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10. 8. 6. 08:33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 주노 디아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책을 읽고 주노 디아스(Junot Diaz)라는 작가가 너무나 궁금해졌습니다.
1968년 도미니카 산토도밍고 출생, 1974년 가족과 함께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민, 뉴저지에서 생활, 엄청난 독서광인 영문학 전공자, 1996년 첫 단편 소설집 <Drown> 발표.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1999년 “21세기를 빛낼 최고의 작가 20인”에 선정.
그리고 길고 긴 11년 동안의 침묵.
2007년 첫 장편 소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발표.
이 책으로 또 다시 미국의 온갖 문학상을 휩쓸어버린 사람.
2007년도 고맥 매카시의 <로드>가 플리처상을 수상했을 때 비평가들은 말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로드>를 넘어설 만한 소설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나 2008년 이 작품을 최종 선정작으로 결정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다시 번복하게 됩니다.
현재까지만 30개국에 판권이 팔렸으며 영화로까지 만들어 지고 있는 이 책.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한갓 가난한 나라의 도미니카계 이민자에 불과한 주노 디아스의 책이 미국 전역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을까요?
센세이션...
이 책의 모든 내용은 확실히 센세이션 합니다.
책의 번역자는 말합니다.
“도발적인, 관능적인, 정치적인 그리고 눈물 나게 우습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하나의 소설 안에 이 모든 수식어를 전부 적용시킬 수 있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요?
대하소설도 하닌 달랑 한 권 분량의 책에...

이 책에는 미국에 정착한 도미니카계 이민자 데 레온 가족이 나옵니다.
그리고 “푸쿠”라고 불리는 일종의 저주로 대변되는 단어가 나오죠.
언제나, 어디에나 존재하면서 지금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누군가의 삶에, 운명에 저주를 퍼붓는 “푸쿠”는 유럽인의 라틴아메리카 침략과 함께 이 땅에 발을 들인 신세계의 파멸과 저주를 뜻한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3대에 걸쳐 데 레온 가문에 이어진 오랜 저주 “푸쿠”에 맞서 인생을 지켜낸 한 남자 오스카 와오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책의 제목처럼 “짧고 놀라운 삶”을 말이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그러나 데 레온 가문의 사람이 아닌 한때 오스카의 누나 롤라의 남자친구였던 유니오르라는 사람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또 어느 정도의 객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네요.
이 소설은 한 집안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뛰어 넘어 식민지 작은 나라가 갖는 생존에 대한 절실함이자 군부 독재의 완벽한 철권통치에 홀로 맞서는 이야기이며, 현대 미국의 대중문화를 향해 “너더리(넌더리)”라며 과감하게 비꼬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믿기지 않는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죠.
누군가는 말합니다.
“...... 잠시 고민하다, 우리는 이것을 ‘인생'이라 부르기로 했다...... ”

데 레온 가문의 첫 번째 “푸쿠”는 할아버지인 아벨라르 세대의 “트루히요”라는 도미니카 독재자였습니다.
트루히요는 실제 인물로 도미니카 공화국에 전에 없는 평화와 번영을 안겨준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 번영의 대가로 자신들의 시민적, 정치적인 자유를 희생해야만 했죠. 독재정치가 무서운 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채워지지 않는 “탐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루히요도 그랬죠. 탐욕으로 인해 불공정 분배가 시작되고, 그것을 은폐하고 가리기 위해 수많은 정적들을 이유 없이 처단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군부의 지지를 잃기 시작하죠.
어디서 많이 보던 스토리 아닌가요? 우리가 실제 겪었던 스토리 결말처럼 트루히요도 농장으로 차를 몰고 가다 기관총 사격으로 암살을 당하게 됩니다.
어떤 생각이 드나요?
우리와 전혀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와 똑같은 현대사를 본다는 거.
사람들은 말합니다. 사는 건 전부 다 똑같은 거라고...
어쩌면 이 말은 정말 진리이고 진실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두 번째 “푸쿠”는 오스카 어머니의 인생을 덮칩니다.
외과 의사였던 아버지, 그리고 간호사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벨리. 그녀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데 레온 가문의 핏줄이기도 합니다.
난봉꾼이었던 대통령 트루히요에게서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두 딸을 지키기 위한 아벨라르의 노력은 결국 국가원수 중상 및 모독죄라는 결과로 그의 인생과 가문 전부를 초토화시킵니다. 재산은 몰수되고 자식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아벨라르 자신도 고문으로 인해 식물인간으로 감옥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그의 아내는 제 정신이 아닌 상태로 막내 딸 벨리를 낳고 스스로 자동차에 몸을 던지죠. 아벨라르가 그렇게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딸들마저도 모두 결국은 죽음에 이릅니다.
그렇게 모든 몰락과 추락을 겪고 살아남은 데 레온 가문의 유일한 혈육 벨리의 “푸쿠”는 남자였습니다.
그녀의 육체는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고 결국 모든 희망을 버린 채 뉴욕으로 떠나죠.
그녀에게 새로운 인생, "푸쿠“의 저주를 이기는 ”사파“의 인생이 열리게 될까요?

