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6. 18. 08:46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8.06.12. ~ 2018.08.26.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작곡 : 월 애런슨 (Will Aronson)

무대 : 티모스 맥카비 (Timothy Mackabee)

음악감독 : 주소연

연출 : 김민정

출연 : 강필석, 이지훈 (인우) / 임강희, 김지현 (태희) / 이휘종, 최우혁 (현빈) / 이지민(혜주)  

        최호중(대근),  진상현(기석) 외

제작 : 세종문화회관, 달컴퍼니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 기념으로 이 작품이 올라온대서

정말 기뻤다.

2012년 초연과 2013년 재연 이후

무려 5년만의 공연.

솔직히 말하면 여러가지 문제로 다시는 못 볼수도 있겠구나 반쯤 포기했더랬다..

그래서 더 반갑고, 더 기대됐는지도...

태희장인으로 불리는 전미도가 빠졌다는게 치명적이긴 하지만

강필석 인우는 여전하니 다행이다.

강필석이 말했던가.

내가 작품을 선택한게 아니라 작품이 나를 선택했다고.

그 말에 100% 공감한다. 그리고 인정한다.

 

보고 난 솔직한 느낌은,

<번지점프를 하다>의 축소판을 본 듯한 느낌.

강필석 인우는 여전히 좋았고

김지현 태희도 재연때보다 감정도 연기도 훨씬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낯설게 느껴지는 이 기분은 뭘까?

일단 무대부터 허전했다.

실루엣으로 보여지돈 것도 사라졌고

버스정류장도, 교실도, 강의실도, 여관방도 다 휑하다.

거울효과를 낸 바닥은 나쁘지 않았지만

초연, 재연의 감성돋는 여신동의 무대가 보는 내내 많이 아른거렸다.

학생 라인이 너무 많이 약했고,

최호중 대근도 생각보다 약해서 임기홍이 많이 생각났다.

특히 혜주와 현빈은 많이 심각한 상태.

과도한 발랄함만 있고 감성이라는건 희미하다.

(최우혁 현빈이라고 뭐 많이 다를 것 같지도 않고)

전체적으로 느닷없다는 느낌.

 

그냥...

내가 좋아하는 그 작품이 맞긴 한데 보면 볼수록 다른 작품인것 같은  

이 알 수 없는 느낌적인 느낌이라니.

너무 오래 기다려 그리움만 더 깊어졌나보다..

만약....

다시 보게된다면 이 낯설음이 달라질까?

모르겠다.

마냥 전미도 태희가 그립고 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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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8. 4. 11. 08:43

<닥터 지바고>

 

일시 : 2018.02.27. ~ 2018.05.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대본 : 마이클 웰러

작사 : 마이클 코리, 에이미 포워스

작곡 : 루시 사이먼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에릭 셰퍼

출연 : 류정한, 박은태 (유리 지바고) / 조정은, 전미도 (라라) / 서영주, 최민철 (코마로프스키) / 강필석 (파샤)

        이정화 (토냐), 김봉환 (알렉산드르), 이경미 (안나), 김기순, 서만석 외 

제작 : 오디컴퍼니

 

3월 1일 박은태, 전미도, 서영주 캐스팅으로 보고

하루 뒤 3월 2일 류정한, 조정은 최민철 캐스팅으로 본 후 세번째 관람.

두번째 보고 짧게 후기를 남기긴 했는데

다음날 잘못 클릭해서 시원하게 날려버렸다.

다시 쓸까 생각하다 뭐 그럴것까지 있나 싶어 패스했다.

두번째 관람은 동생 대타로 급하게 가기도 했고 금요일 저녁이라 피곤한 상태기도 했다.

워낙 쉼없이 무대에 올랐던 류정한이기에

<시라노> 이후 꽤 오래 공백기가 있긴 했다.

그래선지 프리뷰 공연에서는 이례적으로 로딩이 덜 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이란 배우는 어김없이 기본 이상은 해준다.

(이런걸 보고 믿보배의 위용이라 해두자.)

 

세 번의 관람 중 가장 이날 관람이 가장 좋았다.

라라 장인이라는 전미도는 두 말 할 필요가 없고

고마로프스키도 최민철보다는 초연의 서영주가 확실히 좋았다.

<드라쿨라> 좋았던 기억때문에 류정한, 조정은 합을 많이 기대했었는데

류정한, 전미도의 합이 객관적, 주관적으로 더 좋았다.

