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10. 31. 08:35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6.10.11. ~ 2017.01.01.

장소 : 대학로 TOM 1관

대본, 작사, 작곡, 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편곡 : 김은영

안무 : 안영준

출연 : 이경수, 에녹, 김도빈 (한스) / 전성우, 강영석 (헤르만) / 송상은, 안은진, 이지수 (안나)

        이승원, 박정원 (요나스) / 김경화, 전혜선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집단 최면을 통한 조직적이고 확고한 인간 기억의 조작.

그리고 그 조작을 통해 이루고자했던 인간의 무의식 지배와 통제.
세계대전 당시 실제 독일에서는 이런 일들이 비밀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자신만이 순수하고 우수한 혈통이라는 믿었던 그들의 오만은

인류사의 씻을 수 없는 오명과 비극을 남겼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서도 저항은 여전히 살아있다.

기억을 지우려는 사람과 어떻게든 기억을 되살려 진실을 찾겠노라는 사람.

봉인던 기억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낸다.

진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블랙메리포핀스>는

같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달라져있었다.

2012년 초연부터 2014년 공연까지는 변호사 한스가 이야기를 끌고갔는데

이번에는 화가 헤르만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세상에나, 시점을 확 바꿔버리다니...

도대체 이 획기적인 전개는 누구의 머릿속에서 처음 시작됐을까?

만약 이 모든게 초연때부터 이미 기획된거였라면...

대단하다고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개인적으론 한스의 시점에 더 좋긴 하지만 헤르만의 시점 역시도  그 나름의 매력을 갖는다.

처음 장면에서 헤르만이 너무 다크해서 다른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인터뷰를 차용한 "독백"이었다는걸 생각하면 납득이 된다.

(그런데 헤르만을 인터뷰 하던 여자의 목소리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너무 섹시하고 끼를 부리는 느낌이라...)

 

헤르만 전성우, 안나 송상은은 초연때부터 계속 참여한 배우들이라

연기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아주 정적이고 탄탄했다.

한스역의 에녹은 넘버은 훌륭했는데 대사할때 ㅈ, ㅊ 발음이 자꾸 귀에 거슬린다.

긴 대사에서는 뒤로 갈수록 감정이 빠져나가 마치 성실한 낭독자처럼 느껴졌다.

요나스 이승원은 막내라고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어보여 억지스런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론 보는 내내 최성원의 요나스를 그리워했다.

(급작스런 발병과 싸우고 있는 최성원 배우의 완쾌를 빌며...) 

메리 김정화는 처음 본 배우였는데

지금껏 본 메리 중에서 감정적으로 가장 모성애가 강해서

메리의 아픔과 절망, 후회의 감정 전달이 잘됐다.

 

기본이 탄탄한 작품은

시점이 바뀌어도, 배우들이 달라져도 여전히 좋은 작품이다.

다른 주인공들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버전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시점의 변환은 확실히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시도해볼만한 도전이었다.

(개인적으론 메리의 시점도 궁금하다... 안나나 요나스 버전까지는 안나올 것 같고...)

한국창작뮤지컬의 힘.

이 작품이 그 가능성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켜주지 않을까 확신한다.

멋졌고, 멋지고, 앞으로도 계속 멋질 블랙메리포핀스.

 

* 문득 메리의 대사가 떠오른다.

  "권력이라는게 얼마나 치밀해야 유지될 수 있는지 너도 잘 알지 않니?"

  망할 놈의 권력,

  그게 항상 문제다.

  세계대전 당시 독일도, 지금의 대한민국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6. 18. 08:48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4.06.10. ~ 2014.08.30.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대본,작곡,연출 : 서윤미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김수용, 박한근, 임병근 (한스)

        배두훈, 송원근, 서경수 (헤르만)유리아, 강연정 (안나)

        윤나무, 김경수, 정휘 (요나스) / 홍륜희, 최현선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켄턴츠

 

서윤미의 <블랙메리포핀스>가 돌아왔다.

내겐 트라우마같은 작품.

초연 프리뷰를 보고 오랫만에 참 잘 만든, 꽤 괜찮은 창작뮤지컬이 만들어졌구나 기특해했던 기억이 새롭다.

초연과 재연때는 아무래도 정상윤과 김재범 한스에 집중이 많이 됐었고, 또 실제로 두 배우가 작품의 중심을 아주 잘 잡아줬었다.