데 레온 가문의 세 번째 “푸쿠”는 우리의 주인공인 140kg 거구의 남자 오스카에게 찾아옵니다.
성적 매력을 유산처럼 물려받는 도미니카의 전형적인 남성들과 달리 오스카에겐 실수로도 먼저 말을 걸어오는 여자조차 전혀 없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유색인종에 뚱뚱한 몸으로 인해 조롱을 받았고, 교사가 된 지금도 그 상황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학생일때는 같은 나이의 동료에게서 였는데 이제 나이 어린 제자들로 그 상대가 달라진 것만이 유일한 차이일 뿐이죠.
변함없이 형편없는 그의 삶 속에 그녀 “이본”이 말을 걸어옵니다.
오스카 인생 전체에서 처음으로 말을 건 여자의 등장이네요.
“이본”이라는 여자는 오스카에 비해 한참 연상인데다 반 은퇴한 창녀였죠. 게다가 소위 기둥서방이라고 불리는 경찰 애인까지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상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고 그런 이야기의 결말에 3대에 걸쳐 내려온 이 집안의 모든 “푸쿠”의 저주가 송두리째 사라져 버립니다.
이상하죠?
어느 틈에 오스카에게 위로받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삶에는 미신과도 같은 저주를 불러오는 “푸쿠”만 있는 게 아니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사람을 살아 있게 만드는 무엇, 저주를 피하고 “푸쿠”에 대항하는 역주문인 “사파”도 있다고 말해주죠. 그러니 사람이 산다는 건 결국 모두 “사파”인 셈인가요?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참 묘한 감정에 쌓이게 됩니다.
순서 없이 아무렇게나 벌려놓은 벼룩시장 좌판을 보는 것도 같고, 아주 정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백과사전을 들여다보는 느낌도 듭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지독히 지적인 책!
뜨거운 불판을 들고 얼음장 위에 서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역사를 읽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류의 책은...
소위 궁합이 잘 맞는 사람에겐 스파크가 제대로 튀게 만들죠.
그러니까 이 책은 저와 상당히 궁합이 잘 맞는 책이었습니다.
문득 타인의 마음이 궁금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네요.
당신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푸쿠”가 될까요? 아니면 “사파”가 될까요?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8. 21. 11:47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가 21일 오전 공개됐다.

올 1월 1일부터 6월 2일까지 작성된 40쪽 분량의 일기장에는 이희호 여사에 대한 사랑 외에 남북문제 걱정,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및 용산참사 등에 대한 신랄한 정부비판이 담겨 있어 거센 후폭풍을 예고했다.

김 전 대통령측은 이 일기를 책자로 작성,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에게 배포할 예정이어서 정부 측과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은 일기 전문.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2009년 1월 1일>

새해를 축하하는 세배객이 많았다.
수백 명.
10시간 동안 세배 받았다.
몹시 피곤했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주력해야겠다.
‘찬미예수 건강백세’를 빌겠다.


<2009년 1월 6일>

오늘은 나의 85회 생일이다.
돌아보면 파란만장의 일생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투쟁한 일생이었고,
경제를 살리고 남북 화해의 길을 여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일생이었다.
내가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


<2009년 1월 7일>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2009년 1월 11일>

오늘은 날씨가 몹시 춥다. 그러나 일기는 화창하다.
점심 먹고 아내와 같이 한강변을 드라이브했다.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이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아내 없이는 지금 내가 있기 어려웠지만
현재도 살기 힘들 것 같다.
둘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매일 매일 하느님께 같이 기도한다.


<2009년 1월 14일>

인생은 얼마만큼 오래 살았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얼마만큼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았느냐가 문제다.
그것은 얼마만큼 이웃을 위해서
그것도 고통 받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살았느냐가 문제다.


<2009년 1월 15일>

긴 인생이었다.
나는 일생을 예수님의 눌린 자들을 위해
헌신하라는 교훈을 받들고 살아왔다.
납치, 사형 언도, 투옥, 감시, 도청 등
수없는 박해 속에서도 역사와 국민을 믿고 살아왔다.
앞으로도 생이 있는 한 길을 갈 것이다.


◀ ⓒ故 김대중 前 대통령 국장 장의위원회.

<2009년 1월 16일>

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자기만은 잘 대비해서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전철을 밟거나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


<2009년 1월 17일>

그저께 외신기자 클럽의 연설과 질의응답은
신문, 방송에서도 잘 보도되고
네티즌들의 반응도 크다.
여러 네티즌들의
"다시 한 번 대통령 해달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다시 보고 싶다, 답답하다, 슬프다"는
댓글을 볼 때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몸은 늙고 병들었지만
힘닿는 데까지 헌신, 노력하겠다.


<2009년 1월 20일>

용산구의 건물 철거 과정에서
단속 경찰의 난폭진압으로
5인이 죽고 10여 인이 부상 입원했다.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다.
이 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


<2009년 1월 26일>

오늘은 설날이다.
수백만의 시민들이 귀성길을 오고가고 있다.
날씨가 매우 추워 고생이 크고
사고도 자주 일어날 것 같다.
가난한 사람들,
임금을 못 받은 사람들,
주지 못한 사람들,
그들에게는 설날이 큰 고통이다.



