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9.16 달동네 책거리 96 : <마이 짝퉁 라이프>
  2. 2009.10.09 <소문> - 오기와라 히토시
달동네 책거리2010. 9. 16. 08:05

<마이 짝퉁 라이프> - 고예나

마이 짝퉁 라이프

1984년생 작가 고예나.
이 책으로 2008년 제 32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26살이니 그야말로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춘이죠.
일종의 칙릿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그것보다 조금 더 가벼운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심각한 고민없이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죠.
딱 20대의 여자가 쓸 수 있는, 그리고 딱 20대의 여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아니 현실이라고 해야 할까요?
주인공 나(이진이)는 현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휴학생입니다.
그리고 그녀 주위의 인물들인 가슴 큰 친구 B, 남자만 생기면 연락두절이 되버리는 R, 그리고 우정과 사랑 사이의 아는 남자 Y, 매일 다정한 문자를 보내주는 K까지...
이런 내용의 책을 읽다보면,
내가 사는 현실이 정말 이런 곳인가 싶어 덜컥 겁이 날 때도 있습니다.
아무 감정 없이 원나이트를 즐기고, 카드 빛에 쪼들리면서도 연예인을 꿈꾸며 성형수술을 감행하고, 순결서약한 애인을 무너뜨리기 위해 고민하고. 브랜드에 과도한 열광과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 그래서 진짜가 아니라면 그럴싸한 “짝퉁”이라도 들고 다녀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
짝퉁으로 자신을 포장하며 그들은 말합니다.
“그래도 내가 하면 진짜처럼 보일 거라고...”
그들의 삶 자체가 “짝퉁 라이프”로 변해가는 것도 모르면서 말이죠.

예전에 친구와 동대문에 가방을 사러 간 적이 있습니다.
가방을 구입할 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딱 두 가지, 바로 크기와 무게입니다.
웬만한 두께의 책 2권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여야 하고 거기에 개인물품까지 넣고 다니려면 무게 역시 최대한 가벼운 게 좋죠.
한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찾고 있는데 한 사람이 다가와 말하더군요.
“특A 있어요~~” 라고...
저는 처음엔 특A라는 게 S, M, L, XL 처럼 가방 크기를 의미하는 건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친구한테 특A면 크기가 얼마나 되는 거냐고 물었죠.
그때 친구를 저를 한참동안 저를 빤히 쳐다보더군요.
그 뒤에 알았습니다. 특A라는 건 가방의 사이즈를 말하는 게 아니라 이미테이션, 바로 짝퉁을 이야기하는 거라는 걸...
어쩐지 아저씨가 은밀하게 귀에다 말하시더라... ㅋㅋ
책의 이야기 속에서 짝퉁으로 치장을 하고 친구들 앞에 나타난 R이 말합니다.
“가짜가 많다고 해서 나쁠 건 하나도 없어, 가짜를 진짜처럼 생각하면 되는 거야. 가짜로 인해서 이렇게 행복할 수 있잖아.”
그녀의 말처럼 우리나라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짝퉁을 만드는 이미테이션 천국이 되어 버린 건 어쩌면 충분히 행복하지 못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가짜가 진짜일까. 진짜가 가짜일까. 진실이 거짓말을 하는 세상이다. 세상이 만든 진실이 미워지면 너만의 가짜를 만들어라. 네가 원하는 그 상상이 진짜다. 네 진심이 깃든 상상으로 이 세상에 복수하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 ......

“짝퉁”으로 치장한 사람들의 “짝퉁 라이프”
단순히 손가락질과 혀를 차며 쳐다볼 일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짝퉁 라이프”가 급기야는 우리의 인간관계까지도 매우 “짝퉁스럽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나의 “짝퉁스런 삶”을 보고 누군가 부러워해주길 바라는 마음.
나의 “짝퉁스런 감정”에 누군가 깜박 속아주길 바라는 마음.
그 “짝퉁스러움”이 이제는 사랑이라는 영역에까지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죠.
주인공 진이는 매일매일 세심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K의 문자를 받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우산을 챙기라는 문자를, 그녀가 입으면 어떤 옷이든 귀여울 거라는 다정한 문자를 보내는 K.
진이는 그 K의 문자에 위로받고 힘을 얻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구질구질한 거라고 말하는 주인공 이진이.
하지만 그녀의 K는,
사실 이동통신사에서 제공하는 가상 애인 문자 서비스였습니다.
사랑에 매번 실패하는 그녀는 누군가를 사랑할 자신을 잃어버렸습니다.
사랑함으로 인해 감당해야 할 감정을 받아들일 자신이 이제는 없었던 거죠. 왠지 옛날과 똑같은 절차를 밟을 것만 같았기에...
그러면서도 결코 타인에겐 사랑 못하는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던 그녀.
사랑을 하는 척, 연애를 하는 척이라도 해야 했던 겁니다.
“..... 난 지속적으로 변함없이 내 곁에 있어 줄 누군가가, 내 존재의 증명이 되어 줄 누군가가 필요했어. 사람들은 같이 있을 땐 얼마든지 척할 수 있어. 척하는 건 쉬우니까. 중요한 건 같이 있지 않을 때야. 나에게는 매일같이 오는 문자가 소중했어. 내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아직 보지 않은 문자 한통을 보면 온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사랑받는 사람과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 혹은 연애를 할 수 있는 사람과 연애를 하지 못하는 사람.
그 “OO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삶이 바로 “짝퉁 라이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들이 일류 브랜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타인이 나를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으로 본다는 “착각”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착각의 늪”이 결국 숱한 “짝퉁 라이프”를 만드는 원인이 되는 셈이죠.
그러나 특별함의 가치라는 건 더 심오하고 더 깊은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말 특별한 사람이 되길 희망한다면 우리는 지금의 열 배, 스무 배는 더 노력해야만 하겠죠.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모든 사람에게 특별할 필요는 절대로 없을 겁니다.(가능한 일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누군가 단 한 사람에게만이라도 온전히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짝퉁”의 오명을 벗고 “명품”의 가치를 획득하게 될 거라 믿습니다.
그런 이유로 당신 삶의 가치,
그 “명품”과 “짝퉁”의 차이가
오늘 하루 당신의 삶 속에서 그대로 나타나길 희망합니다.

