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7. 2. 09:48

<여신님이 보고계셔>

일시 : 2014.04.26. ~ 2014.07.2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대본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연출 : 박소영

출연 : 김종구, 정문성, 조형균 (한영범)

        신성민, 려욱, 이재균, 전성우 (류순호)

        진선규, 최대훈 (이창섭) / 안재영, 정순원 (신석구)

        주민진, 문성일 (변주화) / 윤석현, 백형훈 (조동현)

        이지숙, 손미영 (여신) 

제작 : is ENT 연우무대 

 

4월 26일에 프리뷰 첫공을 보고 무려 2달 만에 다시 보게 된 <여보셔>

그리고 초연의 아름다운 순호 전성우를 비롯해서 딱 내가 원했던 캐스팅.

(여기에 여신님까지 "이지숙"이었다면 완벽했을텐데 아쉽다)

프리뷰를 보면서는 초연배우들이 많이 그리웠는데

이날은 배우들의 합이 미칠 정도로 좋아서 초연이 전혀 그립지 않더라.

무대 위에서 완벽한 신뢰감과 소통을 나누는 배우들을 보니 샘이 날 정도였다.

정문성과 진선규는 참 귀신같이 극 전체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더라.

게다가 전성우의 "악몽에게 빌어"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그야말로 진정한 넘사벽이었고!

 

까르르 웃다가 어느 순간 감정에 복받쳐 가슴을 쓸며 눈물을 흘리게 되고

그러나 나도 모르게 또 어깨를 들썩이고...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중요하고 확실한 건,

이 작품은... 정말 잘 만들어진,

착하고, 이쁘고,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한 편의 동화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전성우란 배우는,

아직 어리지만 참 단단하고 야무진 배우라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전성우 순호로 인해 객석의 몰입도와 깊이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냥 하나의 완전체를 보는 느낌!

전성우 순호가 있는 <여보셔>와 없는 <여보셔>는 확실히 다르다.

그가 풀어내는 순호의 감정은... 글쎄...

"홀림"이었다고 해두자!

개인적으론 이 녀석이 빨리 군대를 다녀왔으면 좋겠다.

군대를 마친 이후 배우로서 거칠것 없이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어떤 모습일까?

이 녀석이 되어질 모습은?

그 과정도 결과도 다 궁금하다.

  

드디어 이날 처음으로 조동혁 에피소드에 감정이 동화됐다

초연때부터 내내 존재감이 너무 없어서

순서를 앞으로 빼는게 차라리 좋겠다고까지 생각햤던 장면이었는데

배우들이 무대에서 주고 받는 대사와, 행동,, 눈빛을 보노라니 아주 자연스럽게 뭉클함으로 이어지더라.

그리고 프리뷰와 달라진 이 장면은 정말 조용히 강했다.

남한 정찰기 소리에 놀라 트라우마에 빠진 순호에게 손을 뻗는 한영범.

이어지는 대사가 너무 아름답고 다정해서 울컥했다.

"괜찮아, 형이랑 같이 가자!"

 

과장된 연기도 없었고,

돋보이려고 애쓰는 모습도 없었고,

무대를 불태우겠다는 부담스런 투지도 없었다,

모든 배우들이 오로지 진심이었다.

덕분에 맘껏 즐거웠고, 진심으로 따뜻했고, 아름답게 감동받았다.

심지어 난 이 여섯명이 부럽기까지 하다.

어찌됐든 그들은 자신만의 여신님을 만났으니까.

순호처럼 나도 해맑게 묻고 싶다.

"여신님! 나 보여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24. 08:30

<여신님이 보고계셔>

일시 : 2013.05.03. ~ 2013.08.25.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대본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연출 : 박소영

제작 : 극단 연우무대

출연 : 최호중, 김종구, 이준혁 (한영범) / 박해수, 임철수 (이창섭)

        정원영, 박정원, 윤소호 (류순호) / 강정우, 문상현 (조동현)

        최성원, 안재영 (신석구) / 김남호, 주민진 (변주화)

        이지숙 (여신님)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된 건 순전히 "박햬수" 때문이다.