<2009년 2월 4일>

비서관회의 주재.
박지원 실장 보고에 의하면
나에 대해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서(100억 CD)
대검에서 조사한 결과
나는 아무런 관계 없다고 발표.
너무도 긴 세월동안 ‘용공’이니 ‘비자금 은닉’이니 한 것,
이번은 법적 심판 받을 것.
그 의원은 아내가
6조 원을 은행에 가지고 있다고도 발표,
이것도 법의 심판 받을 것.


<2009년 2월 7일>

하루 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


2<009년 2월 17일>

명동성당에 안치된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 앞에서
감사를 드리고 천국영생을 빌었다.
평소 얼굴 모습보다 더 맑은 얼굴 모습이었다.
역시 위대한 성직자의 사후 모습이구나 하는
감동을 받았다.


<2009년 2월 20일>

방한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출국 중 전용기 안에서 전화가 왔다.
그는 전화로
1. 클린턴 대통령의 안부
2. 과거 자기 내외와 같이 있을 때의 좋았던 기억
3. 나의 재임시의 외 환위기 수습과 북한 방문시 보여준 리더십
4. 다음 왔을 때는 꼭 직접 만나고 싶다
5. 남편 클린턴 대통령도 나를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힐러리 여사가 뜻밖에 전화한 것은 나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 표명으로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에 대한
메시지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아무튼 클린턴 내외분의 배려와 우정에는 감사할 뿐이다.


<2009년 3월 10일>

미국의 북한 핵문제 특사인 보스워스 씨가
방한했다가 떠나기 직전 인천공항에서 전화를 했다.
개인적 친분도 있지만
한국 정부에 내가 추진하던
햇볕정책에의 관심의 메시지를 보낸 거라고
외신들은 전한다.


<2009년 3월 18일>

투석치료.
혈액검사, X레이검사 결과 모두 양호.
신장을 안전하게 치료하는 발명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리 힘이 약해져 조금 먼 거리도 걷기 힘들다.
인류의 역사는 맑스의 이론 같이 경제형태가 주도하
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이 헤게모니를 쥔 역사 같다.
1. 봉건시대는 농민은 무식하고 소수의 왕과 귀족  그리고 관료만이 지식을 가지고 국가 운영을 담당했다. 2. 자본주의 시대는 지식과 돈을 겸해서 가진 부르주아지가 패권을 장악하고 절대 다수의 노동자 농민은
   피지배층이었다.
3. 산업사회의 성장과 더불어 노동자도 교육을 받고 또한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 노동자와 합류해서 정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4. 21세기 들어 전 국민이 지식을 갖게 되자 직접적으로 국정에 참가하기 시작하고 있다.
   2008년의 촛불시위가 그 조짐을 말해주고 있다.


<2009년 4월 14일>

북한이 예상대로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에 반발해
6자회담 불참, 핵개발 재추진 등 발표.
예상했던 일이다.
6자회담 복구하되 그 사이에 미국과 1 대 1 결판으로
실질적인 합의를 보지 않겠는가 싶다.


<2009년 4월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와 인척, 측근들이
줄지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도 사법처리 될 모양.
큰 불행이다.
노 대통령 개인을 위해서도,
야당을 위해서도,
같은 진보진영 대통령이었던 나를 위해서도,
불행이다.
노 대통령이 잘 대응하기를 바란다.


<2009년 4월 24일>

14년 만에 고향 방문.
선산에 가서 배례.
하의대리 덕봉서원 방문.
하의 초등학교 방문, 내가 3년간 배우던 곳이다.
어린이들의 활달하고 기쁨에 찬 태도에 감동했다.
여기저기 도는 동안 부슬비가 와서
매우 걱정했으나 무사히 마쳤다.
하의도민의 환영의 열기가 너무도 대단하였다.
행복한 고향방문이었다.


<2009년 4월 27일>

투석치료.
4시간 누워 있기가 힘들다.
그러나 치료 덕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 크게 감사.
나는 많은 고생도 했지만
여러 가지 남다른 성공도 했다.
나이도 85세.
이 세상 바랄 것이 무엇 있는가.
끝까지 건강 유지하여 지금의 3대 위기 ─ 민주주의
위기, 중소서민 경제위기, 남북문제 위기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언과 노력을 하겠다.
‘찬미예수 백세건강’


<2009년 5월 1일>

이제 아름다운 꽃의 계절이자 훈풍의 계절이 왔다.
꽃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마당의 진달래와
연대 뒷동산의 진달래가 이미 졌다.
지금 우리 마당에는
영산홍과 철쭉꽃이
보기 좋게 피어 있다.


<2009년 5월 2일>

종일 집에서 독서, TV, 아내와의 대화로 소일.
조용하고 기분 좋은 5월의 초여름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이고
아내와 좋은 사이라는 것이 행복이고
건강도 괜찮은 편인 것이 행복이다.
생활에 특별한 고통이 없는 것이
옛날 청장년 때의 빈궁시대에 비하면 행복하다.
불행을 세자면 한이 없고,
행복을 세어도 한이 없다.
인생은 이러한 행복과 불행의 도전과 응전 관계다.
어느쪽을 택하느냐가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것이다.


