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1. 18. 08:59

 

 

<엘리펀트송>

 

일시 : 2015.11.13. ~ 2016.01.31.

장소 : 수현재 씨어터

극본 : 니콜라스 빌런 (Nicolas Billon)

번역 : 김승완

연출 : 김지호

출연 : 박은석, 정원영, 이재균 (마이클) / 김영필, 정원조 (그린버그) / 정영주, 고수희 (피터슨)

제작 : (주)나인스토리, (주)수현재컴퍼니

 

의도한건 분명 아닌데 

요즘 계속해서 아픈 작품들만 읽고 보고 있다.

사랑과 희망, 그리고 기억과 사실들.

개인의 역사라는 건 사실 이것들이 만들어내는 허상 혹은 사실인지도 하겠다.

그리고 이것들의 균형에 문제가 생가면 삶은 위태로워진다.

지속될게 아니라면 "사랑"을 줘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희망을 키우게 될테니까...

스스로의 태어남 자체를 "사고"라고 생각하는 마이클.

그러나 나는 그 아이에게 어떠한 죄도 물을 수 없다.

그 아이는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기 위해 절박하게 외쳤을 뿐이고

그걸 이해하지 못한건 그들이다. 

만약 그들이 이해했다면, 알아챘다면

마이클은 "가치"를 찾을 수 있었을까?

 

"네가 원하는게 뭐니?"

그린버그의 질문에 마이클은 대답한다.

"자유요, 선생님!"

자유... 자유... 자유...

마이클이 말한 자유란 8년간 입원 중인 병원에서의 퇴원이 아닌

완벽한 해방, 즉 죽음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었겠지만

8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이 명석한 아이는 희망과 가치를 잃었다.

 죽음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마이클의 독백같은 대사가 계속 가슴에 남는다.

"사람들은 이 질문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요. 나는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을까?"

 

* 배우들의 연기는 진중하고 섬세했다.

  눈빛과 동작 하나 하나 허투루 흘려보내는게 없더라.

  누군가는 마이클에 비해 그린버그와 피터슨의 존재감이 너무 약하다고 하던데

  나는 오히려 김영필과 정영주의 연기에 감탄했다.

  그 두 배우의 완벽한 조력은 박은석에게 마이클이란 인물을 성실하게 집요하게 끄집어내게 만들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작품이 어렇게까지 동화되진 못했을거다.

  위험하고 슬픈 작품이다.

  그래서 외면되지 않는 작품이다.

  아마도 나는...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보게 될 것 같다.

  (그때는 내게 거리감이라는게 조금 생겨주면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16. 06:28

뮤지컬 <서편제>

일시 : 2012.03.02. ~ 2012.04.22.
장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워작 : 이청준
극본 : 조광화
작곡 : 윤일상
연출 : 이지나
음악 슈퍼바이저 : 김문정
출연 : 이자람, 차지연, 이영미 (송화) / 임병근, 김다현, 한지상 (동호)
         서범석, 양준모 (유봉) / 정영주 (동호모) / 문헤원(미니)
무대 : 박동우
의상 : 홍미화, 안현주
안무 : 남수정

2011년 제5회 뮤지컬어워즈에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여우주연상, 여우신인상을 휩쓸면서 5관왕이라는 기록을 달성한 작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2011년 초연 당시에 이 작품은 내 취향이 아니라 보지 않았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처음엔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장사가 잘 안 됐던지 나중엔 연령제한이 없어지면서 심지어 모녀할인 50% 이벤트까지 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작정만 했다면 솔직히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두산아트센터로 발걸음이 안 된 작품이다.
참 여러모로 파란만장한 작품이다.
심지어는 제작자의 자살이라는 비보를 남기기도 했던 작품이다.
(뭐 꼭 이 작품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그래서 재공연 말이 나왔을 때 솔직히 가능할까 싶었는데 정말 재공연이 성사됐다. 
확실히 연출가 이지나의 파워는 아직까지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서범석, 이자람, 차지연, 이영미(동호모에서 송화로 엄청난 회춘하셨다) 등 금지옥엽같은 초연 멤버에
양준모, 정영주, 임병근, 김다현, 한지상까지
배우 프로필 상으로는 여느 공연 못지 않은 출연진이다.



