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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10 뮤지컬 <La Cage> - 2012.09.03. PM 8:00 LG아트센터
보고 끄적 끄적...2012. 9. 10. 08:24

<라카지>

 

원제 : La Cage Aux Folles

일시 : 2012.07.04. ~ 2012.09.04.

장소 : LG아트센터

연출, 각색 : 이지나

음악감독 : 장소영, 김은영

출연 : 정성화, 김다현 (앨빈) / 남경주, 고영빈 (조지)

        이동하, 이창민, 이민호 (장미셀)

        천호진, 윤승원 (에두아르 딩동)

        전수경, 도정주 (마담 딩동)

        김호영, 이지송 (자코브)

        유나영 (자클린) / 임천석 (프란시스)



김다현이 <라카지>를 두고 자신의 두번째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고 했단다.

(첫번째 터닝 포인트는 <헤드윅>이었다고...)

일단 겉모습만 봐도 비주얼상으로는 정성화보다 김다현의 완승이다.

아기 아빠라는데 어쩜 그렇게 곱고 이쁜지...

정성화가 몸집 두툭한 약간은 수다스런 아줌마 모습이라면

김다현은 세련미 철철 넘치는 소위 말하는 청담동 사모님 분위기다.

라카지걸들의 군무도 눈에 아른거리고 또 김다현이 이 작품에 갖는 애뜻함도 남달라 다시 한 번 관람했다.

게다가 이번 관람은 마담 딩동 전수경만 빼고는 지난번과 완전히 다른 캐스팅이라 다른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김다현 앨빈이 정성화 앨빈보다 여러가지로 훨씬 좋았다.

1막 마지막 노래 "I'm what I'm"도 훨씬 더 애절하고 안스러웠다.

2막 "The best times"도 더 괜찮았고...

사실 좀 놀랐다.

김다현이 이렇게 연기를 잘 했던가 하고...

조지에겐 참 사랑스러운 아내였고

장미셀에겐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한, 아들에게 한없이 인내하고 지켜주는 엄마였다.

김다현의 앨빈은 천상 딱 여자였다.

아름다운 여자가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니

저절로 무장해제가 된다.

아름답다. 이 여자!

(이건 정성화 앨빈에게서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

 

고영빈 조지는 지금껏 내가 본 그의 작품 중 가장 편하게 관람했던 작품이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영빈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매번 어떤 강박증같은 게 느껴졌었는데

<라카지>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춤추는 모습도 편안해보였고

김다현 앨빈과 대사를 하는 장면도 편안해보였다.

아마도 고영빈에게도 이 작품이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륜이라는 건 확실히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남경주같은 능청스러움과 단단함을 느끼기엔 아직 부족했다.

(뭐 아버지 역할을 하기엔 고영빈이 좀 애매한 나이이긴 하다)

그래도 고영빈의 편안함을 봤다는 게 어딘가!

앞으로 고영빈이라는 배우가 좀 대담(?)해지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김다현만큼 기대를 많이 했던 김호영 자코브!

개인적으로 <라카지> 초연은 참 의외의 결과를 내게 안겨줬다.

자코브는 누가 봐도 딱 김호영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배역인데

이게 또 나는 이지송의 훨씬 더 재미있고 특색있고 좋았다.

아마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배우에 대한 놀라움도 있었겠지만

이런 류의 김호영 연기 대한 일종의 식상함일 수도 있겠다.

(그도안 김호영이 이런 류를 좀 많이, 그것도 하나같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하긴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아름다운 청년이 빨리 군대를 다녀왔음 좋겠다.

 

이동하 장미셀은 무난했고,

(철없는 스무살 청년의 모습은 이창민이 더 어울리긴 했지만)

딩동 부부는 좀 위태위해했다.

아무래도 전수경은 점점 뮤지컬 배우의 색깔이 모호해지는 느낌이다.

이번 관람에서 기억나는 거라고는 말춤밖에 없으니....

대사나 연기는 나쁘지 않은데 노래가 이상할만큼 불안정히다.

목 상태가 심각한건가????

 

그래도 역시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라카지걸들이다!

발에 역기를 매달고 춤을 추는 기분이라고 했던가!

엄청난 에너지 소모일텐데 다들 대단하다.

특히나 1막 후반부 라카지걸들의 쇼는 정말 환상 그 자체다.

노래없이 10여분간 춤으로만 이뤄지는 이 장면은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도 나온다.

앨빈의 노래에서 이어지는 장면.

메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떠올리게 블랙 스완의 그로테스크한 춤은

무희(?)들의 섬득한 표정과 함께 괴기스런 춤동작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기다 현란한 캉캉춤은 또 어떻고...

사실 <라카지>를 다시 관람한 이유의 90% 정도는 이들 라카지걸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존경스러울 정도다.

이들의 모습이 사실은 앨빈의 모습보다 더 비애스러웠다.

그래도 앨빈은 남편도 있고, 아들도 있고, 그리고 드랙퀸이라는 명성도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라카지>를 앨빈의 이야기가 아닌 라카지걸들, 그들의 이야기로 이해하고 기억하려고 한다.

막공을 하루 남겨놓고 다시 본 <라카지>

즐거웠고 유쾌했지만 또 그만큼 서글펐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종류의 소수자가 떠올라서...

왜냐하면 나도 뭐가 됐든 소수자에 해당하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