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4. 11. 08:43

<닥터 지바고>

 

일시 : 2018.02.27. ~ 2018.05.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대본 : 마이클 웰러

작사 : 마이클 코리, 에이미 포워스

작곡 : 루시 사이먼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에릭 셰퍼

출연 : 류정한, 박은태 (유리 지바고) / 조정은, 전미도 (라라) / 서영주, 최민철 (코마로프스키) / 강필석 (파샤)

        이정화 (토냐), 김봉환 (알렉산드르), 이경미 (안나), 김기순, 서만석 외 

제작 : 오디컴퍼니

 

3월 1일 박은태, 전미도, 서영주 캐스팅으로 보고

하루 뒤 3월 2일 류정한, 조정은 최민철 캐스팅으로 본 후 세번째 관람.

두번째 보고 짧게 후기를 남기긴 했는데

다음날 잘못 클릭해서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다시 쓸까 생각하다 뭐 그럴것까지 있나 싶어 패스했다.

두번째 관람은 동생 대타로 급하게 가기도 했고 금요일 저녁이라 피곤한 상태기도 했다.

워낙 쉼없이 무대에 올랐던 류정한이기에

<시라노> 이후 꽤 오래 공백기가 있긴 했다.

그래선지 프리뷰 공연에서는 이례적으로 로딩이 덜 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이란 배우는 어김없이 기본 이상은 해준다.

(이런걸 보고 믿보배의 위용이라 해두자.)

 

세 번의 관람 중 가장 이날 관람이 가장 좋았다.

라라 장인이라는 전미도는 두 말 할 필요가 없고

고마로프스키도 최민철보다는 초연의 서영주가 확실히 좋았다.

<드라쿨라> 좋았던 기억때문에 류정한, 조정은 합을 많이 기대했었는데

류정한, 전미도의 합이 객관적, 주관적으로 더 좋았다.

조정은은 <모래시계>의 윤혜린이 너무 많이 생각나서 아쉬웠다.

류정한, 강필석, 서영주 세 배우의 표현은 전부 "사랑"이었다.

상황과 결이 다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사랑"이었고

그 감정들을 세 배우 모두 잘 끌어내 표현해줘서 참 좋았다.

 

그래도... 이 작품은...

세번을 봤어도 역시나 내 취향은 아니다.

두루두루 고전을 면치 못하게 하는 작품.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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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7. 12. 5. 08:43

 

<타이타닉>

 

일시 : 2017.11.08. ~ 2018.02.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작곡 : 모리 예스톤 (Maury Yeston)

대본 : 피터 스톤 (Peter Stone)

안무 : 메튜 가디너 (Matthew Gardiner) / 무대디자인 : 폴 드푸 (Paul Depoo)

연출 : 에릭 셰퍼 (Eric Schaeffer)

음악감독 : 변희석

출연 : 김용수, 왕시명, 이상욱, 조성윤, 정동화, 이준호, 권용국, 박준형, 이희정, 문종원, 김봉환, 임선애, 윤공주,

        전재홍, 임혜영, 서승원, 송원근, 이지수, 김리, 방글아, 김태문, 김가희, 노태빈, 남궁혜윤, 강동우

제작 : 오디컴퍼니 주식회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작품...

괜찮다. 잘 만들었다.

음악도, 무대도, 배우도, 연기도, 연출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결코 두 번 다시 보고 싶진 않다.

"안녕! 내 사랑, 2주 후에 만나"

이 대사부터 뭉클했는데

2막으로 갈수록 세월호 사건과 중첩되면서 견디기가 힘들었다.

도저히 거리감이라는 생기지 않아 객관화에 실패하면서 개인적으로 너무 많이 괴로웠다.

(실제로 두 눈을 질근 감아버리기까지 했다.)

모든 참사와 재난은 진정 인재일 수밖에 없다는게 참혹하다.

역사적인 첫출항에 기록적인 전설을 만든 거대한 타이타닉의 생애는 고작 5일에 불과했다.

1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은 그대로 차가운 바다 속에 수장됐고

배는 거짓말처럼 침몰됐다.

다를게... 하나도 없다.

다른게 있다면,

작품 속에서 선장은 힘없고 가난한 3등실 승객들을 버렸지만

다른 승무원들은 승객들을 버리지 않았다는 거.

침몰하는 배 위에서 선장과 14살 승무원의 대화가 가슴에 너무 오래 남는다.

- 자네 두렵지 않나?

- 두렵습니다. 하지만 전 제 할 일을 할 뿐입니다.

이 순간 배를 책임지는 사람은 선장이 아니라 14살 승무원이었다.

침몰하는 배를 최후까지 버티게 한 건,

선주와 선장과 설계자의 으르렁거리는 책임전가가 아니라 힘없는 승무원의 책임감이었다.

그게 위대했던거고, 그게 전설인거다.

배가 가라앉고 시작되는 산 자와 죽은 자들의 독백을 듣는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 이제 남은 생애동안 그 비명소리를 들으며 살아가겠죠.

지금 우리가 딱 그런 모습라는게 적막하다.

신이여.

우리를 지켜주소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1. 6. 16:11

 

<AIDA>

 

일시 : 2016.11.03. ~ 2017.03.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곡 : 엘튼 존

작사 : 팀 라이스

대본 : 린다 울버튼, 로버트 폴스, 데이빗 헨리 황

연출 : 박칼린 / 협력연출 : 키스 배튼

출연 : 윤공주, 장은아 / 김우형, 민우혁 (라다메스) / 아이비, 이정화 (암네리스) / 성기윤, 박성환 (조세르)

        강은일 (메렙), 김덕환(아모나스로), 김선동 (파라오) 외

제작 : 신시컴퍼니

 

내가 정말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뮤지컬 <아이다>가

2016년의 마지막 관람작이 됐다.

다행히 낮공연이 내가 원했던 캐스팅이어서

관람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연말연시 혼잡도 피할 수 있었다.

박성화 조세르가 강하고 못되게 보이지 않은 것과

강은일 메렙의 발음이 계속 신경 쓰였지만 대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2막 시작하고 잠시 뒤에 당당하게 울린 앞 열 핸드폰 벨소리는 재앙이었지만...)

암네리스 공주역의 아이비도 좋았다.

하지만 이 역할은 누가 하든 정선아의 아성을 뛰어넘지는 못할 것 같다.

김우형 라다메스는 역시나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로 중심을 잡아줬고

장은아 아이다는 연기적인 부분은 아주 살짝 미숙하긴 했지만 노래는 좋았다.

장은아 아이다를 보면서 두 가지 느낀게 있었는데

노래 참 잘한다는 것과 아이다 넘버가 정말 힘들고 어려운 넘버들이구나 하는거였다.