아주 많이 달랐지만 충분히 이해가 됐고 공감이 되는 한스를 보여줬던 초연의 정상윤과 재연의 김재범.

그래서 이번 삼연에도 한스들이 어떤 표현을 하게될까 많이 궁금했다.

사실 김수용 한스가 제일 궁금했지만 현재까지 오픈된 회차에 그의 스케줄이 없어 일단 임병근 한스로 선택했다.

한때 병근예술단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렸던 서울예술단의 히로인 임병근.

(요즘은 그 닉네임을 박영수가 이어받은듯 ^^ )

서울예술단을 나와서 참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캐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젊은 배우다.

탈렌트 이동욱을 닮은 외모와 훤칠한 기럭지는를 가지고 있어 일단 무대 위에 섰을때 비쥬얼이 참 좋다.

살짝 로코물의 남주같은 느낌이 있는데 의외로 로코물 이력이 없다.

(<김종욱 찾기>도 상당히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어찌됐든 지금껏 그의 출연작을 보면서 실망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일단 음악이 초연 느낌으로 다시 돌아가서 반가웠다.

아직 공연 초반이라 배우들이 배역에 충분히 동화되지는 않았지만

후반부 배두훈 헤르만과 김경수 요나스는 절말 좋았다.

<풍월주>에 이어 두번째 작품으로<블메포>를 선택한 배두훈은 확실히 현명했다.

아직까지는 대사보다는 역시나 노래에 더 집중되긴 하지만

착실하게 이력을 쌓아가면 괜찮은 뮤지컬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작은 키는 아무래도 배역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겠다.

이 작품에서도 임병근 한스와의 키차이 때문인지 팽팽하게 맞서는 장면이 많이 왜소해보였고

유리아 안나와의 동작도 어딘지 위태위태해 보이더라.

유리아 안나는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글쎄 아직까지는 안나라는 역활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지금껏 본 그녀 작품 중에서 노래도 가장 불안했고 표정도 모호했다.

(안나는 역시 송상은이 제일 좋았다)

가장 좋았던 배우는 요나스 김경수,

솔직히 캐스팅 발표를 보고 김경수가 한스나 헤르만이 아닌 요나스라서 좀 놀랐었는데

연출가 서윤미 눈은 정말 정확했다.

"요나스"가 김경수라는 배우를 만나 이제서야 제대로 살아났다.

공연장을 나오면서,

오늘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요나스 김경수라고 생각했다.

 

전체적으로 극의 발란스가 살짝 무너진 느낌이다.

초반을 너무 급박하게 몰아쳐서인지 오히려 후반부에 긴장감이 떨어진다.

심지어 안나의 진실이 밝혀지는 장면도 전처럼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더라.

아무래도 임병근 한스과 배두훈 헤르만이 극을 이끌어가기에는 조금 부족한게 아닌가 싶다.

(그전까지 한스들이 정말 너무 잘 해줬구나... 절감했다.)

그런 의미에서 김수용 한스가 정말 기대된다.

<모차르트>도 자리를 잡았으니 조만간 캐스팅보드에 이름이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김수용-송원근-강연정-김경수-최현선.

두번째 관람시 내가 바라는 워너비 캐스팅.

만약 이 캐스팅이 없다면...

아마도 paa하게 될 듯.

 

* 어찌됐든 중요한 건,

  <블랙메리포핀스>는 여름에 관람하는게 확실히 옳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9. 08:08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3.08.01. ~ 2013.09.27.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대본,작곡,연출 : 서윤미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김재범, 이경수, 박한근 (한스)

        김성일, 윤소호 (헤르만) / 문진아, 이하나 (안나)

        김도빈, 최성원 (요나스) / 홍륜희, 최정화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켄턴츠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과 기꺼이 동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네 사람의 대답.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

난 이 말은 틀린 명제라고 생각했다.

불행과 동행하겠다면,

행복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그런데 2012년 5월 이 작품이 대학로에서 처음 봤을 때,

나는 이 장면에서 완벽하게 무장해제 되버렸다.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도 지금처럼 프리뷰 공연어었고

작품이 끝났는데도 나는 한동안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마도 그때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위로을 받았던 모양이다.

시티컬하고, 우울하면서 어딘지 유치하게 파괴적인 이 작품이 나를 다독였다.

"괜찮다, 괜찮다"고...

그리고 내내 이 작품을 그리워하다 재공연 소식을 듣고 너무나 반가웠다.