이 날 공연은 이자람 송화, 임병근 동호, 양준모 유봉이었다.
나름대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역시나 <서편제>는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평일에 유니버설 아트센터를 찾는다는 건 자정 이후에 귀가를 뜻하는건데
여간 노곤하고 피로한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내겐 영화 <서편제>의 김명곤 유봉, 오정해 송화, 김규철 동호가 각인되버린 모양이다.
뮤지컬로 만들어진 <서편제>는 어쩐지 정체불명의 퓨전극이 되버린 것 같다.
냉정과 열정 사이가 아닌,
냉탕과 열탕 사이였다고나 할까?
일단 배우들의 나이대가 너무 비슷해서 불편했다.
아직 30대인 양준모의 유봉 변신은 아무래도 조금 무리수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배우지만 아닌 건 아니다)
성악 전공자답게 역시나 성량도 크고 노래도 잘하긴 하지만 그걸 "소리"라고 명명하기엔 어렵지 않을까?
송화와 동호에게 "소리"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성악"을 가르치는 것 같다.
어쩐지 사투리도 좀 작위적이고...
성마르고 화만 내는 아버지.
그래서 땡깡피우는 철없는 응석쟁이 아이같다.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라는 가사를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민망할 정도로 청춘인 유봉!
한 번도 생각했던 적 없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양준모가 참 젊은 배우라는 걸 절감했다.
임병근의 동호는,
처음엔 나쁘지 않았는데 연령대를 소화하기에는 너무 곱고 아름답다.
꼭 아이에게 어른 옷을 입힌 것 같은 바라보기가 어려웠다.
이자람의 송화.
그녀가 아니었다면 나의 귀가길은 황량함 자체였으리라.
<서편제>에서 소리를 하는 유일한 배우 이자람!
눈이 머는 장면에서의 절규과 아비를 보내는 장면에서의 그 처연함과 서글픔은 흡사 종교적이기까지 하더라.
구음과 몸짓이 얼마나 많은 대사를 응축시킬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심봉사 눈뜨는 장면을 들으면서
꼭 "심청가"나 "춘향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판소리 완창 무대를 한 번 듣고 싶다는 바람도 생겼다.
유봉이 죽는 장면에서의 정영주의 목소리!
귀기(鬼氣)가 느껴질 만큼 애절하고 평온하고 아득했다.



개인적으로 이지나 연출의 스크린 활용법을 좋아하지 않는다.
거대한 관을 떠올리게 한 무대는 정말 좋았는데
생둥맞은 스크린때문에 느낌이 부서지는 부분들이 많았다.
게다가 경사무대에 서있는 배우들은 왠지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설마 그런 느낌을 원했던걸까?)
오케스트라 피트석을 위로 올린 발상은 매혹적이었다.
때때로 아래 무대와 함께 한 폭의 그림 같은 모습이 나와서 신비했다.
몹시 안재욱스런 클럽 매니저와 유봉의 친구였던 창극단 단장를 보면서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우리의 "소리"와 "락"은 서로 작정한듯 어울리지 않아 물위에 뜬 기름 같았다.
가끔씩 MR로 녹음된 노래가 아닌 척 의뭉스럽게 나오는 것도 흠이라면 흠이다.
깊은 소리의 한(恨)을 알아볼 깜냥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슬프게도 나는 그 한(恨)을 온전히 느끼지 못했다.

어쩌면 나는 뮤지컬 <서편제>가 피천득의 "인연"같은 느낌이길 바랐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슬프다.
너무 노래를 잘해서 오히려 어울리지 않은 양준모와 임병근을 보는 것도,
혼자 절절한 소리를 하는 이자람을 보는 것도.
내겐 다 슬픔이었다.
참 고되고 힘겹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2. 6. 06:15

<The Vagina Monologues>

일시 : 2011.12.02. ~ 2012.02.10.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출연 : 김여진, 정애연, 정영주, 이지하
원작 : 이브 엔슬러 (Eve Enster)
연출 : 이유리
프로듀서 : 이지나


