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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8 달동네 책거리 81 : <너는 모른다>
  2. 2010.01.12 <너는 모른다> - 정이현
달동네 책거리2010. 1. 18. 06:09
<너는 모른다> - 정이현

너는 모른다

“가족”이면서 “가족”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

이 이야기를 저는 이렇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끔찍한 공포소설이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가족”이라는 것이 실존적인 의미인지, 가치의 의미인지, 혹은 구성원 개개인이 가지는 익명성의 비밀을 완벽하게 보장해주는 철저한 이기주의자들의 집합체인지를...

<달콤한 나의 도시>, <오늘의 거짓말>로 대한민국 칙릿소설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정이현이 2년 만에 내놓은 신작입니다.

그녀의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는 드라마에 이어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지금 초연 중에 있을 만큼 성공가도를 열심히 달리고 있죠.

솔직히 놀랐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치밀하면서도 냉소적인 소설을 썼다는 게...

2008년 8월부터 2009년 6월까지 근 1년간 인터넷교보문고에 연재했던 장편소설 <너는 모른다>. 그 모르는 타인들의 삶 속에서 어쩌면 유일하게 모든 걸 알게 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책을 읽는 바로 “당신”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읽는 이의 개입을 전적으로 그리고 지배적으로 선동합니다.

이제 선택만이 남은 셈이네요.

공모자가 되든, 은폐자가 되든, 혹은 폭로자가 되든 말입니다.

  

2008년 2월,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의 고급빌라.

중국을 상대로 무역업을 하는 김상호와 화교 출신 부인 진옥영, 초등학교 4학년인 바이올린 영재 딸 김유지. 그리고 김상호와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큰 딸 은성과 둘째 아들 혜성.

타인보다 더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주어진 “가족”이란 테두리.

전날 진옥영은 대전 친정에 다녀오겠다며 의붓아들 혜성에게 유지의 바이올린 레슨과 강습비를 부탁하죠. 아버지 김상호는 사업상 만날 사람이 있다며 혜성에게 집과 유지를 맡기고 일요일 낮부터 집을 비웁니다.

집에 있던 혜성은 또 다시 듣게 된 누나 은성의 자해 소식에 그녀의 오피스텔을 찾아가 함께 병원 응급실로 향하죠.

이렇게 가족들 모두가 집을 비운 일요일 오후,

딸 유지는 바이올린 과외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레슨을 취소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혼자서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는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오지 않죠.

유지의 실종을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람은 뒤늦게 돌아온 아버지 김상호였습니다.

뒤이어 집으로 돌아온 아들 혜성.

순간, 그들의 얼굴에 당혹감과 깊은 절망감이 엄습하죠.

유지는 도대체 어디로 실종된 걸까요?

유지의 실종은 스스로 선택한 가출이었을까요? 아니면 누군가의 목적을 위한 유괴였을까요?

유지가 실종되던 시간에 가족들 모두는 또 어디에 있었던걸까요?

잠시 이야기의 시선이 나에게 멈춰지는 것만 같습니다.

마치 이들을 지금까지 지켜본 사람이 바로 당신 아니냐며 노골적으로 묻는 것 같은 시선.

순간 내가 유지를 데리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어쩔 수 없이 주위를 확인하게 됩니다.


막내딸이 실종됐던 바로 그 순간 그들은 뭘 하고 있었을까요?

이제 가족들의 숨겨진 알리바이가 하나씩 들춰집니다.

화교 출신 엄마는 그 시간 대전 친정이 아닌 대만에서 그녀의 오랜 연인을 왕명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이상한 예감에 서둘러 서울로 돌아온 진옥영은 딸의 실종을 알게 된 후 친정 식구들에게 부탁을 합니다. 그녀가 대전에서 그들과 있었노라고 말해달라고...

응급실에서 누나의 치료가 끝난 후 혜성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자 친구 다은을 만납니다. 사건이 터지고 며칠 후 혜성 역시 친구 다은에게 부탁을 하죠. 그날 늦게까지 둘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해달라고...

의대에 합격했지만 등록만 하고 학교를 나가지 않던 혜성은 실제로 그 시간에 길거리를 배회하다 주차된 차에 불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그의 습관성 방화는 늘 같은 말로 끝을 맺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뒤늦게 여동생의 실종 소식을 들은 큰 딸 은성은 오래전 X-boy friend와 계획했던 엄청난 장난(?)을 떠올립니다.

부자 아버지에게 돈을 뺐기 위해 여동생을 납치한다는 계획...

그리고 얼마 전 급히 돈이 필요하다며 전화를 해온  X-boy friend의 통화를 떠올리며 그가 여동생 유지를 납치했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수사를 위해 김상호와 함께 온 형사 문영광.

가족들 모두는 그가 경찰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사립형사였죠. 김상호는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철저히 숨긴 체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하며 문형사를 가족들에게 소개합니다.

자신의 아이가 사라졌는데 경찰이 아닌 고작 사립 형사라니...

이 집안 어쩐지 서로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히 있긴 한 것 같네요.