혹시 또 다시 내게 위로가 필요해졌다는 뜻일까?

대답은!

설마... 혹은 어쩌면... 이다.

 

그런데 재연으로 올라온 <블랙메리포핀스>는 어딘지 조금 낮설었다.

편곡이 달라서였을까?

아니면 배우들이 완전히 달라져서?

그것도 아니면 공연장의 차이 때문에?

이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짙게 깔린 안개 속에 홀로 서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안개 속에서 순간순간 깊은 무게감을 목격했었다.

그런데 다시 본 이 작품은 가볍고 소란스러워졌다.

어쩌면 배우들이 작품 속에, 인물 속에 충분히 동화되지 못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기대했던 이경수 한스는 <셜록홈즈>의 에릭 앤더슨을 다시 보는 것 같다.

목소리톤도 딱 에릭 앤더슨이다.

사투리처럼 느껴지는 발음도 여전히 신경 쓰이고...

때때로 <미스 사이공> 투이의 모습도 보인다.

알코홀릭에 빠진 제대로 시니컬한 변호사 모습이었다면 좋을텐데...

 

윤소호 헤르만은 배역에 깊게 들어가지 못하고 어딘지 주변을 맴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배우가 인물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배역에 배우가 끌려가는 느낌!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타인에게 이해시킨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게다가 윤소호의 큰 키는 적어도 이 작품에서만큼은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그 키가 문진아 안나와의 장면에서 균형감을 제대로 흔든다.

두 사람의 동작을 보고 있으면 내가 다 위태위태하다.

초연때 안나와 헤르만의 손동작에서 받았던 그 느낌들이

적어도 아직까지는 살려내고 있지 못하다.

 

문진아 안나와 최성원 요나스, 홍륜희 메리는 나쁘지 않았다.

애늙은이 같을 줄 알았던 최성원 요나스는 의외로 귀염성 있었고

홍륜희 메리는 모성애를 부각시킨 게 오히려 새로운 표현이라 좋았다.

 

무대와 조명은 초연때보다 훨씬 더 좋아졌고

편곡은 살짝 가벼워진 것도 같다.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자꾸 행진곡이 떠올라 몇 번 난감했다.

혹시 내가 초연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걸까?

자꾸만 정상윤과 전성우가 그리워진다.

(한스는 정말 정상윤이 딱인데!)

어딘지 뭔가 좀 부족하고 자꾸 덜커덕거리는 느낌!

그래도 아직 프리뷰니까...

기다려보면 훨씬 더 좋아지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래도 될만큼 충분히 좋은 작품이니까.

적어도 내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2. 26. 07:54

<삼천 - 의자왕의 여인>

일시 : 2012.10.26. ~ 2013.01.20.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작,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 김창환

안무감독 : 안영준

무대 디자인 : 김종석

의상 디자인 : 김혜진

조명 디자인 : 구윤영

출연 : 정상윤(의자왕), 전성우(진장군), 박해수(예식장군)

        최주리, 홍지희 (연화) / 구민진, 태국희(화야)

제작 : PMC 프러덕션 

 

뮤지컬 <삼천> 세번째 관람.

11월까지 예정된 공연을 마치고 며칠동안 close하더니 12월부터는 일부 내용을 수정해서 새롭게 올린단다.

그래서 뭐가 어떻게 바뀐건지 또 궁금해서 조카와 관람을 했다.

한 시즌 안에서 내용을 대폭 갈아엎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했으니 어떻게 새로워졌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 작품은 서윤미의 전작 <블랙메리포핀스>에 비해 호불호가 많이 갈리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오랫만에 감성적인 작품이 만들어진 것 같아 좋았었다.  

포스터도 확 바뀌었고,

부제도 "망국의 꽃"에서 "의자왕의 여자"로 바뀌었다.

좀 짐작은 된다.

예전보다는 로맨스(?)쪽이 더 부각되겠구나 하고... 

 

사치와 향락, 미색에 빠져 결국 백제를 패망의 길로 이끌었다는 의자왕!

그런데 당시 백제의 도읍 부여는 삼천 명의 궁녀를 둘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단다.

역사는 어디까지나 승자의 입장에서 기록되고 전해지는 법!

의자왕과 관련된 역사 역시 당나라와 연합하여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의 <삼국사기>의 기록에 철저하게 비롯됐다.

실제로 의자왕은 성군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위민정치를 펼쳤던 인물이었단다.