예그린 페스티벌 동영상에서 박햬수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장직 본공연에서는 참여하지 않아 사실 서운했었다.

내심 최호중, 전성우, 박해수 캐스팅을 바랬건만

전성우가 <쓰릴미>로 넘어가느라(?) 내 로망은 깨지고 말았다.

워낙에 작품 자체가 탄탄해서 누가 하든 입소문은 계속 될테지만

개인적인 희망사항은 단지 희망사항으로만 남겨둬야 할 것 같다.

(또 모르지! 언젠가 이 조합으로 공연되는 날이 올지도...)

지난 1월 공연때와 무대와 음악이 또 달라졌다.

충무아트홀 무대는 배우들이 몸을 가렸던 구조물이 바닥에서 천정까지 이어지는 철구조물이라서

아무래도 무인도 느낌이 덜했었고

객석과의 거리도 너무 가까워 여신의 동선이 좀 애매해져 버렸었다.

이번 무대는 난파된 배가 너무 조잡하게 보여진 걸 빼면 전체적으로 훨씬 좋았다.

아무것도 없는, 마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공간처럼 보여져서...

음악은 라이브가 아닌 것 좀 아쉽지만

플롯과 듀바, 첼로가 추가되면서 더 클래식하고 예뼈졌다.

그래선지 "꿈나무 위에"와 "꿈결에 실어"는 훨씬 더 동화적이고 순수하게 다가온다.

대신 "누구를 위해"나 "악몽에게 빌어"는 좀 약해져버렸다.

특히 "악몽에게 빌어"는 예전만큼의 섬득한 공포가 느껴지지 않는다.

조명도 조금 밋밋해진 것 같고...

개인적으로 이 넘버는 전성우가 제일 잘 표현한 것 같다.

소년의 간절한 순수와 전쟁이라는 극한의 공포가 부딫치는 모습을  

전성우만큼 잘 표현한 순호는 아마 당분간 없지 않을까 싶다.

(살짝 전성우에 대한 향수에 젖었다.)

정원영의 순호는 뭐랄까?

억지로 꾸며진 소년 같아서 사실 낮설었다.

 

박해수 이창섭은 예상대로 쎘다.

내가 바랐던 이창섭 느낌 그대로다.

북한사투리도 임철수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이렇게 쎈 사람이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면 그게 또 그렇게 재미있고 인상적일 수 없다.

표정이 극과 극을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좋았고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넘버소화력도

현실감 가득했던 그의 연기도 아주 좋았다.

윤소호 순호가 그랬던가!

박해수 이창섭은 연습하면서도 너무 무서웠다고.

어떤 느낌이었을지 이해하겠다.

박해수 이청섭,

보길 참 잘했다.

살짝 기대했던 김종구 한영범은

이준혁보다 딕션은 안 좋았지만 연기는 안정적이었다.

그래도 역시 한영범은 최호중.

노래도, 연기도, 능청도 최호중 한영범이 최고다.

 

이번 공연에서는 여신님의 활약(?)이 훨씬 더 부각된것 같아 좋았다.

에피소드도 조금씩 깊어졌고

각각의 에피소드에 관여하는 여신님의 그림자도 더 진해졌다.

그것도 아주 비밀스럽고 은근하게...

배우 이지숙의 목소리는 꿈결같이 예뻤다.

"꿈결에 실어"를 부를 때의 목소리는 정말 여신의 그것과 같다.

"보여주세요"는 아주 다정하면서도 강렬하다.

자신만의 목소리 장점을 잘 이용하는 배우같다.

그녀때문에 이 작품이 조금 더 특별해졌다.

그녀에게도 아마 그렇치 않을까?

 

어쩌면 이 작품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맑은 평온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자신만의 여신!

이제 당신 마음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라고.

그러면 여전히 살아계신 자신만의 여신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

이 작품은 내게 계속 귓속말을 남긴다.