조정은은 <모래시계>의 윤혜린이 너무 많이 생각나서 아쉬웠다.

류정한, 강필석, 서영주 세 배우의 표현은 전부 "사랑"이었다.

상황과 결이 다 다르긴 했지만 어쨌든  "사랑"이었고

그 감정들을 세 배우 모두 잘 끌어내 표현해줘서 참 좋았다.

 

그래도... 이 작품은...

세번을 봤어도 역시나 내 취향은 아니다.

두루두루 고전을 면치 못하게 하는 작품.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8. 3. 13. 08:41

<닥터 지바고>

 

일시 : 2018.02.27. ~ 2018.05.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대본 : 마이클 웰러

작사 : 마이클 코리, 에이미 포워스

작곡 : 루시 사이먼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에릭 셰퍼

출연 : 류정한, 박은태 (유리 지바고) / 조정은, 전미도 (라라) / 서영주, 최민철 (코마로프스키) / 강필석 (파샤)

        이정화 (토냐), 김봉환 (알렉산드르), 이경미 (안나), 김기순, 서만석 외 

제작 : 오디컴퍼니

 

2012년 초연 이후 6년 만의 재공연이다.

조승우, 홍광호라는 캐스팅에데 불구하고 흥행에 참패했던 비운의 오디 컴퍼니 작품.

초연 실패의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여러가지로 너무 구구절절했다는거.

스토리도, 무대도, 연출도, 러닝타임도, 음악도 전부 다.

초연의 심각성은 <J&H>를 마친 조승우의 긴급한 응급수혈로도 심폐소생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조승우도 막공 무대인사에서 이 작품이 잘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라는걸 인정했었다.

확실히 다듬어여 할 장면도, 과감하게 쳐내야 할 장면도 많은 작품이긴 했다.

솔직히 말하면,

류정한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재연을 챙겨 볼 생각도 안 했을 것 같다.

그러다 박은태의 유리까지도 궁금해져서...

 

보고 난 느낌은,

초연에 비해 정리가 잘됐다.

파샤의 분량이 줄어든건 좀 서운했고 캐릭터도 초연과는 살짝 차이가 있다.

코마로프스키는 초연때는 비열하기만 했는데 이번엔 다른 면이 보여서 좋았다.

(코마로프스키에게도 라라는 유리 지바고 못지 않은 사랑이었다는거, 인정!)

무대에 돈을 너무 안썼다는 평가가 많던데

혁명기의 러시아라는 시대상황을 대입하면 나쁘지 않았다.

스크린의 투사된 영상이 너무 그림스러웠다는건 좀 아쉬웠지만

3개로 이어진 오목한 스크린 자체는 신선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안보긴 했지만

박은태의 감성연기가 이렇게 좋았었나 싶어 놀랐다.

전미도 라라의 역할도 컸겠지만

목소리톤과 눈빛이 그야말로 서정서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론 참 맘에 안드는 스토리다.

아무리 시대상황이 그랬다고해도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사랑이다.

지바고도, 라라와 토냐도, 파샤도 코카로프스키도 모두 다.

사랑이라는게,

결코 답이 될 순 없더라.

고전(古典)은 단지 고전(古典)일 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12. 29. 08:38

<12월의 크리스마스>

 

일시 : 2017.12.24. ~ 2018.12.25.

장소 : 롯데콘서트홀

지휘 : 서희태

연주 :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사회 : 원미솔

출연 : 박은태, 이창용, 조정은, 전미도, 김선영

제작 : 롯데엔터테인먼트, 오디컴퍼니주식회사

 

그 시작은 심히 창대하고 좋았으나

그 끝은 기대를 저버려도 너무 저벼렸다...

낮공연은 더 심각했던 모양이다.

욕으로 도배가 됐더라.

미안한 말이지만 이번 콘서트는

오디컴퍼니의 자만 혹은 욕심이 너무 과했던게 아닌가 싶다.

불과 이틀 전에 같은 공연장에서 관람한 콘서트와 비교가 많이 된다.

오디컴퍼니는...

너무 심하게, 너무 노골적으로 배우를 편애한다.

참 불편하고 싫다.

이날도 배우 이창용과 전미도에게 그 정도빆에 할 수 없었나 불쾌했다.

내가 관계자였다면

이창용에게는"Impossible dream"과 "나비"를 부르게 했을거고

전미도에게는 2곡의 듀엣만 부르고 소개없이 무대를 내려가게 하진 않았을거다.