1998년 뉴옥 초연 이후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는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어느새 한국 초연 11주년이 됐다.
2001년 초연 당시엔 파격적인 소재와 대사로 특정 단어를 블라인드로 처리해서 보도하고 일부 관객은 음란물과 다를 바 없다며 항의하기도 했단다.
지금 이런 이력을 들으면 격세지감이 느껴지지만 초연될 당시엔 공연계에 꽤나 큰 이슈가 됐었다.
지금같이 음난물의 홍수 속에서야 이런 내용쯤은 그저 코웃음거리에 불과하겠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어 제목을 아무렇지 않게 발음하기엔 솔직히 난감함이 있다.

연극이 유명해지기 전에 책으로 먼저 읽었었다.
솔직히 그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연극으로는 어떨지 궁금했는데 11년이 지나서야 겨우 보게 됐다.
처음 공연했을 때는 출연하는 배우가 한 명이었다는데
지금은 세 명의 배우가 나온다.
(마치 공개방송 토크쇼같은 느낌이다.)
정애연, 정영주, 이지하.
배우 정애연이 다른 두 명의 출연자에 비하면 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상당히 좋았다.
딕션과 감정표현, 말의 톤과 속도도 잘 조정하는 것 같다.
20년 가까이 뮤지컬만 했다는 정영주가 선택한 첫번째 연극 작품!
역시나 작품의 액센트 역할을 여기서도 여지없이 해낸다.
(정영주가 없었다면 다분히 밋밋하고 심각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극단적인 감정 연기가 필요한 부분은 배테랑 연극배우 이지하가 꼼꼼히 채워준다.



신비한 우주, 보지 - 산부인과 의사가 들려주는 이야기
음모 - 30~40대 중산층 여성의 이야기
그가 그것을 보고싶어했기 때문에 - 20대 커리어우먼과 그녀를 사랑한 남자친구 이야기
작은 짬지 - 동성애자 이야기
홍수 -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70대 할머니 이야기
보지 워크샾 - 처음으로 경이로운 오르가즘을 경험한 40대 여성 이야기
긴 머리 남자 -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아내 이야기
말하라 -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My angry Vagina

9개의 모놀로그 중 개인적으론 이지하 부분이 제일 맘에 들었다.
이 사람 참 연기 잘하는구나 다시 한 번 절감하면서...
핀 조명 하나를 받으면서 
덤덤하게 책을 읽어가다가
점점 격양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솔직히 나는 조금 더 적나라하고 솔직한 작품이길 기대했다.
11년의 내공이 쌓인 작품이니 조금 더 그랬어도 돼지 않았을까?
의도적으로 연출된 몇몇 장면들은 기름과 물처럼 이질감이 느껴진다.
누가 봐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 분명한데 절대 안 짰다고 우기는 그런 구성들.
그리고 작품의 클라이막스에 해당되는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말하라"는 
너무 교육적(?)이라 오히려 불편했다.
너는 왜 이런 진실을 다 잊고 사니!
너 참 나쁜 사람이구나! 
꼭 손가락질하면서 책망하는 것 같아서...
(당신들도 그렇게 살았쟎아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기대가 너무 컸었나?
어쩌면 이날 느닷없이 펑펑 내린 흰 눈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커다란 창가에 앉아서 한참을 바라봤다.
순간 땅으로 떨어지는 하얀 눈이 글처럼 읽혔다.
또박또박, 그 행간의 여백들이...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기형도가 떠올랐다.
그걸로 어쩌면 모든 건 이미 끝난 건지도 모르겠다.
눈 속에서 나는 나만의 모놀로그를 읊고 있었다.
총.총.총.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1. 6. 8. 06:14
어제 8시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박칼린, 오만석, 김무열의 사회로 제 5회 뮤지컬 어워즈 시상식이 개회됐다.
<서편제>가 최우수 창작뮤지컬상을 비롯한 5개 부분을 휩쓸었다.
지난해 초연된 <서편제>는 판소리를 뮤지컬로 접목시킨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공연될 당시에도 호불호가 극명했었다.
티켓 판매가 생각만큼 되지 않아서 나중에는 거의 덤핑 수준으로 판매되면서
공연 도중에 제작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창작뮤지컬을 만든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5월 18일 <서편제> 제작자 조왕연 대표가 수 억원의 달하는 빚으로 괴로워하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해서 공연계에 큰 충격을 줬다.
조금만 기다렸더라면...
그 사람은 또 다른 힘을 얻을 수 있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내년에 다시 공연될거란 말이 있었는데 어찌될런지는 모르겠다.
뮤지컬의 엄청난 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자본주의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공연계에도 치명적인 위협이다.
 