어쩌면... 정말로...

의자왕은 전쟁때문에 백성들의 삶이 궁핍하고 피폐화되는 걸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스스로 당나라에 항복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 누군들 제대로 알겠는가!

그 시대의 정확한 현실과 시대 상황을...

 

예상대로 의자왕-연화, 진장군-연화의 애뜻한(?) 장면이 조금 더 부각이 됐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의자왕이 좀 찌찔한 캐릭터로 표현된 부분이 생겼다.

개인적으론 이전이 훨씬 더 설득력있어 보인다.

'정치 - 여자 - 정치'의 흐름이라서

마지막 장면쯤에 의자왕이 예식에게 "왜 이길 수 없다고만 생각하느냐!" 고 울부짖는 장면이 좀 생뚱맞아졌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연화 생각만 하겠다는 분이 갑자기 절규하시니...

(예전 장면에서 군왕의 비애와 절망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는데.)

두 장군에 대한 무게중심은 수정된 공연에선 어느 정도 수평을 이룬 것 같아 보기에 좋았다.

예전에 진장군을 실질적인 주인공처럼 느껴졌는데

이번엔 예식장군에게도 무게가 어느 정도 분산됐다.

확실히 예식의 본심과 충심은 예전보다 훨씬 잘 드러난다.

사실 진장군보다 예식 장군의 비애가 더 크고 무거운편 아닌가!

예식장국의 충심이 그래서 나는 더 슬프고 아팠다.

음악은 전체적으로 훨씬 더 풍성해지고 조금 더 격해졌다.

(아마도 북소리가 메인으로 치고 나오는 부분이 많아서이리라)

소극장 규모에서는 살짝 오버되는 장중한 느낌의 편곡도 몇 곡 있긴 한데

전체적으로는 이전보다 좋았다.

마지막 부분에서 연화가 하얀 소복(?)을 입고 절벽을 오르면 장면 연출은 잘 바뀐 것 같다. 

바닥엔 드라이아이스가 깔리고 하늘엔 하얀 꽃가루가 흩뿌려져서 사뭇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마치 생과 사, 그 모호한 경계를 보는 것 같다.

그와 반대로,

백강암자 장면과 궁남제 장면은 이전 표현이 더 마음에 든다.

백강암자에서는 마치 연화가 진장군에게 작업을 거는 느낌이라 좀 거부감이 들었고

(이 부분에서 최주리의 연기가 어색해서 더 그랬는지도...)

궁남제 장면은 또 반대로 의자왕이 작업남처럼 느껴진다.

궁녀에게 작업거는 왕이라니... 찌찔해도 너무 찌찔해~~

(그래도 왕인데! 작업씩이나 거시다니!)

 

작품 자체가 대폭 바뀐 건 아니지만

프리뷰 기간도 아니고 한창 공연 중인 작품을 잠시 중단하고

과감한 결단으로 수정을 했다는 건 참 이례적인 일인 것 같다.

감춰져있어서이해도가 떨어졌던 부분은 살려내고

불필요한 장면들은 과감하게 잘라낸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데...서윤미, 좀 아팠겠다!)

그러다 보니 감성적인 부분들이 좀 줄어든 것 같아 그건 좀 아쉽긴하다.

그래도 안 좋게 수정된 건 아니라서 다행이다.

 

예전에 최주리 연화를 봤을 때

춤과 노래가 기대보다 못해서 좀 실망했었는데

이번 관람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로 배역 소화를 잘했다.

춤도 어색하지 않았고 노래가 정말 좋아졌다.

특히나 초반부 의자왕과 연화가 처음으로 대면하는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무대와 조명, 의상과 헤어는 뭐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관람이었다.

 

사담이긴한데,

정상윤은 이렇게 변한 의자왕 캐릭터에 혹시 불만은 없었을까?

개인적으로 나는 좀 불만인데...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21. 08:20

<삼천 - 망국의 꽃>

일시 : 2012.10.26. ~ 2013.01.20.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작,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 김창환

안무감독 : 안영준

무대 디자인 : 김종석

출연 : 정상윤(의자왕), 전성우(진장군), 박해수(예식장군)

        최주리, 홍지희 (연화) / 구민진, 태국희(화야)

제작 : PMC 프러덕션 

 

프리뷰 이후 두번째 관람.

태국희의 화야와 최주리의 연화는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했고,

프리뷰 이후 어떤 모습으로 작품이 깊어졌는지도 궁금했다.