<2009년 5월 18일>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내한한 길에
나를 초청하여 만찬을 같이 했다.
언제나 다정한 친구다.
대북정책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나의 메모를 주었다.
힐러리 국무장관에 보낼 문서도 포함했다.
우리의 대화는 진지하고 유쾌했다.


<2009년 5월 20일>

걷기가 다시 힘들다.
집안에서조차 휠체어를 탈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행복하다.
좋은 아내가 건강하게 옆에 있다.
나를 도와주는 비서들이 성심성의 애쓰고 있다.
85세의 나이지만
세계가 잊지 않고 초청하고 찾아온다.
감사하고 보람 있는 생애다.


<2009년 5월 22일>

버마 혁명민주지도자 등 수 명이 내방.
민주화에 대해서,
나는 “버마는 외국의 지지는 충분히 얻고 있으니
이를 활용해서 안에서 국민이 자력으로 쟁취하도록 노력하시오”라고 격려했다.


<2009년 5월 23일>

자고 나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보도.
슬프고 충격적이다.
그간 검찰이 너무도 가혹하게 수사를 했다.
노 대통령, 부인, 아들, 딸, 형, 조카사위 등
마치 소탕작전을 하듯 공격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수사기밀 발표가 금지된 법을
어기며 언론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의 신병을 구속하느니 마느니 등
심리적 압박을 계속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다.


<2009년 5월 24일>

노 대통령 장례식을 정부와 측근들은 국민장을 주장
하는데 가족은 가족장을 주장해 결말을 못 보았다.
박지원 의원 시켜서‘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살았고
국민은 그를 사랑해 대통령까지 시켰다. 그러니 국민이
바라는 대로 국민장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는데 측근들이 이 논리로 가족을 설득했다 한다.


<2009년 5월 25일>

북의 2차 핵실험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도 아쉽다.
북의 기대와 달리 대북정책 발표를 질질 끌었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 주력하고 이란, 시리아,
러시아, 쿠바까지 관계개선 의사를 표시하면서
북한만 제외시켰다.
이러한 미숙함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해서
핵실험을 강행하게 한 것 같다.


<2009년 5월 29일>

고 노 대통령 영결식에 아내와 같이 참석했다.
이번처럼 거국적인 애도는
일찍이 그 예가 없을 것이다.
국민의 현실에 대한 실망, 분노, 슬픔이 노 대통령의
그것과 겹친 것 같다.
앞으로도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다.


<2009년 5월 30일>

손자 종대에게
나의 일생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이웃사랑이
믿음과 인생살이의 핵심인 것을
강조했다.


<2009년 6월 2일>

71년 국회의원 선거시 박 정권의 살해음모로
트럭에 치어 다친 허벅지 관절이 매우 불편해져서
김성윤 박사에게 치료를 받았다.


◀ ⓒ故 김대중 前 대통령 국장 장의위원회.

◀ ⓒ故 김대중 前 대통령 국장 장의위원회.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7. 13. 05:56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내 심장을 쏴라


오랜만에 유쾌, 상쾌, 통쾌한 소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왠지 그 뒷맛은 좀 씁쓸하네요.

김별아의 <미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신경진의 <슬롯>, 백영옥의 <스타일>에 이어 제 5회 세계문학상을 거머쥔 소설입니다.

사이코패스, 약물중독, 조울증, 공황장애, 정신분열 등 다양한 이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이곳을 굳이 방문해주신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기는 여러분의 정신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치료하는 수리 희망병원입니다.

네, 꼭 직접적으로 말해달라면 정신병원, 맞습니다.

맨 정신으로 이 미친 세상을 어떻게 제대로 살아가느냐 반문한다면 대략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 모두를 싸잡아 정신병동이라고 하면 멀쩡하다고 우기고 싶은 우리네 신세가 좀 거시기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두 남자를 소개해야겠네요.
부디 함께 건강한 친목을 도모하시길(특히 정신적으로 말입니다...)

문제적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25살 동갑네기 두 사람은 바로 류승민과 이수명 되시겠습니다.

일단 6년의 정신분열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 분야에는 그래도 나름 베테랑에 해당되는 이수명, 18살에 가위로 목을 찔러 자살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가위에 대한 극심한 공포로 이발조차 거부하는 일명 장발의 “미쓰리”, 재벌가의 숨겨진 아들로 유산문제에 얽혀 이복형제에 의해 강제로 병원에 수용된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페러글라이딩 조종사 류승민.

뭐 그닥 정이 가는 커플 조합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이 문제적 인간 둘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입니다.

이수명은 그런데로 수리병원의 환경에 적응하며 소위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에 속합니다. 그런데 501호 동거인 중 한명인 승민이 입원 첫날부터 탈출을 시도합니다.

매번 그렇게 실패를 하면서 지치지도 않고 자꾸 사고를 치네요.

게다가 급기야 수명까지 자꾸 얽혀 경고만 늘어갑니다.

경고 네 번이면,
그 다음은 바로 OUT!  (젠장! 저 인간 미친 거 아냐????)

거듭되는 탈출의 시도, 그 끝은 보호실에서 갇혀 반인반수가 되어 돌아오는 약물폭격입니다. 초점 잃은 눈동자, 부글거리는 하얀 침, 혼자서는 걷지도 못하는 두 다리와 함께...

