.

황태자라는 닉네임으로 가둬버리기엔 그의 연주는 너무 깊다.

나는 그의 연주에 빚을 졌다.

죽음과 같은 시간들을 지나오면서

나는 그의 연주로 가까스로 버텨냈다.

그의 연주 속엔,

조금씩 조금씩 생명의 싹을 티우고 북돋워주는 힘이 있었다.

그 싹을 키워내는 촉촉한 울림이 있었다.

아픔도 힘이 되고, 슬픔도 힘이 되듯 

연주하는 임태경에겐 치유의 아우라가 있었다.

울고 울고 울고...

그의 연주를 들으면서 탈진하듯 나를 다 게워냈었고

그렇게 나는 다시 시작했다.

그래서 연주하는 임태경이 나는 늘 고맙고 황홀했다.

하지만 옷깃 이후 그의 정규앨범을 기다리는 간절함도

이젠 점점 희미해진다.

 

나는,

황태자인 임태경보다,

뮤지컬 배우인 임태경보다,

목소리로 연주하는 처음 모습의 임태경이 간절히 그립다. 

언제쯤 그가 연주자의 자리를 돌아올까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런데 이제 그의 연주가 다시 시작되려는 모양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Hymne A L'amour...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2. 06:06

<모범생들>

일시 : 2012.02.03. ~2012.04.29.
장소 : 아트원 씨어터 3관
출연 : 이호영, 정문성, 김종구, 박정표, 김대종, 황지노,
        김대현, 홍우진
대본 : 지이선
연출 : 김태형

2007년 초연된 이래 꾸준히 공연되는 작품이다.
워낙 탄탄하기로 입소문이 난 작품인데 이번에 새로 업그레이드 작업을 했단다.
그전에 공연된 걸 못봐서 어떻게 변화가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공연되는 모습은 참 괜찮다.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의 힘과 조화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조명과 무대, 배우들의 의상과 음향, 음악도 눈에 띈다.
비틀즈의 Let it be, 영화 대부의 주제곡, 사랑의 찬가 등...
아마도 학벌 제일주의인 대한민국이기에 공감을 할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교육열의 개념이 우리나라는 참 이상하게 자리잡은 것 같다.

대한민국 교육의 목적은 단 하나!
남들보다 더 잘 살기 위해서.
그렇다면 잘 산다는 건 또 뭘까?
돈이 많아(그냥 많아서는 절대 안되고) 노블리스한 상위 3% 안에 들어가는 게 잘사는 거다.
멋지다.
그들만의 세상!
연극은.
그런 현실을 그대로 까발리고 있다.



명준 정문성, 수환 박정표, 민영 홍우진, 종태 황지노.
네 명의 배우들의 열연은 진심으로 싸나이답게 멋졌다.
흡사 뮤지컬 <빨래>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캐스팅이라 좀 걱정스러웠지만
(그나저나 <빨래>도 한 번 봐야하는데...)
역시 배우는 배우다!
선함과 비열함을 동시에 지닌 정문성의 연기에 감탄했다.
밉지 않게 깐죽거리는 수환 박정표의 맛깔스러운 연기도...
그리고 무옷보다 대사들이 좋다.
너무 잘 썼다.
내가 남자는 아니지만
내 학창시절과 비슷한 광경이 펼쳐져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다.
학력고사라... ^^
참 오래된 이야기다.

 


배우들의 감정과 딕션, 표정 전부 좋다.
뮤지컬을 많이 한 배우들이라 그런지 퍼포먼스 동작들도 자연스럽고 강약표현도 잘 한다.
자칫 잘못하면 과장된 연기가 나올법도 한데
경계선을 잘 지키면서 무리없이 네 배우가 잘 끌고 간다.
젊은 배우들인데 참 용키도 하다.
(진심으로 이들의 건투를 빈다!)

사실 연극을 보면서는 좀 무서웠다.
민망할 정도로 사실적이고 노골적이어서...
국적은 바꿀 수 있지만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명준의 대사.
그렇구나.
대한민국에서 학벌은 그런거구나.
모든 죄를 종태에게 덮어씌우고 명준과 수환의 선량한 눈빛과 모범적인 대사가 등골을 후려친다.
"아시쟎아요!
 저희 모범생들인 거!"
모범적인 사람들이 모범적으로 만든 모범적인 나라에 소리없이 작은 칼날이 꽃힌다.
모든 모범은 성실하다.
언제나 그렇듯 그들만의 방식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