백제 의자왕과 삼천 궁녀.

그 몰락하는 왕가의 마지막이 서윤미라는 작가를 통해 뜻밖의 상상력와 감성으로 새롭게 태어난 뮤지컬 <삼천>

 

누구에 의해서도, 무엇에 의해서도 결코 위로받을 수 없고, 정복되어 질 수 없는 의자왕의 황폐함.

역사 속의 의자왕과 작품 속의 의자왕은 그렇게 내겐 다른 의미로 담겨졌다.

서윤미는 역사의 숨겨진 틈을 비화(悲話)로 멋지게 비화(飛化)시켰다.

(훔치고 싶을만큼 탐나는 재능이다.) 

 

어리석어 그런 것이오.

지키기위해 무너뜨렸으나 지키지 못했고

지키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다시 세우고자 했으나...

이 모든 게 다 어리석음 때문이오.

그렇게 어리석고 무모한 것이오.

한낱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 진장군의 대사가 뚜렷하게 각인되는 건,

아마도 이해와 공유에서 비롯된 일체감이리라.

무모하고 어리석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옳다! 옳다! 너무나 옳다!

 

기대했던 태국희 화야와 최주리 연화는

먼저 본 구민진, 홍지희 캐스팅보다 오히려 몰입이 덜 된다.

두 사람 모두 춤이 너무 어설펐고 노래도 좀 불안했다.

최주리는 <빨래>에서는 못느꼈는데 사투리 톤이 자주 느껴졌고

태국희는 특히 천신제 장면에서 춤이 너무 어설펐다.

(꼭 물에 빠진 사람이 허우적 거리는 느낌이라서 좀 당황스러웠다) 

박해수는 첫번째 관람때보다는 확실히 더 좋아졌고

정상윤, 전성우는 역시나 멋진 페어의 모습을 보여줬다.

정상윤은 노래는 조금 흔들렸지만 감정과 표정이 너무나 좋았고

(이 사람의 섬세함의 끝은 어디일까?)

전성우는 늘 그렇듯 기량의 기복없이 최선을 다해준다.

(이 배우 점점 믿음이 짙어진다.)

배우들의 의상과 머리도 역시나 눈길이 많이 갔고

(의자왕이 머리를 제대로 하고 나오니 훨씬 보기 좋더라)

단순한듯이 보이지만 시간과 공간이 적절히 분리되는 무대도 참 좋았다.

이번 관람에서는 특히 퓨전국악 밴드의 음악이 더 깊어진 것 같아 극에 훨씬 더 몰입이 됐다.

가야금과 북소리가 어찌나 가슴을 치고 울리던지...

 

공연을 보고 나오는데 

찬바람 속에서도 외롭지가 않았다.

잠깐이었지만 내 마음 문 앞에도 누군가 서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위로받을 곳이 있다는 건 참 다행한 일이다.

비록 가파른 절벽 끝에서 끝을 눈 앞에 두고 있더라도

누군가에게 위로받은 기억이 있다면

아찔한 추락의 순간에도 아주 잠깐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뮤지컬 <삼천>은 내겐 위로이자 흔적이었고,

속깊은 다독임이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5. 07:44

<삼천 - 망국의 꽃>

일시 : 2012.10.26. ~ 2013.01.20.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대본 : 서윤미

연출 : 서윤미

음악감독 : 김창환

안무 : 안영준

무대 디자인 : 김종석

출연 : 정상윤(의자왕), 전성우(진장군), 박해수(예식장군)

        최주리, 홍지희 (연화) / 구민진, 태국희(화야)

제작 : PMC 프러덕션 

 

올 상반기에 만들어진 서윤미의 <블랙메리포핀스>를 아주 인상깊게 봐서인지 뮤지컬 <삼천>도 기대가 많이 됐었다.

백제를 멸망의 길로 인도한 의자왕과 삼천 궁녀 이야기.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삼천 궁녀가 사실은(작품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뜻한 三天이라는 이름의 한 명의 궁녀라는 설정!

서윤미는 도대체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소란스럽지 않으면서도 기발하고 참신한 발상.

게다가 우리나라 고대사를 끄집어 낸 젊은 작가의 쉽지 않은 도전이 세삼 대견스럽다.

<블랙베리포핀스>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 역시 시선을 끈다.

특히 정성윤과 전성우는 서윤미의 뮤즈라고 불러도 되겠다.