                  <남우주연상 : 조승우>                           <여우주연상 : 차지연>

1달 전 각 부분의 후보자들이 발표됐을때
남우조연상을 제외하고는 수상자가 누가 될지 눈에 빤히 보이긴 했다.
남우주연상은 다방면에서 <지킬 앤 하이드>의 조승우를 이길 사람이 확실히 없긴 하다.
수상소감에서 조승우는 제대 5일만에 거액의 개런티 기사로 마음이 무거웠고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OD의 신춘수 대표가 왜 굳이 조승우의 출연료를 공개했는지...)
조승우는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가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액의 개런티 값을 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왠지 씁쓸하다.
제작자가 출연료를 많이 주겠다는데 어느 배우가 싫다고 할까?
문제는 금액이 밝혀지면서 무대를 지키고 있는 더 많은 배우들이 너무 많이 상처를 받았다는데 있다.
물론 조승우의 잘못은 아니다.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는 그의 말이 그래서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쨌든 그의 <지킬 앤 하이드>는 너무나 아름답고 섬세하다.
노래가 주는 감동은 예전만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MBC "나는 가수다가 최대 수혜자는 차지연!
불과 1년도 안 된 작년 가을,
제 16회 뮤지컬 대상의 신인상 수상자였던 그녀가 올해 뮤지컬 어워즈에선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6년 <라이온킹>으로 뮤지컬을 시작했으니 짧은 경력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여우주연상을 받기에는 아직 이력이나 배우로서의 모습이 다양하지 못하다.
<나가수>의 인기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비껴갈 수도 있는 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본인 스스로도 올 해가 자신의 최고의 해라고 말한 차지연은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앞으로는 관객을 섬기고 스텝을 아끼는, 겸손한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얼마전에 가수로 싱글앨범을 발표했던데
솔직히 좀 걱정스럽다.
그녀가 더 크고 진정성있는 무대위 배우로 자리잡길 바라는 마음이다.
솔직히 그녀의 캐릭터는 아직 한정되어 있다.
한정된 캐릭터의 배우로 뿌리를 내리겠다는 결심이 아니라면
가수로서가 아니라 배우로서 발전하고 성장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을 것 같다.
노파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우조연상 : 정영주>                                  <남우조연상 : 임기홍>


               <여우신인상 : 이자람>                              <남우신인상 : 빌리들>

 
여우조연상은 생각대로 정영주가 받았고
치열했던 남우조연상은 멀티맨의 달인 임기홍에게 돌아갔다.
확실히 대한민국에서 멀티맨을 임기홍만큼 해 낼 배우는 현재까지 없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주조연보다 임기홍이 멀티맨으로 나오는 날을 선택해서 티켓팅을 하는 정도니까.
(좀 과하게 메이크업을 받았는지 레드 카펫 사진이 살짝 나이 먹은 벰파이어 같다... 죄송 ^^)
박정환과 더불어 상 복 없는 배우로 유명한데 이번엔 성공했다.
임기홍도 수상석에서 "내가 이겼다!"라는 말을 하면서 너무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하긴 이번 남우조연상은 후보자들은 유난히 쟁쟁했었다.
(서범석, 박정환 등...)
남우신인상 역시 예상했던 이쁜 빌리들이 받았고
여우신인상은 "예솔이" 이자람이 수상했다.
특이하게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본업에서 살짝 벗어난 사람들이 신인상 수상자가 됐다.
(작년엔 발레니라 김주원!)
뮤지컬 배우들 등골이 오싹하겠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그들에게 분발하자는 긍정적의 힘이 되길 바래본다. 