이창용 말처럼 박은태 단독콘서트에 초대된 게스트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콘서트에세 내 기억에 제일 많이 남은 사람은 김선영이다.

실제적으로 박수를 가장 많이 받은 곡도 김선영이 부른 "A New Life"였다.

여전한 카리스마와 성량은 루시로의 복귀를 간절히 희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김선영이 그러지 않을거라는걸 너무 잘 알기에

정말 오랫만에 듣는 김선영의 소리가 더 반갑고 간절했다.

박은태는 열일했고,

개인적으론 정말 단독콘서트를 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

중간에 아카펠라 그룹의 등장은 뜬금없었고

원미솔 음악감독의 사회도 그다지 특별하진 않았다.

차라리 배우들끼리 진행하는게 훨씬 좋았을거란 생각.

자잘한 마이크 사고도 있었고

프롬프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오케스트라의 연주 레파토리 소개하는 것도 실수하고...

스크린의 공연 영상도 성의가 전혀 없었고,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은 콘서트였다

 

아무래도 오디컴퍼니가 자기반성을 해야 할 것 같다.

(신춘수 대표가 그래줄지는 모르지만.)

마에스트로 서희태가 이끄는 60인조의 오케스트라와 정상급 뮤지컬 배우의 출연.

이 두 사실마저도 빛을 잃었다.

솔직히 말하면 오디컴퍼니의 연말 장삿속.

딱 그런 느낌이라 허탈하고 속상했다.

저 좋은 배우들과 오케스트라로 왜 이 정도의 퀄리티 밖에 만들지 못했을까?

지금도 내내 궁금하다.

 

<공연 셋 리스트>

 

<맨 오브 라만차>
1. MAN OF LAMACHA (라만차의 기사) - 박은태,이창용
2. 좋으니까-이창용
3. Impossible Dream (이룰 수 없는 꿈) - 박은태

 

<드라큘라>
4. Please don't make me love you - 조정은
5. Loving you keeps me alive - 조정은,박은태

<Story Of The My Life>
6. 아는 걸 써 - 이창용
7. 나비 - 박은태
8. 눈 속의 천사들 - 박은태,이창용

 

<닥터 지바고>
9. Now - 전미도,박은태
10. On the edge of time - 전미도, 박은태

 

<지킬박사와 하이드>
11. A new life - 김선영
12. I need to know - 박은태
13. In his eyes - 김선영,조정은
14. Dangerous game - 김선영,박은태
15. 지금 이 순간 - 박은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2. 23. 08:10

 

<어쩌면 해피엔딩>

 

일시 : 2016.12.20 ~ 2017.03.05.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작,작사 : 박천휴

작,작곡 : 윌 애런슨 (Will Aronson)

음악감독 : 주소연

연출 : 김동연

출연 : 김재범, 정문성, 정욱진 (올리버) / 전미도, 이지숙, 최수진 (클레어) / 고훈정, 성종완 (제임스)

제작 : 대명문화공장, 네오프로덕션

 

구석구석 빈틈없이 상처받는 나날들이었다.

바닥 저 아래까지 가라앉은 기분은 그 무엇으로도 나아지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사랑스런 로봇을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인간을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이 로봇들이 나를 완전히 사로 잡았다.

이런 헬퍼봇이

내 옆에서 평생 같이 있어주면 좋겠다.

그러면 지금 이 세상이 훨씬 더 수월하고 편했을텐데....

 

처음엔 분명 한없이 따뜻하고 유쾌하게 보고 있었는데...

뒤로 갈수록 감정이 무더기로 허물어진다.

올리버처럼 감춰진 슬픔 한자락이 내 가슴 속에도 그대로 남겨졌다.

전미도 클레어는 왜 이렇게 끝까지 사랑스러워서 가슴을 무너지게 하는지...

화분과 방(room)조차도 친구로 만드는 올리버의 순수함은

어리숙함이 아니라 선함이다.

 

그렇다면 클레어는 정말 저장된 기억을 지웠을까?

나는 아닐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들의 관계는 아마도 도돌임표처럼 끝나지 않을 것이다.

클레어는 올리버의 기억이 지워졌을거라 믿고

올리버는 클레어의 기억이 지워졌을거라고 믿고...

그리고 서로 그렇게 믿고 있다는 걸 알고 최대한 모른척 하면서 그렇게...

진실을 알지만 진실을 꺼낼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올리버와 클레어가 함께 하는 순간이 정확히 그렇다.