두 배우의 목소리톤은 비슷하면서 또 묘하게 다른다.

부드럽고 세련되면서 시니컬한 정상윤과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강함이 묻어나는 진성우의 목소리 톤은 서로 의외의 조화와 대립을 이룬다.

동성애스러우면서도 서로 적대적인 관계.

둘의 목소리는 그런 대립과 조화가 있어 긴박하면서도 의외의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화려한 무대와 극적인 클라이막스, 폭발적인 노래에 익숙한 관객의 눈과 귀엔

이 작품이 지루하고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런데 나는 이 작품이 은밀한 비밀은 나누는 것 같아 좋았다.

감정과 시선, 그리고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이 작품이 방식이 참 신선하고 아름답다.

4인조 국악밴드의 연주도 수다스럽거다 소란스럽지 않고 극에 잘 융화된다.

국수가락 늘어진 것 같은 무대(쓰고 보니 참 염치없는 표현이긴 하다)도 의외로 신비감을 주면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물들의 중첩과 대립을 아우르고 가려주는 효과가 있어 인상적이다.

단순하면서고 깊이감과 속도. 그리고 절박함가지 느껴지는 무대다.

절벽의 끝을 향해 걷는 의자왕과 연화의 심정이 무대의 가파른 경사 안에 오롯이 담겨있다.

아득했고 그리고 황량했다.

 

배우들의 연기는 정성이 가득했고 진중했다.

아직까진 예식장군 박해수와 연화 홍지희의 노래가 조금 불안하지만

아직 초반이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거라 생각된다.

그래도 박해수의 연기와 순간 집중력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연화 홍지희의 춤사위는...

배우 자체가 어색함을 이겨내야 할 것 같다.

이 작품은 분위기와 뉘앙스가 중요한 작품인데 연화의 어색함이 자꾸 극 속에 묻어난다.

경력과 시간이 지나면 좀 달라질거라 믿고 기다려보련다.

정상윤은 역시나 참 멋진 배우다.

자신이 드러날 곳과 배경이 되어야 하는 곳을 영리하게 잘 찾아낸다.

개인적으로 목소리에 감정을 담는 법을 잘 알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이런 시니컬하고 이중적인(넓은 의미에서) 분위기의 역할을 정상윤만큼 잘 소화하는 배우도 드물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서윤미의 안목은 참 정직하고 정확하다.

(서윤미-정상윤 페어의 작품이 앞으로 몇 편이나 더 나올지지 궁금하다.)

작품을 보면서 의자왕만 왜 머리가 현대식이지 했는데 프리뷰때만 그랬던 것 같다.

(아니면 혹시 설마 지각??? ^^)

전성우 진장군.

참 멋진 미성을 가진 배우다.

그 미성이 또 의외로 강단지고 탄탄하다.

사춘기 소년 같기도 하고, 산전수전 다 겪어 무심해진 사람 같기도 해서 야뉴스적인 매력이 있다.

이 배우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지 점점 더 궁금해진다.

 

뮤지컬 <삼천>의 스토리 자체는 솔직히 흥미롭거나 치밀하지는 않다.

심지어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라의 운명과 직결되는 음모와 계략(?)조차도 참 성실하게 술술 고백한다.

(참 착하고 죄책감 많은 인물들이시다.)

그래선지 긴박감, 긴장감은 여간해선 느끼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서술방식과 무대 활용은 이 작품은 상당히 독특하고 신선하게 한다.

게다가 배우들의 의상과 머리모양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 무대 조명도 좋다.

음악이 좀 밋밋하지만 이런 스토리에 격정적인 노래가 이어지는 것도 좀 언발란스할 것 같다.

개인적으론 독특하고 색다른 느낌이라 괜찮았다.

1달 후, 2달 후 작품의 깊이와 배우의 몰입도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기꺼이 지겨보고 싶을 만큼 마음이 가는 작품이다.

11월 17일.

다시 보게 될 <삼천>이 은근히 기대하되고 기다려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16. 06:21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2.05.08. ~ 2012.07.28.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

대본, 연출, 작곡 : 서윤미

안무 : 안영준

프로듀서 : 김수로

제작 : 아시아브릿즈컨텐츠

출연 : 정상윤, 장현덕 (한스) / 강하늘, 전성우 (헤르만)

        임강희, 송상은, 정운선 (안나)

        김대현, 윤나무 (요나스)/ 추정화, 태국희 (메리 슈미트)

 

 

젊은 연출가 서윤미가 대본에 작곡, 연출까지 한 창작 초연 뮤지컬.