노래 잘하는 장은아임에도 불구하고 힘겨워하는게 보여 좀 걱정이 됐다.

(공연기간이 꽤 길어 몸관리 정말 잘해야 할텐데...)

 

이쯤되면 좀 덤덤하게 보겠구나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전혀 덤덤해지지 않을 작정인가보다.

몇 번이나 감정적으로 동요가 돼 눈물이 흘렀다.

그냥 뭉클하게 파고 들어서...

 

운명이라는거.

어쩌면 정말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7. 8. 08:37

 

<스위니토드>

 

일시 : 2016.06.21. ~ 2016.10.03.

장소 : 샤롯데씨어터

극본 : 휴 휠러 (Hugh Wheeler)

작사, 작곡 : 스티븐 손드하임 (Stephen Sondheim)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에릭 셔퍼 (Eric Schaeffer)

출연 : 조승우, 양준모 (스위니토드) / 옥주현, 전미도 (러빗부인) / 이지혜, 이지수 (조안나) 

        이승원, 김성철 (토비), 서영주(터핀판사), 윤소호(안소니), 조성지(피렐리), 서승원(비들) 외

제작 : OD 컴퍼니

 

손드하임 최고의 명작 <스위니토드>가 드디어 돌아왔다.

2007년 초연 이후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린 시간이 벌써 10년이다.

충격적인 스토리에 수시로 치고 들어오는 기괴한 불협화음, 

날카로운 톱니바퀴 굴어가는 소리와 길게 이어지는 귀를 찌르는 파열음.

그리고 코러스의 묵직한 템포로 시작되는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의 라임도 아주 절묘했었다.

증오와 광기로 가득한 피의 복수를 담고 있지만

장면 곳곳에 코믹한 대사와 넘버로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은 작품.

심지어 인육을 먹는 카니발리즘마저도 유쾌한 넘버로 전환시킨 손드하임의 기발함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었다.

"섬뜩하고 잔인하게 독창적이다"라는 찬사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 안의 악마성을 끄집어낸 작품 <스위니토드>

 

바랬다.

뭐가 됐든 초연의 기괴함만은 그대로 유지되기를...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반응들을 읽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재미있어요.

모던해요,

대중성이 강해져서 좋아요.

조승우-옥주현의 케미는 장소팔-고춘자가 연상돼요.

설마... 이게 내가 알고 있는 <스위니토드>가 맞나... 싶었다.

어찌됐든 불안감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음...

일단 너무 가벼워지고 과하게 코믹해졌다.

무대도 너무 많이 달라졌고 오캐스트라의 연주도 훨씬 유해졌다.

시작부분에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도 없어졌고

날카로운 파열음도 훨씬 유순해졌다.

곧바로 연결되는 첫넘버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의 뉘앙스가 2007년도와 너무 많이 달라서 대놓고 혼자 당황스러워했다.

 

        2016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             2007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
  

솔직히 말하면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조승우의 스위니토드는 "헤드윅"과 "돈키호테"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

이 작품 역시도 조승우의 놀이판이라는 느낌.

늘 그렇듯 조승우는 무대가 내 집인것 처럼 편안했다.

복수가 그에겐 하나의 놀이이자 유희같았다.

복수의 이유보다는 복수 그 자체가 더 선명했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내가 기억하는 스위니토드와 나란히 세워졸 수 없다.

취향의 문제겠지만 나는 보면서 내내 초연이 그리웠다.

입으로 피를 뿜으며 죽어가는 사람들도 노골적이라 민망했고

토비가 토드를 죽이는 장면의 액션도 너무 과하더라.

(칼~~~ !하고 외치는데 독립투사로 빙의된 줄 알았다)

2007년 엔딩에서 죽은 사람들이 한 사람씩 손을 씼는 장면이 빠진 것도 많이 서운했다.

피렐리도 너무 과했고,

토비는 몇 번을 봐도 모자란 아이처럼 보이진 않더라.

전미도는 러빗부인을 아주 맛깔스럽게 잘하긴 했는데 확실히 이 역할을 하기엔 나이가 함정이다.

토비와 나란히 있는 장면에서 아줌마는... 을 연벌하지만

아무리봐도 연인처럼만 보여서...

(초연의 홍지민 러빗부인이 정말 갑이었지 싶다)

 

오랫동안 기다렸었는데

다시 돌아온 스위니토드는

스위니토드 인듯, 스위니토드 아닌, 스위니토드 같은 작품이 되버린것 같다.

그냥 계속 2007년의 장면과 음악만 소처럼 되새기고 있다.

이러다 정말 소(牛)가 될지도...

 

  

The Ballad of Sweeney Todd (2007)

 

등골이 오싹할 얘기

시퍼런 눈빛의 한 남자

그의 면도날을 본 신사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지

뻔한 길은 마다했어. 바로 스위니 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

런던 최고의 이발소

명 짧은 이들로 불볐지.

좀 빨리 죽으면 뭐 어때? 다 깨끗한 자태로 죽을텐

그의 손에, 이발사 탈을 쓴 악마

칼을 들어라, 스위니

저 하늘 향해

위선자들 피로 넘쳐 나리리.

텅빈 방에 혼자 앉아 고독을 즐기는 듯 했지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의자 하나와 몇 개의 이발도구

청결의 전령사였지, 바로 스위니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

웃음 뒤로, 친절 뒤로, 아무도 모르게 움직였지

섬세하고 강한 솔실, 완벽하게 계획했어

뚫어질 듯 강렬한 눈빛

그림자뒤로 반짝였지. 

스위니, 스위니, 스위니, 스위니, 스위~~~~~~~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27. 08:25

<Wicked>

일시 : 2013.11.22. ~ Open run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작곡 : 스티븐 슈왈츠 (Stephen Schwartz)

극본 : 위니 홀즈맨 (Winnie Holzman) 

출연 : 김선영, 박혜나 (엘파바) / 정선아, 김보경 (글린다)

        이지훈, 조상웅 (피에로) / 남경주, 이상준 (마법사)

        김영주 (마담 모리블), 김동현(보크), 이세은(네사로즈) 외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설앤컴퍼니, CJE&M(주)

 

김선영이 초록마녀로 합류한다는 소식에 <Wicked>를 한 번 더 관람했다.

요즘 화려한 작품에 극도의 피곤을 느끼는지라 살짝 걱정스럽긴했지만 김선영 엘파바를 놓치면 후회가 될 것 같아서...

(<Carmen>의 후유증이 너무 크다....)

솔직히 고백컨데 내한공연 관람할 때도, 작년 12월 첫관람 때도 어이없겠지만 살짝 졸기까지 했다.