처음이지만 처음이 될 수 없고,

끝이지만 결코 끝이 날 수 없는 올리버와 클레어.

누군가 작동 종료가 될때까지 이 둘의 관계는 그렇게 계속 이어질거라 믿는다.

그게 그들의 "휴먼"이다.

 

* 박천휴와 윌 애런슨 콤비는

  <번지점프를 하다>에 이어 또 다시 아름답고 사랑스런 작품을 만들어냈다.

  두 사람도 <번점>이 그리웠던 모양이다.

  덕분에 <번점>의 흔적을 느낄 수 있어서 애뜻했다.

  비, 우산, 그리고 전미도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7. 8. 08:37

 

<스위니토드>

 

일시 : 2016.06.21. ~ 2016.10.03.

장소 : 샤롯데씨어터

극본 : 휴 휠러 (Hugh Wheeler)

작사, 작곡 : 스티븐 손드하임 (Stephen Sondheim)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에릭 셔퍼 (Eric Schaeffer)

출연 : 조승우, 양준모 (스위니토드) / 옥주현, 전미도 (러빗부인) / 이지혜, 이지수 (조안나) 

        이승원, 김성철 (토비), 서영주(터핀판사), 윤소호(안소니), 조성지(피렐리), 서승원(비들) 외

제작 : OD 컴퍼니

 

손드하임 최고의 명작 <스위니토드>가 드디어 돌아왔다.

2007년 초연 이후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린 시간이 벌써 10년이다.

충격적인 스토리에 수시로 치고 들어오는 기괴한 불협화음, 

날카로운 톱니바퀴 굴어가는 소리와 길게 이어지는 귀를 찌르는 파열음.

그리고 코러스의 묵직한 템포로 시작되는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의 라임도 아주 절묘했었다.

증오와 광기로 가득한 피의 복수를 담고 있지만

장면 곳곳에 코믹한 대사와 넘버로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은 작품.

심지어 인육을 먹는 카니발리즘마저도 유쾌한 넘버로 전환시킨 손드하임의 기발함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었다.

"섬뜩하고 잔인하게 독창적이다"라는 찬사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내 안의 악마성을 끄집어낸 작품 <스위니토드>

 

바랬다.

뭐가 됐든 초연의 기괴함만은 그대로 유지되기를...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반응들을 읽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재미있어요.

모던해요,

대중성이 강해져서 좋아요.

조승우-옥주현의 케미는 장소팔-고춘자가 연상돼요.

설마... 이게 내가 알고 있는 <스위니토드>가 맞나... 싶었다.

어찌됐든 불안감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음...

일단 너무 가벼워지고 과하게 코믹해졌다.

무대도 너무 많이 달라졌고 오캐스트라의 연주도 훨씬 유해졌다.

시작부분에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도 없어졌고

날카로운 파열음도 훨씬 유순해졌다.

곧바로 연결되는 첫넘버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의 뉘앙스가 2007년도와 너무 많이 달라서 대놓고 혼자 당황스러워했다.

 

        2016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             2007  The Ballad of Sweeney Todd 가사
  

솔직히 말하면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조승우의 스위니토드는 "헤드윅"과 "돈키호테"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것 같다.

이 작품 역시도 조승우의 놀이판이라는 느낌.

늘 그렇듯 조승우는 무대가 내 집인것 처럼 편안했다.

복수가 그에겐 하나의 놀이이자 유희같았다.

복수의 이유보다는 복수 그 자체가 더 선명했다.

그래서 당황스러웠다.

내가 기억하는 스위니토드와 나란히 세워졸 수 없다.

취향의 문제겠지만 나는 보면서 내내 초연이 그리웠다.

입으로 피를 뿜으며 죽어가는 사람들도 노골적이라 민망했고

토비가 토드를 죽이는 장면의 액션도 너무 과하더라.

(칼~~~ !하고 외치는데 독립투사로 빙의된 줄 알았다)

2007년 엔딩에서 죽은 사람들이 한 사람씩 손을 씼는 장면이 빠진 것도 많이 서운했다.

피렐리도 너무 과했고,

토비는 몇 번을 봐도 모자란 아이처럼 보이진 않더라.

전미도는 러빗부인을 아주 맛깔스럽게 잘하긴 했는데 확실히 이 역할을 하기엔 나이가 함정이다.

토비와 나란히 있는 장면에서 아줌마는... 을 연벌하지만

아무리봐도 연인처럼만 보여서...