김수로 프로젝트 3번째 작품 <블랙메리포핀스>를 보다.

일단, 와~~우!

탄성 한 번 질러주고!

정말 오랫만에 괜찮은 창작 뮤지컬을 본 것 같아 흐뭇하다.

<풍월주>와 더불어 오랫동안 기대했던 작품인데 일단 두 작품 중 하나는 합격이다.

(아직 <풍월주>는 안 봐서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기대치를 넘어선다.

배우들의 엄청난 몰입도에 놀랐고 음향이나 음악, 조명, 무대에도 놀랐다.

물론 <쓰릴미>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보이는게 흠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선전이고 놀라운 발전이다.

초연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탄탄하고 괜찮다.

와 ~ 우!

 

 

첫장면을 그림자 놀이로 연출한 것도 묘한 신비감을 준다.

아쉬움이 있다면 첫장면 뒤에 한스가 타자기를 칠 때까지 약 1분 30초나 되는 긴 시간 동안 발생한 막막한 공백이다.

바닥에 떨어진 커튼을 치우고 무대를 준비하는데 소요되는 그 대책없는 긴 시간.

단지 무대 소음만이 지배하는 이 시간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차라리 아무 소리 없이 극도의 침묵으로 채웠다면 긴장감이 극대화됐을텐데...

커튼은 자동장치같은 걸로 처리하면 안될까?

배우들이 주섬주섬 말아서 챙겨들어가는 게 어쩐지 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무대 소음들을 기꺼이 참아낼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작품이다.

네 모서리에 놓여진 네 개의 의자와 사각의 중앙 무대로

배우들이 연기할 때 떨어지는 조명도 색감과 활용도가 훌륭하다.

세세한 부분까지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게 눈에 보인다.

배우들의 손동작들은 마치 수화(手話)같다.

분명이 눈으로 보는 동작인데 온전히 "말"로 들린다.

한스와 헤르만 두 사람의 손동작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때때로 숨막히는 긴장감이 느껴져 보면서도 온 몸이 찌릿했다.

어떻게 저런 표현 방법을 생각했을까?

 

얼마전 장안의 화재를 남기며 성황리(?)에 끝난 <쓰릴미> 때

무지 기대했던 장현덕 배우에게 많이 실망했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는 다시 긍정적 마인드로 방향전환하기로 했다.

(솔직히 <쓰릴미>때와는 전혀 다른 배우 같다)

극의 무게중심을 잘 잡아가고 절제와 흥분 등 감정표현에 넘침이 없이 대체적으로 성실했다.

장현덕 배우보다 더 놀라웠던 배우는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헤르만 전성우와 안나 송상은.

무대에서 처음 본 전성우는 뭐랄까 야누스적이면서 중성적인 매력이 있었다.

딕션과 노래도 좋았고 특히 미성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배우들과 장면과의 타이밍도 너무 좋았고, 손동작할 때의 느낌은 정말이지 너무 섬세해 아름다웠다.

미성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신비스런 느낌도 있고...

다른 작품을 하게 되면 꼭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다섯 배우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살짝 고민중이다. <밀당의 탄생>을 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스프링에워이크닝>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던 송상은 안나.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표현이 대담하고 엄청난 몰입도를 보인다.

후반부에서는 마치 무대 위에서 안나가 실제로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는듯 긴박하고 절박했다.

너무나 안타깝고 안스러워서 그 모습 보고 있는 게 힘들 정도다.

아버지 송영창 연기력을 물려 받았을까?

송상은의 다음 작품 <번지점프를 하다>도 기대가 된다.

메리 슈미트 태국희는 처음에 조금 페이스를 못 잡았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좋아졌다.

한스와의 대면이나 유언장 장면에서는 목소리 하나로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해서 놀랐다.

아직까지 정체파악(?)이 어려운 요나스 윤나무는 아무래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객적은 소리지만 막내인데도 요나스가 다른 형제분들에 비해 좀 노안(?)이신 것 같다.

 

<블랙메리포핀스>

아마도 꽤 여러번 보게 될 것 같다.

여러번 보면 부족한 점이 하나 둘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괜찮은 작품이라는 사실 하나는 여전히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이로써 오랫만에 버닝할 작품 하나 추가됐다.

화이팅!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