8시부터 3시간 정도 진행된 이날 행사는 케이블 TV를 통해서 생중계가 됐단다.
그런데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도중에
수상결과가 주최측 계열사 기사로 노출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단다.
주최측의 욕심이 너무 과했던 모양이다.
축제의 마당이 비난과 질타의 마당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 뮤지컬 시장이 얼마나 크고 매니아층이 얼마나 많은지 주최측이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불쾌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성숙하지 못한 언론은 늘 지저분한 뒷끝을 남긴다.
얼마나 더 지나야 유아기적인 자기 자랑과 뽐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언론은 아직까지도 그야말로 유치찬란하다.

* 각 부분 수상자들 *

▲최우수창작뮤지컬상 : 서편제

▲최우수외국뮤지컬상 : 빌리 엘리어트
▲베스트 리바이벌상 : 아이다
▲소극장창작뮤지컬상 : 왕세자 실종사건
▲남우주연상 : 조승우(지킬 앤 하이드)
▲여우주연상 : 차지연(서편제)
▲남우조연상 : 임기홍(톡식 히어로)
▲여우조연상 : 정영주(빌리 엘리어트)
▲남우신인상 : 김세용,박준형,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 (빌리 엘리어트)
▲여우신인상 : 이자람(서편제)
▲작곡작사상 : 장소영·배삼식(피맛골 연가)
▲극본상 : 조광화(서편제)
▲연출상 : 이지나(서편제)
▲안무상 : 피터 달링·정헌재(빌리 엘리어트)
▲음악감독상 : 김문정(광화문 연가)
▲무대상 : 정승호(남한산성)
▲의상상 : 이유선(남한산성)
▲조명상 : 민경수(피맛골 연가)
▲음향상 : 권도경(피맛골 연가)·김기영(천국의 눈물)
▲인기스타상 : 김준수·윤공주(천국의 눈물)
▲공로상 : 김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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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1. 1. 14. 05:54
New billy 박준형까지 등장해서 
clean 4B는 애시당초 포기해버렸지만
(하지만 한때 clean 4B를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주변에 부탁했다. 말려달라고...)
참 묘하게도 세 번을 본 빌리가 전부 이지명 빌리다.
이무래도 이 녀석과 나는 뭔가 찐한 인연이 있는 모양이다.
1달 가량 발목 부상으로 무대에 서지 못한 이지명은
얼마전에 다시 복귀를 해서  폭풍감동을 주고 있단다.
왠지 반항아적이고 고집있는 이지명 빌리.
그런 녀석이 한 번 웃거나 귀염을 떨땐 또 이게 또 얼마나 금쪽 같던지...
캐스팅 당시보다 13 cm나 컸다는 이지명은
소위 폭풍간지를 폼내는 중이다.
특히나 연기와 아크로바틱이 너무 환상적인 아이다.
본인 스스로도 계속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녀석은 이대로 크면 물건이 될 것 같다.



무지, 몹시, 심하게 잔망스러운 이성훈 마이클!
내가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아니?
쑥쑥 크는 billy 에 비해 성장 속도가 좀 과하게 늦은 마이클 이성훈.
그래도 확실히 "Expressing Yourself" 장면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이성훈 마이클이 주인공이고 독무대다.
여우도 아주 꼬리가 아흔 아홉개 하고도 열댓개 더 달린 여우다.
이 녀석들 아직 아이들인데 참 대단하고 마냥 신비롭다.
지난 7월부터 2월까지의 8개월간의 대장정.
그 자체만으로도 탄성이 절로 난다.
어른들도 그 기간동안 무대에 서려면
뼈마디가 절로 노곤해질텐데...
누군가는 그러더라.
아이들을 얼마나 지독하게 훈련시켰으면 저럴까하고...
(뭐 항간에 아동학대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이건 누가 시킨다고 할 수 있는게 분명 아니다.
이 아이들은 본인 스스로가 완벽히 무대를 즐기고 프로처럼 연기한다.
보고 있으면 이 어른 것들에게 절로 존경심이 생긴다.
도대체 이 나이까지 살면서 저 아이들만큼 치열하게 살아본 적은 있나 싶어서...
(뮤지컬을 보면서 자기 반성을 하게 되다니...)