특히 "One shot day"에서는 내가 색약인가 심각하게 의심까지 하면서...

눈뜨고 있기가 여러모로 참 힘들더라. ㅠ.ㅠ

옥주현 엘파바도 나쁘진 않았는데

너무 양껏 질러대는 고음의 향연으로 내 취향은 좀 아니다 싶었다.

그래도 글린다 정선아와 모리블 총장 김영주에게 물개박수 첬던 기억은 아주 선명하다.

그랬더랬는데...

긴선영 엘파바!

역시 여왕님은 괜히 여왕님이 아니더라.

<Wicked>가 이렇까지 드라마가 강한 작품인지 전혀 몰랐었는데

김선영 엘파바가 그걸 알게 해줬다.

솔직히 정말 많이 놀랐다.

 

확실히 나는 기교보다는 진심이 담긴 노래와 연기에 끌리는 사람이다.

그래선지 개인적으론 옥엘피보다 김엘피가 훨씬 더 좋더라

뭐랄까?

김선영 엘피를 보고 있으면 엘피의 고통이 파노라마처럼 눈 앞에 그려진다.

표정도, 연기도, 타이밍도 참 좋았고

정선아 글린다와의 합도 음색도 너무 잘 어울렸다.

발란스를 참 잘 맞춰주더라.

본인이 튈 곳과 뒤로 물러나야 할 곳을 현명하게 조절하는 모습도 참 아름다웠다.

2막 후반부 글린다와 엘피의 듀엣곡 "For good"은 나도 모르게 울컥해지기까지 했다.

그리고 김선영 엘피의 "Defying fravity"

옥주현의 파워풀함에 익숙한 사람은 아마도 김선영의 노래가 좀 밋밋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 곡 속에 감정의 기승전결이 너무나 뚜렷하게 느껴져 아주 드라마틱했다.

게다가 초록분장은 또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김선영의 엘피...

정말 좋더라.

그야말로 내게는 확실히 wicked했다.

 

정선아 글린다는 뭐 말이 필요 없는 사랑스러움이었고

조상웅 피에로도 첫곡 "Dancing throught life"만 빼고는 나쁘지 않았다.

(이 첫곡은 도무지 해결이 안 될 모양이다.)

김선영 엘파바와 나이 차이가 많아서 같이 있는 모습이 어색할까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옥주현 엘파바보다 그림도 좋았다.

(내가 김선영을 너무 애정하는 탓도 있겠지만!)

심지어 두 사람의 듀엣 "As long as you're mine"은 아주 달달해서 질투가 날 정도더라.

내가 <Wicked>를 보면서 이런 다양한 감정을 느끼다니...

 

지금껏 몰랐었는데 <Wicked>란 작품,

이렇게까지 좋은 작품이구나!

김선영 엘파바가 아니었다면

난 이걸 전혀 모르게 지나갔을텐데..

그런 의미에서,

여왕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확실하다!

여왕은 괜히 여왕이 아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20. 08:03

<Wicked>

일시 : 2013.11.22. ~ Open run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작곡 : 스티븐 슈왈츠 (Stephen Schwartz)

극본 : 위니 홀즈맨 (Winnie Holzman) 

출연 : 옥주현, 박혜나 (엘파바) / 정선아, 김보경 (글린다)

        이지훈, 조상웅 (피에로) / 남경주, 이상준 (마법사)

        김영주 (마담 모리블), 김동현(보크), 이세은(네사로즈) 외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설앤컴퍼니, CJE&M(주)

 

확실히 나는 쇼뮤지컬이나 화려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뮤지컬에 그다지  

작년 내한공연 <Wicked>도 그랬고, 요즘 한창인 <고스트>나 <카르멘>도 그렇게 재미있고 좋긴 한데 "와~~~ 너무 좋아!" 까지는 아닐 걸 보니..

개인적으론 동물이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걸 실어해서 <라이온킹>이나 <캣츠>도 안봤었고 그런 이유로 2막 내내 쥐들이 득실(?)거렸던 <피맛골연가>를 보면서도 기겁을 했었다.

라이선스로 <Wicked> 올려진다는 소식을 듣고 보게 될까 했었는데 결국 이렇게 보긴 하는구나.

한번의 관람으로 끝낼 생각이라 캐스팅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가장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든 배역은 어이 없게도 마법사였다.

<레미제라블> 때문에 피에로도 살짝 고민했고...

 

어쨌든 보고 난 소감은 개인적으론 내한공연보다 좋았다.

정선아 글린다는 말할 필요도 없었고

개인적으론 엘파바 옥주현이 의외였다.

이쁜척하는 엘파바를 보겠구나 생각했는데 이뻐보이는 걸 완전히 포기했더라.

게다가 일부러 그랬는지 입모양과 표정까지도 흉칙(?)하게 표현하고

넘버 가사를 진심으로 부르더라.

엘파바라는 되기 위해 자신을 버리기도 작정한 모양이다.

늘 예쁜 역할 전담이었던 옥주현도 이런 연기를 할 수 있구나 싶어 놀랐다.

정말 배우가 다 됐구나 싶었다.

소리가 좀 막혀있는 느낌이긴 했지만 눈물을 흘리면서 넘버를 부르는 모습을 보니

내용과 별개로 참 감동적이었다.

이제 그녀를 뮤지컬 배우로서 완전히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개인적으로 모리블 총장 김영주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

그 연기와 발성, 표정이라니... 와우!

지금 대한민국 뮤지컬계는 3명의 "영주"가 그야말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이다.

<고스트>의 정영주,

<맨 오브 라만차>의 서영주,

그리고 <위키드>의 김영주까지!

이 세 "영주"들은 노래도, 연기도, 딕션도 다 출중하다.

어느 작품이든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내 주연 못지 않은 찬사와 갈채를 받고 있는 보석같은 배우들.

아마도 이 세 뮤배들의 전성기는 한동안 계속 이어지지 않을가 싶다.

마법사 역의 남경주는 <라카지> 이후 내가 본 남경주 작품 중에서 가장 괜찮았고

(뭐 비중도 크지 않고 노래도 얼마 없긴 했지만..)

조상웅은 역시나 좀 아쉽다.

계속 "마리오"의 이미지가 떠나지 않고

특히 옥주현과의 듀엣은 발란스가 너무 틀어지는 것 같고.

노래보다는 대사와 연기할 때가 훨씬 좋았다.

(목소리는 정말 좋던데...)

정선아와 옥주현의 합이 정말이지 아주 환상적이더라.

마치 한창 연예중인 사람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

둘의 조합은 확실히 시너지효과가 있다.