(초연의 홍지민 러빗부인이 정말 갑이었지 싶다)

 

오랫동안 기다렸었는데

다시 돌아온 스위니토드는

스위니토드 인듯, 스위니토드 아닌, 스위니토드 같은 작품이 되버린것 같다.

그냥 계속 2007년의 장면과 음악만 소처럼 되새기고 있다.

이러다 정말 소(牛)가 될지도...

 

  

The Ballad of Sweeney Todd (2007)

 

등골이 오싹할 얘기

시퍼런 눈빛의 한 남자

그의 면도날을 본 신사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지

뻔한 길은 마다했어. 바로 스위니 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

런던 최고의 이발소

명 짧은 이들로 불볐지.

좀 빨리 죽으면 뭐 어때? 다 깨끗한 자태로 죽을텐

그의 손에, 이발사 탈을 쓴 악마

칼을 들어라, 스위니

저 하늘 향해

위선자들 피로 넘쳐 나리리.

텅빈 방에 혼자 앉아 고독을 즐기는 듯 했지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의자 하나와 몇 개의 이발도구

청결의 전령사였지, 바로 스위니토드

이발사 탈을 쓴 악마

웃음 뒤로, 친절 뒤로, 아무도 모르게 움직였지

섬세하고 강한 솔실, 완벽하게 계획했어

뚫어질 듯 강렬한 눈빛

그림자뒤로 반짝였지. 

스위니, 스위니, 스위니, 스위니, 스위~~~~~~~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2. 8. 08:25

 

<베르테르>

 

일시 : 2015.11.10. ~ 2016.01.10.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극본 : 고선웅

작곡 : 정민선

무대 : 정승호

음악감독 : 구소영

연출 : 조광화

출연 : 엄기준, 조승우, 규현 (베르테스) / 전미도, 이지혜 (롯데) / 이상현, 문종원 (알베르트)

        강성욱, 김성철 (카인즈), 최나래(오르카), 송나영(캐시) 외

제작 : CJ E&M(주) 극단 갖가지

 

제대로 된 창작뮤지컬의 시작을 알렸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올 해가 이 작품의 창작 15주년이란다.

그래서 토월에서 조승우, 엄기준, 규현 캐스팅으로 기념 공연이 올라왔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현대적인 감각의 <베르테르> 보다

촌스럽긴 하지만 고전적이고 애뜻했던 과거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훨씬 더 좋다.

그래서 유니버셜아트센터와 2013년 토월의 베르테르가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었다.

유니버설 버전은 정체불명으로 그로테스크했고

2013년 토월 버전은 지나치게 수다스러웠었다.

그래도 15주년 기념 공연이니 예전의 그 감성을 다시 느낄 수 있겠다 싶어 나도 모르게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이번에도 가차없이 무너졌다.

2013년 토춸버전 그대로더라.

현대적인 감각으로 바꾸는게 늘 옳은것도 아니고

적어도 이 작품만큼은 초연의 감성을 그대로 유지하는게 옳았다.

정체불명의 짬뽕같은 시대배경도, 국적불명의 춤사위도

2013년에 이어 다시 보는건데도 당혹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승우는 연기가 너무 좋더라.

롯데의 머리 리본을 조심스럽게 접어 품안에 넣는 모습은 두근두근거리는 셀레임이었고

롯데에게 거부당해 돌아서는 모습은 폭풍이 오기 전의 고요더라.

(개인적으로 이 녀석은 영화나 TV 보다는 뮤지컬 무대에 서있을 때 확실히 그답다)

그리고 베르테르의 의상이 바뀐건 불행 중 다행이다.

2013년 토월 버전 그대로여서

샛노란 조끼 위의 커다란 해바라기를 볼 생각에 암담했는데

베르테르의 의상이 tone down돼서 정말 진심으로 고맙더라.

하지만 그 고마움도 나치 복장을 떠올리게 한 알베르트의 의상때분에 다시 당혹스러웠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노래하는 문종원의 알베르트는 더 당혹스러웠다.

"블러드 브라더스"때처럼 힘을 빼고 연기했다면

노래도, 연기도 지금보다 훨씬 좋았을텐데....

 

아쉽다, 이 작품.

베르테르가 맞긴 한데

베르테르라고 할 수 없는 이 느낌적인 느낌.

무엇보다 제일 속상한건 엔딩장면에서 서서히 피빛으로 물드는 하늘을 볼 수 없다는거.

개인적으로 이 장면의 여운이 결코 잊혀지지 않는데

이제 그 느낌을 찾을 길이 없어졌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그렇게 역사가 되버리려나보다.