김상호의 직업은,

그러니까 불법 장기 밀매 브로커였습니다. 한국에서 의뢰가 있을 때마다 “신선하고 건강하게 살아있는(?)” 장기를 중국에서 공수해 넘기는 일을 하고 있었죠. 가족들은 김상호가 어떤 무역업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그리고 구체적으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어쨌든 그는 집 안에 상당한 돈을 가져다 주는 착실한 가장이었으니까요.

그 착실한 가장이 지금 금쪽같은 딸의 실종을 경찰에 알리지 못하고 혼자 해결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가족 모두는 생각합니다.

유지의 실종은 자신 때문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그 사실을 발설하지 않습니다.

갑갑하고 막막하고 미련한 시간들이 그들 곁을 부지런히 지나가고만 있죠.


작가 정이현은 말합니다.

" ...... <너는 모른다>에서 빠진 목적어는 바로 ”나“다. 한 가족이라도 서로 굳게 마음을 닫고 있지만 어느 날 폭탄이 떨어진다면 마음이 밖을 향하게 되는 미묘하고 작은 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

그녀는 가족이라는 상징적인 단위 속에 느슨하게 묶여있는 개인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 ...... 흔히 가족이라고 하면 끝까지 서로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존재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데 사실 대부분의 가족이 그렇지 않잖아요. 다 드러내는 것 같으면서도 감추고, 동시에 무언가 숨기는 것 같지만 진심을 내보이기도 하는 개인들을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관찰하려고 했습니다...... "

작가 정이현의 이 말 때문에 저는 이 소설을 공포소설로 분류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소설은 결말까지 꼭 읽어내야 하는 소설을 아닙니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약간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읽는 동안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때문에 극도로 선명해지는 두려움을 대면하는 일은 분명 버거운 일이 될 것입니다.

다중의 화자들에 의해 꾸역꾸역 고백되는 이야기들은 때로는 충격적이기도 때로는 비상식적이기도 때로는 넌더리가 나기까지도 합니다.

처음엔 제도권 안에 포함되지 못하는 소수자를 대변하는 소설인가 생각했다가, 다음엔 우리사회에 암암리에 퍼져있는 불법의 사업과 불륜에 대한 고발인가 생각했다가, 또 다시 현대인의 부서지고 파괴된 주체성에 대한 애도인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사건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또 다른 문제, 도시인들의 부스러진 일상을 그리려 했다는데 이 말 또한 도통 이해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네요.

단지 책 속의 한 마디 말이 기억에 선명합니다.

자신의 딸일지도 모르는 유지의 실종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들어온 진옥영의 오랜 연인 밍은 유지를 구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스스로 위험을 자처합니다.

마지막 결정을 내린 그의 입에서 나온 말,

"어차피 나는,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정말 무엇일까요?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긴 마음 끝이 이제는 많이 어지럽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 12. 06:29

한겨울에 만나는 섬뜩함은 공포보다 더 절실하고 집요했다.
<오늘의 거짓말>의 작가 정이현.
그녀가 이런 글을 썼던 사람인가?
시작부터 고개를 가우뚱하면서 이야기 속으로
전적으로 빠져들게 된다.
재미있다. 그리고 끔찍하다...



아버지, 화교인 새어머니, 친누나, 그, 그리고 이복동생.
다섯의 가족이 갖는 익명성과 은밀함들.
그들을 가족이라고 말 할 수 있기는 한건가????
모든 가족이 집을 비운 시간.
초등학생 여자 아이는 탁자의 레슨비를 집어들고  홀로 집을 나와 그대로 사라진다.
아이의 실종에 모두 관여된 듯한 가족들.
그들 스스로 자신때문에
아니 자신의 비밀들로 인해 아이가 유괴됐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정말 어디로 사라져버렸을까?
퍼즐 조각처럼 산산히 부서지고 흩어져
오히려 더 비밀을 감추려고 치열해지는 가족들...
그들은 정말 가족이었을까?



중국과의 무역업으로 상당한 돈을 집으로 가져다 주는 아비,
그러나 가족은 그 아비의 무역업 품목을 알지 못한다.
아비는 직업은 장기밀매...(그것도 싱싱한...)
가족들은 어쩌면 서로 모른 척 하기로 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비는 딸의 실종을 유괴로 단정하면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
사립형사를 고용해 가족에게 그가 경찰이라고 말하며
모든 것을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하는 아비.
그리고 대만에 오랜 연인을 두고 있는 새어머니.
몰래 주차된 자동차에 불을 지르고 달아나는 아들,
그리고 남자때문에 매번 자해를 하는 큰 딸.
가족은 모두 위태롭고 그리고 불법의 비밀들로 가득하다.
스스로 과외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레슨을 취소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을 떠난 아이는
정말 어디로 가버렸을까???

이 이야기의 모태는 아무래도 안양 여자 초등학교 실종사건이었을테다.
하루 평균 164명의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대한민국.
어쩌면 정말 가족의 비밀로 인해 스스로 실종을 택하는 사람이
정말 있을지 모르겠다 생각한다.
이 책이 무서운 건 그런 현실감을
내 앞으로 너무 바짝 끌어당기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
(미치 아이의 실종에 내가 깊이 관여된 것 같아 불편하기까지 하다)
읽고 난 마음 끝이 막막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