3월 이후에 옥주현이 빠진다는 카더라 통신이 있던데

과연 정선아 글린다가 새로운 엘파바와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살짝 궁금해진다.

엘피에 김선영의 오르내리던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번쯤 다시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최현주 글린다는 카더라로 끝나는 건가...

김선영 엘피에 최현주 글린다면 망설이지 않을 것 같은데!

 

몰랐던 사실인데,

<위키드>를 보면서 알았다.

내가 초록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3시간 동안 번쩍번쩍한 초록 세상에 있다보니 눈이 너무 피로했다.

오래 감당하기에 참 힘든 색이더라.

 

 

  

               Wicked OST

 

1. No One Mourns The Wicked (약한 자, 넌 위키드)

2. Dear Old Shiz (우리의 모교 쉬즈)

3. The Wizard and I (마법사와 나)

4. What is this Feeling? (이 낯선 느낌)

5. Something Bad (불길한 그림자)

6. Dancing throught Life (춤추듯 인생을)

7. Popular (파풀러)

8. I'm Not That Cirl (그 소녀는 내가 아냐)

9. One Short Day (단 하루)

10. A Sentimental Man (센티멘탈 맨)

11. Defying Gravity (중력을 벗어나)

 

12. No One Mourns the Wicked (Reprise)

13. Thank Goodness (감사해)

14. The Wicked Witch of the Ezst (동쪽의 나쁜 마녀)

15. Wonderful (원더풀)

16. I'm Not that Girl (Reprise)

17. As Long as You're Mine (나를 놓치마)

18. No Good Deed (비극의 시작)

19. March of the Witch Hunters (마녀 사냥)

20. For Good (널 만났기에)

21. Finale (피날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8. 08:33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배우 류정한!

그는 아무래도 흐르는 류(流)의 배우가 되려는 모양이다.

안되겠다.

남루한 글솜씨일망정 류의 흐름(流)을 어떻게든 기록하고 싶다.

그의 흐름에 완전히 말려 들어가 정신을 잃기 전에!

 

고대 그리스에선,

무대 위에 서있는 배우를 "히포크리테스(hypokrites)"라고 불렀다.

그 단어 안에는 "응답하는 자(one who answers)"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무대 위에서,

작품속 인물에 스스로 응답하는 자,

그럼으로써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욕망에 일일히 응답하는 자.

그게 무대를 책임지는 배우의 엄중한 의무이며 책무다.

그래서 소위 끼를 부리는 가벼움이 아닌, 근거있는 순발력과 투명도를 가져야만 한다.

왜냐하면 배우란,

자신의 몸을 도구화시켜 작품 속 그 인물을 정교하게 이끌어내야하는 일종의 천형의 업이기 때문에!

그래서 뮤지컬 배우가 빠질 수 있는 함정도 여기에 있다.

자칫 소리(노래)를 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죽이게 노래를 잘하니까 몸(액팅)의 어색함 정도는 눈감아 주리라는 어설픈 믿음.

그러나, 뮤지컬 배우가 뮤지컬 자체가 아니듯 소리(노래) 자체도 아니다.

소리는 단지 표현의 일부다.

그 전에 그들은 무대를 책임지는 배우다!

뮤지컬 배우의 표현력과 집중력은 단지 소리에만 있지 않다.

소리에만 집중하는 배우는 그래서 무대 위에 바칠 수 있는 것도 소리 하나뿐이다.

배우는,

들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보여주는 사람이다.

배우의 도구는 언어가 아니라 철저하게 몸이다.

때로는 손끝 하나로도, 목소리의 떨림 하나로도, 눈의 움직임 하나로도 화산같은 감정을 폭발시키고

이곳을 저곳으로 뒤집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배우의 모습을 목격할 때,

관객은 근거있는 믿음과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그런 의미에서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서로 완벽하게 소통하고 이해하고 호흡하는 믿음과 신뢰, 그 자체였다.

개인적으로 시드니 칼튼이란 인물을 표현하는 핵심은 "절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절제 속에는 격정과 안식을, 정열과 평화를 동시에 공존시켜야 한다.

(어렵고, 어렵고, 또 어려운 인물이다)

배우 류정한은 이 작품에서 섬세함과 디테일의 끝을 보여준다.

술에 찌든 몽롱한 모습, 흐트러진 걸음걸이와 말투.

일부러 시계를 꺼내 보이는 치밀함과 장면마다 상대 배우를 향하던 눈빛, 표정들,

그리고 그 작은 손끝과 발걸음 하나까지...

이건 계산과 연습을 통해 보여질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그는, 그대로 시드니 칼튼이 되버렸다.

도대체 어쩌려고!

 

류정한이 무대에서 보여준 시드니 칼튼!

그에게선 냄새가 난다.

그것도 아주 짙은 냄새.

그건 이곳을 떠나 먼 곳으로 가려는 사람에게서 맡아지는 그런 냄새다.

그 냄새는 1막에서는 차가운 슬픔으로,

2막에는 뜨거운 슬픔으로 가시화된다

그 극도의 온도차를 감당해야 하는 건 객석에서 보는 관객에게조차도 힘겨운 일이다.

(그렇다면, 그걸 몸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그는?)

급기야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목격해버렸다.

오래 견뎌온 사람의 마지막 선택을!

그리고 더 오래, 언제까지든 견뎌나갈 사람의 얼굴을...

류정한 배우의 치열함과 절실함은

시드니 칼튼이라는 인물의 죽음 이후, 그 침묵을 생각케했다.

사실 나는 내가 좀 비정한 사람이길 바랬다.

이 모든 감정들을 감당하는게 너무 힘겨워서.

(고작 보고만 있었으면서...)

완전 연소한 사랑은.

어떠한 후회도, 미련도 없단다.

그걸 류정한 시드니 칼튼이 내게 보여줬다.

진지함과 장난스러움, 따스함과 슬픔이 뒤섞인 눈으로 그의 시드니가 말한다.

"나는 내가 했던 그 어떤 일보다 가치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난 내가 알던 어떤 휴식처보다 더 평온한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래, 이제 시드니 칼튼을.

그곳으로 기꺼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를 믿기 때문에!

짧은 한순간 그의 고통은 사라질 것임을.

그의 바람처럼 나 역시도 견딜 수 있을만큼만 아파할 거라른 걸,

시드니의 정직하고 순수한 선택처럼

완벽히 믿는다.

(그래도 된다면, 우리 모두의 목숨을 걸고 믿는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자꾸 영화 <Love affair>가 떠올랐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류시드니에게서 <Love affair>의 테리가 보였다.