* 글을 쓰다 보니, 왠지 책의 내용과 많이 동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이 책에서부터 생각이 시작된 셈이니까요... ^^
  Killing-Time 소설입니다.
  요즘 20대의 삶과 성, 생각에 대한 적나라한 고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20대의 삶이 다 이렇다는 건 아니지만요.
  어쨌든 30대 끄트머리에 있는 저에게 이 세계는 너무나 비현실적일 뿐입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 바로 그거네요...
  책과 관련해서 어쩔 수 없이 요즘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4억 명품녀 김경아"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네요.
  기사를 보면서 이 정도면 정신병 수준이다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문제가 점점 더 시끄러워지네요.
  오늘 아침에는 의사인 전남편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여자 때문에 결국 파산했고 병원도 잃고 현재는 봉직의를 하고 있다면서 그녀 삶이 거짓이 아니라고 하네요.
  참, 세상 무서운 곳입니다.
  이제는 차라리 "짝퉁스러움"의 미덕을 찬양해야할 것 같네요.
  이 정도면 순도 100% 무결점 "짝퉁"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쩝!
  누구 말이 맞든, 틀리든 이런 걸 프로그램이라고 내보낸 케이블 TV도 제 눈에 한심할 뿐입니다.
  짝퉁도 못되는 것들의 진흙탕 싸움이 지저분하게 게속되겠네요.. 끌끌...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0. 9. 06:33
사이코 서스펜스, 미스터리나 수사물에 강한 일본
가끔 생각한다.
그들의 뭔가가 우리와 다른지를...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낙원>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점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3권, 2권씩 만들어 내는 나라,
그것도 각각의 권수 하나도 상당한 분량을 자랑한다.
온다 라쿠의 약각 신비주의적인 소설들도 그렇고......

오기와라 히토시의 <소문>
우연히 지하철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WOM(Word of Mouth:입소문 마케팅)이 모티브인 소설
"WOM의 규칙"
통상적으로 한사람이 일주일에 2.5명에게 입소문을 내게 되면
한 달이면 10만 명이 그 소문을 듣게 된다는...
몇 년 전에 등장한 새로운 마케팅 이론 (엄밀히 말한다면 결코 새로운 이론은 아니지만...)
기존의 TV나 잡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용어
현대는 WOM 마케팅 시대!



신제품 향수 뮈리엘를 홍보하기 위한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제품에 대한 소문을 은근히 슬쩍 퍼뜨린다.
유행에 민감하고 남다를 감각을 가진 특정지역의 여고생이 그 대상자.
"한밤중에 시부야에는 뉴옥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간대!
하지만 뮈리엘을 뿌리면 괜찮대!"
소문의 내용을 이렇다.
그런데 실제로 이 소문과 똑같은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10대의 소녀 3명이 차례로 발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는...
이야기를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된다.
수사를 진행하는 고구레 형사 주변과
향수 마케팅을 기획한 대기업 광고회사 직원 나시자키 중심으로.



희생된 소녀들의 공통된 특징.
그녀들의 방에서는 비슷한 냄새가 감지된다.
향수 뮈리엘의 향.
그녀들의 공통점은
모두 뮈리엘 향수 모니터링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실.
입소문의 근원지를 따라가는 수사의 과정
그리고 의심의 축이 되는 홍보 기획사 컴싸이트 여사장의 은밀함.
이 소설은,
WOM이 일종의 negaitive approach로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일부러 제품이 결점을 드러내 눈길을 끌거나
그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공포심을 조장하는 접근방식
기발한 마케팅 이론의 침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다분히 엽기적이며 때로는 협오감과 불쾌감까지도 남기는 일본의 사이코 서스펜스 소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재미와 충격으로만 읽히지는 소설은 결코 아니다.
사건의 전개와 최후의 기막힌 반전까지
스토리의 짜임새는 마지막 한 장까지 긴장감을 품게 한다.
"죽이고, 추적하고, 찾아내고, 해결하고.... 혹은 반전의 한마디를 남기고..."
일반적인 서스펜스의 구조를 아주 충실히 따라가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독특한 재미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마케팅 이론의 기막힌 적용까지...
어떻게 소설 속에 WOM과 negaive approach를 연결시킬 생각을 했을까?
그 접근이 무척 신선하고 참신하게 느껴진다.
한마디로 "기나오싹" 한 이야기 ^^

* 기나오싹 : 기분 나쁘고 게다가 오싹하다는 뜻으로 이 책에서 형사의 딸 나쓰미가 스스로 만들어서 사용했던 단어.
                 이야기 결말에서 반전의 단어로 쓰이는 결정적 한 마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