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1.04 2010년 책읽기
  2. 2009.12.31 <스페인 너는 자유다> - 손미나
  3. 2009.09.24 별 걸 다 하는 남자, 배용준 2
그냥 끄적 끄적...2011. 1. 4. 06:34
목표했던 건 아닌데 2010년 한 해 동안 182권의 책을 읽었다.
몇 가지 일을 안했더니(나름대로 안식년이었다)
책을 읽을 여유가 한결 많아져서 다른 해보다 30~40 권 정도 더 읽었던 것 같다.
꼭 몇 권을 읽어야지 작정했던 건 아닌데
적어도 한 달에 10권 이상은 읽자고 했는데 다행이다 싶다.
물론 허접한 책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던 책들이 훨씬 많아서
개인적으로 풍성하고 따뜻했다.
아마도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순간이
바로 뭔가를 눈으로 읽고 있을 때인 것 같다.
힘들 때나, 화가 날 때, 그리고 위로가 필요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생각은
혼자 조용히 방에 담겨 책장을 넘기면 좋겠다는 거다
어쩌면 책 속으로 숨고 싶은 자폐적인 속성의 발동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주절주절 떠드는 수다를
이제는 조금 줄여봐야겠다.
그 첫 느낌만 간단히 기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계속 이렇게 수다를 떨다가는 자페적 속성이 더 깊어질 것만 같아서...
어쨌든 책은 나를 이곳과 저곳으로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다리다.
그리고 이 곳도...
이 모든 수다를 감당하느라 두 개의 다리가 꽤나 고단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사람들에겐 자기만의 숨구멍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로 숨어 위로받을까?
다른 사람의 자폐적인 위로의 대상이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이제 다시 책 속으로
돌.아.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2. 31. 06:23
<태양의 여행자>였지.
2008년 그녀가 발표한 일본 여행기가
처음 읽은 아나운서 손미나의 책이었다.
다신 책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바람을 했었다.
그 책에는,
글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거의 치명적일 정도로...
그런 책이 출판될 수 있었던 건 분명 연예인 프리미엄의 일종이었을거라고
씁쓸해했던 기억이...



그래서 그녀의 다른 책을 일부러 읽지 않게 된건지도...
딱히 읽을거리가 없어서 손에 든 책이다.
<태양의 여행자>보다 2년 전에 나온 그녀의 첫번째 여행집
<스페인 너는 자유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라이 2년 뒤엔 왜 그런 황당한 책을 부끄러움없이 출판했을까
오히려 지금은 더 혼란스럽다.
절실함의 차이었을까???
문득 다시 궁금해졌다.
그리고 1년 뒤 나온 그녀의 최근작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는 어떨지...



스페인을 지나 일본을 거쳐 아르헨티나로의 여행.
어쩐지 그녀의 여행은 지극히 미식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어쩌면 아껴먹는 비상식량 같은 건지도 모르겠다.
지치고 힘들고 절망적일 때
그 어떤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고 치료되지 못한 마음으로 정신이 무너질 때
기억 속 음식 하나로 우리는 다시 힘을 얻기도 하고
필요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여행도 그런거 아닐까?
죽을 것 같은 마음을 안고 떠나서
다시 살 수 있는 마음으로 되돌아 오게 하는 것.
아마도 지금 그녀의 그 과정 속을 통과하는 중인 것 같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도시
내가 꼭 가보고 싶어하는 그 곳
마드리드 에스빠냐 광장.
그녀가 그 시간 동안 누렸던 건 안식과 평온이었다.
누구라도 부러워할 아나운서라는 직업
시간을 다투는 삶에 그녀는 목까지 숨이 차왔으리라.
살기 위해, 그리고 자신에게 최선이 되기위해 떠난 여행
그곳에서 그녀는 또 다른 기회의 시간을 갖는다.
살면서 내게도 이런 평온의 안식년이 찾아온다면 하는 바램.
나는 떠나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내게도 혹 올지 모를 안식년에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내 자신에게 절박한 질문을 해본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9. 24. 05:49
초특급 한류스타 배용준이 책을 냈단다.
이 책을 만드느라 무려 10kg이나 살이 빠지고
극도의 피곤으로 인한 폐혈증 증세로 입원하는 사건 사고(?)까지 일어났다.
책 가격은...... 좀..... 비싸다. (18,000 원)
9월 22일 초판으로 4판을 찍어냈는데 벌써 바닥이 났다는 소문이다.
각 서점마다 책을 보유하기 위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
조만간 베스트셀러 1위를, 그것도 가장 빠른 속도로 갈아엎을 태세다.
1년간 이 책을 만들기 위해 모든 걸 다 멈췄다는 배용준,
"연예인 프리미엄"
그걸 너무 일찍, 거대하게, 본격적으로 느끼게 될까봐 사실 나는 조금 두렵다.