(공교롭게도 테리를 연기한 아네트 베닝은 류정한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이기도 하다)

영화의 한 장면과 이 작품의 "I can't recall"은 아주 절묘하게 닮아있다.

아네트 베닝이 워렌 비티의 이모로 나왔던 캐서린 햅번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허밍하는 장면.

이 장면에서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 "love affair"는 정말 소름이 돋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고 섬세하게...

그 장면은 그 자체가 심장을 향해 직접 박히는 장면이었다.

그걸 보면서 나는 테리에게 여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가 이제 막 시작됐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건 "I can't recall"에서 시드니에게 열리는 세계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 세계는,

 별들이 부러워할 세계고,

도무지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세계고,

술 한 잔을 권하는 세계다.

다 잊어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 세계.

인생에 끼어드는 가장 큰 위험(risk) 은 바로 "사랑"이란다.

그렇다면 그 위험을 어떻게든 피해야 할까?

<두 도시 이야기>와 <Love affair>는 그 질문에 명료하고 분명하게 대답한다.

Take a chance!

운명을 걸어 보겠보겠노라고.

 

재미있는 건,

난 운명을 거는 사랑도, 너무 큰 사랑도 개인적으로 믿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사랑이 있노라고 <두 도시 이야기>는 자꾸 나를 설득시킨다.

배우 류정한의 흐름(流)이 나를 그곳으로 흐르게 했다.

어쩌자고...

솔직히 당혹스럽다.

적어도 이건 내게 있어 확실한 비극이자 희극이다.

그런데 이미 휩쓸려버렸다.

류의 흐름 속에...

이제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Take a chance?

Maybe...!!

 

 

널 위해 눈물을 흘리는 건
아주 쉬운일이지만
날 위해 애써 웃으려고 하는 건
가슴에 못을 박는 아픔과도 같아

널 위해 다른 사람에게
너를 보내 줄수는 있지만
날 위해 니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내 맘속에 들어오게 하는 건 불가능해

널 위해 언제까지나
너를 기다리며 살아갈 수는 있지만
날 위해 너와의 모든걸
이쯤에서 묻어버리기엔
너에 대한 내 사랑이 너무 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3. 08:48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다시 돌아온 찰스 디킨스의 명작 <두 도시 이야기>

소위 말하는 위대한 고전들이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만들어지면 꼭 원작을 찾아서 읽어본다. 

그래서 이 작품도 작년에 초연이 됐을때 일부러 원작을 읽었다.

그때 개인적으로 받았던 느낌은,

원작보다 훨신 더 풍성하고 깊이있는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거였다.

(대문호 찰스 디킨스에겐 참 죄송스런 발언이지만...)

<몬테크리스토>도 <레미제라블>도 원작에서 받았던 그 느낌들이 도저히 따라오지 못했었는데 이 작품은 아니었다.

똑같이 생긴 찰스 다네이와 시드니 칼튼을 도대체 어떻게 설정할지도 궁금했었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상당히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초연때 너무 길어서 지루했다는 평들도 많았지만

skill의 화려함이 주는 감탄보다 feel에 녹아들면서 육화되는 감동때문이었는지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게다가 22인조 오케스트라 연주는 왠만한 클래식 연주회를 능가할만큼 깊이감있고 웅장했었다.

(김문정의 욕심이 얼마나 고맙던지...)

다시 돌아온 <두 도시 이야기>

궁금했다.

초연때의 받았던 그 감동이 얼마만큼 다시 찾아와줄지가...

 

류정한 시드니, 최현주 루시, 카이 찰스.

예상은 했지만 초연때보다도 훨씬 더 깊어지고 간곡해졌다.

배역에 자유로워졌다고 할까, 아니면 정말 깊숙히 스며들었다고 할까!

그냥 그대로 시드니였고, 루시였고, 찰스였다.

이 세 배우의 조합은 정말 황홀할만큼 싱크로율도 좋고 서로 만들어내는 케미도 더없이 좋다.

남녀 듀엣도, 남남 듀엣도, 솔로곡도 어쩜 그렇게 다들 황홀함을 선사하던지!

배역에 완벽히 몰입하고 있음이 그대로 눈 앞에 보여진다.

 

류정한 시드니!

시드니의 첫장면 동선이 초연과 달라서 말들이 있는 것 같던데

류정한 시드니는 초연때와 똑같은 동선으로 등장했다.

(배우에게 선택권을 줬던걸까? 아니면 류정한의 고집이었을까?

 서범석과 윤형렬의 동선이 어떤지 몰라서 비교는 못하겠다.)

염세주의자이긴 하지만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은 알콜의존증 환자(?) 시드니.

류정한의 시드니는...

말을 잃게 만든다.

게다가 또 다시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한다.

어딘가 이런 사람이 있다고 믿고 계속 물 속만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나르시시즘.

(참 삐딱한 나르시시즘이다.)

초연 때는 "I Can't Recall"에 감탄했는데

이번에는 모든 곡에 다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넘버의 느낌이 다 달라서 시드니의 넘버로 그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특히 루시의 결혼식 장면에서 "If dreams Come True"를 부르는 류정한의 눈빛은...

도저히 설명 못하겠다.

가질 수 없는 여자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눈빛과, 그 눈빛보다 더 간절한 그 마음..

아! 시드니는 결코 루시를 떠날 수 없겠구나... 확신처럼 느껴졌다.

그건 시드니 스스로 다진 의지도, 신념도 아니었다.

그냥 그럴 수밖에는 도저히 없다는 거다.

선별과 선택을 할수조차 없는 그런 것.

류정한이 보여주는 시드니가 그랬다.

"Let Her Be a Child"

이 노래가 그렇게 간절하고 애뜻하고 슬펐던 이유는 그래서다.

그리고 이 넘버를 부르는 류정한의 눈에 고였던 눈물은,

시드니의 눈물, 바로 그것이었다.

단지 보는 것 뿐인데도 내 가슴이 쿵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괜찮다... 괜찮다... 오래 나를 다독여야만 했다.

 

최현주 루시는 초연때보다 더 강건하고 아름다워졌다.

(지금 난 외형을 보고 말하는게 절대 아니다!)

그 사랑스런 눈빛이라니...

누구라고 그녀를 보면 사랑할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상대역들은 몰입하기가 참 쉬웠을 것 같다.

찰스도 시드니도 그리고 마네트 박사와 프로스 아줌마까지도!

"Whthout a Word"에 감정을 다 쏟아내는 최현주 루시의 모습을 보면 늘 경이롭다.

루시도, 최현주도 무대에 서있는 것조차 힘겨울것 같다.

시드니 말대로 루시는 정말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여자다.

(그리고 최현주는 더더욱 더!)