"여신님은 살아 계시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2. 11. 08:59

<유럽 블로그>

일시 : 2013.02.01. ~ 2013.05.31.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대본 : 정민아

작곡 : 이진욱

안무 ; 정헌재

연출 : 이재준

출연 : 김수로, 채동현 (종일) / 김재범, 성두섭 (동욱)

        조강현, 이규형 (석호)

제작 : 극단 연우무대, CJ E&M

 

김수로프로젝트가 드디어 다섯번째 작품을 선보였다.

창작 음악극 <유럽 블로그>

배우 김수로!

공연계로의 외출이 그저 잠깐의 외유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꽤 뚝심있게, 그리고 상당한 자존심과 의지를 가지고 작품을 올리고 있다.

사실 좀 많이 놀라고 있는 중이다.

연극계의 전체 판도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의 등장으로 공연예술의 일부분이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객 입장에서도, 배우나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다른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김수로프로젝트와 함께 하는 배우와 스텝들은 적어도 불합리하고 비참한 대우를 받진 않을 것 같고

관객들도 개념없이 쏟아대는 저질의 유머에 당황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 "김수로프로젝트"는 내겐 일종의 'win-win project"처럼 느껴진다.

프레스콜 무대에서 김수로가 그랬단다.

"5년, 10년 후에 김수로 프로젝트라는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이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그동안 몰랐었는데 김수로라는 배우!

정말 폼나게,

아주 제대로 멋지다!

 

<인다아 블로그>를 만든 연우무대에서 만든 블로그 연작 그 두번째 이야기.

인도가 배낭 여행의 끝이라면 유럽은 배낭 여행의 시작이란다.

(인도... 가고 싶다... 근데 무섭다... 유럽... 인도보다는 덜 무섭다...가고 싶다... 아니 꼭 갈거다!)

경력과 이력을 무시할 수 없는게,

배우들이 실제로 유럽 3개국 8개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찍어온 영상은

<인디아 블로그>의 어설픈 영상들보다는 훨씬 깔끔하고 아름답다.

중간중간 무대 위에서 실제로 보여지는 장면과

영상으로 보여지는 장면들이 오버랩시킨 연출은 돋보인다.

생동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있다면

무대 한가운데 라이브 밴드가 자리하고 있어서

고생하며 찍어온 영상이 조금씩 가려진다는 거다.

밴드의 위치가 좌, 우 사이드 쪽으로 이동했더라면 그야말로 워너비의 심정으로 봤을텐데...

(우리는 이렇게 라이브로 연주한다! 라고 꼭 내세우고 싶었던걸까!)

 

유럽에서 여행작가로 장기체류중인 형 종일(채동현)과

형이 첫 배낭여행지에서 보낸 사진 엽서 속 장소를 찾아가기 위해 짐을 꾸린 동생 동욱(김재범).

파리지앵과 바람난 여친 단비를 찾기 위해 무작정 유럽으로 날아온 찌질남 석호(조강현).

세 남자의 좌충우돌 유럽 여행기라...

재미있다.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기도 하고,

때로는 세 남자의 원초적인 발랄함에 덩달아 기분이 업된다.

보면서 내내 느낀건데

이 작품은 줄거리나 내용보다는 배우의 역량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작품 같다.

줄거리로만 말하자면 사실 평범하고 진부한 쪽에 가깝다.

시작부터 동욱이라는 캐릭터에 건강상 문제가 있구나 감이 딱 오는 것도 그렇고...

설마 퍽하면 나오는 시한부인생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난 정말 실망할지도 모르는데...

걱정하면서 봤는데 망막세포변성증이란다.

시한부 인생보다야 덜 당혹스럽지만 이 설정 자체도 참 극적인 연출이다.

이 당혹감이 신라면을 먹은 듯한 얼큰함으로 속풀이 된 건

순전히 채동현, 김재범, 조강현 이 세 배우 때문이었다.

  

프리뷰 공연인데도

마치 오랫동안 공연해온 사람들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합이 잘 맞던 세 배우.

특히 채동현 배우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눈도장 정말 제대로 찍었다.

연기도, 노래도, 딕션과 목소리톤, 전체적인 느낌도 작품과 너무 잘 어울렸다.