승민은 궁금합니다.

저 또라이는 왜 저렇게 계속 탈출을 시도하는 건지....

그러다 알게 되죠.

승민이 원하는 건 단지 살고 싶다는 소망 그 한가지뿐이라는 걸.

그리고 그에게 산다는 건 자신의 인생에서 그 누구도 아닌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걸요.

승민은 망막세포 변성증으로 조만간 눈이 멀 운명입니다. 그는 자신의 눈이 완전히 멀기 전에  마지막으로 페러글라이딩을 하고 싶다는 소망만 있을 뿐입니다.

볼 수 없다는 두려움보다 다시는 날 수 없다는데 대한 분노가 더 컸던 승민.

자신이 좋아하는 그 하늘에서 눈이 멀고 싶다는 단 하나의 소망!

그것은 승민의 본능이자 의지였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운명을 상대하는 그만의 방식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가 탈출을 시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조용히 적응하며 살려고 하는 수명은 결국 결심을 합니다.

저 또라이를 탈출시켜야 겠다고....

승민을 탈출시키면 자신은 보호실에서 입에 개거품을 물고 깨어나겠지만 그래도 시도하기로 작정합니다.

치밀한 계획까지 세웁니다. 열화와 같은 동료 및 일부 직원의 도움으로....

원래 계획과는 좀 달라지긴 했지만 어쨌든 승민 뿐만 아니라 수명까지도 수리 희망병원에서 탈출에 성공합니다.

병원에 들어온 지 딱 100일째 되는 날에 말이죠.

탈출에 성공한 두 사람.

승민은 감춰둔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하늘을 날기 위해 수리산으로 향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헤어집니다.

다음날 승민의 행방은 묘연하고 수명은 수리산 아래에서 그대로 붙잡힙니다.(딱히 도망칠 생각도 없었지만....)

자살방조죄에 폭행감금(탈취한 차의 운전수)의 죄명을 추가로 달고요...


정신병동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고 합니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

갇혀서 미쳐가는 자가 미쳐서 갇힌 자에게 말합니다.

“가끔 궁금했어. 진짜 네가 누군지. 숨는 놈 말고, 견디는 놈 말고,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 있기는 하냐?” 라고...

어쩐지 이 질문, 참 섬뜩합니다.

그 질문을 들은 미쳐서 갇힌 자가 생각합니다.

“내가 제대로 들었다면, 저 자식이 ‘존재의 징표’에 대해 물은 거라면, 나는 내놓을 것이 없었다. 내 인생에서 나는 유령이었다.”

오래전 “여기”와 “거기”의 경계를 놓아버린 유령!

꿈을 꾸는 게 무서운 사람도, 현실을 사는 게 무서운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꿈속의 유령이든, 현실 속의 유령이든,

모든 건 “도망침”의 한가지일 뿐이라고 이 두 사람이 말해주고 있는 셈이네요.

그러니까 요는,
어쨌든 삶은 살아내야 하는 거란 사실입니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거.

비록 그 결말이 뻔하더라도, 부딪치고 신나게 깨지고 맞서고 치열하게 살아내라고요.

한 사람에 의해 다른 또 한 사람이 이제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합니다.

더 이상 세상에서 도망치지 않을 사람, 그리고 그 무엇보다 자신에게서 더더욱 도망치지 않게 될 한 사람.

이 사람... 아무래도 우리가 응원 좀 해줘야겠죠?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서 소설 <내 심장을 쏴라>가 시작됐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작가 정유정!

어떻게 정신병동에 대해 이렇게 리얼하게 쓸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전직 간호사 출신이라는 이력이 있네요. 여러 차례의 정신병동 취재와 자료 조사, 그리고 일주일간 폐쇄병동에서 환자들과 함께 생활한 체험이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이제 글은 머릿속뿐만 아니라 발끝에서도 만들어진다는 게 실감됩니다.

늘 그렇듯 괜찮은 책은 그걸 알아보는 사람이 있게 마련,

이 소설도 <식객>, <미인도>를 만든 전윤수 감독에 의해 지금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고 하네요. 캐스팅이 완료되는 연말쯤부터 촬영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 두 명의 문제적 인간뿐만 아니라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범상치 않는 숱한 환자들을 과연 누가 연기하게 될지 개인적으로 무지 궁금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열심히 캐스팅 섭외하고 있습니다.....ㅋㅋ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30. 06:08


연극 <이(爾)>
작.연출 : 김태웅
2009. 06.09 ~ 07.08.
대학로예술극장대극장 (구 아르코시티극장)
평일 : 8시      토요일 : 3시, 7시            일요일 : 4시
출연 : 김내하/박정환 (연산) , 정원영 (공길), 진경/이화정 (녹수), 이승훈 (장생), 정석용 (홍내관)




<爾> 볼 때면 왜 항상 맘이 아플까?
난폭함을 가장한 갓난쟁이 연산의 슬픔도
연산을 휘두르다 비참한 최후를 맞는 녹수도
끝끝내 자신을 버리지 않는 왕을 둔 공길도
그리고 그런 공길을 품는 장생의 마음도
모두 다 서글픔이고 안타깝다.



