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2. 16. 08:02

 

 

<터미널>

일시 : 2015.11.25. ~ 2016.01.10.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극작 : 창작집단 독(讀)

무대 : 김종석

연출 : 전인철

출연 : 정수영, 이석준, 권귀빈, 박기덕, 구도균, 서정연, 김주완, 안혜경,

제작 : LG아트센터

 

이 작품을 나는 "소외"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해했다.

함께 있어도, 함께 있지 않아도 소외되고 외면되고 홀로인 사람들.

그건 타자에 의한 떠밀림이기도 하지만

자발적인 선택하기도 한다.

섞이지 못하는 사람들과 섞이지 않으려는 사람들.

그 모호한 경계가 팽팽하다.

아픔도 슬픔도 아니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

"터미널"이라는 공간이 나를 그렇게 기묘하게 만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과거와 미래의 공간까지 현실로 느끼게 했고

연기가 아닌 지금 현재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4편의 작품 모두 다 어쩜 그렇게 다른 이유로 짠하던지...

보면서 생각했다.

다시 볼 수 없겠구나...

11월 26일 첫관람의 막막함과 두려움이 두번째 관람에서 더 깊어졌다.

객석 여기 저기에서 호탕한(?) 웃음이 튀어 나왔지만

나는 이상하게 조금도 웃기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숨통을 조이고는 것만 같았다.

 

망각이 진화를 결정한다 - 고재귀 作

펭귄 - 조정일 作

Love so sweet - 김태형 作

내가 이미 너였을때 - 박춘근 作

 

박복(薄福)한 삶.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이 이상을 넘어설수는 없는걸까?

Love는 so sweet 하지 않고

과거의 재난은 delet 버튼으로 지워야하는 불쾌함이 되버리고

여기서든, 저기서든 멸종되는 펭귄처럼 혼자 서있고.

삶이라는거, 생이라는거

두루두루 참 별 볼 일 없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급전직하로 추락한다.

 

목적지가 정해져 있어도 인간은 망설인다.

이게 최선이 아니면 어쩌나 싶어서...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최선이늘 최선이 아니더라.

누군가 그랬다.

당신은 당신의 시간이 아직도 환하다고 생각하는가!

 

진짜 삶은 늘 부재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2. 1. 08:10

 

 

<터미널>

 

일시 : 2015.11.25. ~ 2016.01.10.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극작 : 창작집단 독(讀)

무대 : 김종석

연출 : 전인철

출연 : 권귀분, 정수영, 구도균, 우현주, 김태근, 김태훈, 김주완, 안혜경, 이창훈, 정재은

제작 : LG아트센터

 

창작집단 독(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극작과 출신 작가들의 모임이다.

2013년 프레젝트박스 Seeya에서 이들이<터미널>이란 제목으로 9 편의 옴니버스 연극을 올렸었다.

그때 입소문이 워낙 자자해서 보고 싶어했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학로에서 이 작품이 올라온단다.

2013년 작품 중 완성도가 높았던 3편(소, 전하지 못한 인사, 러브 소 스윗)의 에피소드와

새롭게 선보이는 6편의 에피소드들과 함께.

게다가 내가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극단 맨씨어터와의 협업이라니 이 얼마나 좋은가!

9편의 에피소드가 하루에 다 올려지는게 아니라

중복되지 않게 조정하는게 쉽지 않지만 일단 다섯 편의 에피소드를 확인했다.

 

내가 이미 너였을때 - 박춘근 作

거짓말 - 김현우 作

소 - 천정완 作

망각이 진화를 결정한다 - 고재귀 作

가족여행 - 조인숙 作

 

첫관람에서 만난 다섯 편의 에피소드는

작품 자체가 너무 좋았고,

출연 배우들은 그보다 더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는 그보다 더 더 더 좋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에피소드는 <소(牛)>와 <망각이 진화를 결정한다>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에피소드 <소(牛)>는 비참했고

<망각이 진화를 결정한다>는 잔인했다.

돼지처럼 먹고, 개처럼 자고, 소처럼 일하다 소가 되버린 아버지.

그리고 소가 된 아버지를 팔아 그 돈을 사이좋게 나눈 둘째 아들과 막내딸.

그 둘은 서서히 소로 변해가는 장남이 소가 되는 날 다시 만나기로 한다.

"늬들이 아무리 지랄발광을 해도 늬들도 결국은 소가 된다!".

아니라고 부정할 수가 없어서 비참했다.

 

pure human, less than half cyborg, more than half cyborg.

100년 후의 미래가 에피소드 <망각이 진화를 결정한다>의 같다면,

비극일까? 희극일까?

그렇다면 나는 어떤 인간의 유형이길 원할까?

기억메모리칩으로 타인의 기억을 경험하고

유한한 장기를 티타늄 장기로 교환하고

간직하고 싶지 않은 기억 따윈 델리트키로 삭제해서 클린화시키고...

망각이 무서운건,

그 자체가 이미 너무 크고 완강한 욕망이기 때문이다.

그냥 모든 순간과 장면이 잔인하고 끔찍했다.

그게 미래의 모습이 아니라 지금의 모습인것만 같아서 무서웠다.

 

가볍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하나 같이 묵직하다.

누군가의 평처럼 "짧고 굵다"라는 표현이 적합한 적품이다.

웃고 있지만 웃는게 아니고.

슬프지만 울 수가 없더라.

머리속에 다섯 편의 이야기가 그대로 대롱대롱 걸려버렸다.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무시할 수도 없다.

결국 오도 가도 못하고 

그대로 "터미널"에 발이 묶여 버렸다.

 

어디로 가야 하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