 

그런데 나는 왜...

차마 발길을 뗄 수가 없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2. 18. 07:59

 

<Once>

일시 : 2014.12.03. ~ 2015.03.29.

장소 :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극본 : Enda Walsh

음악 : Glen Hansard & marketa lrglova

원작 : John Camey

연출 : Hohn Tiffany

안무 : Steven Hoggett

번역 : 정명주

윤색, 한국말가사 : 고선웅

협력연출 : 김태훈

협력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윤도현, 이창희 (Guy) / 전미도, 박지연 (Girl)

        강윤석, 강수정, 임진웅, 이정수 외

주최 : 예술의 전당, SBS. (주)신시컴퍼니

 

"Gold"를 들으면서 출근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지하철에 있던 사람들이 저 여자 무슨 일 있나 싶은지 자꾸 쳐다본다.

그래도 도저히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가사 하나하나가 그대로 가슴에 담겨버려서...

제목 그대로 "황금"처럼 빛나는 멜로디였고, 가사였고, 연주였고, 모든 것이었다.

영어버전도 한국어버전 모두 보석같이 빛나는 노래다.

작품 속 guy처럼 인생이 멈춰버린 나에게 이 노래 "Gold"가 마법처럼 찾아왔다.

어쩌면 출근길에 흘린 눈물은 고마움의 눈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뮤지컬 <Once>

화려한 기교와 휘황찬란한 무대를 기대했다면 참 재미없는 이야기겠다.

더구나 배우들의 동선과 장면 전환을 산만하다고 말 할 사람도 있겠다.

그런데 이 작품...

난 너무 예쁘고 찬란했다.

공연장에서보다 지금 더 간절하고 절실하게 스며드는 작품.

그래서 그때의 기억이 내내 현재진행형이 되고 있다.

생이 멈춰버린 Guy도, 그런 Guy에게 새인생을 만들어진 Girl도 다 현재진행형이다.

윤도현과 전미도의 연기는 덤덤해서 더 절실했고

매순간 악기가 한 몸이 돼서 연기했던 모든 배우들은 진심으로 행복해보였다.

관객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모두가 음악 자체였고, 연주 자체였다.

깨달았다.

한동안 이 음악안에서 살게 될 것 같다는걸.

 

그러네...

작품 속 Guy와 똑같이 되버렸네.

Falling slowly 중인 나에게 이 작품이 falling love를 꿈꾸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Once>는 멈춰있는 나에게 찾아온 뜻밖의 girl이다.

황금을 준대도 절대로 바꿀 수 없는 Girl.

 

 

<Once OST>

 

01. The North Strand

02. Leave

03. Falling Slowly

04. The Moon

05. Ej Pada Pada Rosicka

06. If You Want Me

07. Broken Hearted Hoover Fixer Sucker Guy

08. Say It To Me Now

09. Abandoned In Bandon

10. Gold

11. Sleeping

12. When Your Mind's Made Up

13. The Hill

14. It Cannot Be About That

15. Gold (A cappella)

16. Falling Slowly (Reprise)

 

 

 

Gold

 

And I love her so

I wouldn't trade her for gold

I'm walking on moonbeams

I was born with a sliver spoon

Hell, I'm gonna be me

I'm gonna be free

I'm walking on moonbeams

And staring out to see

And if a door be closed

Then a row of homes star building

And tear your curtains down

For sunlight is like gold

Hey, you better be you

And do what you can do

When you're walking on moonbeams

And staring out to see

'Cause if your skin was soil

How long do you think before they's star digging?

And if your life was gold

How long do you think your'd stay living

Hey, hey

And I love her so

I wouldn't trade her for gold

 

그녈 사랑해

난 안바꿔, 황금을 줘도

난 걸어가네

환한 달빛 속을

난 행운이 따르는 남자

나는 나로 살아

나는 자유

달빛속을 걸을 때

저 바다를 향해

무엇이라도

시작이 있듯 끝도 있네

널 가두지마, 괜찮아

넌 황금처럼 빛나

너는 너로 살아

너는 자유

네가 달빛 속을 걸을 때

저 바다를 향해

너는 잘 몰라

네가 얼마나 찬란한 존재인지

너는 잘 몰라

황금처럼 빛나는 널...

그녈 사랑해

난 안바꿔, 황금을 줘도

 

* <once>의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한 고선웅꼐 감사드린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가사...

   당분간 만나지 못할 것 같다.