2006년 극장 "용"에서 봤던 <이>를
다시 만나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영화와 연극이 비슷할 거란 생각은 그러나 하지 않는 게 좋을 듯....
정말 다른 느낌이다. 물론 근복적인 차이는 아니지만)




아르코시티 극장을 들어서면
내벽이 온통 공연장이다.
약간 올려다보는 눈높이가 오히려 시야를 가리지 않아
기특하다는 생각도...



<이>의 첫 장면은
웅장하기도 하고 왠지 흉물스럽기꺼자도 하다.
문 뒤로 서 있는 커다란 탈과
7명의 무희들이 나와 마치 처용무를 생각케 하는 춤을 춘다.
음산하며 비밀스런 기운까지 감도는 곳



연산은 화로 앞에서 어머니 신주인 듯한 종이를 태우며
그 절절한 마음을 통곡한다.
진심이었을까? 아니면 광기의 한 표현이었을까?
아직 선택이 어렵다.
(역시 이 장면은 2006년 이남희 연산을 생각나게 한다. 충격적이었었는데.....)



희락원 광대들의 한판 굿!
살짝 현실을 꼬집는 위트까지.
같은 풍자가 항상 먹힐 수 있는 현실이 참 싫다.
좀 달라져야 하는 거 아닌가????



차라리 현실이 이런 놀이판이라면
적어도 열심히 박수는 칠 수 있을텐데.....
얼~~~쑤 하면서.



김내하와 더블로 연산을 연기하는 "박정환"
2006년 "공길"이 "연산"으로 돌아오다.
"공길"을 건너 온 박정환의 "연산"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다는 바램.
4대 공길의 행운을 잡은 "정원형"
오만석, 박정환, 김호영에 이은 공길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탐이 날 배역.
남자이면서 여자인 爾,
슬프게 매력적인, 그리고 모호한 이 사람.



장녹수의 옆을 지키던 또 한 남자(?)
홍내관 정석용,
베토벤 바이러스,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의 감칠맛 나는 연기를 보였던 분.
이 분의 감초연기는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계획된 애드립과 액션인 것 같은데 왜 매번
같은 대사와 몸짓을 해도 처음 보는 것처럼 재미있는거지?
신기해....
(이런 게 내공일까?)



폭군 연산이 궁중광대를 사랑했다는 파격적인 설정!
뭐 요즘 세상엔 이딴 건 파격도 아니긴 하지만...
임금의 자리에 요즘 시대의 인물을 올리면 파격이 될라나?
뭐 워낙에 그 분 자체가 파격이고 별종이라
이딴 것 정도는 파격도 아닐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
참 다양한 종류의 폭군들이 있구나 싶다.



장생의 "이승훈"
이 분의 장생 연기가 나는 너무나 좋다.
(이 분 역시 영화 <왕의 남자>에 나온다. 광대 3인방 ^^)
그가 연산을 향해 거침없이 쏟아붓는 독설들....
"상감인지, 영감인지, 탱감인지...."
"저 대가리로 왕을 해도 될라나 몰라...."
(누군가 뜨끔하겠다.... ^^)
그리고 죽음을 눈 앞에 두고 벌이는 한판 놀이판
"난 내 가슴이 벌렁거릴 때만 살아있다고 느껴!"
산송장처럼 살고 있는 내가
마치 연산이 된 것 같아 뜨끔하다.



"저 놈이 영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난 이 대사에서 "사과하십시오!"가 생각났다.....)
연산을 향해 내뺏는 공길의 말!
왜 나를 버리느냐고 묻는 연산에게
"내가 임금을 버리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버리는 것입니다"라 답하는 공길!
처음으로, 다시 자유로,
물같은 자유로 돌아가는 공길의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나도 함께 눈물을 쏟게 된다.



"현실! 그런 게 있었나!"
공길을 끌어앉고 혼자 앉아 있는 연산은 공길의 손에서 빨간 천을 풀어낸다.
(장생의 눈을 가렸던 바로 그 천)
주위는 이미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있고...
홀로 남아 유언같은 말을 남기는 연산.
"인생 한바탕 꿈! 그 꿈이 왜 이리 아프기만 한 것이냐....."



연기처럼 사라질 불길....
다.... 탔구나....

인생이 정말 한바탕 꿈인 건가?
그 꿈 속에 나 또한  내 놀이판을 잃어버린지 오래.
남는 건,
그래서 아무것도 없는건가?
다 사라져 재만 남아
마침내 그것도
후~~ 불어 날아가면 그 흔적도 없어질텐데...

묻는 말에 대답할 수 없다.
나를 향하는 대명사,
너 爾!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2. 1. 16:18

<생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라> - 윌리엄 하블리첼

생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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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Carpe Diem)

많이 들어본 말 아닌가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죠.

카르페 디엠은 “enjoy the moment"라는 뜻의 라틴어입니다.

생을 즐겨라....

어떻게 생각하면 참 무책임하고 방종에 가까운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이 말의 참된 의미는 “현재를 잡아라!”라는 뜻입니다.