루시를 최현주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초연때부터 최현주가 내겐 루시의 진리다.

그리고 카이의 찰스도.

최수형의 찰스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래도 첫관람은 꼭 카이여야만 했다.

초연때 카이와 류정한이 남긴 듀엣의 활홀함은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를 끝없이 끌어 당긴다.

팽팽하기도하고 서로를 연민하기도 하고...

묘하다.

남자의 듀엣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게 좀 믿겨지지 않지만 실제로 그랬다.

게다가 카이는 뮤지컬 첫데뷔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

솔직히 연기적인 면에서는 큰 기대fmf 안했었는데 깜짝 놀랐었다.

귀족적이면서도 순수하고 다정한 카이의 찰스.

제발이지 카이를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는 신영숙보다는 아무래도 약하다.

(어쩔 수 없다. 이건 신영숙 탓이다!)

"ㅅ" 발음은 너무 쎄고, 숨소리가 크게 들리는 건 아무래도 좀 거슬린다..

그래도 이 작품에선 이런 단점들이 역할과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져서 다행이자만

호흡은 내내 아쉬웠다. 

초연때 정상훈 바사드가 너무 갑칠맛나는 쫀득쫀득한 연기를 선보여서인지

김대종 바사드는 좀 밋밋했다.

로리 아저씨도 좀 아쉽고...

(어디선가 <아이다>가 막 튀어 나올 것만 같아 ㅠ.ㅠ)

박용수 로리는 루시에게 부모가 갖는 깊은 애정이 느껴졌는데

김덕환 로리는 사무적이고 직업적이다.

(그야말로 법적인 대리인 딱 그 느낌!)

그래선지 박송권 제라가 "이제 시드니씨는 못 돌아오는 건가요"라고 물을 때도

아무 감정없이 느껴진다.

뭐 너는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투로.

(나만 그랬나?)

그래도 제일 아쉬웠던 건 음악.

전체적으로 너무 가벼워졌버렸다

게다가 브라스는 좀 경박한 수준이다.

제임스 바버가 스피디하게 연출했다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대사의 타이밍과 오케의 연주만 과하게 성급해진것 같다.

몇몇 장면을 과감하게 삭제한 건 아주 좋았지만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충분한 호흡과 간격이 꼭 필요한 작품이다.

그런데 어딘지 배우도,오케도 뭔가에 쫒기는 인상이 강하다.

특히 1막에서는 더.

다행히 류정한 시드니가 등장하고부터는 속도가 좀 진정된다.

(성급한 속도를 컨트롤한 사람이 과연 누굴까? 혹시 류정한? 어쩌면 그럴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이 작품은 여전히 참 좋은 작품이고 그리운 작품이다.

눈 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마냥 그리운 그런 작품! 

다시 보게 된다면,

(당연히 다시 보겠지만!)

이번엔 신영숙까지 포함힌 초연멤버 그대로 관람하련다.

신영숙의 "Our of Sight, Out of Mild"가 무지 그립다.

 

* 다음 관람 땐 꼭 오페라글라스를 가지고 가야겠다.

  류정한의 표정을 아주 세세히 읽기 위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15. 07:58

<Jesus Christ Superstar>

일시 : 2013.04.26. ~ 2013.06.09.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 팀 라이스

작곡 : 앤드류 로이드 웨버

연출 : 이지나

음악슈퍼바이저, 편곡 : 정재일

출연 : 마이클리, 박은태 (지저스) / 윤도현, 김신의, 한지상 (유다)

        정선아, 장은아 (마리아) / 김태한, 지현준 (빌라도)

        조권, 김동현 (헤롯)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설앤컴퍼니, RUG, CJE&M

 

드디어 마이클리의 JCS를 봤다.

<미스 사이공> 이후에 정말 오랫만에 마이클리의 노래와 연기를 보는거라 혼자 살짝 감회에 젖었다.

너무나 좋아하는 작품에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한다는 건!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냥 가는 거다.

게다가 이번 관람은 인터파크 굿티 50% 할인이라는 정말 은혜로운 이벤트 덕분에

예정에 없던 몽니 김신의 유다로 관람할 수 있엇다.

 

JCS는 Overture만 들어도 가슴이 마구 뛴다.

사실 이 한 곡이 갖는 매력도 엄청나긴 하다.

그 안에 예수, 유다, 마리아, 빌라도, 제자들의 모든 이야기가 그야말로 축약본처럼 담겨있다.

JCS의 첫 비트를 따라가다보면

마치 내 귀에 대고 직접 말하는 것 같다.

"Are you ready?" 라고!

그러면 나는 또 대답한다

"Yes! All ready!"

 

마이클리 예수.

일주일 전에 관람한 박은태 예수는 너무 비장하고 경건해서

예수의 인간적인 모습이 오히려 잘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마이클리는 고난을 피하고픈 인간적인 모습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표정은 더없이 편안하고 평온하다.

이 두 가지가 합쳐지니 그게 또 묘한 아우라를 남긴다.

급기야 2막의 "Gethsemane"에서는 정점을 찍는다.

신성(神性)과 인성(人性)의 엄청난 충돌은 일종의 빅뱅을 보는 느낌이었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성량과 집중력은

극의 내용을 모르고 온 관객들의 소원한 마음까지도 완벽히 휘어잡았다.

그는 이 한 곡에 작품의 시작과 끝 모두를 온전히 담아냈다.

그래서 곡이 끝낸 후 땀과 극의 감정으로 뒤범벅이 된 마이클리의 모습에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다.

그건 배우로서의 skill에 대한 경외가 아니라

작품에 대한, 인물에 대한 깊은 몰입과 일체감이 주는 감동이었다.

마지막 십자가 장면에서는 박은태는

금이라도 화면에 더 나오기 위해 애를 쓰는 액스트라의 죽음을 떠올리게 했다.

죽었나 싶었는데 한 마디 하고.

이제 정말 죽었겠지 했는데 또 한 마디 하고... 

뭐랄까, 너무 뜸을 들인다고나 할까?

다행히 마이클리에게서는 그런 느낌을 못 받았다.

(어쩌면 이건 개인적인 애정도에서 비롯된 몰입의 차이일수도 있었겠지만...)

한국어 발음도 <미스사이공>때와 비교를 하면 정말 놀라울 정도다.

센 받침과 ㅅ 발음이 좀 부정확하긴하지만

정확한 한국어 딕션을 위해 그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충분히 느껴진다.

마이클리.

본인의 바람처럼

한국에서 다른 작품에서 다시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김신의 유다는 뮤지컬이 처음이라 좀 걱정스러웠는데

딕션과 넘버 소화력은 좋았다.