스토리텔러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듯.

창작 음악극 <유럽 블로그>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단연 채동현 배우가 아닐까!

내겐 신선한 충격이자 일종의 보물찾기였다.

이 작품을 재관람을 하게 된다면 순전히 채동현 배우 때문일거다.

그리고 앞으로도 채동현배우가 출연하는 작품들은 일부러라도 챙겨보게 될 것 같다.

이 멋진 배우의 발견으로

<유럽 블로그>는 실제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즐거운 여행이 됐다.

적어도 내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7. 06:07

<그리고 또 하루>

 

부제 : 혹시, 빛고래를 본 적 있어요?

일시 : 202.04.25. ~ 2012.04.29.

장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춮연 : 남명렬, 이지현, 이화룡, 이지현

극작 : 최명숙

연출 ; 안경모

제작 : 극단 연우무대

주최 : 서울연극협회

 

오랫만에 연극배우 남명렬을 무대에서 만났다.

지난 1년 동안 그는 개인적으로 작품을 좀 쉬었다고 했다.

여러 의미로 이 작품이 쌍방간의 숨통인 샘인다.

물론 이 작품 전에 아주 짧게 두어 작품이 공연되긴 했지만 나는 보지 못했기에 숨을 수지 못했다.

물리적인 시간의 흐름 끝에 만난 작품은 긴 공백의 여운을 성실히, 그리고 차곡차곡 채워 졌다.

무인도에 갇힌 한 쌍의 남녀.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분신같은 또 다른 한 쌍의 노인과 소녀.

노인은 마치 자신의 자서전을 퇴고하듯 천천히 길고 긴 양피지의 글자를 읽는다.

양피지는 흘러넘쳐 남자와 여자가 떠 있는 섬의 바다와 닫아있다.

작품은 특이했고 등장하는 네 배우들의 연기는 미안할만큼 성실하고 진실했다.

저 사람들에게 저 말도 안되는 환경을 현실로 공감하면서

그 시간들을 몰래 들여다보는 행운을 오랫만에 누렸다.

나른하고, 몽환적이고, 그리고 실존적인 시간이 흐르는 곳, 흐르는 날들의 이야기.

"그렇게 또 하루가 갔다"

문득문득 그 시간들을 손으로 꼽는 나는 발견한다.

 

꾸준히 성실한 극단 연우무대의 60번째 정기공연작 <그리고 또 하루>

이 작품은 2012년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이기도 하다.

난해한 작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고 편안한 작품도 아니다.

이 작품은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며,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다.

그리고 꿈과 현실의 이야기며, 벗어남과 머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다 결국 모든 게 합쳐져서 바다로 나아간다.

남명렬의 목소리와 연기는 바다처럼 아득하고 잔잔했고

작은 이지현의 목소리는 그 바다 위로 떨어지는 햇빛처럼 찬란하고 명쾌했다.

이화룡과 또 다른 이지현은 남녀는 바다 위의 날씨처럼 때로는 광폭하고 때로는 처연하고 또 때로는 무심했다.

배우 오화룡은 이 작품에서 처음 봤는데 놀랐다.

따뜻하고 듣기 좋은 음성을 지녔다.

적어도 이 작품 속에서 그의 연기는 적절했고 성실했다.

작품을 이해하고 배역을 사랑하는 사람이 갖는 깊이와 눈빛이 아름답다웠다.

눈과 몸짓이 맑다.

맑은 눈과 맑은 몸의 언어를 가진 배우의 이력은 아마도 수월하지 않을 것이다.

막막한 걱정과 안도가 무인도처럼 저기 저만큼에서 외따로 떠있다.

피아노 소리.

이게 없었다면 아마도 이 작품은 조금 더 힘든 작품이 됐을지도 모르겠다.

나이 든 남자가 그녀와 비슷한 여자를 보고 말을 거는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면

작품은 전체적으로 참 좋았다.

좋은 배우들의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그래서 짧은 공연기간이 아쉬움으로 남는 그런 작품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