인생을 즐기라는 건 맞긴 한데 매 순간을 마치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즐기라는 의미입니다.

참 어려운 일이죠?


이 책을 쓴 의사 윌리엄 하블리첼은 세계적인 심장 권위자 중 한 명이라고 하네요.

이 사람이 임상에서 만났던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놓은 책이 이 이쁜 책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세요?

아주 적절한 책을 아주 적절한 때에 만나게 되는 경험.

전 개인적으로 책에 대한 신비주의를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가령 좀 힘들거나 맘에 상처가 있을 때면 어떤 방법으로든 꼭 위로가 되는 책을 만나게 됩니다.

제목이 주는 거부감에 그냥 다시 반납할까 생각했던 책입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딱히 읽을 꺼리가 없어서 손에 쥐었던 책이예요.

다음은 또 다시 호된 뒤통수 강타... ^^

(사실 이런 종류의 강타라면 뭐 뒷통수가 밋밋한 평면이 된다고 해도 저는 즐겁습니다)


이 책에서 우린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것도 인생의 마지막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을요.

혼자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이제 제발 누군가 그만 내려오라고 말해주길 기다리고 있을 때.

어쩌면 당신의 시간도 도둑맞고 있는 건지 모릅니다.

과거의 “분노”로 인해, 혹은 미래의 “계획”으로 인해 지금 내 눈 앞의 현재를 송두리째 그것도 완벽히 도둑맞고 있는 건지도요...

늘 그랬던 것 같아요.

줄 것이 너무나 없는 내 존재에 대한 보잘 것 없음에 화가 나면서도 한 번도 다르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거,

어쩌면 정말 중요한 건, 주지 않아야 할 것들을 주지 않았어야 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랬다면 “카르페 디엠” 그렇게 말 할 수 있지 않았을지...


인생에서 가장 큰 적은 “분노”와 “죄책감”이라고 이 책은 말합니다.

지은이는 의사로서 숱한 사람들을 만나 치료의 행위를 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고백합니다.

“의사로서 나는 치료와 치유를 동일시해 왔다. 하지만 치료와 치유 사이에는 깊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또 말합니다.

“치유는 의학과는 상관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라고...

작가는 당신 자신이 만난 사람들을 통해 “카르페 디엠”의 기적을 하나씩 경험합니다.

삶이란,

바로 지금 일어나는 것이라고요,

이 삶이 어제 속에 묻혀 상실되거나 내일을 기다리는 가운데 잘 못 쓰여진다면 우리는 너무 많은 걸 도둑맞게 된다고요.

만약 우리가 현재 속에 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면 우리는 불멸을 얻게 될거라 말합니다.

누구나 늘 내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살죠.

네, 분명 내일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내일이 나에겐 약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긴 참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시한부의 인생을 선고 받고도 내일 떠날 여행꾸러미를 챙기며 행복해하는 사람도 있고, 이제 곧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을 미래를 생각하며 죽음보다 깊은 절망 속에 화석처럼 생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모든 인생은 시한부 인생입니다.

그 시간을 누군가는 기적처럼 살고, 누군가는 상처 속에서 살게 되는 거죠.

혹시 당신도 “기적”을 꿈꾸고 있나요? (저는 분명히 늘, 그리고 간절히 기적만을 꿈꾸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몰랐습니다.

인생의 “기적”은 지금 바로 현재를 사는 사람에게만 일어난다는 걸.

그래서 “기적”을 체험하기 위해선 지금 그 자리에 있어야만 한다는 걸.

우리가 현재의 순간을 체험하기 시작하면 기적과 일상의 차이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이 책은 말합니다.

종교적인 영생만이 영원을 말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지금"이라는 무한의 시간을 체험하고, 주어진 기회를 포착하고, 생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며 산다면 우리는 오히려 영원을 살아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제부터 저는 매 순간을 “기적” 속에서 살아보려고 합니다.

카르페 디엠!

오늘 제가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축복입니다...

여러분의 작은 순간도 모두 하나하나 기적입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 8. 08:15

<형제 1, 2, 3> - 위화

 

형제 1
 

중국 소설이라고 하면 <삼국지>, <소호지> 같은 대작들이 먼저 떠오르는 건 비단 저 뿐만은 아닐테죠?
창검을 휘두르고 계략과 묘책을 강구하고 커다란 깃발로 우레와 같은 말발굽 소리와 함께 앞을 구분할 수도 없을 만큼 짙은 먼지를 일으키며 행진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군사들의 행렬...
광대한 대륙을 자랑하는 중국.
중국의 국민들이 한꺼번에 소변을 보면 지구가 물에 감질 거라는 말도 예전에 있었는데....(저는 아무래도 이 말이 사실일 것만 같습니다)

각설하고,
이제부터 중국의 젊은 작가(어디까지나작가로써) "위화"의 소설을 소개하려구요.
1060년 출생의 위화는 오래전부터 주목 받고 있는 중국의 가장 대표적인 현대 작가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마니아층을 이미 확보하고 있고 저 역시나 그 중 한 명에 포함됩낟.
2006년도에 이 사람의 새 책이 무려 10년만에 나온다고 해서 제 살짝 가슴이 설래기도 했답니다.
위화는 <허삼관 매혈기>, <인생> 이라는 굵직한 소설을 통해 격변하는 중국의 현대사를 현실감 있게 표현한 작가입니다.
특히 <인생>은 "장에모" 감독에 의해 영화화 돼서 온갖 영화상을 휩쓸기도 했던 그 유명한 작품이죠.
점차 자본주의화가 되어 가고 있는 중국...
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대화 되고 있은 중국의 모습이 <형제>에서 아주 유머러스하면서도 처연하게 그려지고 있죠.