(그래도 역시 연기는 조금 어색하더라.. 액팅도 그렇고..)

마이클리와 목소리톤이 완전히 다른 게 오히려 묘한 조화를 이룬다.

2004년도 이태희 유다를 떠올리게도 하고...

그런데 "Superstar"를 부를 땐,

유다 김신의가 아니라 몽니 김신의 모습이 더 많이 보인다.

저러다 혹시라도 해드뱅잉을 하는 건 아닌지.

아니면 중간에 "Put your hands up!"나 "Say Ye~~!"를 외치진 않을지 좀 조마조마했다.

(커튼콜에서는 하더라... "소리질~~~~러~~!"

그래도 전체적으로 반항아적인 유다 이미지를 잘 표현한 것 같다.

"배신을 강요받은 자"란 작품의 의도와도 어느 정도 잘 맞는 것 같고..

(유도현 유다 같은 팽팽함은 확실히 없었지만)

빌라도는 지현준보다 김태한이 훨씬 괜찮았다.

노래, 딕션, 연기 전부 다.

김태한에게서는 빌라도만의 고뇌가 느껴진다.

워낙에 코믹한 배역을 많이 한 배우라 빌라도가 어울릴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확실히 경력으로 쌓인 내공은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헤롯 김동현.

아무래도 조권의 쓰나미가 너무 강력했던 모양이다.

분량은 작지만 임펙트면에서는 어마어마한 헤롯을 조권이라는 아이돌이 이미 정점을 찍어버렸다.

그래서 누가 하든 조권보다 더 좋은 평가를 들을 수는 도저히 없을 것 같다.

게다가 김동현은 조권보다 더 가볍고 코믹하게 헤롯을 표현했다.

그래서 인물이 동동 떠버렸다.

어쩔 수 없다.

이건 김동현 탓이 아니다.

다 조권 탓이다.

 

이 작품은 앙상블의 활약이 엄청나게 중요한 작품인데

이번 공연은 그게 전부 주연들의 어깨위로 넘어가버린 것 같다.

JCS 공연 소식을 들었을 때 은근히 바랬었다.

서울예술단이나 서울시뮤지컬단처럼 오래동안 합을 맞춰온 이들이 해주면 좋겠다고...

(서울예술단이 이 작품을 하게 될 일은 아마도 없겠지만...)

앙상블이 주연보다 많이 떨어지는 건 확실히 너무 큰 단점이다.

그러다보니 "Simon Zealotes" 도 느낌이 충분히 살지 못했다.

시몬을 주축으로 파워풀한 혁명의 도화선이 느껴져야 하는데

클럽에서 춤추는 스타일리쉬한 젊은이들만 보인다.

셔플댄스를 추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번역은 의외로 고전적이었는데

배우들이 너무 스타일리쉬하다보니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시몬과 베드로의 비중이 너무 묻혀버린 것도 아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JCS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는 아주 높다.

작정한 듯한 이지나의 연출과

역시 작정한 듯한 정재일의 엄청난 편곡,

게다가 혼신의 힘을 다하는 작정한 듯한 주연 배우의 활약은

이 작품을 특별한 작품으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적어도 내겐)

6주간의 공연기간은 확실히 너무나 짧다.

마이클리 예수, 한지상 유다로 1번의 관람이 남아있는 나는 마냥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무지 고민중이다.

 

어쩌나~~

마이클리.

이 사람이 나를 대놓고 흔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8. 07:44

<Jesus Christ Superstar>

일시 : 2013.04.26. ~ 2013.06.09.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 팀 라이스

작곡 : 앤드류 로이드 웨버

연출 : 이지나

음악슈퍼바이저, 편곡 : 정재일

출연 : 마이클리, 박은태 (지저스) / 윤도현, 김신의, 한지상 (유다)

        정선아, 장은아 (마리아) / 김태한, 지현준 (빌라도)

        조권, 김동현 (헤롯)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주)설앤컴퍼니, RUG, CJE&M

 

이 작품, 정말 기다렸다.

2004년 11월에 푹 빠져서 본 후에 무려 9년 만의 관람이다.

그때 이 작품을 보면서 받았던 충격은!

지금도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임펙트가 강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을 주축으로 박완규, JK 김동욱이 예수와 유다로 분했었다.

경기도를 시작으로 세종문화회관, 지방투어까지...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지킬 앤 하이드>와 이 작품 덕분에 나 또한 공연관람이라는 몹쓸 길로 접어들게 됐다.

이 두 작품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쯤 부자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진실로 진실로, 진심이다!)

  

예수가 십자가가 못박히기 전 7일간의 행적을 담은 이 작품은,

파격과 경이, 그리고 놀라움의 연속이다.

우리가 아는 기독교적인 신의 아들 예수가 아닌,

그저 한 명의 인간으로 그려진 예수의 모습과

배신을 강요당한 유다의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절망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받았던 충격은

종교와 믿을을 뛰어넘은 그 무엇이기도 했다.

이 작품이 1971년 미국에서 초연됐을 때도 그 반향이 엄청났단다.

예수를 "슈퍼스타"라 지칭한 것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신성모득이라며 데모를 일으키고

심지어 일부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이 곡 자체를 금지곡으로 지정하기까지 했단다.

이게 일종의 노이즈마케팅 효과를 발휘했는지 작품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이 작품만큼 원작에 수정이 가해진 작품도 드문 걸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경기도 공연 첫 날에 마지막 장면을 자체 수정했던 걸로 알고 있다.

(아마도 예수의 부활을 표현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러다 RUG의 반발로 다시 원상복귀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4년도에 이 작품을 여섯 번 정도 관람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앙상블의 파워에 엄청난 감동을 느껴었다.

서울시뮤지컬단이 만들어낸 "The Temple"과 "Make Us Well"은 엄청났다.

특히나 "Make Us Well"은 바닥에서 병자들이 예수를 향해 한 명씩 기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었다.

(아직까지도 그 장면이 주는 공포는 생생하다)

이 작품은 나에게 참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어

모든 장면들이, 심지어는 김문정 지휘자의 손끝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될 정도다.

가야바 최병광의 땅을 파고드는 엄청난 저음도,

안나스 주성중의 찌르는듯한 날 선 고음도,

이연경과 유미의 조심스럽던 마리아도,

빌라도 김법래의 묵직한 저음과 조상원의 천진난만한 헤롯도 다 기억난다.

락커 박완규의 엄청난 허리꺽기와 JK 김동욱의 웅웅거리던 불분명한 딕션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뒤인 2007년에 다시 공연됐을 때 관람하지 않았던 건,

캐스팅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였다.

그래선지 이번 공연이 개인적으론 너무 반가웠다.