감기가 걸렸는지 윌킨스 정영주의 목소리가 조금 불안했지만
연륜과 경험이 감기쯤은 별 것 아니게 만든다.
"Shine"처럼 그녀 역시 언제나 눈부심으로 무대를 눈부시게 한다.
"Grandma's song"의 스윙보이의 춤은 여전히 아련하게 좋았고
"The letter"도 어쩜 그렇게 여전히 슬픈지.
이 뮤지컬은 확실히 사람의 원초적인 감정들을 건드린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를 불문하고.
2층에서 본 angry dnace와 Dream ballet는
1층에서 보는 것보다는 확실히 더 좋더라.
빌리가 자신의 방으로 뛰어 올라가 시작되는 angry dnace는
벽의 그림자 3개와 바닥의 그림자 1개 그리고 실제 빌리까지
모두 5명의 빌리가 미친듯이 텝을 춘다.
그 장면이 너무 황홀해 오래 기억에 담길 것 같다.



1막에서 시위대와 진압 경찰 그리고 발레 교습 장면이 서로 뒤섞이는 장면은
정말 탁월한 연출이다.
두 장면을 섞으면 자칫 산만하게 흐를 우려가 있는데
매번 보면서도 이 장면은 매번 감탄하게 된다.
거기에 빌리의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또 다른 의도까지 있어
꼭 앙파껍질같은 장면라고 할 수 있다.



아크로바틱과 덤블링, 그리고 연기가 수준급인 이지명 빌리.
어린 나이지만 역동적이고 힘있는 Electricity를 표현한다.
김세용이나 임선우의 발레 버전 Electricity도 궁금한데
어째 나와는 좀 인연이 너무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텝신동이라는 진호의 angry dance도 너무 궁금하고...
(이 녀석 얼마전에 4명의 빌리 중 처음으로 50회 공연을 해냈다)
쓰고 보니 죄다 궁금하고...궁금하고...궁금하고...다.
2월에 한 번 더 볼 계획인데 
그때는 이지명 빌리가 아닌 다른 빌리라면 좋겠다.
또 이지명 빌리라면?
그냥 이 녀석이 내 운명의 상대라고 생각하자. ^^
이지명으로 clean 4B 했다고 자랑하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9. 17. 06:23



드디어 봤다.
<빌리 엘리어트>
처음엔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뮤지컬이다.
비영어권 최초 라이센스 공연이라는 것도 
그리고 10세 가량의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는 것도 다 미덥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 이면엔 "이 어린 것들이 하면 얼마나 한다고,,," 하는 마음이 대분부이었는지도...
그런데 설마 이렇게 괜찮을 줄은 정말 몰랐다.


변성기를 지나지 않은 키 150 cm 미만의소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오디션 조건은 이랬다.
그리고 한국에서 찾아낸 제 1대 빌리.
김세용(13), 이지명(13), 임선우(10), 정진호(12).
김세용과 임선우는 원래 발레를 하던 아이들이다.
김세용은 2009년, 임선우는 2010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 각각 그랑프리와 금상을 받기도 했단다.
그리고 정진호는 SBS "스타킹" 이라는 프로에 탭신동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아직 어리지만 춤에 관한한 칭찬이 자자한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내가 본 이지명 빌리는?
(캐스팅 보드에는 임선우였지만 컨디션 난조로 갑자기 이지명으로 교체됐다.)
최연소 빌리를 보게되나 기대했는데 급작스럽게 교체되는 바람이 솔직히 조금 실망했었다.
그런데 이지명 빌리!
와! 참 대단하더라.
네 명의 빌리 중에서 유일하게 뮤지컬 경험(라이온킹, 명성황후)이 있는 이지명 빌리는 춤은 조금 약할지 모르지만 연기와 표정, 딕션이 상당히 좋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감정표현도 너무 잘하고...
동선과 읽는 것도, 다른 사람과 발란스를 맞추는 것도 너무 좋다.
춤에 문외한은 내 눈에는 지명 빌리의 춤솜씨도 너무 훌륭하더라.
1년간 노력한 결과라는데
도무지 아이같지 않은 프로다운 모습이 충격적이기까지하다. 
OP석에서 본 이지명 빌리의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은 그대로가 다 감동이었다.
그 땀을 보고 있으면 이지명이라는 13살 어린 소년이
무대위에서 자신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아이의 모습... 정말 감동적이다)
절대...절대...절대...
아이들이 주인공이라고 얕보지 말자!
나처럼 큰코 다친다. 것도 아주 제대로...