프롤로그


머물다
가정식
김치
한복과 살림살이

떠나다
옻칠
템플스테이

도자기

버리다
황룡사지, 미륵사지

사색하다
한글과 세종대왕
경복궁과 천상열차분야지도
국립중앙박물관

돌아오다
술과 풍류
한옥

다시 떠나다
풍경

추천사
전용복 이와야마칠예미술관장
길상사 정림스님
이효재 한복 디자이너

에필로그

루트
서울특별시
경상북도
경기도, 강원도
전라남도





"한국 여행에세이를 펴내며 다양한 한국문화를 체험한 배용준"
어느 기사에서 봤던 메인 글이다.
한국문화를 체험했다는 표현이 어쩐지 그를 이국(異國)의 사람으로 느껴지게 한다.
연예인은, 아니 배용준처럼 초특급 연예인이라면
분명 우리 눈엔 이국적으로 보이긴 하리라.



훌륭한 우리의 문화를 찾아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배우 배용준이 아니라 여전히 외롭고 또 그리운 것을 찾고 싶은 한 인간으로서 다시 서고 싶은 심정이었다.
                                                                  -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서문에서


지난 1년여 동안 전국을 찾아다니며  직접 사진을 찍고,
직접 장인들을 만나 전통문화를 공부하고 배우면서 이 책을 만들었단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들을 단백하고 적어놓았다고 말한다. 
아마도 사진에 대해서는 꽤 괜찮을 거란 생각을 한다.
카메라 앵글과 빛의 효과에 대해 그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기에...
아직 읽어보지 않아 그의 글에 대해서는 말 할 수 없지만
아마도 그는 지난 1년을 자신에게 안식년으로 선물했던 모양이다.
그랬다면 글 속에 그의 절절함이 어느 정도는 묻어나지 않았을가 싶다.
그러나 내가 직접 내 돈을 내고 사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서점에선 비닐 포장이 된 상태로 판매할테고
견본으로 개봉한 책도 아마 지금쯤은 너덜거리고 있지 않을까?
혹 어딘가 이미 찢겨진 부분도 상당히 있으리라...



배우로써 그는 이미 많은 걸 얻은 사람이고
앞으로 더 많은 걸 얻게 될 사람이다.
일본에 사는 친언니의 말이 생각난다.
일본에서 배용준 인기가 어느 정도냐 하면,
배용준이랑 커다란 페리호로 여행하는 상품이 있다면 아마 몇 분 안에 그 상품은 다 팔릴거고
그래서 같이 떠난 바다 여행에서 배용준이 "뛰어!"라고 한마디 하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페리호 탑승객 전원이 바다를 향해 뛰어내릴거라고...
그때는 웃으면서 들었었는데 생각할 수록 무서운 이야기다.
배용준이라는 한류스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는 이미 "힘(power)"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그냥,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
쉴 곳이 필요했겠구나 하는 생각......
사각의 카메라 앵글로 잠시 달아난 이 사람이 지금은 아프게 측은하다.
그는 정말 "여행자"가 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도망자"가 되고 싶었던 걸까?

출판 기념회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이
사각의 앵글 속에서 왠지 위태롭게 느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