게다가 마이클리와 박은태, 윤도현, 한지상, 정선아가 캐스팅됐단다.

두말할 필요없이 "Must See!"하기에 충분했다.

 

박은태 지저스는,

얼굴과 표정, 액팅이 참 비장하고 거룩하고, 좋은 의미로 고집스러웠다.

워낙에 고음이 좋은 배우라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이상하게 고음으로 갈수록 목소리톤이 더 가늘어져서 오히려 여성스런 느낌이 강했다.

특히 예수의 대표곡" 겟세마네" 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해져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마지막 부분" 죽이소서! 지금 내 맘 변하지 전" 이 부분의 표현은 좋았다.

원망섞인 체념과 누구도 꺽을 수 없는 확고한 신념이 느껴져서...

그리고 이 부분부터 박은태의 지저스가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39번의 채찍질과 십자가 처형 장면은 본인도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겠지만

보는 나도 너무 많이 힘겨웠고 섬득했다.

(이 작품을 하루에 2회 공연한다는 건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뮤지컬배우 박은태.

정말 기이하다!

매번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때마다 정말 잘할 것 같은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기대만큼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그가 못한다는 건 아닌데 여전히 인물보다는 박은태가 더 많이 보인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엘리자벳>의 "루케니"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이건 박은태가 뮤지컬배우로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하겠다.)

 

다시 한 번 유다로 돌아온 윤도현은 이날 공연의 진정한 갑이었다.

개인적으론 역대 최고의 유다라고 말하고 싶다.

딕션과 연기, 표정도 너무 좋았고 넘버 소화력도 정말 엄청났다.

아마도 정재일 음악감독의 편곡을 완벽히 이해하고 공감한 유다가 아닐까 싶다.

(편곡자 정재일에게 정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정선아 마리아와 조권 해롯도 좋았다.

특히 조권은 등장하는 시간으로 따지면 정말 짧은데

그 짧은 장면을 완벽하게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헤롯타임이 아니라 완벽한 조권타임!

게다가 자신에게 시선이 쉽게 가지 않는 39번의 채질질 장면에서도

무대 제일 위에서 열심이 연기하는 조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기특하단 생각이 절로 든다.

헤롯처럼 임팩트가 강한 역할을 자신의 첫 뮤지컬로 선택한 조권은,

확실히 영리한 아이돌이다.

 

개인적으로 2004년과 비교해보면,

무대와 조명, 편곡은 지금이 훨씬 좋았고

번역과 앙상블은 2004년도가 훨씬 좋았다.

가사의 일부를 영어 그대로 사용한 건 나쁘지 않았는데

번역 자체가 좀 투박하고 라임에도 잘 맞지 않는다.

쏭스루 뮤지컬인데 가사가 너무 성급하거나 느리다.

(이 표현이 이해가 될까?) 

빌라도 지현준은 딕션이 뭉개져서 잘 들리지 않았고

39번의 채찍장면에서는 예수보다 본인이 훨씬 더 괴로워하면서 바닥을 기어다녀서(?)

시선을 산만하게 분산시킨다.

가야바, 안나스는 사실 좀 참혹한 정도였다.

최병광의 비현실적인 저음과 주성중의 간교한 고음이 참 많이 그리웠다.

2막 첫 장면에서 최후의 만찬 장면이 좀 상징적으로 변한 것도 조금 아쉽다.

2004년도에 예수와 유다가 긴 테이블위에서 서로 대적하는 장면을 꽤 인상적으로 봤었는데...  

유다와 앙상블의 "Superstar"도 느낌이 확 달라졌다.

예전엔 쇼걸같은 천사들이 검은 옷과 흰옷을 나눠입고 무더기로 나와 쇼뮤지컬같은 느낌을 줬었는데

지금은 도입부분은 유다와 4명의 뽀글머리 코러스걸이 나와서 약간 코믹하게 변한 것 같다.

2004년도에 이 장면이 주는 파격적인 표현과 느낌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선지 유다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훨씬 늘어난 것 같다.  

 

이번 무대세트는 삭막하고 극도로 건조한 사막을 떠올리게 해서 좋았다.

(2004년도에 웅장한 성곽을 느낌의 무대 셋트도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이지나 연출.

그녀의 작품에서 매번 느끼는 사실이지만

첫장면부터 시작해서 <바람의 나라> 오마주를 여러번 목격했다.

솔직히 이게 이지나가 그렇게 연출을 시도한건지,

아니면 워낙에 수정을 꺼려하는 RUG라 오리지널에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나쁘지 않았다는 거다!

 

올 해 <JCS>가 다시 공연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워낙에 애정하는 작품이라

혹시라도 실망을 하게 될까봐 조금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다!

아주 좋았다.

그리고 기대중인  마이클리 예수로 두 번의 관람이 아직 남아있다.

마이클리가 보여줄 예수!

이번 주말에 드디어 확인할 수 있다.

 

좀 설랜다.

사실은 아주 많이...

 

 

 

Act I.
1. Overture
2. Heaven On Their Minds (유다)
3. What`s The Buzz (지저스, 마리아, 제자들)
4. Strange Thing, Mystifying  (유다, 지저스, 제자들)
5. Everything`s Alright (지저스, 마리아, 유다, 제자들)
6. This Jesus Must Die (가야바, 안나스, 앙상블, 사제들)
7. Hosanna (가야바, 지저스, 제자들, 군중)
8. Simon Zealotes (시몬, 제자들)
9. Poor Jerusalem (지저스)
10. Pilate`s Dream (빌라도)
11. The Temple/Make Us Well (지저스, 상인들, 환자들)
12. Everything`s Alright - Rprise (마리아, 지저스)
13. I Don`t Know How To Love Him (마리아)
14. Damned For All Time / Blood Money (유다, 가야바, 안나스, 사제들, 사자들)

Act II.
15. The Last Supper  (유다, 지저스, 제자들)
16. Gethsemane- I Only Want To Say (지저스)
17. The Arrest (유다, 지저스, 베드로, 제자들, 가야바, 안나스, 군중)
18. Peter`s Denial (베드로, 마리아)
19. Pilate and Christ (빌라도, 지저스, 안나스, 군중)
20. King Herod`s Song (헤롯)
21. Could We Start Again, Please? (마리아, 베드로, 앙상블)
22. Judas` Death (유다, 가야바, 안나스, 사자들)
23. Trial Before Pilate / 39 Lashes (빌라도, 가야바, 안나스, 지저스, 군중)
24. Superstar (유다, 코러스걸)
25. Crucifixion (지저스, 앙상블)
26. John Nineteen; Forty - One 요한 19장 41절 (오케스트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