   최고로 최고다.

   진심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4. 16. 06:12

<메피스토>

일시 : 2014.04. ~ 2014.04.

장소 :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볼프강 폰 괴테 "파우스트"

대본 : 한아름

무대 : 여신동

작곡 : 황호준

연출 : 서재형

출연 : 정동환(파우스트), 전미도 (메피스토), 이진희(그레첸) 외

주최 : 예술의 전당

 

난 서재형과 한아름 콤비의 작품들을 정말이지 미치도록 좋아한다.

<왕세자 실종사건>, <메디아>, <더 코러스;오이디푸스>,

이 작품들을 보고 받었던 충격은 가히 해비톤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겐 이 둘의 조합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황홀하다.

그런데 거기에 황호준이 음악을, 여신동이 무대까지 가세했으니 " Must see"  해야 할 이유가 더 생겼다.

(사족이긴한데 황호준은 소설가 황석영의 아들이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무지 좋아하는 고전 중 한 편인 <파우스트> 원작이라니!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을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 작품을 여성성이 강한 메피스토펠러스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면 더 강렬하지 않을까 하고...

그러면 이 "유혹"이라는 부분이 훨씬 더 강렬하고 필사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었다니...

묘하게 섬득해지는 반가움이 느껴졌다.

 

 

작품은 원작의 깊이를 충분히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신선했고 게다가 꽤 도발적이기까지 했다.

특히 삼류건달을 떠올리게 하는 메피스토 전미도에게 놀랐다.

성실하게 꾸준히 성장하는 배우라는 건 매번 느끼고 있었지만

이 작품을 보면서 확신했다.

이제 그녀는 몸과 소리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아는 배우가 됐다는 걸!

쇠를 긁어내는 듯한 가공되지 않은 불편한 소리와 백발의 머리,

껄렁껄렁한 자세와 기괴한 표정들, 움직임들을 보면서

그녀가 이 작품을 위해 쏟은 열정이 어느 정도였는지 느껴져 뭉클했다.

(검정 배바지 정장과 붉은 블라우스 셔츠는 또 왜 그렇게 작품과, 배역과 잘 어울리던지...)

쉽게 감당하기 힘든 작품이고, 역할이었을텐데...

놀랍다.

감탄스러울만큼 매혹적인 메피스토였다.

능수능란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그 악 속에 순진한 선이 보이더라.

그건 아마도 역할과 별개로 전미도라는 배우가 갖고 있는 필모그라피 때문이었으리라.

의도되지 않은 그 느낌이

의외로 극의 표현과 꽤 적절하게 어울리더라.

("악"인들 방황하고 주저하지 않을까! 비록 그게 절대악일지라도...)

 

파우스트 정동환.

파격적인 전미도에 의해 오히려 포커스가 덜 맞춰지는 느낌이 있지만 역시나 노련하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정동환 파우스트가 아니었다면 전미도가 이렇게까지 날개를 활짝 펼 수 있었을까?

다음 세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기위해

뒤를 확실하게 서포트를 해주는 노장의 연기를 본다는 건,

관객 입장에선 극진한 감동이다.

(몇 년 전 공연된 <벚꽃동산>까지 오버랩된다. 그 연극에서 정동환의 모습, 참 아득했었는데...)

젊음을 되찾은 파우스트의 모습이 충분히 젊지 않아 당황스럽긴 햇지만

정동환의 연기는 명확했고 확실했다.

 

발푸르기니의 밤은 다소 과하게 표현되긴 했지만

(오히려 더 극단적인 몽환의 느낌이었다면 어땠을까?)

육중한 쇠가 갈리는 소리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마치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느낌이더라.

무참하게 도륙되는 육체 위에 펼쳐지는 악의 향연.

어쩌면 구원받은 파우스트를 보면서 신에게 외친 메피스토의 물음은

자기방어같은 최후변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에게 달라붙었습니까? 아니면 그가 날 불러들였습니까?

 대답해주십시오! 그가 옳은가요? 난 항상 틀린가요?"

우리가 선하다고 믿는 신(神)은

생각해보면  단 한 번도 선했던 적이 없었다.

그러니 이제 신께서도 "메피스토"에게 대답을 해야 할 것 한다.

 

바로 지금이다!

악마가 될 시간.

가장 행복한 시간이 바로 파괴의 시간이다.

그러니 기억하자.