2000년 깐느 영화제에 초대받은 엘튼 존은
그곳에서 스티블 달트리 감독의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보게 됐단다.
자신의 과거와 비슷한 줄거리에 감동을 받은 그는
이 영화를 뮤지컬화하는데 직접적으로 나서기까지한다.
그는 이 영화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영화 하나가 인생을 바꿔놓는 경험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엘튼 존, 스티븐 달트리, 리 홀.
세 사람에 의해 시작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영화와  똑같은 내용이지만 뮤지컬의 느낌은 또 너무나 다른, 꽤 좋은 작품이 탄생됐다.
다른 뮤지컬에 비해 노래가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주인공이라 의도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꽤 긴 공연시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다.
빌리를 비롯한 아이들의 깜직하고 진지한 연기를 보는 건 짜릿한 흥분감이자 계속되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특히 마이클 이성훈의 능청스런 연기는 이 아이의 미래를 빌리만큼이나 궁금하게 만든다.
(어디서 도대체 이런 보물들을 찾았을까??? )
복싱하는 어린 소년들과 발레하는 소녀들.
긴 공연시간에 지치거나 힘들법도 한데 완전히 프로다운 모습이다.
(1막 80분, 2막 80분 모두 160분의 아주 짱짱한 시간의 뮤지컬이다)
중간에 15분 가량의 인터미션이 있긴 하지만
어른이라도 그 긴 시간을 집중하면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대단한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잘 하고 있는 어른들을 더욱 더 분발하게 만드는 것 같다.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눈 앞에서 직접 봐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황홀하고 아득한 충격이다.



아버지역의 조원희와 윌킨스 선생님의 정영주,
유방암을 극복한 멋진 할머니 이주실까지
성인 연기자의 탄탄한 연기를 보는 재미도 행복하다.
할머니가 노래를 부르면서 망나니 할아버지를 추억하며 스윙보이들과 춤을 추는 장면과
(어두운 조명과 자욱한 담배연기는 몽환적인 분위기마저도 느껴진다.)
발레하는 아이들 좌우로 탄광 노조와 경찰의 대치하는 장면도 인상깊다.
솔직히 말해면 인상깊지 않은 장면이 거의 없긴 하다.
아버지의 반대로 발레 교습을 받기 어려운 빌리가 추던 1막의 앵그리 댄스는
아런 소년의 격정과 분노, 그리고 좌절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정말 환상적으로 멋있었다.
백조의 호수 음악에 맞춰 아역 빌리와 성인 빌리가 함께 무대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두 명의 빌리 모두 우아하고 신비롭다.
그리고 일종의 경쟁심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로 치열했다.
공중으로 올라가는 빌리의 모습에 감탄처럼 쏟아지던 박수소리...
(대단하다. 어린 아이가 그렇게 높이 올라가서 춤을 춘다는 거... 무서웠을텐데...)
로얄 발레단 오디션 마지막 장면도...
노래를 부르는 빌리와 춤을 추는 빌리가 교차되는 그 순간! 
어쩌면 무대에서 빌리역을 하고있는 이지명 역시 자신 안에 있는 자유를 느꼈었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다는 말보다 감동적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주조연이 따로 없이 전부 열심히 하는 모습이 진심으로 아름다웠다.
마지막 커튼콜에 남녀 모든 배우들이 발레치마를 입고 나와
마치 축제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습까지도...
행복하겠지?
그들도?



<빌리 엘리어트>
나를 황홀하게 만든 멋진 작품!
얘들아~~
우리 꼭 다시 만나자~~~
Posted by Book끄-Book끄