<형제>는 중국의 문화혁명부터가 그 시대적 배경입니다.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형제(의형제는 아니구요...) 이강두와 송강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죠.
이광두는 친부처럼 14살에 화장실에서 (물론 수세식은 아니겠죠 ^^) 여자 엉덩이를 훔쳐보다 추락하는 엄청난 사고(?)를 당해 그 아버지의 그 자식이란 꼬리표를 달게 됩니다.
그런 이고아두를 건져서 깨끗이 씻겨 준 사람이 송강의 친부 솜범평이죠.
송강은 한마디로 착한 모범생입니다. 얼굴도 훤칠한 것이 요즘으로 말하자면 완전 완소남인 거죠
이런 저런 사연을 겪으면서 어쨌든 이 두 사람은 새로운 가정에서 형제가 됩니다.
문화혁명이 시작되면서 송범평은 지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홍위병에게 끌려가 모진 핍박을 받기까지 합니다. 결국 상해의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아내 이란(이광두의 친모)를 퇴원시키러 가던 중 마을 사람들에게 맞아 역전에서 비참하게 죽으면서 네 가족의 새로운 행복도 산산조각이 납니다.

이 소설은 중국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이야기되는 "문화대혁명(문혁)" 속에서 자행된 인간의 만행과 현대 중국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이면을 정면에서 유러머스하면서도 노골적으로 고발하고 있습니다.
인물들이 펼쳐내고 살인, 도박, 매춘, 부정부패 등을 통해 문화혁명 이후 40여 년간 진행된 중국 현대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죠.
이 책의 장점은 어찌보면 심각하고 재미없는 정치적인 사항들을 인물들의 극단적 성격과 행동, 주인공의 비현실적 인생역전, 자극적이고우스꽝스러운 대화 등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써다는 사실에 있습니다(물론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나 3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단지 "재미"만 남게 되는 그런 책 역시도 아닙니다.(어찌 아니 매력적이겠습니까~~~~~!!!)

<형제> 1권은 송범평의 죽음에 이어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된 이란 역시 죽는 비극으로 끝이 납니다. 2, 3권은 한결 희극적이며 풍자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죠.
이광두의 노골적이고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임홍(동에 최고 미인)은 준수한 외모에 착한 심성을 가진 송강을 배우자로 택하고 송강의 자전거를 통해 출퇴근을 하면서 가슴 벅찬 행복을 느끼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돈을 쫓는 이광두는 결국 엄청난 부자가 됩니다. 그의 사업 수완이라는 게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죠. 이건 기발하다 못해 공상과학의 일부분처럼 환상적이기까지 합니다.
살기 위해 정직하게 발버둥치던 송강은 가짜 유방확대 크림을 팔기 위해 수술로 여자처럼 볼록한 가슴을 만들고 온 동네를 떠돌아나니며 보따리약장수를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가정적으로도 하나하나씩 피폐해지고 파괴되어 가죠.
선량하고 착한 사람의 몰락이라...(어쩐지 너무나 비중국적인 내용이 아닙니까???)

이광두에 의해 개최된 중국의 미인대회는 성상납으로 등수가 결정되고 (소설속에서 이 부분은 참...뭐랄까, 중국의 바닥을 들여다 보는 느낌입니다), 어리숙한 송강은 사기꾼에게 속아 몸과 마음 모두 철저히 망가진 끝에 저물녘 철길에서 자살을 결행하죠. 그 사이 이광두는 마침내 임홍의 육체를 골약하게 됩니다.(그래도 엄연히 형수가 되는 사람인데....)
가족의 마지막 생존자인 이광두.... 그는 이화 2천만 달러가 해당하는 우주 여행 준비를 할 정도로 갑부가 되어 있습니다.
그 끝에서듣게 되는 형의 사망 소식....

이 소설은 친형제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달리 형제라는 말 외에 딱히 뭐라 할 수 없는 가족 소설입니다.
비극적이기도 하고, 희극적이기도 한... 그리고 더불어 엄청난 공포이기도 하고 환상이기도 한....
현재 중극의 모습처럼 참 모호하기까지 합니다.

중국....
made in china 의 오명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한 중국인은 말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에서 싸고 제일 질이 나쁜 물건들만 들여오면서 중국 상품에 대한 품질을 비난한다구요.
이 말 속에서
made in china의 오명이 누구에게 향한 것인지 생각케 합니다.
중국인의 능력....
진짜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똑같은 달걀을 만들고, 멜라닌을 유포시켜 온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그리고 햄으로 소고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만들지 못할 것은 과연 있을까요?
중국....
그제 그들에게서 공포를 느낍니다.
서서히 세계를 숨통을 죄기 시작하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