선이란 아직 저지르지 않은 악일 뿐이라는 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7. 08:40

<베르테르>

일시 : 2013.12.03. ~ 2014.01.12.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원작 :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극본 : 고선웅

연출 : 조광화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임태경, 엄기준 (베르테르) / 전미도, 이지혜 (롯데)

        이상현, 양준모 (알베르트) / 이승재, 최성원 (카인즈), 최나래 외

제작 : CJ E&M (주). 극단 갖가지

 

맙소사!

아무래도 엄기준은 이젠 연기만 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에 <몬테크리스토> 초연 이후론 그의 뮤지컬 무대는 기피해왔는데 그래도 "베르테르"는 아니겠지 하고 예매를 했었다.

솔직히 임태경보다 엄기준의 기대치가 월등히 높았다.

이제 이 작품은 더 이상 "반가운 나의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엄기준의 베르테르는,

다행히 연기는 좋았다.

순수하기도 했고, 절망적이기도 했고, 허무하기도 했고, 벅차기도 했다.

딱 베르테르의 느낌 그대로였다.

그런데...

노래를 부를 때는 왜 그 지경까지 되버린걸까?

누군가의 그러더라.

방금 전에 아주 신 레몬을 다섯개 정도는 먹고 나온 사람 같다고.

금방이라도 침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소리에

소리는 단 한 번도 터져나오지 못했고

호흠은 곧 인공호흡기라도 필요할 듯한 짧고 급박했다.

보는 내내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엄기준이라는 배우가 이랬던가.

과거의 그의 무대를 떠올리면서 너무 많이 안타까웠다.

나이 탓이라고 하기엔 이유가 너무 구차하다.

아무래도 엄기준은 이제 TV 브라운관이나 영화쪽에서의 활약상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

소리가... 소리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이 망가졌다.

그건 뮤지컬배우에겐 너무 절망적인 상태 아닌가!

엄기준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는 있는 걸까?

 

전미도 롯데는 이지혜만큼 조증은 아니라서 보기에 편안했지만

2막에서 베르테르와의 재회를 시작으로 점점 복잡해지는 감정을

거친 숨소리 하나로만 표현한 건 많이 아쉽다.

(이번 관람은 여기저기 거친 숨소리들로 제대로 사태가 났다 ㅠㅠ)

양준모 알베르트는 노래보다는 연기가 훨씬 좋더라.

이상현 알베르트가 젠틀하면서 귀족적이었다면

양준모는 알베르트는 자신의 분노를 최대한 누르면서

롯데를 위해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깊은 사랑이 보였다.

타이틀의 두 베르테르가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해서 그런지 이번엔 알베르트 쪽으로 훨씬 더 마음이 기운다.

뭐 사실 그게 현실이기도 하고...

 

이번 관람에서 가장 눈에 띄였던 배우는 카인즈 최성원.

매번 카인즈가 이상하게 변질(?)됐었는데

최성원은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카인즈에 가장 근접한 모습을 보여줬다.

노래와 감정표현도 좋았고 연기도 괜찮았다.

이 녀석이 좀 쑥쑥 컸으면 좋겠다.

소극장 공연들도 몇 작품 봤는데 다 괜찮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번 <베르테르>에서 "카인즈"를 건졌으니... ^^

 

무대, 의상, 조명, 엔딩, 커튼콜도 예전같은 감성은 아니었지만

음악 하나는 정말 좋았다.

특히나 음악감독 구소영의 건반과 거의 듀엣으로 연주되던 바이올린 소리는 참 이쁘더라.

(연주자가 남자분이시던데....)

커튼콜.

등지고 앉아있던 베르테르.

임태경도 그렇고 엄기준도 그렇고 참 없어 보이는 중년의 뒷태더라.

솔직히 여기서 그나마 있던 감성이 놀라서 달아났다.

중년의 뒷태에 앞에는 가당치도 않은 커더란 해바라기 조끼.

베르테르가 베르테르이기를 포기한 의상이었노라 말하고 싶다.

게다가 죽창처럼 해바라기를 둘고 줄줄이 서있는 앙상블들.

이건 정말이지 감성이라는게 끼어틀 틈을 여간해선 안 준다.

해바라기 농장과 자매결연이라도 맺으셨나...

무대에도, 장면에도, 의상에도, 오케스트라 피트석에도

너무 노골적으로 해바라기를 들이대니 참 당황스럽더라.

 

2012년도에 유니버셜 아트센터에 이에

베르테르가 내게 참 색다른 경험을 자꾸 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경험...

정말이지 이제 그만 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