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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15 Turkey - 아야 소피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1. 15. 08:30

노트르담 대성당보다 무려 700년이나 먼저 지어진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 아야 소피아.

실제 이곳 내부에 노트르담 대성당이 통째로 들어앉을 수 있을 정도라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보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가늠이 안 될 정도다.

바닥에서 천정까지가 무려 55미터고

황금색 돔에 마흔 개의 서까래, 마흔 개의 아치형 창문을 가진 이곳은

내랑과 외랑 이중의 배랑 구조로 되어 있다.

신의 영역과 인간과의 거리를 단절시키겠다는 경건함의 의미였을까?

커다란 청동문을 모두 닫아버리면 실제로 이곳은 완벽하게 고립된 신의 세계가 될 것 같다.

실내 공간을 묘하게 중앙에 집중시켜 실제보다 훨신 더 넓어 보이게 만든 착시현상.

그 비밀을 알면서도 2년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규모가 주는 압박감때문에 저절로 위축이 됐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곳곳이 보수 중이라서 원래의 그 규모를 명확히 알기는 솔직히 힘들다.

(이곳뿐만 아니라 이스탄불은 지금 현재 보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불과 2년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2년이란 시간이 참 짧다고 생각했는데 변화 앞에선 참 긴 시간이구나 깨달았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아야 소피아의 상들리에.

천장에서부터 내려온 줄에 매달려있는 상들리에를 보고 있으면

위태로움과 평화과 함께 느껴진다.

그리고 성모마리아상 옆에 있는 거대한 두 개의 동판.

암호에 가까운 이 문자는 마호메트와 알라의 이름을 아라비아어로 써놓은 것이란다.

그림에 가까운 이 문자를 앞에 두고 느껴야 하는 막막함은

두번째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감소되지 않았다.

읽을 수 없는 문자앞에선 어떠한 상상력도 감히 발동되지가 않는다.

암호같은 문자를 품고 싶다는 열망이 햇빛처럼 쏟아질 뿐...

 

 

아야 소피아의 모자이크화들.

여행을 계획하면서 망원렌즈를 굳이 구입했던 이유는 이 모자이크화들 때문이었다.

커다란 그림을 하나하나 채우는 섬세한 큐빅 조각들을 어떻게든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기독교 성당에서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면서 훼손된 시간의 조각들도 조금 읽어보고 싶었다.

회칠로 덮어져야만 했던 비밀의 시간들을 어떻게 견디고 버텨왔는지 이해하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그림 앞에서의 현실은

난독증으로 괴로워하는 한 인간의 무지뿐이었다.

이곳을 몇 번쯤 더 와야 이 비밀의 끝자락이 열리게 될까?

결국 2층 회랑 한쪽에 있는 단돌로의 무덤 (Henricus Dandolo)에 애궃은 하소연만 해버렸다.

 

신의 모습을 어떻게든 이미지로 그려내려했던 기독교와

인간이 감히 어떻게 신의 모습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이슬람 문화의 교차는

이 넓은 아야 소피아에 특징적인 흔적들을 곳곳에 남겼다.

신을 감히 표현하지 못하고 신이 창조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글자와 기하학 패턴으로 표현한 이슬람의 흔적을 보면서

어쩌면 이들이 더 경외심 가득한 종교에 몰입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2층 갤러리와 돔에 숨어있는 모자이크들과 그림들을 보면서 카메라 셔터를 쉬지 않았던 건

최대한 기억해서 오래오래 각인시키고 싶어서였다.

특별한 조명 없이도 아치형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빛만으로도 빛나는 저 작은 조각들은

하나하나가 다 들숨과 날숨을 쉬는 생명체였다.

어쩌면 인간이 오랫동안 꿈꿔온 불사(不死)의 삶이 여기, 이곳에 담겨져있는 건 아닐까?

저 작은 조각마다 그 수만큼의 인간이 기록되어 있는것 같아 가슴 속이 뻐근했다.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나는 그걸 내내 읽고내고 싶었다.

어쩌면 내가 하나의 큐빅 조각이 되어 그곳에 박혀있고 싶었는지도...

 

아야 소피아.

그 자체가 하나의 위대하고 완벽한 경전인 곳.

나도 모르게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고 무릎이 꺾이는 곳.

그래서 누구라도 아야 소피아에 들어가면

자신만의 신과 대면할 수 있다.

그러니 부끄러움없이 기꺼이 마주볼 수 있기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